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79
“예. 까날 쁠뤼 측 다리오 본부장님께 추가로 회신이 왔어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래원은 안정원이 내민 테블릿PC를 받아들고 화면을 훑어 내려갔다.
– ( 주인공 올리버 배역에 ‘안소니 주드’와 계약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대본 작업 관련해서, 도 감독님께 1차 각색을 의뢰하고자 합니다. 2차 각색 겸 번역은 의학 소설과 드라마 작업에 많이 참여했던 분이 붙을 겁니다. )
“각색···?”
래원이 당혹스러운 눈을 하고 안정원을 쳐다봤고,
오히려 그녀는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이 빙긋 웃으며 래원을 향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본 각색 잘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감독님.”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72화 – 리디북스
소설 를 드라마 대본으로 1차 각색하는 일.
래원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닥쳤지만,
‘해볼 만 할 것 같은데···?’
래원의 깊은 내면에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안정원의 반응 또한 남달랐다.
“이미 감독님께서 드라마 각색 연출 의도와 기획안은 정리해두신 상태잖아요.”
“그렇죠.”
“분량 면에서도 큰 부담은 아닐 거 같은 게, 8부작이기도 하고. 회당 러닝 타임도 45분이라 우리나라 미니보다 짧고요.”
열성적으로 래원을 설득하는 안정원.
사실 다리오의 이 같은 제안은 딱히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서양권 드라마 판에서는 영화처럼 드라마 감독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각색에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였으니까.
“도 감독님은 대본대로 찍기보다는 감독님 머릿속에 특정 이미지를 미리 갖고서 그걸 구현하는 분이시라, 이번 기회에 직접 각색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작품을 위해서도, 감독님을 위해서도요.”
진심어린 안정원의 말.
이는 래원의 마음의 소리를 대변해주는 듯했다.
“좋습니다. 미팅이 모레 저녁이라고 했죠? 그때 다리오 본부장님한테 직접 말씀드려야겠네요.”
지이잉——
결정하기가 무섭게 래원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임상순 작가의 메시지였다.
[임상순] 우리 보작 애들이 묘지 버전이 더 좋다네요. 제가 보기에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건 묘지 버전이에요. 1화답게 호기심도 불러 모을 수 있을 듯하고요.입가에 씨익 미소를 그리는 래원이었다.
안정원 실장은 래원의 표정을 보고는 임상순 작가의 회신 임을 알아차린 듯했다.
지이잉——
메시지가 추가로 도착했다.
[임상순] 감독님께서 제 고집 존중해주시고 2가지 버전으로 촬영해주신 노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대본으로 보답 드리겠습니다. 한국 들어오시기 전에 마지막 10화까지 탈고 가능할 것 같아요.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하게 서울에서 뵐게요.래원은 답장을 써넣었다.
[래원] 작가님도 수고 많으십니다. 탈고하시면서 5화나 6화 정도에 카메오 출연각 좀 잡아주세요.완전 사전제작이라 시청자들의 반응을 100% 장담하기는 불가능해도, 래원이 그간 경험한 바에 의하면, 중간쯤에 화제성 부스터가 필요한 것은 확실했다.
드라마의 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드라마에 어울리는 카메오 출연은, 드라마 내적으로도 텐션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임상순 역시 그의 전작에서 카메오를 십분 활용했더랬다. 때문에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래원은 이제야 비로소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안정원과 눈이 마주쳤다.
에서 다시 로 스위치를 바꿀 차례였다.
“각색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닐 거 같아요. 다만, 얼마나 괜찮은 결과물을 내느냐가 문제겠죠?”
“··· 으음, 그건···.”
래원의 고민을 자기 일처럼 나서주고, 같이 해결책을 찾는 것. 이것이 안정원의 일이었다.
“모니터 요원을 몇명 두면 어떨까요?”
“모니터 요원이요?”
“예. 업계 분 중에 감독님이랑 친분이 있어서 감독님의 의도를 캐치해줄 수 있으면서 따끔한 조언도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이요.”
래원의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야 많았다.
누구를 고르느냐의 문제랄까.
안정원의 말을 듣고 래원의 머릿속에 드라마 작가들이 파파밧 떠올랐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네요. 일단 초고부터 써서 그분들한테 피드백 받아보고, 몇 차례 수정을 거치면 2차 각색자한테 넘길 만한 결과물 정도는 나오겠죠?”
래원의 물음에 안정원은 대답 대신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빙긋 웃었다.
그녀의 미소에 래원은 왠지 모르게 어깨가 쫘악 펴지는 것 같았다.
‘가끔씩 궁금하단 말이지. 안정원 실장은 어쩜 저렇게 나를 철썩같이 신뢰하는 걸까? 대체 뭘 믿고?’
* * *
“(안녕하세요, 도래원 감독님. 배우 안소니 주드 입니다.)”
비엔나 오페라하우스 근처,
프라이빗 한식 레스토랑.
이곳에서 처음으로 ‘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통역을 해주는 스미스와 안정원 실장 및 매니저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팀원은 총 6명이었다.
메인 연출 감독인 래원,
프로듀서인 다리오 본부장,
주연 배우 ‘안소니 주드’와 ‘에바 페이지’,
촬영 감독 ‘션 파크’ 그리고 세트 디자이너 ‘레이 쿠퍼’까지였다.
래원은 간만에 먹는 깔끔한 한식에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기 음식 정갈하고 맛있네요.”
“(도 감독님이 한국 분이라 고른 거기도 하고요, 안소니 주드가 채식을 해서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며칠 전에 1차 각색 시작했습니다. 잘하면 12월, 늦어도 1월 안에 마무리 짓는 걸 목표로 하겠습니다. 2차 각색자 분께 넘길 수 있게요.”
“(기대가 큽니다. 지금 찍고 계신 도 일부 감독님께서 각색 작업에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결과물 또한 매우 좋았다는 것, 한국에서는 드문 케이스라는 것도 전해 들었습니다.)”
다리오는 래원에 관해 모르는 게 없는 듯했다.
래원은 반사적으로 안정원 실장을 쳐다보았다.
수줍게 웃으며 눈을 내리까는 모습을 보니, 틀림없이 그녀가 다리오에게 언질을 준 듯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래원은 시선을 돌려 배우들을 보았다.
“안소니는 이번에 대대적인 연기 변신을 하시는 건데, 이 드라마에 어떻게 도전하시게 된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복합적인 이유였습니다. 이제 액션물은 그만하자는 생각도 있었고, 새로운 장르의 정극에 목이 마르기도 했고, 소설 자체를 재밌게 읽기도 했어요.)”
안소니는 굉장히 진중한 투로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감독님의 전작 를 찾아보고 결심을 굳혔습니다. 두 주인공의 직업이 ‘배우’인데, 굉장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인물을 담으신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에바의 추천도 한 몫 했고요.)”
에바가 안소니를 보며 찡긋 웃었다.
딱히 남녀 사이의 텐션이라기 보다는 그저 친분이 두터워 보였다.
주연 배우들끼리 친한 것은 드라마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기에 래원은 마음이 놓였다.
“잘해내실 겁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안소니를 향한 래원의 짧은 말 안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었으니까.
래원이 기억하는 전생이 그 근거였다.
래원은 이어서 촬영 감독이나 세트 디자이너의 전작을 언급하며, 의 톤 앤 매너를 합의했다.
– 그 어디보다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공간 ‘병원’에서, 그 누구보다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
이것이 오늘의 결론이었다.
이에 맞게 세트 디자이너는 세트장의 색감이나 분위기를 수정한 디자인을 다음 주까지 보내오기로 했다.
래원이 곧 촬영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동안, 유럽에서는 셋트장이 지어질 계획이었다.
“(참, 그 배우 아가씨는 잘 지내요?)”
돌연 다리오가 물었다.
“누구를 말씀하시는···?”
“(감독님이랑 저번에 여행에 동행하셨던 동생분이요.)”
“아, 래미! 래미는 요새 가수 활동 중입니다. 브라이트 걸스라고요.”
“(압니다! 요새 K팝 차트에서 연일 1위를 석권하고 있던데요?)”
다리오는 래원 뿐만 아니라 래미에 관해서도 빠삭한 것 같았다.
그의 말대로 브라이트 걸스의 2집 앨범은 초대박을 치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 무대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중국이나 일본까지 활동 무대를 넓혔더랬다.
“(남매가 대단하세요. 머지않아 한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남매가 되실 것 같습니다.)”
이 같은 다리오의 칭찬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듣기 좋아서 자꾸만 입꼬리가 히죽히죽 올라가는 래원이었다.
* * *
– 한국 항공 077편, 인천행 손님 여러분께 탑승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30분 후 출발하는 한국 항공 077편, 인천행 손님들께서는 지금 바로 12번 탑승구로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빈 국제 공항.
영어와 독일어 방송이 번갈아 가면서 나왔다.
래원과 안정원은 카트를 열심히 밀면서 탑승구로 향하는 중이었다.
래원은 지난 번 유럽 여행에서도 쫓기듯 이곳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탔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에도 이유는 달랐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비엔나 로케이션을 잘 마친 후, 감흥에 젖을 사이도 없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다른 팀원들은 하루 일찍 어제 출국했더랬다. 마지막 날 관광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래원은 추가 일정 때문에 오늘 따로 한국에 들어가는 중이었다.
“엇, 감독님! 임상순 작가님한테 연락 왔어요. 지금 막 탈고하셨대요!”
의 대본이 마지막 화까지 나왔다는 뜻이었다.
카트를 미는 래원의 손길이 더욱더 빨라졌다.
래원은 비지니스 클래스 좌석에 앉자마자, 아직 와이파이를 쓸 수 있을 때 임상순이 보낸 메일의 첨부파일을 다운 받았다.
10화까지의 대본이었다.
그중에는 5화 수정고도 들어있었다.
“카메오 출연 분량도 어렵지 않게 만드셨나 보네?”
가장 먼저 5화를 열어보았다.
수정된 장면도, 카메오의 등장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와우, 작가님이 나한테 완전 적응하셨어! 너무 좋은데?”
부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어느새 래원을 실은 비행기가 활주로를 질주하며 이륙하기 시작했다.
래원은 휴대폰을 끄기 직전 단톡방을 열었다.
[래원] 5화에 가볍게 등장할 카메오 추천받습니다. 우리 배우들이랑 친한 분들이면 저는 누구든 오케이입니다. 자유롭게 추천해주세요. 개인 톡으로 주셔도 되고요.이제 와이파이가 깜박깜박하기 시작했고,
정말로 전자기기를 꺼야할 시간이 됐다.
래원은 전작 에서 카메오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에, 이번 작 역시 적재적소에 활용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래원이나 임상순 작가의 친분보다는 배우들의 친분을 활용하고자 했다.
특성상 그게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떤 추천이 들어올지 궁금하네.”
하지만 휴대폰은 이미 완전히 먹통이 된 상태였다.
“11시간은 있어야 알 수 있겠구만···.”
할 수 없이 입맛을 다시며 다른 대본을 열어보는 래원이었다.
* * *
같은 시각, 7시간을 더 빠르게 살고 있는 한국.
서울 여의도 SBC 건물의 옥상 정원에서는 오늘도 희뿌연 연기가 그칠 줄을 몰랐다.
“하아···. 철이가 반등하기는 그른 것 같다.”
문철PD의 SBC 금토 미니시리즈가 동시간대의 M본부에 회생 불가한 상태로 밀리고 있었고,
자사 내에서는 까마득한 후배인 유찬PD의 월화 팀에 밀리고 있었다.
이것은 방영 첫 주부터 반전의 기미 없이 몹시도 자명한 결과였다.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때,
이제서야 뒤늦게 이를 겨우 받아들이고 포기하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문철PD를 아끼는 김 부국장과 이 (전)국장이었다.
두 사람은 벌써 2개비째 연달아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우리 올해 농사도 그른 거냐? 하아···. 후배 키우기가 왜 이렇게 힘드냐고···.”
“그래도 4분기 장호가 남았으니까···.”
그때,
이 두 사람의 마지막 희망을 처참히 짓밟기라도 하듯이 막내PD 하나가 소리치며 옥상 정원에 들어섰다.
“부..부국장님! 큰일 났습니다!”
“뭔데 여까지 튀어와?”
“저..전화를 안 받으셔서···.”
김 부국장은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아, 무음으로 해뒀구먼.”
허허허 웃었다.
바로 앞까지 닥친 폭풍우를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막내PD가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었다.
“4···4분기 편성 말입니다.”
“4분기가 왜?”
“토요일 10시에 TBN에서···.”
“이놈아, 말을 제대로 좀 해! 답답해 죽겠네!”
불길한 기운을 느낀 김 부국장이 막내를 닦달했고, 대신 옆에서 이 부장이 막내를 다독였다.
“형님, 애 잡지 말고 좀 냅둬. 이거 전하겠다고 뛰어왔나 본데···.”
“TBN 신..신석영 PD님 새 프로가 토요일 10시로 최종 픽스됐다고 합니다.”
“··· 신석영?”
대한민국 방송계 사람이라면 이름을 모를 수 없는 이름. TBN 예능국 간판PD였다.
소문에는 작년에 TBN 사장보다 연봉을 많이 가져갔다던, 방송계의 거물 스타PD 신석영.
그가 1년 반 만에 내놓은 신작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4분기에 방영된다는 소식을 일찍이 듣긴 했으나,
그것이 하필 토요일 편성을 받을 줄은···.
그것도 딱 10시 편성을 받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딱 한 사람, 래원을 제외하고 말이다.
때문에 각 방송사 동시간대 프로그램은 지금 전부 초상집 분위기였다.
SBC에서는 임장호PD의 금토 미니시리즈가 이에 당첨된 것이다.
“하아···.”
김 부국장과 이 국장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담배 갑에서 3번째 연초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불행히도 래원이 지난 생에 겪고 떠올린 기억이 이번 생에 틀리지 않았다.
작년 편성 회의 때 래원과 황태수가 뿌려둔 지뢰가 통쾌하게 터지는 순간이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73화 – 리디북스
“신석영이는 왜 하필 토요일이야! 왜!!”
“하아···.”
김 부국장과 이 국장 주변에 희뿌연 담배 연기가 짙어져만 갔다.
“이런 걸 설상가상이라고 하는 거지?”
“··· 아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거로 역전 시켜야지.”
“신석영이를 무슨 수로 역전 시켜!?”
“그건 토요일이고. 장호가 잘해서 금요일만이라도 시청자 잘 잡으면 타격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잖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애꿎은 담배꽁초만 짓밟았다.
같은 시각,
포털 사이트의 뉴스도 관련 소식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 신석영의 신(辛)식당! 신(NEW)식당! – 토요일 밤 10시, 안방 시청자를 찾아갑니다 ] [ 올겨울 대한민국의 토요일 밤은 신PD가 책임진다★ ] [ 신석영 1년 반만의 복귀, “제가 가장 잘하는 익숙한 맛에 약간의 매운맛과 새로움을 더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