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4
래원의 초고가 다리오 본부장과 스텝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번역 및 2차 각색자가 대본에 붙어서 열 일을 하는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슈는,
완전 사전 제작으로 찍고 있는 마지막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
촬영은 끝났지만 후작업이 래원을 기다리고 있었고, 첫방까지는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때문에 마지막 촬영을 마친 날에도 래원은 곧바로 편집실로 향했다.
지이이이이잉——
차 안에서 받게 된 홍 대표의 연락.
중요한 전화임을 직감했기에,
래원은 갓길에 차를 세운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대표님.”
– 도 감독, 우리 방송국 사장 인사말이야. 새로 정해졌어.
전에 래원이 건넨 조언을 홍 대표가 받아들인 듯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 누가 와도 전에 내정됐던 그 작자보다는 나을 것이니···.
래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분인가요?”
– 주길호 알지?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를 따냈어.
주길호···?
알다마다.
래원은 그 이름 석 자에 빙긋 미소를 지었다.
‘주길호 사장이라면···. 나한테 날개가 되어 줄 수 있겠는데?’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78화 – 리디북스
– 주길호 사장이랑 자네랑 자리 한 번 마련하려고 하는데···. 월미도의 선물 방영 전에는 도 감독이 부담스러우려나?
홍 대표의 제안에 래원은 잠시 생각을 했다.
“저야 그 정도 시간은 낼 수 있습니다만, 급한 건 없으니 개국하고 첫 방하고 나서 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주 사장님께서도 정신 없으실 것 같고요···.”
래원이 이렇게 대응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주길호 사장과의 첫 만남을 홍 대표를 통해 공적인 자리로 갖기보다는, 사적인 자리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주길호와 더 순조로운 출발이 될 것이 자명했다.
“좋은 방법이 있지.”
래원은 곧장 강채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길호 사장과의 사적인 첫 만남을 위해서 말이다.
* * *
강채령이 고른 파인다이닝 한식당.
래원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룸 안에 들어서자, 그녀가 먼저 자리해 있었다.
“어? 그거 제가 선물로 드린 슈트다! 맞죠?”
“하하하, 맞아요. 잘 입고 있어요.”
스튜디오 다이아와 계약을 맺을 때 강채령이 선물로 사준 맞춤 정장이었다.
래원의 말에 강채령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그녀와 안부를 묻는 사이, 곧 주길호가 들어왔다.
“외삼초온~!!!”
주길호를 부르는 강채령의 애교 가득한 목소리에, 보통의 외삼촌과 조카 사이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돈독하다 못해 끈끈한 관계.
래원이 기억하는 전생의 정보 그대로였다.
멀끔하고 댄디한 분위기의 중년, 주길호.
새하얀 피부가 강채령과 닮은 듯했다.
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도래원 입니다.”
“주길호 입니다. 반가워요.”
“우리 아예 초면은 아니죠?”
“네, 일전에 인사드린 적이 있습니다.”
“어머, 정말? 어디서? 어디서 만났어요, 두 분?”
강채령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주길호가 답해주었다.
“그 외 있잖니, VIP 도네이션 파티. 임페리얼 캐슬 호텔이었나?”
“어? 나도 거기서 래원 감독 처음 만났는데!”
벌써 3-4년 전의 일이었다.
래원은 홍 대표를 통해 들어갔던 VIP 도네이션 파티에서 주길호를 만나 잠깐 인사를 나누었더랬다.
당시에 그는 타 방송사 보도국 대표 앵커였다.
“아무튼 이제부터가 우리 인연의 진짜 시작이네요. 잘 부탁해요, 도래원 감독.”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래원이 이렇게 말하며 가볍게 묵례를 건네자 주길호가 손사래를 쳤다.
“무슨 소리! 도 감독 드라마에 우리 JBC의 미래가 걸려있는데···. 내가 을이에요, 을.”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 앵커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민망합니다. 하하하.”
“크하하. 국민 앵커? 다 예전 이야기고 지금은 퇴물이지···.”
“어우, 퇴물은 너무 심했다, 삼촌!”
“존경하는 앵커 선배님께서 JBC의 수장으로 중심이 돼주신다고 하니 든든하기 그지없습니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래원은 전생에서부터 그의 9시 뉴스를 보며,
‘중년인데 어쩜 저렇게 멋있냐? 남자인 내가 봐도 근사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라고 생각해왔더랬다.
주길호가 멋쩍은 듯 껄껄껄 웃었고,
곧이어 정갈한 음식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쾌활한 성격의 강채령 덕분에 대화가 끊이질 않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셋이 자주 밥 먹어요! 내가 우리 집안에서 제일 좋아하는 외삼촌이랑, 집밖에서 제일 좋아하는 도 감독님이랑! 아아···. 이 멤버 너무 좋다, 진짜!”
오늘따라 유독 강채령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주길호 역시 연신 웃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래원은 자신의 계획이 통했음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짖었다.
‘인연이라는 게 참 재밌어.’
래원은 알고 있었다.
주길호의 아킬레스건이 강채령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슬하에 자식이 없어서 조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조카 바보였으니까.
* * *
강채령과 주길호는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후일담을 나누었다.
“채령아, 도 피디는 드라마밖에 모르더라.”
“응, 그렇더라고. 그래서 멋있잖아.”
“그러니까. 그냥 너희 엄마처럼 부모님이 짝 맞춰주는 사람 만나. 그게 제일이야.”
“··· 무슨 소리야?”
주길호가 강채령을 살짝 흘겨보더니,
“이 삼촌이 모를 줄 알았어? 내가 너 요만할 때부터 보고 배냇저고리도 사주고 했는데···. 네 눈빛만 봐도 척하면 척이지···.”
자신의 팔뚝을 잡아 보이며 말을 이었고,
강채령은 당황한 듯이 말까지 더듬었다.
“··· 뭐, 뭘! 외삼촌이 뭔 소리 하는지 모르겠는데? 뭐, 뭐가 척이야?”
“너랑은 그냥 친한 친구래. 도 감독이 그러더라.”
“뭐야! 래원 감독한테 그런 걸 물어봤어?!! 아아, 삼초온!! 왜 시키지도 않은 걸 해!!”
“걱정 하지 마. 너 아까 화장실 간 사이에 그냥 드라마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물어본 거니까.”
“··· 치,친한 친구면 됐지 뭐! 외삼촌도 외숙모랑 친구였다가 사귀었다며!”
“······.”
“나라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안 만나봤겠어? 근데 그 사람들이랑은 대화가 30분을 못 넘더라고···.”
“그래···. 어떤 마음인지 알지. 너희 엄마는 몰라도 이 외삼촌은 알지···.”
“그러니까 외삼촌이 나 도와줘야 해. 알겠지?”
“그건 약속 못 한다. 네 연애 사업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
“치이···.”
“그래도 전에 만나던 배우 놈들보다야 훨씬 낫긴 하네···. 얼굴에 분칠하는 것들은 믿을 수가 없어.”
“그러니까 도와 달라구우!”
“··· 채령이 너 하는 거 봐서.”
“헤헤. 있잖아 외삼촌, 나는 래원 감독이 진짜 좋아. 그 사람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꿈이 생겼거든.”
“무슨 꿈?”
씨익 웃어 보이는 강채령.
“그건 비밀!”
“비밀씩이나?”
그녀의 두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내 커리어를 내가 스스로 만들어 보려고. 천하 일보 막내딸 말고···.”
* * *
바빴던 1월이 지나가고,
래원에게 더 바쁜 2월과 3월이 연달아 닥쳐왔다.
3월 18일.
의 첫 방 일자였다.
JBC 개국 3일 후에 바로 방송이 나가는 스케줄이었다.
때문에 래원은 3월 18일을 향해 달리며 밤낮없이 편집실에서 지냈다.
에만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2월 달력 28일 동안,
래원이 편집실을 벗어나 바깥 공기를 쐬고, 바깥 음식을 먹은 것은 단 하루였다.
래미가 영국으로 촬영을 떠나기 하루 전날.
래원은 래미와 이재윤을 데리고 밥을 먹였더랬다.
“재윤이 네 덕분에 내가 바쁜 와중에 마음 편할 수 있었다. 수고 많았어.”
“에이, 래미가 잘 해낸 덕분이죠. 제가 완전 스파르타식으로 굴렸거든요.”
이재윤의 말에 래미가 젓가락질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지. 다이어트 따로 안 했는데 3키로나 빠졌잖아.”
“그래? 내 레슨 완전 꿀이네. 연기도 늘고 다이어트도 하고.”
래원은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었다.
귀여워 보였고 좋아 보였으니까.
이윽고,
래미의 벤 앞에서 하는 작별 인사.
“연락 자주 해. 오빠 걱정하지 않게.”
“어휴, 여부가 있겠습니까? 도래원 감독님! 충성충성!”
래미의 목소리나 표정이 밝아 보여서 안심이 됐다.
“맞다. 재윤 오빠, 이나 언니 3월 중에 영국 온댔으니까, 오빠도 시간 되면 같이 놀러 와. 내 핑계 대고 같이 비행기도 타고 영국 여행도 하고 좋잖아.”
“그래, 갈게. 3월이 아니더라도 꼭 가서 길게 있을게.”
래미는 여전히 자신을 이재윤과 이나 사이를 연결해주는 큐피트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래원의 눈에는 다른 것이 보였다.
이재윤의 진짜 본심 말이다.
래미도 떠나고 래원에게는 이제 정말로 뿐이었다.
3월 18일을 D-day 삼아 편집실에서 씨름하는 사이, 래원의 주식은 고공 행진을 하며 알아서 몸집을 불리고 있었고,
유럽에서는 의 촬영고가 완성되어 갔다.
그리고,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호텔 로비는 제작 발표회 시작 훨씬 전부터 복작였다.
대한민국의 연예부 기자들은 총출동한 것 같은 인원이었다.
이 많은 인원이 이렇게 일찍 모여든 것은, 온 순서대로 입장권을 배부하기 때문에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취재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연지, 곽보겸의 연애설 이후 주목도가 높아졌고, 민세라 또한 주목받는 신예 톱스타 반열에 든 배우였다.
이재윤은 떠오르는 신예 스타로, 새로운 얼굴을 찾는 충무로와 상암동 감독들이 관심을 갖는 배우였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은 그간 휴식기가 없었던 래원이 이후로 거의 1년 반 만에 내놓는 신작이었고,
SBC를 나온 후 만드는 첫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JBC 개국을 목전에 둔 시기라, JBC에 대한 관심이 모두 래원의 드라마에 쏠린 것도 있었다.
업계 안과 밖에서는 의 성패가 곧 JBC의 성패처럼 치부될 정도였으니까.
기자들이 일찌감치 장내에 들어와 기대감으로 눈을 빛내던 중,
오늘의 제작 발표회는 세 명의 중년 신사가 착석한 후에야 시작됐다.
JBC 주길호 사장, 스튜디오 다이아 이선필 본부장 그리고 JC ENM 홍 대표였다.
아리따운 아나운서가 또각또각 경쾌하게 단상으로 걸어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섰다.
이에 래원은 주길호 사장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녀는 주길호 사장이 가장 아끼는 후배였으니까.
그녀의 등장만으로 의 위상이 느껴졌다.
주길호는 티 내지 않고 서포트 해주는 타입이었다.
“오늘 일찍부터 자리를 메워주신 취재진 여러분께 제작진을 대신해 깊은 감사 인사드립니다. 본격적인 제작 발표회에 앞서서 이 어떤 드라마인지 하이라이트 영상을 먼저 만나보시겠습니다.”
장내의 조명이 모두 꺼지며,
어둠 속에서 무대 위 스크린 만이 빛을 발했다.
– 인생의 낭떠러지에서 만난 4명의 선물 같은 인연, 월미도의 선물 –
인천의 바다를 배경으로 물결치는 타이포가 뜨며 티저 영상이 시작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감을 잔뜩 안고 두 눈을 고정했다.
한편,
팔짱을 낀 채로 눈에 불을 켜고 옥에 티를 찾기 시작하는 이가 있었다.
천하일보 연예부 수석 기자 조민.
‘천하일보 막내딸 강채령이든 JC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할 수는 없다 이거야···.’
조민은 수석을 달기 전부터 제작 발표회에서 매번 악의적인 질문을 쏟아내며 제작진을 골탕 먹이는 것으로 유명했더랬다.
또한 조민에게는 간단했다.
원작이 있으니 원작 웹툰에 충실하면, 너무 복붙한 거 아니냐며 창작진이 게으르다 평하면 되는 것이었고,
각색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면, 원작을 훼손했다고 평하면 되는 것이었다.
조민은 오늘을 위해 칼을 갈며 웹툰을 다시 한번 정주행하고, 몇 년 전에 나온 영화도 보고 왔더랬다.
그런데,
‘뭐야···. 각색이 들어가긴 갔는데···.’
하이라이트 영상이 진행될수록 조민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배낭여행이라···.’
이름 없는 자들의 묘지 장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같았고, 영상미도 훌륭했다.
조민의 눈에도 본 편이 몹시 기대되는 연출력이었다.
‘원작의 의도는 그대로 둔 채, 표현 방식만 달라진 각색···. 어쭈, 도래원 꽤 하네···?’
래원의 단막극 의 제작 발표회 때 래원에게 한 방 먹은 후, 래원의 드라마를 잊지 않고 모니터해온 조민이었다.
그는 래원을 ‘상복 많은 감독’으로 탐탁지 않게 생각해왔더랬다.
‘매번 능력 이상의 상을 탄다고 생각했었는데···. 근데···.’
그런 조민이 보기에도 래원은 매번 성장을 거듭하는 감독이었다.
지금 보는 티저 영상으로 확실히 그렇게 조민의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어느덧 그의 팔짱이 스르르 풀리더니,
입을 벌린 채 영상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자신도 모르게 시청자 모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