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90
넷플릭스 오리지널에다가 윤지민 효과까지.
는 이제 카메오로 출연할 수만 있다면 유명세는 따놓은 당상인 드라마가 돼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 사람들 출연시키자고 기존 대본을 무리하게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압니다. 도 감독님 성격 제가 모를까 봐요. 그래서 직접 고르시라고 선택권을 드리는 겁니다.)”
한 줄 한 줄 꼼꼼하게 명단을 읽어내려가던 래원.
“(과유불급입니다. 카메오가 너무 자주 나오면 피로도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우리 주인공들이 가려질 수 있으니··· 딱, 두 분 정도만 고르겠습니다.)”
래원은 이내 적합한 인사를 발견하고는
다리오가 볼 수 있도록 그 이름을 손으로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이 분이면 대본 수정 없이 바로 출연해도 되겠네요. 4번째 에피.)”
“(잘됐습니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피력하신 분이기도 하고, 제가 보기에도 그쪽이나 우리나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했던 분이라···. 바로 섭외 들어가겠습니다.)”
윤지민 선수에 이은 두 번째 카메오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다리오가 금세 싱글벙글해진 얼굴로 되물었다.
“(도 감독님, 이분 섭외하면 PPL 광고도 자연스럽게 나갑니다. 알고 계시죠?)”
모를 리가 있나.
애초에 그것까지 계산해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래원이었다.
유명 카메오와 제작비 지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였다.
* * *
첫 번째 에피소드 ‘뛰지 못하는 축구 선수’ 촬영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며 텐션을 받은 프로덕션.
그 이후의 일정도 당초 계획대로 스무스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메인 배우 3명의 호흡 또한, 래원이 애초에 계획했던대로 굉장히 좋았다.
주인공 올리버 역의 ‘안소니’와, 여자 주인공 릴리 역의 ‘에바’ 그리고 서브 남주이자 주조연 매튜 역의 ‘존’까지 말이다.
션 파크 촬영감독은 유명세에 비해 예민한 구석이나 편견이 없었고, 성격도 시원시원한 편이라 래원과 합이 잘 맞았다.
높은 자존감으로 상대방의 선을 잘 지켜주는 영국인들의 특성을 작업 과정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독점 방영 소식이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큰 힘이 된 듯했다.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전체 8부작 중 3화 촬영에 들어가며 30% 이상의 진행률을 보였다.
덕분에 래원의 런던 생활에도 서서히 여유가 생겼더랬다.
비시즌의 여유를 만끽 중인 윤지민 선수에게 연락이 왔다.
[윤지민] 도 감독님, 저는 다음 주에 동유럽 여행을 갑니다. 떠나기 전에 저녁 식사 같이하고 싶습니다. 시간 내주시면 맞추겠습니다. [래원] 좋습니다. 내일 저녁 웨스트엔드에서 뵙죠. 전현지 씨도 같이 인사할 수 있으면 좋고요.래원은 며칠 전에 생긴 뮤지컬 초대권 4장을 쓰기로 했다.
일 때문에 어차피 봐야 하는 공연이었다.
일돌이 답게 래원에게 온전히 노는 시간이란 있을 수 없었다.
* * *
런던의 웨스트엔드.
말 그대로 런던 서쪽 끝.
극장가가 밀집된 곳으로 연극과 뮤지컬의 본고장이자 메카였다.
셰익스피어를 낳은 나라인 만큼,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보다 더 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었다.
“여기 만두가 런던에서 제일 맛있어요!”
런던 생활을 가장 오래 한 윤지민 선수의 추천으로 온 덤플링 맛집.
이곳은 웨스트엔드 바로 옆 차이나타운에 있는 식당이었다.
한 쌍의 커플, 그리고 한 쌍의 남매.
4명의 한국인 남녀가 런던에 모여서 중국 음식을 먹는 모습은 흔치 않은 풍경이었다.
그것도 세계적인 축구 스타와 한국의 스타 배우, 그리고 한국 연예계를 씹어 먹는 남매로 주목받는 이들이니 말이다.
“너무 좋네요. 감독님이 불러주신 덕분에 이렇게 데이트도 하고요.”
전현지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을 숨기며 다니다 이런 자리에 기분이 좋아진 듯 보였다.
4명이라 지인끼리의 만남으로 위장하기 딱 좋았으니까.
“저, 브잇걸 최근 노래 너무 좋았어요. 한동안 제 모닝콜이었다니까요. 헤헤.”
“저야말로 언니 완전 팬이에요.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아···!”
래미와 전현지는 서로의 팬을 자처하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윤지민 선수는 공원에서의 첫 만남이나 촬영장에서 마주했을 때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감독님 덕분에 재미난 경험 했습니다. 때마침 비시즌이라 좋은 추억 하나 만든 것 같네요.”
“저야말로 재밌었습니다. 연기를 생각보다 잘하시더라고요!”
“제가 코치 좀 해줬거든요. 헤헤”
전현지가 거들었고,
래원 역시 간만에 한국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음에 덩달아 텐션이 올라갔다.
“아녜요. 대본이 워낙 좋았죠. 감정이입이 잘 되더라고요. 제가 드라마나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요, 는 잘 될 거 같아요. 대본이 무지하게 재밌어요.”
“하하하. 말씀 만이라도 감사해요.”
“빈 말 아니에요, 감독님. 진짜로 저 촬영 끝나고 계속 생각나서, 원작 소설까지 사서 읽었다니까요?”
“원작 참 좋죠? 작가님을 닮아서 굉장히 따뜻한 의학 소설이에요.”
“근데 전 원작보다 드라마 대본이 더 재밌던데요?”
“어휴, 과찬이세요. 이렇게 오늘 저녁을 제가 사게 되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제가 사야죠! 그날 공원에서 도 감독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 눈에 띄었으면···.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래원이 농담으로 받아쳤지만
윤지민의 말에서는 분명 진심이 느껴졌다.
“정말로 재밌었어요. 뒤에 대본도 읽고 싶어서 부탁드릴까 말까 하다가 꾹 참는 중입니다. 기다렸다가 나중에 넷플릭스에 풀리면 1등으로 볼게요.”
때로는 드라마·영화 업계 내 선수들의 판단보다,
이 같은 외부의 시각이 더 정확할 때가 많다.
때문에 윤지민의 반응에 래원의 안에서는 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었고, 동시에 굉장한 보람도 느꼈다.
‘이번 드라마는 내가 직접 각색했던 대본이라 확실히 애착이 남다르긴 해.’
대본을 각색하면서 벽에 부딪히며 깨지고 다시 수정하기를 반복했던 지난 연말의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치기도 했다.
“래미 씨는 영화 작업 어때요? 나는 해외 작업은 동양권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고 부럽고 궁금하고 그래요.”
전현지는 호기심이 많아 보였다.
“영화는 잘 되고 있는데···. 제가 문제죠.”
그녀의 질문에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민을 털어놓는 래미.
“어려워요. 확실히 문화권이 달라서 연기 스타일도 다르게 가야 하는 게 있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과할 수 있는 움직임이, 여기서는 적정선이고···. 반대로 한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여기서는 부족한 표현처럼 비춰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고민이 많아요.”
래원 역시 처음으로 영국 배우들 및 서양권 스텝들과 작업을 하는 감독으로써, 래미의 고민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했더랬다.
그와 관련해서 깨달은 바가 꽤나 있었기에
곧장 래미에게 설명을 해줄까 싶었으나,
‘배우한테는 설명으로 와닿는 데 한계가 있어. 직접 보고 느끼면서 깨닫게 해줘야지···.’
저녁 식사 후 보러 갈 뮤지컬을 떠올리며 설명을 유보하기로 한 래원이었다.
“참, 어제 30프로 넘겼던데요? 축하드려요, 감독님.”
전현지가 또다시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운이 좋았죠. 이번에 처음으로 2개 작업 같이 하느라, 시청률 잘 안 나왔으면 미안했을 것 같은데, 잘 나와줘서 정말 다행이더라고요.”
“연지 언니랑 통화했거든요. 너무 좋아했어요. 언니가 최근에 했던 영화도 성적이 아쉬웠고, 드라마로 30프로 넘은 것도 오랜만이라···.”
의 선전.
타국에서, 그것도 전현지 같은 스타의 입을 통해 들으니 색달랐다.
그녀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현지가 드라마에 완전 빠져있어요, 감독님. 그래서 다음 주 동유럽 여행 때 비엔나 들르려고요.”
“이름 없는 자들의 무덤! 거기 꼭 갈 거예요.”
전현지가 두 눈을 빛내며 래원을 바라보았고,
이에 래미는 래원과 그곳에 여행을 갔을 때를 떠올렸는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런 무덤가에서 그런 영감을 떠올리고 그런 그림까지 만들어낸 걸 보면, 오빠는 천상 감독이 분명한가봐···.’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떠올렸던 그때의 동상이몽.
래미의 안에 어느새 래원에 대한, 오빠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존경심이 싹 트는 중이었다.
“다 드셨으면 이제 일어날까요?”
네 사람은 부른 배를 두드리며,
래원을 따라 웨스트엔드의 한 극장으로 향했다.
* * *
드디어 기다려온 순간
너의 기억이 선명해졌어 ♪♬
나와 우리의 과거,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들 ♪♬
기다려온 지금 이 순간 ♪♬
축배를 들어 ——
우리는 이제 영원히 함께야—♪♬
콰광—— !
천둥 효과음이 요란하게 울리며,
주인공 드라큘라 백작의 뮤지컬 넘버가 마무리됐다.
그가 망토를 크게 펄럭이더니 동시에 암전이 되었고, 곧이어 인터미션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와···. 진짜 굉장해요! 한국에서도 뮤지컬 자주 봤지만, 영국 본토에서 보는 건 또 다르네요!”
전현지는 혀를 내둘렀고,
윤지민 역시 잔뜩 달아오른 표정이었다.
그 옆에서 래미 역시 상기된 얼굴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래미야, 아까 밥 먹을 때 네가 말했던 그 고민 말이야.”
“··· 해, 해결됐어!”
“응?”
“이제 알겠다고! 움직임을 크게 하거나 세밀하게 하는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 결국, 진짜 중요한 건 감정선이야!”
그런 래미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풋-’ 하고 웃음이 새어 나오는 래원이었다.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그니까, 오빠! 우리 자리에서 드라큘라 배우가 서 있는 무대까지 엄청 먼데도, 감정이입이 가능하잖아? 일부러 움직임을 크게 할 때도 있지만, 드라큘라가 미나를 쳐다보는 눈빛 같은 것들은 일부러 크게 할 수 없는 것들인데도 진심이 전해졌단 말이지. 결국 감정선을 확실하게 가져가면 움직임이나 세세한 말투, 눈빛, 손짓 등에 묻어나오게 되어 있는 거야! 크기랑은 상관없이 말이야!”
래원의 옆에 붙어서 재잘대는 래미.
깨달음을 얻어서인지 잔뜩 신나 있었다.
“저 배우 진짜 잘한다···.”
“그렇죠?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잘생기기까지! 이름이 뭐였지?”
전현지와 래미는 프로그램북을 뒤졌다.
“라울 마커스.”
“라울 마커스! 기억해야겠어요!”
객석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인터미션은 끝나고 다시 2막 무대가 시작됐다.
2막에서도 배우들의 유려한 연기와, 흥미로운 스토리, 그리고 격정적인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합을 이루어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특히 드라큘라 백작에 분한 주인공 ‘라울 마커스’는 어느새 관객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며, 연민이 느껴지는 흡혈귀를 연기하고 있었다.
70분 남짓한 2막이 7분처럼 흘렀고,
커튼콜에는 객석 전체가 기립하는 장관을 만들어내며 극장은 더욱더 달아올랐다.
“감사해요, 감독님 덕분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희가 매번 신세만 지는 것 같네요. 저랑은 여행 다녀와서 훈련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더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감독님이 안 바쁘실 때요.”
“저랑은 서울에서 뵈면 되겠네요. 래미 씨도 같이요!”
어느덧 작별 인사를 하는 윤지민 선수와 전현지 배우에게,
래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여기서 그냥 가시게요?”
이 말에 그저 물음표를 띄운 채 멀뚱멀뚱 보는 두 사람과, 옆에 서 있던 래미를 데리고,
래원은 어디론가 향했다.
[ STAFF ONLY ] 라고 쓰여있는 문 앞.전화를 걸더니 스텝의 안내를 받으며 그 안으로 들어가는 래원이었다.
윤지민, 전현지, 래미는 영문도 모른 채 래원을 따라 들어갔고, 그곳은 분장실과 연결되는 통로였다.
그리고,
“(도래원 감독님! 여기까지 먼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분장실 앞까지 나와 그들을 환대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오늘 공연의 주인공 ‘라울 마커스’ 였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초대해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환한 얼굴로 래원과 악수와 포옹을 나누는 라울 마커스.
그가 바로 의 4번째 에피소드 ‘피로 물든 무대’에 환자 역으로 출연하게 될 카메오였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85화 – 리디북스
* * *
“(릴리, 그때 동네 한가운데 있었던 느티나무 기억해?)”
“(우리 맨날 그 앞에서 스쿨 버스 기다렸잖아.)”
“(기억하네?)”
“(당연하지. 너 거기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엉덩방아 찧고는, 눈물 콧물 흘리면서 동네가 떠나가라 울며불며···.)”
“(크하하. 너무 잘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 건 기억 못 해도 되는데 말이야.)”
화기애애한 [올리버]와 [릴리].
두 사람은 저녁을 먹으며 어릴 적 한동네에 살았던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그 후 십여 년이 지난 20대 중반에, 같은 병원의 인턴 의사가 되어 다시 만난 두 사람.
오늘 둘 다 나이트 근무를 앞둔 올리버와 릴리는, 출근 전에 일찍 만나서 같이 저녁을 먹고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
올리버는 설렌다.
명목상으로는 소꿉친구, 직장 동료 사이의 만남이지만 적어도 올리버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이상의 감정이 피어나 있었으니까.
릴리와 함께 먹는 이 저녁이 맛있고,
함께 볼 뮤지컬이 기대되고,
함께 가는 출근길 또한 즐겁다.
.
.
“(컷! 오케이! 투샷이 너무 좋네요.)”
메가폰에 대고 힘차게 외치는 래원.
안소니와 에바의 호흡은 훌륭했다.
특히 안소니의 멜로 눈빛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다!)”
진행 감독의 안내에 따라 팀원들이 다른 촬영 장소로 향했다.
웨스트엔드의 실제 극장 내에서 이어지는 촬영을 앞둔 상황이었다.
극장 앞에 다다르자,
요즘 한창 공연 중인 의 프로듀서와 연출가, 그리고 극장주까지 나와서
래원의 팀을 환대해주었다.
그들은 래원이 수많은 제안 중 자신들을 택해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들에게 이번 촬영은 일종의 PPL이었다.
드라큘라 역으로 공연 중인 ‘라울 마커스’를 카메오로 앞세운 PPL 말이다.
때문에, 원래 주 7일 공연이 이뤄지는 극장이었으나 촬영을 위해 하루를 통째로 일정을 비워주며 협조해주기도 했다.
극장 안에는 공연 팀이 준비를 완료하고 대기 중이었다.
실제 공연과 똑같은 컨디션으로 말이다.
라울은 드라큘라 백작 의상과 분장을 갖춘 채로 무대에 나와 스텝과 배우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라울 마커스 입니다. 드라마는 처음이라 떨리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윽고,
안소니와 에바가 관객이 되어 객석에 자리했고,
션 파크의 지시대로 여러 대의 카메라가 객석과 무대를 나눠 비추며 스탠바이했다.
“(슛 들어갈게요.)”
래원의 말에 무대 팀이 무전을 주고받더니 공연 직전 상황으로 준비했다.
조명 팀은 조명을 대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