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23
1부는 곧 2부로 이어졌고, 80분의 시간이 8분처럼 흘렀다.
마지막은 금관악기가 주선율을 이루며 숭고하고도 장엄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터미션이 찾아왔다.
객석 등이 들어오자, 80분간 경건한 음악의 신전이었던 객석은, 잠시 현실로 돌아와 쉬는 시간을 맞이했다.
래원도 정신을 차리고 비행기 모드로 해둔 휴대폰을 꺼내어 켰다.
아니나 다를까 다량의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 1통이 찍혀있었다.
[ 부재중 전화 1통 : 민세라 ]발신인을 보자마자 전화를 걸려다가, 계속 진동이 울리는 통에 먼저 메시지 어플을 켰다.
루아이자 제니.
그녀에게서 여러 통의 사진과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제니] (사진) 여기 한옥 마을 완전 좋네요! 초봄이라 그런지 감독님 다큐에서 보던 거랑 또 달라요.“뭐야? 지금 한국인 건가?”
뜻밖의 소식이었다.
그녀가 보내온 사진 속에 충남 논산의 한옥 마을 풍경이 보였다.
래원이 놀러 가서 찍은 영상을 안정원 실장이 국제 스마트 필름 페스티벌에 출품하고 엉겁결에 수상까지 했던, .
제니는 그것을 찾아보고 온 모양이었다.
[제니] (사진) 떡갈비도 맛있어요. 부모님이 오랜만에 너무 좋아하세요~!“부모님 모시고 같이 왔구나. 좋아보이네⋯.”
웃고 있는 세 명의 가족사진.
래원으로서는 참 부러운 풍경이었다.
[제니] 한국 노래로 한국 차트에 오른 기념으로 갑작스럽게 여행 왔어요! 예전에 한국에서도 오디션 숱하게 떨어졌었는데⋯. 제가 부른 노래가 이렇게 인기를 얻으니까, 빌보드에 올랐던 거랑은 또 다르게 기쁘고 감격스러워요. 어쨌든 제가 태어난 나라니까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세요. 감독님께서 이런 거까지 안 궁금하실 수도 있고 바쁘실 수도 있지만, 자랑도 하고 감사 인사도 드리고 싶었어요^^!맨 마지막에 붙어있는 장문의 메시지.
이를 다 읽은 래원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고, 뿌듯했고, 힘이 났다.
[ 부재중 전화 1통 : 민세라 ]인터미션이 끝나기 전에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손가락을 움직였다.
짧은 신호음이 몇번 울리고 그녀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네, 세라씨. 전화하셨었죠.”
뒤이어 민세라가 건넨 말에 래원은 좌석에서 벌떡 일어나고야 말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정말요? 정말 하실 거예요?”
– 그렇대도요. 제가 예전에 철없던 시절 까탈스럽게 굴긴 했지만, 감독님께 말 바꾼 적은 없잖아요.
“그렇죠.”
– 저희 회사에 감독님이 주셨던 기획안도 넘기고 꼭 할 거라고 이야기는 해뒀는데⋯. 이번에도 스튜디오 다이아에서 제작하죠?
“아뇨.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랑 만들기로 했어요.”
– ⋯ 네? 잭슨.. 브로요?
민세라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네. 그렇게 됐습니다.”
– 우..우와! 도 감독님 진짜 축하드려요!”
전화 너머로도 민세라가 잔뜩 흥분한 것이 느껴졌다.
– 저한테도 엄청난 희소식인데요? 실은 우리 매니저 오빠랑 대표님은 어떻게 설득하나 골치 아팠거든요⋯.
“그러고 보니 먼저 이야기 중이라던 다른 영화는 어떻게 하고요?”
– 아직 도장은 안 찍었지만 저희 대표님이랑 그쪽이랑 이미 구두로 이야기가 오가던 중이라 어쩌지 했는데⋯. 잭슨 브로에서 제작하는 작품이라고 하면 더는 긴 말이 필요 없겠어요!
그랬다. 래원도 원더빅 박현만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기에 민세라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간 래원이 지켜본 박현만은 좋은 의미의 기회주의자였기 때문.
그러니 그 자리까지 오른 것이었고, 래미의 브라이트 걸스도 이만큼 키워낼 수 있었던 인물이니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 설사 그쪽 영화랑 문제가 생긴대도 각오하고 있어요. 제 사비로 위약금 물고서라도, 감독님 이번 드라마 꼭 같이하고 싶어요!
그런데. 정작 민세라 본인에게는, 제작사가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라는 것이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기존에 논의 중이던 작품을 고사하고 래원의 드라마로 넘어오기 위한 좋은 핑곗거리를 찾은 듯 반응하는 그녀였다.
– 감..독님? 왜 말씀이 없으세요? 혹시.. 그 사이에 이미 딴 배우한테 컨택 넣으신 건 아니..죠?
그럴 리가. 그저 갑자기 들이닥친 황홀한 자극에, 뇌의 처리 속도를 성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 죄송하지만 절대로 양보할 수 없어요. [율아]는 지금 이 순간부터 제 꺼니까요.
유일무이하게 배역에 꼭 맞는다고 생각했던 배우가, 그 배역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모든 감독이 꿈꾸는 상황일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20화 – 리디북스
* * *
민세라의 연락 덕에 래원은 빈 필하모닉의 2막 공연은 1막만큼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더랬다.
2막에는 피아니스트와의 협주곡이 이어졌다.
래원은 자기도 모르게 이 공간이 세트장이고, 그 피아니스트가 민세라의 [율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머릿속에서는 이미 드라마 촬영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다시 휴대폰을 켰을 때 김윤하 작가에게서 회신 메시지가 와 있었다.
래원이 여기에 답장을 보내려는데,
지이이이잉——
전화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 함현우 ]“현우 형?”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 래원 감독님! 보내주신 거 잘 읽었어요.
“어떠셨어요?”
– 재밌던데요? 사실 읽기 전부터 래원 감독님이 간만에 나를 부르는데 당연히 해야겠거니⋯ 싶기는 했는데, 기획안까지 읽고 나니 이건 안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럼요. 하셔야죠. 이번 기회에 저랑 같이 해외 진출해 보시죠, 현우 형.”
래원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작품은 전생의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꾸려나가는 중이었으나, 이상하게 전혀 두렵지가 않았다.
행운은 다른 행운을 끌어당기고, 희소식은 또 다른 희소식을 부른다고 했다.
잘 되려고 작정한 것처럼 우주의 기운이 래원을 돕는 것만 같았다.
* * *
영화 은 3월이 되며 북미와 홍콩 및 중국과 일본 박스 오피스에도 진출했다.
이에 강채령은 동분서주하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한국이나 유럽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전 세계 곳곳에 과 함께 묶여서 K-무비 돌풍 취급을 받았더랬다.
판이하게 다른 두 장르라 문화에 따라 어떤 나라에서는 이 조금 더 흥행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이 이슈를 모는 정도의 차이만 있었다.
한국식 로맨틱 코미디에 전 세계가 이토록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줄은 래원도 예상치 못한 바였다.
특히 몰입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으며,
[ 도래미, 美 고담어워즈 여우주연 후보··· 에바 베이지와 겨룬다! ] [ ‘어느 탑스타⋯’ 소기중, 홍콩 제작사로부터 잇단 러브콜! ] [ ‘어느 탑스타⋯’와 하경석, 미 독립영화상 조연상 후보 ]하경석 배우 같은 경우에는 국내보다 북미에서 반응이 꽤나 좋았다.
그 영향으로 촬영 중에 있었던 ‘식당 CCTV 모함 사건’이 다시금 유튜브를 타고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 회자되었다.
[ (인터뷰) 하경석, “촬영장 안팎에서 모두가 안 좋게 쳐다볼 때 도래원 감독님이 믿어주셨던 게 당시 큰 버팀목이 됐다.” ]뜨거운 해외 반응 덕인지 국내에서도 이 사건이 역으로 재점화되기도 했다.
또 한 번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린 셈이었다.
영화 반응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이외에 또 여러 가지 이슈를 몰고 왔고,
[ 中예능 ‘일기장 게임’, 영화 과 표절 논란 ] [ 영화 ‘어느 탑스타⋯’ 신예 각색 작가 ‘조민시’ – 흙 속에서 피어난 진주 같은 가정사 주목 ]그뿐만 아니라,
래원도 국제 영화 업계 내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더랬다.
자세한 속사정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래원의 이름이 유럽과 북미의 평단 및 각종 영화제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물론 래원의 귀에도 이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여러 시상식을 다니며 상 받는 것에 익숙한 래원이었으나, 영화로 칭찬을 받는 일은 또 다른 기분이었다. 생경했다.
열심히 만들긴 했어도 첫술에 이렇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기쁜 일임에는 분명하나 구체적인 발표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휩쓸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관심에 연연하거나 괜한 기대를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차기작에 집중하려 애쓰는 래원이었다.
* * *
“함현우 입니다. [선오] 역할 열심히 해내겠습니다.”
“[율아] 역을 맡게 된 민세라 입니다.”
래원, 김윤하 작가 그리고 두 명의 배우 민세라, 함현우.
여기에 안정원을 포함한 몇 명의 스텝들까지.
1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 회의실에 모였다.
홍 대표의 지시로 이선필이 빌려준 스튜디오 다이아의 대회실이었다.
– (제작자이자 이번 드라마의 총괄 책임자 휴 잭슨 입니다.)
– (반갑습니다! 촬영 감독, 로렌 멘데스 입니다.)
회의실 벽면에 가운데에 띄워진 커다란 모니터 속에는 두 사람과 진행 스텝이 보였다.
실시간 통역 프로그램도 돌아가고 있었다.
LA와 서울을 잇는 화상 상견례가 시작된 것이다.
아직 미술 감독도 섭외 중이었고, 조연과 단역 캐스팅이 진행 중이었으니, 오늘 이 자리가 제대로 된 상견례는 아직 아니었다.
휴 잭슨이 배우들을 궁금해했고, 래원과 촬영감독과의 인사 자리도 필요했기에 겸사겸사 마련한 미니 상견례였다.
상당한 투자금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인 만큼 보통의 드라마보다 준비 단계가 더 필요했으니까.
“대본 리딩 시작하겠습니다.”
지금껏 정리된 대본들 중에서, 1화에서 3화까지 민세라와 함현우만 등장하는 장면들만 엮었더랬다.
오늘 이 자리를 위해서 말이다.
휴 잭슨은 래원을 믿는 만큼 작품에 내적인 터치는 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배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길이 필요한 듯했다.
함현우와 민세라는 상당한 몰입력을 보여주었다.
대본을 읽는 것만으로 스텝들의 상상 속에 드라마의 장면이 펼쳐지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마침내 3화의 클라이막스 장면 차례가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VIP 파티.
현악 5중주의 연주가 끝난 후, 오케스트라 관계자들과 VIP들이 술과 다과를 곁들이며 흥을 즐기는 가운데 분위기가 무르익고 모금 행사가 시작된다.
허나 단 두 사람, [선오]와 [율아]는 표정만 애써 웃어 보일 뿐 이 파티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모금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멀찍이 떨어져 이를 관망하다가 서로를 발견하는 두 사람의 장면이다.
“난 가끔 궁금해. 사람들은 음악을 만들려고 돈을 모으는 걸까, 돈을 벌려고 음악을 만드는 걸까?”
“글쎄⋯. 율아 네 생각은 어떤데?”
“내가 먼저 물었는데?”
“난 적어도 지금은 후자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
“너 다운 답이네⋯. 이 오케스트라랑 일하는 건 괜찮아?”
“뭐, 과도기랄까?”
“아, 내가 너무 뻔한 걸 물었나? 이 오케스트라 엄청 별로기로 유명하잖아. 오.합.지.졸.”
“아니. 세상에는 별로인 오케스트라도 오합지졸 단원들도 없어. 별로인 지휘자만 있을 뿐이지.”
그것이 느껴지는 리딩이었다.
래원과 김윤하는 다시 한번 이 캐스팅에 1000% 만족했더랬다.
그때,
짝짝짝짝짝——
화면 속에서 들려온 박수소리.
숨죽여 듣고 있던 휴 잭슨과 로렌 멘데스가 손뼉을 치고 있었다.
실시간 통역 프로그램이 잘 작동했는지, 또 함현우와 민세라의 연기까지 제대로 전달을 해준 것인지 알 길은 없었으나,
그들의 표정이 밝은 것으로 보아 나쁘지 않게 전달된 것 같았다.
– (이번 드라마 작업에 기대가 큽니다. 저에겐 나름의 도전이 될 거 같거든요.)
특히 로렌 멘데스 촬영감독이 눈을 빛내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 (이따가 도 감독님과 따로 조명팀과 그립팀을 정리하고 싶네요.)
“좋습니다. 미술팀에 관해서도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곧 세트 디자인이 들어가야 하니까요.”
래원은 로렌 멘데스가 든든하면서도 그와의 협업에 기대가 컸다.
– (그리고, 저희 측 제작PD 말고도, 한국의 제작PD가 따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프러덕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요.)
이것은 래원이 휴 잭슨에게 따로 건의한 것이었다.
– (도 감독님과 생각을 해봤는데, 안정원 실장님께서 우리 드라마의 제작PD를 맡아주시는 게 가장 합리적인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쪽에 앉아 노트북에 지금의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있던 안정원.
휴 잭슨의 말에 깜짝 놀란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래원을 보았다.
“큰 부담이 아니시라면 실장님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매니지먼트 업무는 드라마 작업 끝날 때까지 당분간 따로 하실 필요 없으시고요.”
래원은 안정원이 말해준 그녀의 꿈을 기억하고 있었다.
스튜디오 포닉스를 능가하는 제작사나 매니지먼트사를 차리는 것 말이다.
이번 기회는 래원이나 드라마에도 합리적인 선택이 될 뿐만 아니라, 안정원의 커리어에도 보탬이 될 것이 분명했다.
래원의 눈을 지그시 보던 안정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안정원이 이번 드라마의 제작PD 직함을 달자,
프리 프러덕션 진행에 가속도가 붙었다.
대본은 10부작 초고를 탈고한 후,
래원과 김윤하 작가가 스크립터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촬영고 작업에 들어간 상태였고,
미국의 미술감독과 한국의 미술감독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세트 제작에도 돌입했다.
함현우와 민세라도 배역의 옷을 입기 위해 음악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함현우는 피아노와 지휘를, 민세라는 피아노를 매일 같이 연습했다.
여름 중으로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하려면 제작PD가 신경 쓸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안정원의 휴대폰은 불이 난 듯 수시로 울려댔다.
지이이이잉——
요즘 연락하는 사람들의 풀이 정해져 있어서 보통은 아는 번호였으나,
“뭐지?”
지금은 모르는 번호였다.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이 업계 일이라는 게 그랬으니까.
모르는 번호로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것.
하지만,
– ⋯ 정원이냐?
이번에는 아니었나 보다.
모르는 번호로, 피하고 싶은 기회가 다시금 안정원을 두드렸다.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 어쩐 일이세요?”
– 덧정없긴⋯. 여전하구나. 간만에 전화한 애비한테⋯.
발신자는 ‘스튜디오 포닉스’의 수장이자, 안정원의 아버지였다.
호적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안정원은 자신의 인생에서 아버지란 작자의 존재를 지워버린 지 오래였으니까.
– 제작 피디 맡았다는 소식 들었다. 그것도 잭슨 브라더스의 첫 드라마.
“신경 끄세요. 당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니.”
– 잘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