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24
“⋯⋯.”
– 하필 스튜디오 다이아에 실장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에 못마땅했었는데⋯.
“끊을게요.”
– 우리 회사랑 잭슨 브로랑 이야기 중이다. 도래원 감독 드라마를 가지고.
“⋯ 네?”
안정원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다가 기함을 할 뻔했다.
– 한국인 감독에, 한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야. 잭슨 브로 입장에서도 원격으로 제작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텐데? 한국 협력사가 필요하지 않겠니?
스튜디오 포닉스는 일종의 하청 업체를 자처하려는 것 같았다.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꽤나 짭짤할 거라는 계산을 한 듯했다.
래원의 이번 드라마가 상당한 돈이 될 거라는 정보를 발 빠르게 얻은 것이 분명했다.
안정원은 알고 있었다.
호적상의 아버지라는 작자가 돈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는 것을 말이다.
“⋯ 좋은 말로 할 때 그만두세요. 더는 내 인생이랑 엮일 짓 하지 마시라고요.”
안정원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재빨리 머리를 굴리며 생각해 내려 애썼다.
저 작자를 대신해서 우리 드라마에 도움이 될 만한 제작사, 휴 잭슨의 마음을 돌릴 묘안을 말이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21화 – 리디북스
– 스튜디오 다이아가 둔하게 그냥 손을 놓고 있는 것 같길래 우리가 접촉해봤지. 서로 좋은 거 아니겠니? 다이아보다 우리가 제작 경험도 한 수 위니까.
“⋯ 서로 좋다고요?”
안정원은 기가 찼다.
돈 냄새 맡고서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중인 거 빤히 알고 있는데 뭔 개수작인가 싶었으니까.
– 그렇잖냐. 잭슨 브로도 그렇고 너도 너희 드라마를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제작할 수 있고, 우리 입장에서도 좋은 경험이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안 대표님.”
– 과연 그럴까? 네 애비 아직 건재하다, 정원아.
“내 이름 그렇게 부르지 마. 누가 내 애비인데? 누가 내 애비야!!”
눈물이 핑 돌았다.
아빠 노릇 제대로 한 적이나 있는지 되묻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으나 꾹 눌러 삼켰다.
괜히 저 작자의 장단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 정원아, 넌 누가 뭐래도 내 딸이야. 지금의 네 능력과 수완이 증명해주잖니. 그게 다 누굴 닮은 거겠냐?
이 말을 듣자마자 안정원의 머리에 스팀이 팍 올랐다.
– 괜한 반항은 그만해라. 이번에 그 드라마 우리랑 같이 잘 만들고, 마무리 되는 대로 다시 애비네 회사로 들어와.
“안 대표님, 착각하지 마세요. 난 엄마처럼 호락호락하지도 않고, 당신 딸도 아니야. 다신 연락하지 마세요. 끊습니다.”
안정원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자마자,
그 번호를 스팸 등록해버렸다.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니,
꺽꺽 소리가 나도록 울음이 터졌다.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상처, 꺼내고 싶지 않아 가슴 속에 꽁꽁 묻어둔 상흔들과 다시금 마주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엔터 사업을 한다는 핑계로 맨날 술 마시고 집에 들어오지 않던, 여자 연예인들이랑 놀다가 바람이 나도 미안한 기색 하나 없이 떳떳하던, 그런 작자였다.
“잔소리 듣기 싫다고 엄마 손찌검하던 새끼, 나중에는 나까지 건드리던 새끼가 이제 와서 아빠 노릇을 하겠다고? 개자식⋯.”
얼마나 울었을까?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깨끗하게 갠 듯 말이다.
그러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채령 언니!”
우리 드라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게다가 휴 잭슨의 마음까지 돌릴 수 있는 그런 대안.
무엇보다, 래원이 이런 자질구레한 것에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작품에만 집중하게끔 해줄 대안이기도 했다. 안정원에게는 이것이 중요했으니까.
안정원은 재빨리 강채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지금 저랑 좀 만날 수 있어요? 내가 언니 있는 곳으로 갈게요!”
* * *
안정원이 일을 벌이고 매듭짓는 사이,
“크으! 역시 삼겹살에는 소주죠! 달다 달아.”
래원은 조민 기자와 함께 상암동에, 허름하지만 맛집으로 소문난 삼겹살집을 찾았다.
조민은 불판 위의 삼겹살이 익기가 무섭게 입안에 넣으며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기자님이 좋아해 주시니 저도 술맛 나네요. 지난번 위스키 바에서, 갑자기 너무 다운 그레이드 인가 싶어서 마음에 걸렸는데⋯.”
“에이, 저도 이런 곳이 더 편하고 좋죠. 앞으로 자주 뵙고 싶습니다, 도 감독님!”
짠——!
철판 테이블 위에서 두 개의 소주잔이 맞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내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조민 기자 같은 사람이랑 내가 이렇게 마주 앉아 삼겹살에 소주하는 사이가 될 줄이야⋯.’
문득 래원은 참 재밌는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민은 전생에도 이생에도 업계 PD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기자였으니까.
기자 입장에서 배우는 잘못 건드리면 팬들한테 테러당할 수 있으니 만만한 게 연출자였다.
조민 같은 경우는, 연출자 쩔쩔매는 거 즐기러 제작발표회 투어한다는 말도 나오는 기자였더랬다.
하지만 그런 조민이 언젠가부터 래원에게만은 꼬리를 내렸다.
“영화 잘 되셔서 요새 기분 좋으시죠, 도 감독님?”
“정말 다행이죠. 영화는 드라마처럼 광고를 미리 팔 수 있는 게 아니라 망하면 답이 없겠더라고요. 엄청 쫄았는데⋯. 다행히 요새 두 발 뻗고 잡니다.”
“어휴, 그러니까요. 요즘 영화 찍던 사람들이나 투자자들이나 다들 드라마로 몰리는 이유가 있다니까요. 도 감독님이 특이한 케이스였지⋯.”
“언젠가 영화도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당시에 제가 쓴 기획이 드라마보다는 영화 시나리오에 더 적합하기도 했고요.”
“암튼 도 감독님은 종잡을 수가 없어. 매번 새로운 시도 하는 거⋯. 조마조마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니까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이번 영화 잘 된 거 조 기자님 덕분도 있다는 거 압니다. 초반에 기자님 기사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표정을 숨기지 않고 함박웃음을 띄우는 조민.
“뭐, 도 감독님의 이런 행보⋯ 지켜보기에 나쁘지 않아요. 아니, 솔직히 감독님의 이런 면이 좋습니다, 나는.”
“⋯ 하하, 뭐예요? 벌써 취하셨어요, 조 기자님?”
“아뇨. 멀쩡합니다. 기분은 좋네요.”
래원은 조민의 잔이 비자 소주를 또르르 채워주었고,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솔직히⋯. 언젠가부터 감독님 작품에 관심이 쭉 있다가 이후로 완전 팬이 됐어요.”
“그 작품은 원작부터 너무 좋았고, 팀도 참 잘 만났죠.”
“참, 그거 같이하신 임상순 작가님도 요새 신작 작업 중이신 거 같던데요?”
래원이 거절했던 이 새로운 감독을 만났나 보다.
래원은 시치미를 떼며 되물었다.
“그래요?”
“네, 나쁘지 않나 보더라고요. TBN에서 올 연말인가 내년 초인가 암튼 겨울 편성도 받은 거 같던데요? 공대.. 공대 뭐였지⋯.”
래원은 노릇노릇 익은 삼겹살을 집어 먹으며 조민이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아! 공대생의 사랑 방정식! 그거 연출자가.. 맞다, 도 감독님도 아시겠네! SBC 출신이시니까.”
“누군데요?”
“하인혁PD. 아시죠?”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방송사가 SBC가 아닌 TBN이라는 것이 달랐으나 그래도 이전의 삶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걸 보니, 그 작품과 하인혁이 인연이기는 했나 보다.
“알죠. 그 드라마 꽤나 잘 뽑힐 거 같은데요? 하인혁 선배가 실제로 카이스트 출신이거든요.”
“공대생이 만드는 공대 배경 드라마라⋯. 엄청 잘 나오거나, 다큐가 돼서 망하거나 둘 중 하나겠네요. 기대됩니다.”
조민이 두 눈을 빛내며 입맛을 다셨다.
마치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말이다.
잠시 잊을 뻔했지만 원래 조민은 이런 기자였더랬다.
단 한 명, 래원만을 예외로 두게 됐을 뿐.
“저도 기대됩니다.”
래원의 말. 진심이었다.
물론, 하인혁 드라마가 어떻게 나올지 결과를 알기에 그의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는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될 래원 자신의 드라마가 기대된다는 의미였다.
래원은 전생에는 없던 명작을 만들어 낼 거니까.
자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도 감독님 신작이랑 비슷한 시기에 붙을 수도 있겠네요?”
오랜만에 흥미진진할 것 같았다.
“뭐, 그 드라마가 아무리 잘 뽑힌대도 도 감독님 작품만 할까요? 아직 릴리즈 전이라 그렇지, 잭슨 브로가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또 국뽕 겁나 좋아하잖아요. 공개되면 난리 날 겁니다.”
역시 조민 같은 사람은 아군으로 만들어두면 보탬이 될 인물이었다.
“그럴까요? 머지않아 조민 기자님의 도움을 또 받게 생겼네요?”
래원도 취기가 돌기 시작했는지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래도 그렇게 될 거 같습니다.”
래원의 농담을 진지하게 받는 조민.
“우리 사장님이 도 감독님한테 관심이 많으시던데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다.
“연예부.. 지금의 엔터부에는 생전 터치 없으시던 오너 일가에서, 도 감독님 기사는 항상 빵빵하게 1면 때리라고 언질을 내렸나 봅니다. 데스크에서 귀띔해주더라고요?”
래원은 알 턱이 없었다.
천하일보 오너 부부이자, 강채령의 부모가 래원에게 관심이 아주 많다는 것을 말이다.
* * *
– 언니, 나 언니네 회사로 영입하고 싶다고 했죠? 저 들어갈게요.
강채령은 어젯밤 자신을 찾아온 안정원과의 대화를 곱씹고 있었다.
– 지금 하는 제작PD 끝나면 나 언니네 회사로 가서 시키는 거 뭐든 할게요.
안정원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 다급해 보였다.
평소 항상 차분하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던 그녀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 단, 부탁이 하나있어요.
강채령의 입장에서 안정원은 대학 입학 시절부터 봐온 친동생 같은 아이였기에,
처음 보는 그녀의 그런 위태로운 모습과 간절한 부탁을 허투루 넘길 수가 없었다.
– 이번에 우리 도 감독님 드라마. 언니네가 제작 대행 업무 좀 맡아줄 수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물론 욕심은 났다.
도래원 감독의 드라마. 그것도 잭슨 브라더스가 단독 제작하는 드라마니까.
또한 령 컴퍼니 역시 투자 및 제작을 표방하며 세워진 회사였으니, 이것은 분명 기회였다.
허나 지금 상황에서 안정원의 제안을 선뜻 오케이할 수는 없었다.
일단 령 컴퍼니는 현재, 영화 해외 업무로 바빴다.
백번 양보해서 인력이야 인맥도 있겠다 구하면 된다지만 진짜 문제는 자본이었다.
래원 감독의 신작 드라마 제작 대행에 필요한 충분한 자본을 당장 확보하기에는 어려웠다.
기회를 무리하게 잡으려다가 회사 전체가 휘청이고 드라마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안정원이 부탁한 기한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인 것이다.
“채령아, 뭔 고민 있냐? 왜 밥을 먹다 말어?”
“아, 아뇨. 그냥 잠깐 딴 생각 좀 했네. 마저 먹을 거예요. 오랜만에 먹는 집밥 완전 맛있어!”
간만에 본가에 온 막내딸이 밥상 앞에서 한숨을 내쉬며 고민에 빠져있자, 강 사장 내외는 걱정하는 눈치였다.
“채령이 너 축하해주려고 부른 건데 왜 이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
“축하요?”
“그래. 우리 딸이 차린 회사에서 투자하는 영화가 대박이 났는데 당연히 축하해야지.”
“채령아, 요새는 네 엄마가 더 난리다. 처음에는 시집이나 가지 왜 그런 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툴툴대더니⋯.”
“내가 언제? 그냥 괜한 고생 할까 봐 엄마로서 걱정 조금 한 거지⋯. 나는 알았어, 우리 딸 잘 해낼 줄!”
“너 밀어주라고 네 엄마 하도 잔소리하는 통에 네 아빠 요즘 피곤해 죽겠다.”
“아니, 네 아빠는 네가 아빠 도움 안 받는다는 핑계만 계속 대잖니.”
“그게 사실이니까. 채령이 네가 엄마한테 말 좀 직접 해줘.”
“채령아, 정말이야? 왜 편하게 갈 길을 돌아가려고 그래, 기집애⋯.”
“내가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어. 채령이가 당신 닮았는지 보통 고집이 아니더라고. 령 컴퍼니는 스스로 일구겠대. 도움 대신 가만히 믿어달라고 전에 나한테 화까지 냈던⋯”
“⋯ 그러네, 그 방법이 있네! 해주세요! 저 밀어주세요, 아빠!”
또 펄펄 뛸 줄 알았던 강채령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날아오자,
강 사장 내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과 강채령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자기 사업은 집안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고 자기 힘으로 하겠다며, 그간 여러 차례 강 사장의 손길을 거절했던 막내딸이었기 때문.
강채령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세운 원칙을 깰 수밖에 없었으니까.
‘잘 생각했어, 강채령. 정원이랑 도 감독님. 둘 다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니까. 내 원칙보다도 더 소중한 사람들⋯.’
강 사장은 돌연 식사는 안중에도 없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비서에게 연락을 넣었다.
“잘 생각했다, 채령아. 능력 좋은 우리 딸, 아빠 도움 조금만 받으면 날개를 달 거다.”
“네, 도와주세요. 대신, 늦어도 5년 안에, 아빠가 이번에 도와주시는 거에 2배로 갚을게요.”
강채령은 여러모로 자신 있었다.
이번 영화로 증명해낸 자신의 능력, 그리고 안정원과의 호흡.
무엇보다 제작 대행할 드라마의 연출자가 ‘도래원’이라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차올랐다.
“이제 곧 우리 회사에서 드라마 제작 대행을 할 거거든요. 자본이 많이 필요해요, 아빠.”
“이번에는 드라마야?”
강채령의 모친이 흥미롭다는 듯 반응했고,
“네, 도래원 감독의 신작 드라마요.”
“도래원?”
이어지는 강채령의 설명에 이번에는 강 사장이 반색했다.
“도래원 그 친구라면 이 아빠도 믿고 레버리지 풀로 당겨서 쾌척할 수 있지.”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22화 – 리디북스
* * *
국제 영화 업계 내에서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 (속보) ‘도래원&도래미’ 남매, 제100회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 [ (종합3보) ‘어느 탑스타의 일기장’, 韓 영화 사상 두 번째 ‘아카데미상’ 공식 노미네이트] [ 韓 영화 최초 아카데미 감독상&여우주연상 동시 노미네이트 ] [ ◆주목할 종목◆ 어느 탑스타⋯,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소식에 관련株 급등↑ ]4월 말 시상식을 앞두고, 래원과 래미 본인들보다 더 신이 난 것은 국내 언론이었다.
앞다투어 두 사람의 노미네이트 소식을 쏟아냈다.
[ 도래원 감독 인터뷰, “노미네이트 만으로 이미 상을 탄 것과 같아.” ]차기작 준비로 바쁜 나머지 유선상으로 짧게 응한 인터뷰였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당일 곧장 기사로 나왔다.
헤드라인은 사실이었다.
드라마 때도 그랬으니까. 그때도 첫술에는 노미네이트만으로도 배불렀더랬다.
래원 처음 만든 영화로 각종 국제 영화제에 이름이 오르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이미 인정받았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세계 영화인들이 최고로 친다는 꿈의 시상식 ‘오스카 아카데미’였다.
그것도 래미와 함께라니 흡족함과 감격스러움이 가득 밀려들었다.
‘내 꿈과 래미의 꿈 모두를 이뤄내겠다고 했었지.’
래원은 다시 20대로 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 같은 다짐을 했더랬다.
그리고 어느새 그 목표에 성큼 다다르고 있었다.
* * *
솨아아아아——
작은 파도가 부서지며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인도양 해변.
엄하늘은 이곳 평화로운 몰디브에서 휴식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썬 베드에 누워 시원하게 모히또를 빠는데,
“제작팀? 아는 동생들 많지. 일 잘하는 애들 많아.”
그녀에게 SOS를 청한 건 다름 아닌 안정원이었다.
“무슨 일이길래 그래? 전화 음질이 이상한 건가? 목소리가 별로다, 정원아?”
이제 40대에 접어든 엄하늘은 업계 내에서도 상당한 짬밥을 자랑하고 있는 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