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43
‘또 조민이야?’
‘감독 킬러답게 오늘도 맨 마지막에 등장하셨고만.’
‘오늘은 안 왔나 했는데⋯.
‘역시나 주인공이 되려고 지금껏 잠자코 있었나 보네.’
얕게 술렁이는 객석 반응과 달리,
래원과 조민은 서로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었다.
– 아니, 사실 이건 질문이라기보다 당부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도래원 감독님이 그간 보여주신 작품들을 전부 보아온 기자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디소스 플레이 독점작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장내는 더욱 술렁이기 시작했다.
‘조민 오늘 왜 저래?’
‘잭슨 브로가 따로 접대라도 해줬나?’
조민이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크에 말을 이었다.
– 물론 이전에도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작품을 내놓으신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한국 배우와 한국 원작으로 만드셨다는 점. 또한, 한국 드라마를 해외에 수출하는 형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디소스 플레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통해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인을 타겟으로 한다는 점 등등을 이유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도 감독님의 드라마가 K컨텐츠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발판이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조민이 마이크를 내려놓자,
래원과 조민의 개인적인 관계를 알 리 없는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술렁였다.
‘조민 저 새끼 어디 아픈 거야?’
‘뭐냐,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그러고 보니 전에 조민이 도래원 감독 영화 특집 기사를 우호적으로 썼었지.’
‘조민도 칸 영화제 탄 감독이라고 알아서 기는 거야 뭐야⋯.’
‘몇 번은 잘 써주기도 하지만, 그래놓고 꼭 다음 작품 기사에서는 뒤통수치는 게 조민 스타일인데⋯. 뭐지?’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조민의 진심을 곡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조민은 감독들을 기죽이는 기자로 유명세를 떨쳤으니까.
물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에 안 들면 가차 없이 혹평을 쏟아내거나, 제작 발표회에 찾아와 당혹스러운 질문으로 면박을 주기 일쑤였더랬다.
단지, 오직 한 사람, 도래원만을 예외가 두고 있을 뿐이었다.
오래 지켜본 결과, 조민에게 도래원은 그만한 대우를 받을 감독이자 자신이 팬을 자처할 만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 그럼 이것으로 오늘 제작 발표회를 마치겠습니다. 와 디소스 플레이에 많은 관심과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짝짝짝——
조민의 유명세를 익히 아는 기자들과 관계자들은 여전히 물음표를 띄운 채로 박수를 쳤다.
방식 자체는 다수의 예상과는 달랐으나, 어쨌든 오늘도 제작 발표회의 피날레를 장식한 조민이었다.
* * *
제작 발표회라는 신호탄을 성공적으로 터뜨린 이후, 시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흘러 어느덧 디소스 플레이의 한국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제 1시간 남짓.
드라마 공개를 앞두고 있었다.
래미가 집을 비운 틈을 타서, 래원은 오늘 모니터를 집에서 하기로 했다.
띵동——
“어, 나가.”
래원이 함박웃음을 가득 띄우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와락——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래원 오빠.”
래원의 품에 안긴 것은 민세라였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진 만큼 서로에게 건네는 말도 짧아졌더랬다.
“뭐야, 홍보 일정 소화하면서 계속 봤잖아.”
“그건 감독과 배우로 본 거였잖아! 이렇게 오빠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티 날 까봐 눈도 못 마주치고⋯.”
래원을 올려다보며 볼멘소리를 하는 그녀였다.
래원이 민세라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자,
그녀가 배시시 웃더니 손에 들고 온 와인을 내밀었다.
“너무 기대된다. 우리 드라마.”
두 사람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 TV의 디소스 플레이를 켰다.
쨍——
“빙의 마에스트로를 위하여.”
“우리의 행복한 연애를 위하여.”
잔을 부딪치고 와인을 한두 모금 홀짝이며 여느 때처럼 업계 수다를 떠는 래원과 민세라였다.
“그거 봤어, 오빠? 공대생의 사랑 방정식.”
“어, 봤지.”
당연히 모니터해야 하는 드라마였다.
전생에 빼앗겼던 드라마이자, 이번 생에서는 래원이 스스로 놓아준 드라마이자, 하인혁의 드라마이지만.
동료인 임상순 작가의 드라마이자, 이재윤의 드라마이기도 했다.
“방영 전에는 홍보도 많이 하고 관심 몰이 많이 했던 드라마인데, 방영 후에는 오히려 쏙 들어갔더라고?”
민세라의 말에 래원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공대생의 사랑 방정식.
반응은 나쁘지도 않았으나, 그리 뜨겁지도 않았다.
허나 전생에 비하면 분명 약한 반응이었다.
‘역시 드라마는 유기체야. 같은 작품이라도 조건이 몇 가지 달라지니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 봐.’
전생에는 첫 방부터 빵 터졌고, 결국 하인혁이 백상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드라마였으나, 이번 생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재윤이 연기력 호평인 건 다행이야.”
“그러게 재윤이 잘하더라.”
“드라마 팬들은 재윤이가 하드캐리하는 드라마라고 난리야. 이재윤 때문에 본다고.”
“배우들은 그러면 어떤 기분이야? 작품은 욕먹는데 나는 칭찬받는 상황.”
래원의 물음에 민세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시고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어릴 때는 그래도 좋았거든? 어쨌든 나는 칭찬받으니까. 진짜로 내가 드라마를 살리고 있는 기분도 들어서 우쭐하고⋯.”
“그럴 수 있지.”
“근데 아니야. 경력 쌓이고 보니 그거 다 욕이더라고. 결국 그 드라마를 택한 것도 나고, 그 드라마를 더 좋게 만들지 못한 것도 나니까.”
“우리 세라, 많이 컸어. 거진 내가 키웠지만.”
“치이, 뭐야⋯. 아마도 재윤이 같은 애들은 애늙은이라 어려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자기 책임도 크다고, 자기만 칭찬받는 거 미안해할 거고⋯.”
민세라의 이야기를 듣자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래원이 보아온 이재윤도 그런 배우였으니까.
‘래미가 잘 챙겨주고 있겠지만, 나도 밥 한 번 사줘야겠네⋯.’
의 반응이 전생과 다르게 흘러가는 가운데, 래원은 이재윤이 마음 쓰였다.
불현듯,
민세라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서비스 시작이다! 틀게. 준비됐지, 오빠?”
래원은 노력을 쏟아부은 만큼 자신이 있었다.
대답 대신 민세라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건넸고, 그녀가 싱긋 웃더니 재생 버튼을 눌렀다.
드디어 ‘빙의 마에스트로’가 전 세계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43화 – 리디북스
* * *
40분짜리 영상 10개.
래원과 민세라는 중간에 치킨까지 시켜 먹어가며 모니터를 마쳤다.
“소감이 어때, 오빠?”
“아무래도 아쉬운 것들이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후회는 없어. 세라는?”
“나도 비슷해. 아쉬운 건 늘 있을 수밖에 없는 거 같아. 그래도 촬영장에서 그 당시의 최선을 다했으니까⋯.”
두 사람은 서로를 안은 채로 잠시 각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모니터를 끝낸 후, 여운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래원이 불현듯 휴대폰을 꺼냈다.
국내외 포털 사이트와 드라마 커뮤니티, 그리고 로튼 토마토 등등의 평점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는데,
“반응이 벌써 떴어, 오빠?”
“아니. 아직 별로 없네.”
“그래. 내일은 돼야 뭐가 뜨기 시작할 거야. 일단 한숨 자자.”
민세라가 래원을 다독이며 휴대폰을 내려두었다.
“반응 뜨기 시작하면 오빠 당분간은 잠 제대로 못 잘 거잖아. 오늘 푹 자두자.”
래원은 자신을 챙겨주는 민세라의 품에 안겨 잠을 청했다.
* * *
“오빠! 일어나 봐! 대박이야, 대박!”
래원의 아침을 깨운 건 잔뜩 신이 난 민세라의 목소리였다.
눈을 뜨자마자 그녀의 예쁜 얼굴을 마주하니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민세라가 내민 휴대폰 속 화면에는,
온통 로 도배되어 있었다.
“⋯ 이게 뭐야?”
래원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켜 다시 휴대폰을 보았다.
“뭐긴 뭐야, 우리 초대박날 거라는 징조지!”
공개 된 지 18시간이 지난 시점이라 섣불리 성패를 단정 짓기는 일렀으나,
18시간 만에 나온 반응들이라기에는 굉장히 뜨거웠다.
“로튼 토마토, IMDb 전부 난리야 난리!”
이 둘은 전 세계의 드라마 및 영화 컨텐츠가 모이는 평론 사이트였다.
래원의 전작들이 여기서 호평을 얻은 전례는 이미 있었지만,
“벌써 98%를 찍었어? 이거 내 작품 중에 최단 시간인데⋯?”
“그러니까 대박 징조라는 거야!”
로튼 토마토는 잭슨 브라더스 자회사나 다름없으니 그 영향이 알게 모르게 있을지라도, IMDb에서까지 이렇게나 빨리 순위권이 들 줄 몰랐더랬다.
“와, 오빠! 지금 비투페라토르 블로그에도 평론 올라왔어. 엄청 빨리 보셨네!”
유명 평론가 중에 제일 먼저 소식을 전한 건 비투페라토르였다.
민세라가 블로그 화면을 띄웠고,
일순간 래원과 그녀는 대화를 멈추고 이를 읽어 내려갔다.
‘차여름 작가님 너무 고마운데? 밥 한 번 사야겠어.’
읽던 중, 래원은 비투페라토르의 정체를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 이 드라마는 예술이 우리 세상을, 사람의 인생을 구원하는 방식을 그리고 있다.
⋯ 빙의로 타인의 인생을 살게 된 주인공 [선오]가 새로운 인생에 적응하는 모습은, 클래식 음악을 지금 우리 사회에 적응시키는 모습과 닮아있다.
⋯ 여러 편견과 난관을 이겨내고 국내 클래식 부흥기를 몰고 온다는 결말까지의 여정이 뻔하지 않게 흥미롭게 그려져,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든다.
래원의 연출적 의도를 읽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따뜻한 응원이 담긴 평론이었기 때문이다.
“이거 읽다보니까 생각났어. 오빠, 그거 알아?”
“뭘?”
“나 처음에 우리 기획안 읽었을 때, [선오] 캐릭터 보면서 오빠 생각했잖아.”
“내 생각?”
“응. [선오] 캐릭터가 특이하고 매력적인데, 왠지 오빠 같더라고.”
민세라의 말에 래원이 진지하게 되물었다.
“그래서 오케이 한 거야, 우리 작품?”
“응? 으음⋯. 솔직히 영향을 주긴 했지. 난 오빠랑 작품 하는 게 항상 좋았으니까.”
“언제부터였는데? 언제부터 내가 그렇게 좋았어?”
“⋯ 비밀!”
민세라가 새초롬하게 혀를 내밀자,
래원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침대로 향하는 래원이었다.
두 사람의 이번 주말은 드라마의 반응만큼이나 뜨거웠더랬다.
같은 시각,
의 폭발적인 반응을 배 아파하며 부들대는 이가 있었으니
“아우, 씨⋯. 대체 이런 드라마가 뭐가 재밌다는 건지⋯. 우매한 대중들 같으니라고⋯.”
하인혁이었다.
심기가 불편한지 연신 얼굴 근육을 씰룩대던 그였다.
“내 드라마 성적이 저조한 것보다 더 화가 난다, 화가 나!”
어느 순간,
그의 두 손이 키보드 위로 올라갔다.
– 근데 빙마에 정도면 표절작이라고 봐도 되는 거 아님? 일드 ‘칸타빌레’랑 존똑이던데?
그는 어느새 사이트마다 악플을 남기기 시작했다.
잠깐 일었던 표절 논란에 기름을 붓는 악플이었다.
– 함현우가 연기한 [선오]는 ‘모차르트 바이러스’의 주인공이랑 ‘칸타빌레’ 주인공 베낀 거 같음ㅋ
– 10화까지 다 봤는데 이 정도면 레알 표절작인데?
– 디소스랑 잭슨 브로가 이딴 드라마에 왜 거금을 투자했는지 모를!
지금 상황에서, 못나고 무력한 하인혁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악플을 남기며 저주를 퍼붓는 것뿐이 없었다.
* * *
대박 예감의 징조는 엇나가지 않았다.
초반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준 는 하루하루 흐를수록 대박작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 덕분에 OTT 서비스를 런칭하는 것에 사활을 걸었던 ‘디소스 플레이’와, 드라마 제작에 첫발을 디딘 ‘잭슨 브라덕스 픽쳐스’는 이번 경사로 연일 주가를 경신하고 있었다.
물론, 래원의 주식 통장도 나날이 두둑해지고 있었다.
특히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디소스 플레이에게 는 효자 노릇을 똑똑히 했더랬다.
세계 1위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소스’의 1분기 실적 발표.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경제 업계 모두 주목하는 행사였고, 이는 유튜브와 디소스 플레이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안녕하십니까.)”
디소스 플레이 CEO의 등장에 장내가 술렁였다.
그의 목에는, 의 [선오]가 극중 파이널 공연 때 하고 나왔던 타이가 둘려있었기 때문이다.
무지개색의 음표가 새겨진 화려한 나비 넥타이였다.
불과 반년도 안 되어 전 세계 OTT업계 2순위를 기록한 디소스 플레이였다.
이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였다.
CEO가 실적 발표 프레젠이션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일본 JJFN 기자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한국 드라마 ‘빙의 마에스트로’가 일본 드라마 ‘칸타빌레’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디소스 플레이의 입장 표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는 온라인 상에서 쏟아지던 호평들 사이, 유일하게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CEO도 이러한 질문을 예상한 듯이 당황해하는 기색 없이 마이크를 쥐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칸타빌레’라는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를 끌었나요? 일본을 제외한 다른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죠?)”
CEO의 날선 질문에, 해당 질문을 던졌던 일본 기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빙의 마에스트’로 같은 엄청난 작품에 영감을 준 드라마라면, 분명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을 게 분명한데⋯. 저는 사실 그 드라마의 이름을 이번에 처음 들어봤습니다만, 반대로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CEO가 태연하게 역으로 질문을 던지자, 일본 기자는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소식은 곧바로 전 세계로 보도되었고, 각종 커뮤니티에 퍼졌다.
ㄴ 그래 이거지ㅋ 소재 같으면 다 표절임?
ㄴ 표절 논란 킹받는 부분 요목조목 잘 지적해줬네!
ㄴ 핵사이다! 클래식 음악물에 지휘자가 주인공이면 다 표절이게?
디소스 플레이 CEO가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역공한 것이, 표절 논란을 잠재우는 약으로 작용했다.
표절 모함론은 쏙 들어갔다.
역시나 하인혁은 이 소식을 접하며 부들부들하고 있었다.
래원의 드라마가 잘 될수록 극심한 무력감이 더해졌으나, 하인혁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 * *
드라마가 잘 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프로덕션 내로 이어졌다.
제작 과정에서의 비하인드를 궁금해하는 통에, 안정원과 그녀 밑의 PD들은 메이킹으로 찍어뒀던 파일들을 꼼꼼하게 뒤지며 분량을 뽑아내기 바빴다.
[아역 배우에게 세상 스윗한 감독님]막내가 편집한 이 영상을 검토한 안정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