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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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1)
* * *
“컷!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10분만 쉬었다가 다음 장면 갈게요!”
오늘 세트장에는 김윤하 작가도 함께였다.
드라마 작가가 이렇게 촬영장에 등판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지만,
래원의 초대에 응한 것이었다.
지난 대본 회의 때 문제가 되었던 장면 때문이었다.
“작가님, 이렇게 찍은 걸로 편집실에서 ‘액자식 과거 회상’으로 연출할 거예요.”
“아, 몽타주로 한 큐에 처..처리 하지 않으시고요? 감독님이 너무 히..힘드실 거 같은데···.”
“힘들어도 해야죠. 몽타주로 처리해 버리기에는, 이 안에 결을 살려야 할 드라마가 많아서요. [노미령]이 단순히 나레이션으로 설명해주는 게 아니라, 그녀가 듣고 보고 경험한 것들을 회상으로 풀어놓는 겁니다.”
“아···. 좋네요. 제가 쓴 대본보다 더 세련되게 나올 거 같아요.”
“에이, 작가님이 써 주신대로 찍는 거예요. 저는 그저 약간의 연출만 가미한 것 뿐이구요.”
“래원 감독님, 겨..겸손하시네요.”
조금 전 촬영한,
[노미령] 가짜 죽음의 전말은 이러했다.애초에 [박규산]은 [노미령]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여, 그녀가 자신의 옛 연인 [연홍]과 매우 닮았다는 점을 이용하여 두 여인의 신분을 작정하고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박규산]은 [노미령]에게 약물을 먹인 후 머리를 단발로 잘라 [연홍]과 바꿔치기하여 정신 병원에 감금시켰다.그리고 [연홍]을 [노미령]으로 만들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하고 무덤 속에 넣었다.
한편, [마리코]는 [박규산]이 전한 동생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기에 직접 발 벗고 나서며 [연홍]의 존재를 알아내기에 이른다.
‘자신을 박규산 남작의 부인이라고 자칭하는 환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정신병원에 찾아온 [마리코]에게 [노미령]은 자신은 연홍이 아니라 노미령이라며 그간 박규산이 벌인 일들을 소상히 밝히게 된다.
그 후 [마리코]의 도움을 받아 병원을 탈출한 [노미령]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무덤가에서, [안승헌]과 재회하게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3화에서 액자식 과거 회상이 끝나면, 엔딩은 2화 엔딩이랑 똑같이 붙일 거예요.”
“아, 시청자들이 또..똑같은 장면을 보고 전혀 다른 느낌과 결론을 내도록 마..만드는 거군요?”
래원은 자신이 덧붙인 연출 의도를 김윤하 작가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맞아요. 2화 엔딩에서는 ‘뭐야? [노미령] 죽은 거 아녔어? 어떻게 살아서 자기 무덤에 나타나? 반전 뭐야?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려!’ 라고 생각한다면, 3화 엔딩에서는 같은 장면이지만 ‘아, 이래서 [노미령]이 죽지 않은 거구나. 저 무덤 속에는 그럼 [연홍]이 들어 있는 거네.’ 하고 사건의 전말을 다 알 수 있게요.”
“조..좋아요! 무조건 좋아요!”
“하하. 작가님 무조건이 어딨어요.”
“저..저는 이제 저보다 래원 감독님을 믿거든요.”
래원은 ‘무조건 믿는다’는 김윤하의 말이 듣기 싫지는 않았다.
김 작가는 어느새 래원을 서포트 해주고 있었다.
그녀와 래원이 합의한 드라마와 캐릭터 안에서,
래원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더 명확하고 세련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일부 대본을 수정해주었다.
“컷! 아주 좋아요, 좋습니다!”
문제의 장면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래원의 목소리가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저..저는 그럼, 이..이만 가보겠습니다. 제 할 일은 끝났고, 작업실 가서 얼른 4화 대..대본 수정도 해야 해서요.”
김윤하 작가가 사람들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윤하 작가님, 오늘 감사했어요. 수고 많았어요.”
래원은 진심을 표했고,
그런 래원에게 김윤하 작가는 입꼬리 가득 미소를 짓고는 눈인사를 건넸다.
“수고하셨습니다, 김 작가님”
“작가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사람들은 작가를 배웅한 후, 이내 다시 자기 일에 몰두했다.
이후 촬영도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어느덧 오늘 일정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잠깐의 쉬는 시간 직후,
“찬아, 이제 다시 슛 들어갈 준비 하자.”
“······.”
그런데,
래원이 지시했지만 어쩐 일인지 유찬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심각한 얼굴로 래원에게 다가와 묻는 유찬.
“래원이 형, 우리 드라마 표절이야?”
유찬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고,
래원은 그저 황당하다는 투로 대꾸했다.
“뭐? 표절? 뭔, 개소리야?”
“래원 오빠, 이게···. 그냥 개소리로 치부할 만한 건 아닌 거 같아.”
지혜영이 폰으로 보여준 기사 내용인즉슨,
연극 의 작가가,
얼마 전 공개된 드라마 시놉시스를 확인 후
자신의 희곡을 표절했다며 방송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확인한 연예 뉴스 탭은 온통 해당 기사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 SBC 측, ” 표절 시비? 사실 확인 중” ] [ 레이스 장갑을 낀 여인 – 표절 의혹의 진실은? ] [ ‘레장여’VS’경성유산’ 결국 저작권 소송으로 번지나? ] [ ‘레장여’ 신예 작가의 윤리 의식 부재가 낳은 표절 논란?! ] [ 레이스 장갑을 낀 여인 – 방영도 전에, 법정 공방부터 시작! ] [ 드라마 ‘레이스 장갑을 낀 여인’ VS. 연극 ‘경성 유산’ – 누가 누구를 배꼈나? ] [ 연극 ‘경성 유산’ 측, “드라마 방송 중지 가처분 신청 제출! 끝까지 싸울 것!” ]래원은 어이없다는 반응과 분노를 동시에 보였다.
“말도 안 돼···. 뜬금없이 표절 논란이라니, 분명 우리 꺼 잘 되는 게 배 아픈 사람들이 작업 친 걸 거야.”
“······.”
“일단. 찬아, 오늘 찍을 거 몇 씬 남았지?”
래원은 침착하려 애썼다.
“다섯 씬. 근데 이것들, 내일모레 찍을 분량이랑 장소, 등장인물 겹쳐서 그날 같이 몰아서 찍어도 돼.”
“그래?”
“걱정하지 말고 얼른 김 작가님한테 연락해봐. 다른 스텝, 배우들한테는 찬이랑 내가 잘 설명할게. 일단은 사실 확인 중이라고.”
“그래, 현장 정리는 우리한테 맡기고 얼른 가서 이야기해 봐, 형. 어떻게 된 일인지.”
래원은 동기이자 조연출인 지혜영과 유찬이, 이 순간 너무도 든든했다.
“고맙다. 잘 부탁해. 빨리 알아보고 수습해볼게.”
래원은 표절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지금의 김윤하 작가는 표절은 물론 거짓말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
적어도 래원이 아는 한은 그랬다.
[지이이이이잉—]김윤하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전에,
황태수 선배의 전화가 먼저 들이닥쳤다.
“네, 선배.”
– 하아···. 래원아, 어쩌냐?
황태수 부장의 목소리가 천근만근이었다.
– 내가 지금 2017년 7월에 초연했던 연극 공연 자료도 찾아보고, 희곡도 구해서 읽고 있는데···. 이건 빼도 박도 못 하게 표절이 맞는 것 같다. 일제강점기 경성이라는 배경이 겹치는 데다가, 인물 구도가 굉장히 비슷해. 하아, 어쩌냐 정말···.
“그럴 리가요. 표절.. 아닐 겁니다. 표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면, 뭐가 필요하죠, 선배?”
– 대본이나 희곡은 어문 저작물이니까, 최초로 저작물을 작성한 시기를 증명할 수만 있으면 돼. 희곡보다 우리가 먼저 쓴 거란 걸 밝혀야 하는 거지.
“그 희곡은 언제가 최초 작성일인데요?”
– 2017년 3월. 동료 작가한테 메일로 희곡을 보낸 기록이 있다더라.
“아···, 저작물을 별도로 저작권 협외 같은 곳에 등록하거나 대중들한테 공개적으로 공표하지 않아도, 그런 개인적인 기록으로도 저작권이 성립되는 거예요?”
– 응, 그렇대. 근데, 넌 정말로 아니라고 보냐, 표절?
“그럼요. 김윤하 작가는 절대로 표정 같은 걸 할 리가 없습니다.”
지금 래원의 머릿속에는 그 누구보다 이 작품에 진심이었던 김윤하 작가의 얼굴과 말이 떠올랐다.
‘인간은 쉽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면 누구나 그런 거더라구요. 그걸 깨닫고 나니,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사회 모순을 엮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그때,
통화 중 다른 전화를 알리는 진동.
[원더빅 박현만]이 드라마의 투자사 대표였기에 받을 수밖에 없는 전화였다.
“선배, 박현만 대표한테 전화 왔어요. 일단은 이거 아무한테도 말씀하지 마시고, 모든 언론사에는 사실 확인 중이라고만 하세요. 우리 대본이 2017년 3월 이전에 작성됐다는 기록만 찾으면 된다는 거죠?”
– 그래.
래원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음 전화를 이어받았다.
“네, 박 대표님.”
– 도 피디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표절이라니? 우리 자본이 들어간 드라마가 표절이라니요!
“박 대표님,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성급하신 거 아닙니까? 한 번 맡겨주셨으면 일단 믿고 기다려주실 수 있잖습니까? 제가 아는 한, 우리 드라마는 절대 표절이 아닙니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레장여’는 김윤하 작가님이 대학생 때 초고를 썼어요. 그 희곡이 쓰인 2017년보다 이전에요.”
– 아, 정말···. 도 피디님, 아마추어처럼 왜 그러십니까? 이 바닥에서 표절이나 아니다는 중요치 않고, 증명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는 거 아시잖습니까?
“그러니까! 제가 증명해 보이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일단 기다려주십시오.”
래원은 전화를 끊고 생각을 정리한 후,
김윤하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가님···.”
– 피..피디님, 저 표절 안 했어요! 이..이거 초고 대학교 3학년 때, 2015년에 쓰..쓴 거예요!
“저는 작가님 믿어요. 근데, 세상 사람들이 다 우릴 믿을 수 있게 증거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에요. 지금.”
– 어..어떻게요?
“2017년 이전에 쓰였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대본이 필요해요. 일단은. 작가님이 2015년 초고부터 2017년 이전에 작성한 대본 파일을 찾아야 해요!”
– 다..당장 전부 뒤..뒤져볼게요!
“네, 저도 지금 바로 작가님 작업실로 갈게요.”
그저 믿음으로는 부족했다.
우리의 믿음이 진실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증명해야만 했다.
연극 은 왜 우리 작품과 표절 시비가 붙을 만큼 비슷한 것인지, 그런데도 왜 ‘레장여’가 표절이 아닌지, 모두에게 증명해야만 했다.
* * *
SBC 신관 앞,
김윤하 작가 작업실 오피스텔.
“아무 데도 없어요. 집 컴퓨터도 자..작업실 컴퓨터도 한 번씩 포맷한 적이 있어서 2017년도 3월 이전 자료들은 없구요. 노..노트북은 작년에 새로 산 거고, 메일이나 웹하드도 호..혹시나해서 다 뒤졌는데, 어..없어요.”
“외장하드나 usb 같은 건요?”
“싹 다 봤죠. 흐흑···. 없어요. 흑.. 저..전 이제 끝났어요. 도 피디님 만나서 흐흑.. 이제 겨우 입봉해보나 하고 조..좋아했는데···. 흐흑.. 정말 지지리 우..운도 없지···. 흐흐흑···.”
“작가님, 작가님! 아직 안 끝났어요. 울지 말고, 방법을 찾아야 해요.”
“다 찾아봤다구요···. 흐흐흑···. 아무도 저 안 믿어 주시는 거 아..알아요. 흐흑. 황태수CP님, 이 국장님, 원더빅 박현만 대표님, 배우들 소속사에서 여..연락 왔어요. 흑흐···. 다들 따..따지기만 해요, 내 말은 믿지도 않고. 흐흐흑···. 다들 내가 표절한 거라고 기정사실화하고···. ”
김윤하 작가는 지금 작가로서 자존심과 정체성에 큰 상처를 입은 듯했다.
이제는 울먹이는 정도가 아니라, 억울한 듯 울부짖기 시작했다.
래원은 분명 방법이 있을 거라며 머리를 굴려보았다.
“작가님, 이 대본 공모전 같은 데에 낸 적은 없어요?”
“흑흐.. 있는데, 2018년이랑 2019년 두 번이에요. 흐흐흑···. 2017년 3월 이전에 내..낸 적은 어..없어요. 흐흑.”
“하아···.”
그렇게 수분의 정적이 흘렀다.
“···!!! 맞다, 작가님! 전에 옥영임 작가님 보조작가 하셨었죠?”
“어..어떻게 아셨어요?”
“그럼 혹시 옥 작가님한테 이 대본 보여드린 적 있어요?”
“네···. 근데 선생님한테 자료가 남아 있을까요? 저 나올 때 선생님이랑 안 좋게 나와서, 저에 대한 건 다 지우셨을 거 같은데···.”
“보작 생활 언제부터 언제까지 하셨는데요?”
“2016년 여름부터 재작년까지요.”
“좋아요.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윤하 작가님은 4부 대본 수정 마무리하고 계세요.”
“그..그치만···.”
“지금 대본 손에 안 잡히는 거 알아요. 근데 작가님, 표절 안 하셨잖아요. 이대로 방영 금지되면 억울하지 않아요?”
“어..억울하죠.. 흐흑..”
“그럼, 글 쓰세요. 우리 어떻게든 표절 아닌 거 밝혀서, 꼭 방송 해야 하니까. 방영하려면, 촬영 해야 하고, 촬영하려면 작가님 대본이 필요해요.”
“그.. 그렇죠···.”
김윤하 작가의 훌쩍임이 비로소 잦아들었다.
래원은 곧바로 옥영임 작가에게 전화를 걸며 그녀의 작업실로 향했다.
* * *
옥영임 작가의 작업실.
래원은 그녀의 보조 작가들 컴퓨터를 하나씩 전부 뒤지고 있었다.
“도 피디, 그 컴퓨터는 뒤져도 소용없다구! 전부 작년에 새로 산 것들이라니깐 그러네.”
하지만 래원에게는 이 말이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지푸라기 한 올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찾아서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옥 작가님, 김윤하 작가님 보작으로 데리고 계실 때 대본 봐주셨다고 하던데···. 기억하세요?”
“기억하지. 나 그거 꽤 예전에 처음 봤어. 아마 가을이었을 거야. 여름 편성 끝나고 쉴 때였으니까.”
“언제 가을이요? 몇 년이요?”
“글쎄···. 2016년 이었나 2017년이었나, 가물가물하네···.”
“하필 2016년이랑 2017년! 둘 중 언젠지 확실히 알아야 해요, 작가님!”
“어우, 알겠어. 소리 지르지 마. 메일로 받았으니까 한 번 확인 해볼게.”
옥영임 작가는 래원의 성화에 메일함에 접속해서, 2016년과 2017년에 주고받은 메일을 찾아보았다.
“어머, 다 지워졌네? 너어어어무 오래 전이라, 메일 용량 때문에 지웠나 보다.”
“혹시 다른 기록은 없을까요···? 다운받은 한글 파일이라거나···.”
“이미 찾아봤는데, 없어. 주기적으로 포맷하거든. 내 중요한 자료만 외장하드에 백업하고.”
“하아···.”
“에효, 드라마 작가로 입봉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깐···. 김윤하 걔가 재작년에 여기서 내 속 다 긁고 나갔어도, 나는 속으로는 걔 응원했다? 정말로.”
옥영임 작가가 넋두리하기 시작했다.
“걔 내 보작하기 전에 처음 만난 게, 학부에서 내 수업 들을 때였거든. 내가 잠깐 문창과에서 강사 했을 때. 그 학교에서 걔가 제일 싹수가 보이는 애여서 내 보작에 꽂은 거였는데···.”
!!!!!
옥영임이 김윤하의 문창과 대학생 시절을 알고 있다는 말에, 래원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작가님! 그때는 혹시 ‘레장여’ 대본이나 시놉시스 같은 거 보신 적 없으세요? 김윤하 작가님이 초고 쓴 게 대학교 3학년 때라 그러셨거든요.”
“···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 그때 시놉시스랑 초고를 과제로 냈었어. 맞어! 그때 봤던 게 ‘레장여’ 그거였어. 그땐 제목이 달라서 까먹었는데, 어렴풋이 기억나네! 제목이 뭐였더라···. 암튼 그게 ‘레장여’ 초고 맞아.”
“그럼 작가님, 그때 그 과제물 받으신 거 학교 웹하드나 어디 보관되어 있는 곳 없을까요?”
“있..을지도 몰라. 내가 강사 할 때 썼던 외장하드! 그거 내가 강사 일 관두고 한 번도 안 건드렸거든. 창고에 있을 텐데···.”
래원은 직접 옥영임 작가의 창고를 뒤졌다.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으로, 결국 외장 하드를 찾아냈다.
“이거 맞죠, 작가님?”
“어, 그거. 그 학교에서 받은 거라, 학교 로고 붙여져 있지? 맞아 그거야.”
래원은 창고 깊숙한 곳에서 뽀얗게 먼지 쌓인 외장 하드를 꺼냈다.
전원과 usb 코드를 연결해서 켜보았다.
기이이이이잉—
외장 하드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힘겹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래원은 파일을 검색해서, ‘김윤하’의 이름이 적힌 한글 파일을 두어 개 찾아냈다.
[시놉시스_김윤하_오카무라 대저택] [단막극 대본_김윤하_오카무라 대저택]“와···! 살았다!!”
래원은 이를 발견한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김윤하 작가뿐만 아니라 래원 자신을 위한 안도이기도 했다.
‘표절? 개소리 집어치우라 그래! 이번 생에는 내 사람한테 뒤통수 맞는 일 절대 없을 거거든! 나는 지난 생의 내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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