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70
작가진과 취향이 통했음에 래원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회의를 이어서 진행했다.
“캐릭터는요? 어느 정도로 각색을 해야 할까요?”
“우선 [현수]랑 [강다원] 둘은 그냥 원작이랑 똑같이 가도 될 거 같아요.”
“나도! 아무래도 [소종선] 캐릭터는 직업 설정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요.”
“웹툰에서 [소종선]이 대기업 사무직이었죠? 흠···. 영상미 연출이 힘들 것 같긴 하네요.”
“그것도 그렇고, 캐스팅 때문에요. 다른 두 캐릭터랑 출연 비중 차이가 너무 많이 날까 봐서요.”
“저도 투탑에 조연 하나 붙인 느낌보다는, 쓰리탑이 좋을 것 같아요.”
래원은 두 작가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외국계 패션 업체의 한국지사 본부장 [현수]
사운드 회사를 운영하는 음악감독 [강다원]
확실히 이 둘과 ‘대기업 재무부서 부장 [소종선]’은 결이 다르긴 했다.
“다른 두 캐릭터랑 달리 [소종선]을 낭만도 목표도 없이 하루하루 버티는 인물로 그린 원작 의도는 알겠는데···.”
“웹툰에서는 그 대비가 좋았지만. 드라마에서는 아무래도 출연 비중 차이로 이어지니까 비슷한 결의 다른 직업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좋습니다. 두 분이 생각하신 직업이 있어요?”
“스타트업 대표 어떠세요?”
“괜찮네요, 스타트업 대표.”
차여름의 제안에 래원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차가을도 덧붙였다.
“워커 홀릭이라는 캐릭터성은 그대로 가져가려고요.”
“네, 세트장 만들기나 주변 인물 설정도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이 수월할 거 같네요.”
빙긋 웃는 세 사람.
“회사의 구체적인 분야는 작가님들께서 기획안이랑 화별 구성하면서 정하시고, 저한테 바로 공유만 해주세요. 이건 웬만하면 작가님들 의견에 따르는 게 낫겠어요.”
“네! 다음에 뵐 때는 기획안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감독님.”
“좋습니다! 두 분의 자매 케미 기대해보겠습니다!”
“헤헤헤. 열심히 하겠습니다!”
“피디님, 주인공 캐스팅, 생각해두신 분들 있으세요?”
“맞아요. 말씀해주세요. 기획안 들어가기 전에 우리끼리 이미지 공유부터 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두 자매가 먼저 래원의 의견을 물었다.
“[현수]나 [강다원]은 아직 잘 모르겠고요, [소종선]은 ‘우종세’ 어떠세요?”
“으악! 전 너무 좋죠!!”
차가을은 전작 ‘시간사’에서 부터 우종세 배우를 마음에 들어 했고, 래원도 마찬가지였다.
성격도 좋을뿐더러 무엇보다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다.
“그럼 [소종선]은 ‘우종세’ 생각하면서 쓰고, [현수]나 [강다원]은 저희도 고민해볼게요. 감독님도 누구 떠오르시면 톡 주세요.”
회의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에
차여름과 차가을이 웃으며 작업실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회의 후에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님들, 혹시요···. 우리 기획안 일주일 안에 나올 수 있을까요?”
“네에? 일주일이요?”
“너무 촉박해요, 피디님!”
정리하다 말고 아우성을 치는 차 자매.
“촉박하죠···. 저도 무리한 부탁인 거 아는데···.”
“캐스팅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피디님?”
“주인공 캐스팅도 서두르면 좋고요, 것보다 JC그룹 투자 건에 들이밀 기획안을 다음 주까지 데스크에 제출해야 해서요.”
“JC그룹이요?”
“네, SBC 편성 중에 1작품 골라서 250억을 투자해준댔대요.”
“히익! 250억??”
두 자매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차여름이 소리쳤다.
“이건 무조건 따내야 해! 가을아, 가즈아!! 할 수 있다!!”
* * *
일주일 후,
SBC 드라마국 국장실.
“문 부장, 너네만 남았다. 뭐 낼 거냐?”
이 국장이 한숨을 푹푹 쉬며 문겸 부장에게 묻자,
문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나머지는 벌써 다 냈어요? 누구 거가 제일 괜찮아요? 지철이 형님 거?”
“최지철 형 거도 나쁘지 않은데, 아무래도 제일 강력한 건 황태수 거.”
이 국장의 책상 위에는 기획안 4개가 올려져 있었다.
내년 하반기와 후년 1분기에 미니시리즈 편성을 받은 5명의 CP가 기획안 1개씩을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JC그룹 측에 전달할 기획안이었다.
5개의 기획안 중에 단 1개만이 250억원 이라는 거액의 투자금을 지원받는다.
때문에, 5명의 CP 사이 신경전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황태수가 낸 게 어떤 작품이길래요?”
“웹툰 각색작.”
“그거 판권을 샀대요? 월미도88 유명하잖아요, 절대 안 팔기로.”
“··· 판권 따냈더라. 것도 초고속으로. 내 참, 무슨 수를 쓴 건지···.”
이 국장이 턱을 긁으며 힘없이 중얼거리자,
문겸 부장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 연출은 누가 하는데요?”
“도래원.”
“네? 도래원이요···?”
순간 경계의 눈빛이 되는 문겸.
“그거 편성이 언제였죠?”
“내년 4분기.”
“하···. 씨, 장호 거랑 딱 겹치겠네.”
이 국장은 자기 라인인 문겸CP와 임장호PD가 선전하길 바랐기에
은연중에 ‘우리’라는 표현을 써 버렸다.
“그래서 말인데, 겸아, 우리는 장호 거로 내지 그러냐?”
“, 괜찮으셨어요?”
“그래, 작가가 워낙 필력이 좋잖냐.”
“네. 형님도 좋게 보셨다면 더 고민할 필요 없죠.”
기획안 더미를 보는 이 국장의 눈빛이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 * *
JC그룹의 계열사,
JC 엔터테인먼트부의 실장실.
“SBC 측에서 보낸 내년 하반기 기획안 5개입니다.”
“고마워요. 들어가 일 보세요.”
홍 실장은 부하 직원에게 보고를 받은 후,
진지한 얼굴로 5개의 기획안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JC 엔터테인먼트’는 후에, JC그룹의 계열사로 덩치를 불리며 ‘JC ENM’이 될 운명이었다.
그리고 JC그룹 임원진의 총애를 받는 홍 실장은 대표 이사 자리에 앉게 된다.
“흐흠···.”
홍 실장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한눈에 보기에도 괜찮은 기획안투성이였다.
“이 중에 백미(白眉)를 골라내야 하는 건가?”
이번 드라마 투자 프로젝트는 홍 실장과 JC엔터테인먼트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SBC와 TBN에서 1개씩, 총 2개의 드라마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일종의 모험인 데다가,
드라마 투자와 제작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하는 JC그룹 총수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당장 하나를 고를 필요까진 없지만··· 후보작 정도는 추려야 할 텐데···.”
홍 실장은 결국 야근을 자처하며 5개의 기획안을 꼼꼼히 검토했다.
그리고 어렵사리 2개의 최종 후보작을 골라냈다.
1.
대본: 명희경
연출: 임장호
책임 프로듀서: 문겸
제작: SBC
2.
원작: 월미도88
대본: 차가을, 차여름
연출: 도래원
책임 프로듀서: 황태수
제작: SBC
이 2개의 기획안을 책상 위에 나란히 펼쳐놓고 다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홍 실장.
는 시대극이었다.
세종대왕과 장영실 투탑 주인공의 우정과, 두 사람을 둘러싼 정치 세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는 홍 실장도 익히 알고 있는 웹툰 원작의 현대극 드라마였다.
“어? 도래원···?”
홍 실장의 눈길이 두 번째 기획안 속
[연출: 도래원]에서 멈췄다.전에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동명이인이 있기 힘든 이름.
한 번 들으면 각인되는 이름.
“그때 구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그 감독인가?”
구 대표는, 홍 실장이 속한 JC그룹 내의 골프 라운딩 멤버이자 JC푸드 대표이사였다.
JC푸드가 일전에 SBC의 드라마 에 햇반 PPL을 넣었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구 대표는 홍 실장과 라운딩을 하며 신나게 ‘햇반 싸대기’ 열풍을 자랑했었다.
그리고 그 열풍을 일으킨 도래원 감독과 옥영임 작가 또한 입이 마르게 칭찬했더랬다.
그럴 만했다.
포털 검색어에도 연일 올라가 있었고, 매출 역시 확 늘면서 주가도 상한가를 쳤으니까.
그때 기억이 떠오르자 홍 실장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렇다면, 한 번 만나보고 결정해야겠네. 둘 중에 250억 원 가치의 백미는 어떤 작품일지···.”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70화 – 리디북스
* * *
SBC의 옥상 정원.
겨울 추위에 뿌연 입김과 담배 연기가 뒤섞였다.
“하아—”
“후하—”
오늘도 드라마국의 김 부국장 라인, 선임 3명이 함께 식후 담배를 태우러 이곳에 왔다.
김 부국장, 최지철 부장, 그리고 황태수 부장이었다.
“JC 엔터테인먼트부, 홍 실장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에 한 번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황태수가 던진 말에
최지철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를 쳐다봤다.
“뭐야? 태수 너한테만 연락 온 거야? 그럼 우리 기획안은 나가리···?”
최지철은 순간적으로 실망한 눈빛이 되었다가,
“이제 우리 태수도 CP티가 제법 나네. 많이 컸어.”
이내 수긍하고는 황태수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황태수가 멋쩍게 웃었다.
“연출은 누구냐? 인혁이? 래원이?”
“래원이 기획안으로 냈습니다, 형님.”
잠자코 듣고만 있던 김 부국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듣자 하니, 문 부장한테도 연락이 간 모양이더라고?”
“그래요? 거긴 뭐 냈대요?”
“사극이래. ‘조선 소울메이트’ 라고 임장호 거.”
“아, 장호가 신작할 때 되긴 했죠···. 작가는요?”
“명희경 작가랑 한다고 합니다.”
황태수는 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연출작 ‘청춘 런웨이’의 작가 명희경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 작품도 JC 눈에 들었구나···. 몰랐네.’
황태수가 말없이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았다.
“홍 실장님 연락받은 게, 태수랑 문겸이 뿐인 거 같다. 내가 들은 거로는 그래.”
“오호. 황태수 대, 문겸 대결 구도로 가는 건가요? 태수야, 잘 해봐라.”
“하하. 네, 최선을 다해봐야죠.”
“최선으로는 안 되지. 목숨 걸고 따내라. 자그마치 250억이야.”
“예, 부국장님!”
몸속에 돌기 시작한 니코틴 덕분인지,
황태수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 하나가 번뜩였다.
‘그러고 보니 JC 홍 실장님이 골프광이랬지? 그럼 식사 말고, 골프 접대를 준비해야겠네!’
“근데 태수야, 도래원이는 그거 판권 어떻게 따냈다디?”
“저도 궁금해 죽겠습니다. 래원이 그 자식 어찌나 불도저 같은지··· 시간사 종방연 바로 다음 날 월미도에 갔더라고요.”
“그래서?”
“그리고 바로 전화 왔죠. 판권 땄다고.”
“그 새끼··· 뭐냐? 용하네?”
“짜식, 술 한 번 같이 먹어야겠네요. 태수야, 그 자식이 월미도88한테 뭘 어떻게 한 거냐?”
“자세히 말 안 해주더라고요. 별말 안 했다면서···.”
“별 말 안 하긴! 분명 뭔가 있을 거다.”
“저도 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월미도88. 몇 년간 내로라하는 제작사 대표들이 그렇게 삼고초려하고, 거액을 들이밀어도 꿈쩍도 안 했잖습니까.”
하지만 김 부국장과 최지철이 황태수에게 아무리 캐물어봤자 소용없었다.
황태수도 아는 바가 없었으니까.
“암튼. 꼭 따내라, 250억. 그거만 해내면 내년도 SBC 드라마국의 최고 기대작이 될 거다.”
김 부국장이 담배꽁초를 비벼끄자,
최지철도 그를 따라 나머지 담배를 껐다.
“먼저 들어가십시오. 저는 전화 한 통화만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황태수가 두 사람에게 꾸벅 인사를 했고
두 사람은 손을 흔들며 털래털래 옥상 정원을 나섰다.
혼자 남은 황태수는 곧장 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래원아.”
– 네, 선배.
“너, 언제 시간 되냐?”
– 네?
“급하다. 골프 라운딩. 내가 머리 올려줄게.”
– 갑자기..요?
“JC엔터부 홍 실장님 접대, 식사 자리 말고 골프 라운딩으로 준비하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