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71
래원은 황태수의 의중을 눈치챘다.
지금의 홍 실장이자, 미래의 ‘JC ENM’ 홍 대표가 유명한 골프광이라는 것은
래원도 이전 생에서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 네,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주말에 나랑 머리 올리고, 다음 토요일에 홍 실장님이랑 라운딩. 콜?”
– 넵, 무조건 그 스케줄에 맞춰야죠. 250억이 걸렸으니···.
“그래야지!”
차여름과 차가을이 며칠 밤을 새워가며 겨우 기한에 맞춰준 기획안이었다.
래원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만 했다.
“우리 말고는, 문 부장님네가 후보란다.”
– 문 부장님 거면···.
“임장호가 연출이고, 명희경이가 쓴 거.”
– 어? 그거 혹시 조선 시대 사극인가요, 선배?
“어떻게 알았냐? 그렇다던데? 제목은 조선 소울메이트.”
– 아···.
“그럼 연습 많이 해라. 주말에 보자.”
황태수와의 통화를 끝으로
래원은 과거의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조선 소울메이트.
임장호 선배와 명희경 작가의 콜라보.
‘그 작품, 내년이 아니라, 후년인가 내후년이었던 거 같은데···. 어쩐 일인지 당겨졌나 보네?”
래원은 별로 위기감이 들지 않았다.
과거보다 편성 시기가 당겨진 것은, 그 작품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으나,
드라마에도 주기적으로 유행이 있었다.
‘어쩌냐, 당분간 2~3년은 현대극 붐이 불 건데···.’
시청자들이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드라마보다는, 피부에 직접 와닿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쫓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었다.
불현듯,
지이이이잉——
[ 도래미 ]휴대폰이 울렸고
래원은 전화를 받았다.
“어, 래미야.”
– 오빠 다음 주 일요일에 시간 돼?
“일요일? 돼.”
– 그날로 정해졌어! 우리 12월 월말 평가이자, 연말 공연!
“오빠는 당연히 갈 거야.”
– 헤헤. 알았어!
“그래, 열심히 해.”
전화를 끊은 래원은, 숨을 한 차례 깊게 들이마시고는 내쉬어보았다.
“다음 주말이 나랑 래미의 분수령이 되겠구나.”
* * *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전주를 지나자,
본격적인 스트릿 댄스가 시작됐다.
I want you to be the one ♬
that’s on my mind
On my mind, on my mind ♪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실.
이번 월말 평가이자 공연에서 같은 팀이 된,
이나, 노노카, 솔라 그리고 래미는
온몸을 땀에 적시며 연습 중이었다.
지금 이곳에는,
제드(Zedd) &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365’ 라는 곡의 강렬한 비트가 스피커를 뚫을 기세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Are you gonna be the one ♬
that’s on my mind?
3-6-5, all the time ♪
네 사람은 비트에 맞춰서 파워풀한 에너지를 내뿜다가도,
멜로디 라인에 따라 손과 다리를 길게 뻗어 쓰면서 아름다운 춤 선을 표현하기도 했다.
3분가량, 여유 있는 몸짓과 표정으로 프로에 비견할 만한 퍼포먼스를 해낸 네 사람.
촤악—
엔딩 포즈까지 절도 있게 뽑더니,
음악이 끝나자마자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상대적으로 춤이 약한 노노카가 제일 기진맥진했고,
춤이 강점인 이나에게도 이 곡은 난이도가 꽤 됐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우리 자..잠깐 쉬자.”
“으하아아.”
래미와 솔라도 언니들 틈에서 땀을 비오 듯 쏟아냈다.
“헥헥헥···.”
“너모 힘들어어엉.”
네 사람은 헐떡이는 숨을 가라앉히려
연습실 바닥에 벌렁 드러눕거나, 혹은 정수기 앞으로 가 물을 마셨다.
한 때 강력한 라이벌이 었던 넷은 함께 연습을 하며 많이 친해진 눈치였다.
“근데 우리 공연, 초대권 2장은 너무 짜지 않아?”
“그냥 부모님만 초대하라는 거지 뭐.”
“고민할 필요 없는 건 좋다.”
다른 멤버들의 초대권 2장은 주인이 이미 정해져 있는 듯했다.
하지만 래미는 달랐다.
‘오빠랑, 또 누굴 초대하지? 담임 쌤···? 민세라 언니···?’
래미는 오빠 옆자리에 누가 앉아야 더 잘 어울릴지를 생각했다.
‘아, 세라 언니는 원더빅 소속이니까 내가 초대 안 해도 볼 수 있으려나···? 그래도, 우리 오빠 옆자리에 앉는 건 또 다르겠지···?’
래미의 눈썹이 팔자를 그리며 심각해졌다.
‘그치만 우리 담임 쌤한테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생각할수록 더더욱 결론이 나질 않았다.
‘에이, 몰라. 오빠 옆자리는 오빠한테 정하라고 해야지.’
래미는 연습실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며 몸을 풀었다.
‘난 연습이나 하자!’
그러자, 지쳐서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솔라가 애교 섞인 목소리를 냈다.
“벌써 다시 연습해? 아앙··· 조금만 더 쉬자, 래미야아.”
“일어나! 우리 열흘도 안 남았어. 파이팅 하자!”
래미가 솔라를 위로 잡아끌었고,
이에 물을 마시던 이나와 노노카도 다시 거울 앞으로 걸어왔다.
터덜터덜 모이더니 지그재그 대형으로 선다.
스피커를 타고 음악이 흘러나오자
언제 징징댔냐는 듯이 돌변한 솔라를 비롯해서
네 사람의 눈이 돌연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특히 래미는 눈으로 레이저라도 쏠 기세였다.
‘실력 발휘 제대로 할 거야. 그날 오빠가 날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 * *
경기도 남한산성 자락에 자리 잡은
어느 회원제 골프장.
래원은 오늘을 위해 열흘간 골프를 맹연습했고,
황태수는 라운딩이 처음인 래원의 머리를 미리 손수 올려주었다.
물론, 지난 삶에 유찬에게 골프를 배운 래원의 입장에서는 처음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예약도 쉽지 않았다.
연말 성수기라 한 팀 취소 자리가 난 덕분에 겨우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기획안 재밌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다음 홀로 이동하는 카트 안.
JC 엔터부 홍 실장과, 황태수, 그리고 도래원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웹툰도 궁금해서 무심코 자기 전에 켰는데, 못 멈추고 끝까지 정주행해 버리고 말았어요. 크하하하.”
“저도 그랬습니다, 실장님. 이 작품이 월미도88의 수작 중의 수작이죠.”
“다음 날 회의가 연달아 있었는데 졸려서 아주 혼났어요. 하하하.”
황태수는 홍 실장의 말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비위를 맞춰주었다.
반면 래원은, 조금 다른 노선을 취했다.
“원작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드라마의 영상미를 더해서 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홍 실장이 싱긋 웃었다.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왠지 자꾸 오페라 의 서곡이 생각나는 작품이에요.”
“모차르트, 말씀이십니까?”
“오호, 아네요?”
반색하는 홍 실장.
“클래식에도 관심 있나 봐요, 도 감독?”
“드라마 감독이라면 뭐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황태수 선배가 가르쳐주셨습니다.”
“하하. 좋은 자세네요. 도 감독은 역시 듣던 대로에요.”
홍 실장의 상기된 반응.
황태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어둠과 밝음이 공존하는 음악이랄까요? 화려하면서도 치열하고, 서글프면서도 환희가 느껴지죠.”
“같은 생각입니다. 그 화려함과 치열함 그리고, 밝음과 어둠이 저는 우리나라 장년층의 모습과도 닮아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요. 나도 그래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 웹툰을 보면서 모차르트를 떠올린 것도 그런 이유였던 거 같고.”
“저희 드라마 가 우리나라 장년층의 삶의 표상이 될 수 있게 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외람되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처럼요.”
이에 홍 실장이 허허허 웃으며 래원을 살피려는 듯 빤히 보았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로 말이다.
래원은 살짝 묵례를 하고는 자연스럽게 저 멀리로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카트가 멈췄다.
세 사람은 캐디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를 잡고, 아이언을 골라 들었다.
홍 실장의 차례.
그가 어프로치 샷을 날렸다.
탕-!
홍 실장의 골프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시원하게 날아가더니 홀컵 인근에 안착했다.
“와아! 굿샷! 굿샷입니다, 실장님!”
짝짝짝짝짝—
래원과 황태수가 손에 불이 나게 박수를 쳤고,
홍 실장은 기분이 몹시 좋은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 컨디션이 굉장히 좋네요. 하하하. 내가 두 분이랑 골프 궁합이 잘 맞나 봅니다.”
“저희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실장님. 앞으로도 이런 기회 자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좋지요. 정기적으로 라운딩 어때요?”
“··· 네?”
황태수가 무심코 던진 말을 홍 실장이 덥석 물자,
황태수는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이 되었다.
“이 참에 셋이 골프 모임 하나 만듭시다. 자주 볼 사이니.”
“아···. 그 말씀은?”
“우리 이제 한배를 탄 사이란 말입니다. 250억원 이라는 초대형 선박.”
홍 실장이 껄껄껄 웃었다.
도래원의 차기작에 청신호가 환히 점등되는 순간이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71화 – 리디북스
“자.. 잘 부탁드립니다, 홍 실장님!”
황태수가 아이언을 등 뒤로 치우고는 홍 실장에게 꾸벅 인사했다.
“무슨 소리세요. 내가 잘 부탁드려야죠. 이제 저희 250억원이 두 분 손에 달린 겁니다. 껄껄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홍 실장이 악수를 청했고,
래원도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우리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날 수 있겠죠? 오늘처럼 날 좋은 날 골라서 공놀이도 하고, 드라마 진척 상황도 공유해주시고요.”
“네.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자리 마련하겠습니다.”
“그럼 난 뭘 하죠? 꿀팁을 하나씩 준비해올게요.”
“어유, 실장님과의 골프만으로도 저희는 감사하죠. 근데 꿀팁까지요?”
세 사람은 웃으며 카트로 이동했다.
“껄껄껄, 나는 드라마 업계 뒷이야기 전해 듣고, 두 분은 정계 정보 가져가시고. 이런 게 그룹 골프의 재미죠.”
“어떤 꿀팁일 지 기대되네요.”
래원의 말에 홍 실장의 표정이 짓궂게 변했다.
“오늘 맛보기 하나 드릴까요?”
“···?”
“1월 되기 전에 우리 그룹 주식 사두세요. 그럼 새해 선물로 재미 좀 보실 겁니다.”
“아···?”
“이유는 묻지 마시고. 그런 것까지 알면 재미없잖아요? 껄껄껄.”
래원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새해가 밝으면 JC그룹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를 말이다.
* * *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압구정의 어느 조용한 카페.
래원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주식 어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제 홍 실장의 귀띔대로 JC그룹의 주식을 예약 매수하기 위해서였다.
“원더빅은 이제 가치를 다 했다. 팔자.”
동시에 원더빅 주식은 처분 예약을 걸었다.
현재 ‘샤이닝 보이즈’의 컴백에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원더빅 주가는,
마찬가지로 ‘샤이닝 보이즈’ 때문에 머지않아 하한가를 치게 될 것이다.
래원은 곧 밝아올 새해 첫날, ‘디스타임’이 터뜨린 보도 내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샤이닝 보이즈’의 리더 ‘기용’의 상습적인 대마초 소지 및 흡연, 그리고 열애설까지.
원더빅 주식의 매매와
JC그룹 주식의 매수까지 예약을 마친 가운데,
갑자기 래원의 시야로 커다란 선물 꾸러미가 들이 밀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류소현이었다.
“힉! 이게 다 뭐예요?”
그녀가 래원의 앞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