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72
“화장품이에요. CF찍고 받은 거고, 제가 산 거 아니니까 부담스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보자던 이유가 이거였어요?”
그간 골프 연습 때문에 바빴던 래원은,
류소현과의 약속을 오늘로 미뤘더랬다.
“이 CF ··· 감독님 덕분에 찍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드리는 거예요. 감사해서!”
“내가 고맙죠. 드라마 같이 잘 해줘서.”
“저 알아요. 감독님께서 ‘시간사’에 끝까지 저를 고집해주신 거. 회사에서 계속 고사했는데도요.”
“제가 감이 꽤 좋아요. 결국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네요?”
“감독님 덕에 [이소은]을 만나서, 류소현도 많이 컸어요. 고맙습니다.”
“내가 고마워요, 잘 쓸게요.”
“근데 감독님 왜 이렇게 바쁘셨어요? 오늘 못 뵀으면 어쩔 뻔··· 저 내일 지현이랑 출국하거든요.”
“아, 그래요?”
“같이 고생했으니까 바람 좀 쐬고 오려고요.”
“부럽네요! 잘 다녀와요.”
“피디님은 어디 안 가세요?”
“바로 차기작 들어가게 됐어요.”
“어머, 안 쉬시고요? 그래서 약속 잡기가 그렇게 힘들었구나···.”
“놀면 뭐 해요. 드라마 만드는 게 제 낙인데요, 뭐.”
“······.”
“그렇게 불쌍한 표정으로 보지 마요. 나도 유럽 갈 거니까.”
“우와아, 유럽이요?”
“새 드라마 로케이션으로요.”
“아···?! 로케..로요···?”
류소현의 눈썹이 팔자 모양이 되며 말을 더듬었다.
이내 뭔가 생각난 듯 주섬주섬 또 무언가를 꺼내는 그녀.
“맞다. 이건 여자 거예요.”
“오! 감사해요!”
입가 가득 웃음을 띠며 반가워하는 래원.
류소현은 그런 래원을 보며 내심 아쉬워했다.
‘래원 감독님, 역시 애인 있나 보네. 하긴, 없는 게 이상하지···.’
“여..여자 친구분 드리면 좋아하실 거예요. 요새 완전 핫템이거든요.”
“그러게요, 좋아할 거 같아요! 여친은 아니지만.”
“···?”
“저 여친 없어요.”
“그럼 누구···?”
“동생이요.”
“아아, 여동생 있으시구나! 그렇구나!!”
래원이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류소현의 표정이 갑자기 확 피면서 목소리가 커졌다.
“여동생분 나이가 어떻게 돼요?”
“이제 곧 고2 올라가요.”
“오? 나이 차가 꽤 나네요?”
“제가 거의 키운 셈이죠.”
류소현이 뭔가 생각난 듯 소리쳤다.
“어? 그러고 보니까, 지현이한테 들은 거 같아요!!”
“뭘요?”
“동생분 ‘재벌의 세계’에 잠깐 단역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아아, 맞아요. 그랬죠. 하하하.”
“우와아, 그럼 오빠는 감독, 동생은 배우?”
“지금은 아이돌 준비를 먼저 하고 있어요. 그때 출연이 계기가 돼서요.”
“어머, 그래요?”
류소현의 리액션 덕분인지,
래원은 한층 더 상기된 표정으로 신나게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네, 노래는 원래부터 곧잘 했는데 요새는 춤도 잘 추더라고요. 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월말 평가인가, 연말 공연인가 하는데 보러 오라더라고요. 전에 연습하는 거 뒤에서 몰래 구경한 적은 있지만··· 갖춰진 무대에서 래미를 보는 건 처음이라, 제가 다 떨리네요.”
류소현은 래원의 팔불출 같은 모습을 처음 보는 터라 피식 웃음이 났다.
‘동생 바보였어, 우리 감독님. 이런 귀여운 면도 있었네?’
“어?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되면 같이 갈래요? 제 동생 공연 초대권이 한 장 더 있거든요.”
“어머, 정말요? 저, 저야 너무 좋죠. 요즘 작품 끝나고 심심하던 차에···.”
“그럼 같이 식사하고 가요. 원더빅 엔터테인먼트로.”
“어머, 원더빅이에요? 저녁은 제가 살게요, 감독님. 서울숲 근처에 기막힌 맛집 알거든요.”
류소현이 벌떡 일어나며 래원을 향해 배시시 웃었다.
* * *
내 안으로 똑똑똑- ♪
문을 두드리는 너를, ♬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의 연말 공연.
지금 무대 위에 핀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선 네 명의 연습생은 래미네 팀이었다.
래미와 노노카가 가운데,
그리고 양 옆에 이나와 솔라가 있었다.
넷은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곡을 함께 부르고 있었다.
내 안으로 뚜벅뚜벅 ♪
걸어들어오는 너를,
내 시선이 언젠가부터 너를,
그런 너만을 향하고 있어 ♬
고음부는 노노카와 래미가 나눠 맡았고,
후렴구 사비에서 네 사람의 화음이 돋보였다.
이 네 사람은 원더빅의 자타공인 데뷔 유력 멤버였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지금 이 곡은 오늘 처음 세상에 선보이는 곡이었다.
기성곡이 아니라서 청중들의 귀를 유독 사로잡았다.
여자의 아련한 고백을 가사로 담은,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의 자체 신곡이었다.
보컬 무대가 끝나고,
네 사람이 겉에 입은 검정 자켓을 벗어던졌다.
조명이 바뀌자,
네 사람이 입은 오프 숄더의 긴팔 화이트 블라우스가 색색이 바뀌는 조명을 반사하며 화려하게 빛났다.
Are you gonna be the one ♬
that’s on my mind?
3-6-5, all the time ♪
이들이 몇 주간 야심 차게 준비한 스트릿 댄스 무대에 공연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파워풀한 에너지로 몸을 쓰는 것도,
유연하게 춤 선을 표현하는 것도 수준급이었다.
무엇보다 네 사람의 호흡이 환상적이었다.
‘손색없는 무대다.’
‘암, 여자 연습생 드림팀이 이 정도는 해야지!’
‘역시 마지막에 시키길 잘했어.’
객석의 관계자와 손님들이 감탄했다.
비트에 맞춰서 몸을 들썩이면서 말이다.
네 사람의 댄스 무대는 앞선 보컬 무대와는 또 다른 노련함이 돋보였다.
그간 흘린 땀방울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3분이 30초처럼 지나가고,
촤악—
엔딩 포즈를 취하는 네 사람.
짝짝짝짝짝—
이윽고 넷은 터져 나오는 박수 사이로, 폴더 인사를 건넸다.
래미는 그 와중에 오빠 래원을 찾아내었다.
한눈에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어···? 근데 저 언니는 누구지···? 뭔가 익숙한 얼굴인데···? 누구지?’
래원의 옆자리에 의외의 인물이 앉아있는 것을 발견한 래미.
순간 머릿속에 가득 맺혔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아···? 류소현 배우잖아···? 저 언니도 우리 오빠랑 친했나?’
* * *
래원의 28살의 끝과, 29살의 시작은 와 내내 함께였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도 기획안과 웹툰을 끼고 있었다.
드디어 새해가 밝았다.
래원의 마지막 20대의 태양이 떠올랐다.
래원은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찾아 포털 기사를 확인했다.
래원의 예상대로였다.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기용’ 이었다.
[ 기용, 마약 혐의 적발 – 소속사 “소환돼 조사 중. 심려 끼쳐 죄송.” ] [ 샤이닝 보이즈, “새해에는 마약 끊을게요.” ] [ 원더빅 1호 커플 탄생 ♥ 뮤즈와 우상에서 연인으로 발전! ] [ 기용, 팬들한테 마약에 열애까지 끼얹는다고? ] [ 올해 첫 열애설의 주인공 – 기용♥은빈 ]은빈은 기용과 같은 원더빅 소속으로 과거 민세라와 함께 ‘문걸즈’의 멤버였다.
이제 내일 오전 주식 장이 열리면,
원더빅의 주가는 폭락할 것이다.
‘그리고 JC그룹의 주가는 소폭 상승하겠지.’
홍 실장의 말대로 올해 초에 JC그룹에 호재가 연이어 기다리고 있으니까.
또한,
래원이 원더빅 주가의 하락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도 따로 있었다.
상반기의 일시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원더빅 또한 하반기에 호재가 기다리고 있으니 래원은 그 흐름을 잘 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윽고,
래원의 휴대폰에 반가운 연락 하나가 더 도착했다.
[우종세] 감독님, ‘소종선’ 하고 싶습니다. 좋은 작품, 좋은 배역 제안 주셔서 감사해요! 잘 준비해볼게요!* * *
「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
“미국의 개념주의 미술가 ‘바바라 크루거’가 했던 말이죠. 데카르트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현대 소비주의의 관점에서 재해석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교 강의실.
래원은 오늘 이곳에서 JC계열사인 유명 패션업계 본부장의 특강 정보를 입수하고는 청강 중이었다.
“현대인에게 소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명품은 이제 하나의 기호가 되었습니다. 가방, 스카프, 옷, 신발···. 그 실제적 이용 가치보다는, 특정한 이미지나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수단이 됩니다. 그 실례로 가수 제니의 별명이 ‘인간 샤넬’이고, 뷔는 ‘구찌 보이’로 불리죠. 기호화된 마케팅입니다.”
래원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면서 명품에 관심이 없던 래원이나 지금부터는 관심을 가져야 했다.
차기작 주인공 중 하나인 [현수]를 잘 만들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드라마 에서는 [I’m GUCCI.] 라는 대사가 등장했습니다. 요즘 서구권에서 구찌는 곧 ‘근사하다’ 라는 뜻으로 쓰이거든요. 빌보드 차트 3위까지 올랐던 ‘구찌 갱(GUCCI Gang)’ 이라는 노래도 그 방증입니다.”
지금, 청강을 하면서
[현수]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이리저리 상상해보는 래원.“그러면, 명품은 사람들의 정체성을 근사하게 포장해주기 위한 사치재로써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인터뷰 하나 보시겠습니다.”
본부장이 버튼을 누르자, 강단 스크린에 영상이 재생됐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1900년대 초반부터 4대째 명품 가방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해온, 보욜라(Bojola)의 이야기였다.
– 가죽이 좋으면 오래된 가방이어도 상태가 좋습니다. 하지만 가죽이 별로면 오래되지 않은 가방도 마치 100년 된 가방처럼 낡아 보이죠.
가죽공예 장인인 3대 보욜라가 등장해서 자신이 만든 가죽 가방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가죽을 한 땀 한 땀 손질하는 장면도 나왔다.
– 요즘 가방을 대량 생산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가죽은 100년을 견디지 못하고 변형됩니다.
3대 보욜라의 얼굴에 깊게 팬 주름.
그가 가죽 가방과 함께한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 저는 다른 이들보다 더 우수한 사람이 되는 것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저 더 좋은 것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이 말은 래원의 가슴 깊숙한 곳에 발자국을 남겼다.
영상이 꺼지자, 다시 강단에서 본부장의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처럼 오늘날의 명품은 ‘소비의 기호’로 진화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 ‘장인의 예술’로 출발했으며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에게 신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명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사람들은 ‘장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욜라의 인터뷰에서 많은 것을 느끼셨길 바랍니다. 오늘 강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본부장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다음 일정이 있는지 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급히 퇴장하는 그녀.
‘우리 드라마에 [현수]가 저 장인이나 저 본부장과 닮았으면 좋겠다. 아집과 고집 사이의 경계에 있는 캐릭터. 목표를 위해서, 가방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릴 것 같은 인물···.’
문득 래원의 머릿속에 한 배우가 떠올랐다.
함현우.
현재 나이 30대 중반으로, 20대까지는 청춘스타로 잘 나갔으나 최근 활동이 뜸한 배우다.
몇 년 전에 돌연 잠적했기 때문이다.
래원의 기억에 따르면,
다시 30대 후반에 반등해서 한류 스타로 크게 될 인물이었다.
스타이기보다 배우이고 싶어했던 함현우.
그래서 도망치듯 잠적해버린 비운의 스타.
래원의 상상 속에서 그의 날렵한 얼굴과 [현수]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졌다.
래원은 작가진에게 톡을 보냈다.
[래원] 작가님들, 우리 ‘현수’ 역할에 함현우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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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여름] 어···. 이미지에는 찰떡이네요..! 근데 최근에 활동을 안 해서.. [차가을] 으음, 솔직히 스타성이 좀 아쉬운데, 괜찮을까요?^^;;이 같은 걱정이 이해는 되었지만,
래원에게는 함현우가 우리 드라마와 함께 날아오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래원] 함현우, 잘할 겁니다. 대신 ‘강다원’ 캐스팅에 조금 더 힘주면 될 것 같아요. [차여름] 저 함현우 하니까 ‘강다원’에 생각난 배우가 있는데요, [래원] 누구요? [차여름] 원준혁이요.원준혁.
함현우와 함께 청춘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배우다.
15년 전쯤인가?
두 배우가 같은 시트콤으로 데뷔했다.
당시 여성 팬들 몰이의 주역 두 사람이 바로 함현우와 원준혁이었다.
둘의 출발점은 같았으나 지금의 함현우는 잠잠한 반면, 원준혁은 영화와 드라마 주연을 꿰차는 탑 배우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레이스는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도착점은 물론, 한 치 앞도 함부로 예견할 수 없는 게 연예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