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10
“어서 오세요. 정말 백 공자님이셨군요.”
성려화가 대청 안으로 들어오는 백무명을 반갑게 맞이했다.
백무명을 데려온 황설지가 말했다.
“성 소저 분부대로 백 공자님을 모셔왔습니다. 인사하세요. 백 공자님.”
“백무명입니다.”
백무명이 포권으로 대청 안에 모인 백여 명의 고수들에게 인사했다.
대청 안에는 이번 표행에 참여한 고수들뿐만 아니라 먼저 무림맹 지부에 도착해 있었던 고수들도 있었다.
물론 이들은 모두 지휘부 고수들로 지부 숙소에는 쟁자수들을 포함해 대략 삼천여 명이 내일 천중산 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연회 겸 작전 회의를 진행 중이었는데, 백무명과 황설지가 들어오자 잠시 대화를 중단했다.
대륙표국 총표두 대륙객이 말했다.
“조금 전 성 소저께 이야기를 들었소. 대왕방의 대왕이살 중 한 명인 이살을 처단했다던데 그게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성려화가 말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이살 그자의 무공은 예상과 달리 일류 수준이었어요. 백 공자는 매우 쉽게 놈을 처단하셨지요. 사실 실력만 본다면 표사가 아니라 표두 자리가 맞을 거예요.”
“하하하. 이거 어쩌지요? 표두 자리는 국주님만 임명할 수 있어서요. 안 그렇습니까? 아가씨.”
대륙객이 옆에 앉아 있는 황의소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다름 아닌 대륙표국주 우문성도의 손녀인 우문혜(宇文慧)였다.
남해검파(南海劍派)의 장문인 남해신니(南海神尼)의 제자이기도 한 그녀는 얼마 전 표국으로 돌아와 표국 일을 돕고 있었다.
우문혜가 미소와 함께 말했다.
“네. 총표두님 말씀이 맞아요. 일단 표사부터 하시다가 나중에 실력이 입증되면 그때 할아버님께서 표두로 임명해주실 거예요.”
“표두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사실 표사가 되려는 것도 이번 천중산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서로 계속 표국 일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흥! 저자의 신원이 매우 불확실하니 표사에 임명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영웅무관 수석 사범 위지형의 말이었다.
“위지 사범. 그 무슨 말인가?”
영웅무관주 성장백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대륙객이 백무명을 표사로 임명하려는 것은 성려화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으로, 이는 곧 관주인 자신의 체면을 고려한 때문이었다.
물론 실력을 보겠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최소한의 기준만 넘으면 무난히 통과될 것이었다.
한데 위지형이 어깃장을 놓으려 하니 당황할 만도 했다.
“관주님. 저자는 원래 거지로 지난 기억을 하나도 못 하고 있다고 합니다. 황 사범이 불쌍하게 여겨 우리 무관에 데려와 치료를 받게 했는데, 제가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한데 우리가 표행에 참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미리 잠입해 다시 접근하려는 것을 보니 매우 수상합니다. 칠마종에서 보낸 간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니 무턱대고 추천했다가 나중에 대륙표국 분들께 오히려 폐를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으음······ 그게 사실이오?”
성장백이 안색을 굳혔다.
사실 지금과 같은 무림대란 중에는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은 중요한 일에서 배척되기 일쑤였다.
“기억을 잃어버린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간자는 아닙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백무명이 신형을 돌려 숙소로 돌아가려 했다.
사실 굳이 표사가 되어야만 천중산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단지 돈을 받느냐 안 받느냐 그 차이였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자신처럼 신원이 불명한 사람을 표사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위지형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하하! 역시 간자가 맞는구나. 도망을 치려는 것을 보니까 말이다. 어서 실토해라. 기억을 잃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처음부터 우리 무관에 잠입하려 연극을 했던 것이 아니냐?”
위지형이 경공을 펼쳐 백무명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짓인가요?”
황설지가 소리치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위지형의 성격으로 봐서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공격할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었다.
화가 난 것은 성려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석 사범님. 무슨 근거로 백 공자님을 간자로 모는 건가요? 아버님. 수석 사범을 말려주세요.”
“위지 사범.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지만······.”
위지형이 반박을 하려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성장백이 평소에는 온화하다가도 한번 화를 내면 무섭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백무명 공자라고 했소? 귀하도 숙소로 돌아가지 말고 있으시오. 내가 보기에 간자는 아닌 것 같으니 려화 말대로 표사 시험을 보는 게 좋겠소. 총표두님. 지금 바로 가능하겠습니까?”
“하하하. 물론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간자는 아닌 것 같군요.”
대륙객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위지형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마무리해야 했다.
“으음, 그 전에 백 공자에게 다시 한번 묻겠소이다. 본 표국의 표사가 될 의향이 있으시오?”
“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간자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표사가 되어야 할 것 같군요.”
“하하하. 좋소이다. 사실 본 표국에 굳이 표사로 들어와 정탐 임무를 수행할 실익은 그다지 없을 거로 생각하오. 문제는 어떤 시험을 치르게 하느냐인데, 정기 표사 시험이 아니라 잠시 생각해봐야 할듯하오.”
대륙객이 생각에 잠긴 후 말했다.
“으음, 아무래도 약간의 소란도 있었고 하니 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다른 분이 수고를 해주시는 게 좋겠소이다. 제 생각에 악 소저나 무적개 두 분 중 한 분이 백 공자의 무공을 평가해주셨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대륙객이 화산옥녀 악완과 개방 장로 무적개를 쳐다봤다.
악완은 우문혜와 함께 어제 이곳 지부에 도착했었다. 무적개 역시 개방의 무력집단인 천강개 백여 명을 이끌고 와 있는 상태였다.
대륙객은 백무명을 둘러싼 논란과 관계없는 두 사람에게 심사를 맡겨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려는 것 같았다.
악완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저는 아직 내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무적개 장로님께서 해주시는 게 좋겠네요.”
“하하하. 좋소. 내가 하리다. 백무명 공자라고 했소? 그래 지금은 쟁자수로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오?”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처음 쟁자수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좋소. 성 소저 말을 들어보면 일류에 근접한 고수를 처단했다고 하던데, 그 정도 무공이면 저 청동향로를 밀어보시오. 이 늙은이가 청동향로를 잡고 있으면서 공자의 내공 수준을 파악해보겠소.”
“장로님을 밀려나게 하면 되는 겁니까?”
“하하하!”
무적개가 황당한 표정으로 껄껄 웃었다.
이는 대청에 있던 지휘부 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적개가 누구던가.
개방 장로로 그 일신 무공이 절정에 도달한 지 오래였다.
대부분 절정고수인 천강개들을 이끌고 온 것만 봐도 그가 절정 중에서도 상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데 그를 한걸음이라도 뒤로 물러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백무명의 말에 다들 어이없어하는 것이다.
소림사 진각대사가 말했다.
“아미타불. 무적개 장로를 내공으로 물러서게 한다면 아마도 표두 자리도 부족할 것이오.”
“아, 그렇군요. 제가 잠시 착각했습니다. 어찌 됐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소.”
무적개가 대청 중앙으로 나와 우수를 청동향로를 향해 뻗었다.
순간 그그긍 소리를 내며 청동향로가 무적개 쪽으로 끌려왔다.
“허공섭물!”
누군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무적개의 심후한 내공에 놀란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직 진각대사 한 사람만이 담담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역시 대단한 내공이오. 차기 태상장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들었는데 명불허전이오.”
진각대사의 칭찬에 무적개가 포권으로 답례했다.
“감사하외다.”
그러는 동안 백무명은 청동향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청동향로를 밀면 그 세기를 무적개가 알아서 판단해줄 것이었다.
대륙객이 말했다.
“준비되었으면 시작하시오. 최대 일각까지 시간을 주겠소. 아, 그리고 이건 형식적인 말이긴 하지만 무적개 장로를 한걸음이라도 물러나게 하면 두말할 것 없이 바로 합격이오.”
“알겠습니다.”
백무명이 고개를 한번 숙인 후 청동향로에 두 손을 댔다.
무적개가 오른손을 청동향로에 댄 후 말했다.
“언제든 시작해도 좋소.”
백무명과 달리 한 손만 댄 것은 그의 무림에서의 배분과 체면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백무명이 말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백무명이 내공을 실어 청동향로를 밀었다.
순간, 여유롭던 무적개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지며 나머지 한 손 역시 청동향로에 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그긍 소리와 함께 청동향로가 움직이며 무적개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백무명이 손을 뗀 것은 바로 그때였다.
“사정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백무명의 말에 중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미타불! 선재로다! 정말 대단한 내공이오.”
진각대사의 말에 그제야 중인들은 알 수 있었다.
실제 내공 대결이 벌어졌고 무적개가 패했다는 것을.
무적개가 말했다.
“진각대사의 말씀 그대로요. 내 비록 전력을 다하지는 못해 정확한 수준을 파악할 수 없지만 표사 수준은 무조건 넘는 것 같소. 혹시 절정에 달한 것이오?”
“잘 모르겠습니다.”
백무명이 의아해했다.
아직 본인의 내공 수준을 정확히 파악 못 한 것으로 보였다.
그때였다.
위지형이 소리쳤다.
“흥!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저는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조금 전 무적개님께서 방심을 하셔서 내공의 일부만 사용하신 게 확실합니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제가 한번 저자와 겨뤄보고 싶은데, 백 공자 귀하는 그럴만한 용기가 있소?”
“좋소. 다만 그대가 패하면 더는 내 신분을 의심하지 않았으면 하오.”
“하하하. 약속하겠소.”
위지형이 껄껄 웃으며 대청 중앙으로 나왔다.
성장백이 이맛살을 찌푸렸으나 그 역시 백무명의 실력을 제대로 보고 싶은지 말리지는 않았다.
이는 무적개와 진각대사 등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조금 전 내공 측정 시험만으로 실력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실전 대결은 그 실력 고하가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속임수를 쓰기 힘들었다.
진각대사가 말했다.
“우리 편끼리 무한정 싸울 수는 없으니 누구라도 쓰러지면 패하는 것으로 하는 게 좋겠소이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위지형과 백무명이 동시에 고개를 숙여 답했다.
진각대사의 위명은 지금 대청 안에 있는 사람 중 최고였다.
감히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무적개 정도였다.
“시작하시오!”
대륙객의 말에 먼저 공격을 가한 것은 위지형이었다.
쏴아아.
파공음과 함께 거센 장력이 백무명을 향해 쏟아져 갔다.
수석 사범답게 장력의 속도와 세기가 일품이었다.
그 성격과 행실에 문제가 많음에도 그가 수석 사범 자리를 맡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무공 실력 때문이었다.
‘네놈 때문에 황 사범이 내게 더 멀리하고 있다. 오늘 본때를 보여주마.’
위지형이 백무명을 노려봤다.
이미 일장을 날렸지만 그 반응을 보고 더욱더 강력한 공격을 가할 생각이었다.
이는 그가 방심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사감이 담기긴 했지만 그 역시 이미 일류고수에 도달한 지 오래였다.
백무명의 무공이 심상치 않음을 어느 정도 깨닫고 있는 것이다.
백무명이 무명신장을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장풍과 장풍의 대결.
꽝 하는 폭음과 함께 대청 전체가 흔들렸다.
“으윽!”
위지형이 비명과 함께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급히 다시 일어났으나 이미 그의 패배가 확정된 이후였다.
“어찌 이런 일이······.”
위지형이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보는 사람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에 백무명이 내공을 줄여 자신이 중상을 입는 것을 막아준 것 같았다.
“으음, 내가 졌소.”
“운이 좋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