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12
“암흑선인. 그러니까 이들 세 명의 목숨이 서로 연동되어있다는 말이오?”
흑반선회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가 말한 세 명은 바로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이었다.
바로 백엽이 암흑동에서 이들 세 사람의 목숨을 연동시킨 후 곧바로 다시 회주동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그동안 흑반선회주는 강시동주, 강시 제조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데 생사신의의 목을 가져오겠다던 백엽이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을 모두 데려와서 한다는 말이 바로 목숨 연동이었다.
물론 그전에 생사신의와 매영설의 경우 몸과 정신을 회복시킨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혈도를 찍고 특수 처리를 해두었다.
그가 아는 신선술과 모든 비법을 동원한 데다가 생사신의의 도움도 받아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때문일까.
흑반선회주는 의아해할 뿐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시 제조장이 한번 살펴보시오. 암흑선인의 말이 맞는지 말이오.”
“네. 회주님.”
강시 제조장이 고개를 숙인 후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하지만 그 역시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짜증이 나는지 백엽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암흑선인. 분명 이들 세 사람은 지휘권만 승계된다고 하지 않았소? 한데 왜 갑자기 목숨까지 연동된다고 한 것이오?”
“그게 바로 강시 제조장께서 함부로 강시종을 흔든 때문입니다. 강시종으로 성녀가 압박을 받았고 생존 본능이 더욱더 강해져 생사신의, 매영설 두 사람의 목숨과도 연동이 된 것이지요. 저도 처음에는 잘 몰랐다가 이번에 생사신의의 목을 베려다 알아낸 겁니다.”
“지금 나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오? 회주님께서 생사신의의 목을 베라고 명하시니 이를 막기 위해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오?”
“그럼 강시 제조장께서는 이들 세 명의 목숨이 연동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건 나도 아직 간파하지 못했소. 하지만 정황이 그렇지 않소? 회주님. 암흑선인이 생사신의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으음, 거짓이라······ 강시동주의 생각은 어떠하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신선강시의 경우 기본적으로 성녀와 목숨이 연동된 것은 사실입니다. 쉽게 말해 신선강시가 모두 소멸하면 성녀 역시 소멸하게 처음부터 설계되어 있었지요.”
“그 이유는?”
“성녀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신선강시의 총지휘자는 강시들을 부릴수록 그 힘이 강해지는데, 수하라 할 수 있는 강시들이 하나도 없게 되면 통제할 수 없어집니다. 이는 주화입마로 인한 실성마인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실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칠십만 강시와의 연계는 끊어졌기 때문에 조금 전 말씀 드린 것은 이제 삼십만 강시에만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성녀가 삼십만 강시와 특수 연계가 되어있어 예외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반대로 성녀가 먼저 소멸하게 되면 원래 생사신의, 매영설 순서로 지휘권이 승계되어야 마땅합니다. 한데 암흑선인의 주장은 지휘권 승계가 아니라 세 사람의 목숨이 연동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생사신의와 매영설 두 사람은 필요가 없게 되는 게 아니오? 성녀가 죽게 되면 그들도 죽게 되는 것이니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성녀가 총지휘권을 가지고 있으니 그녀가 나머지 두 사람에게 명을 내릴 수도 있지요.”
“복잡하구려. 암흑선인 그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소. 지금 그대의 주장을 입증하도록 하시오. 안 그러면 나를 속인 것으로 간주하고 죄를 묻겠소.”
“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회주님 명대로 생사신의의 목을 베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경우 성녀와 매영설 두 사람의 목숨도 끊어지게 되니 그 책임은 저도 못 집니다.”
백엽이 지존검을 높이 들었다.
참고로 지존검은 특수 대법을 여러 번 펼쳐 외부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검과 아무 차이가 없었다.
백엽이 생사신의의 목을 베려 하자 흑반선회주가 급히 저지했다.
“잠깐! 이들 세 사람이 모두 죽게 되면 강시들에 대한 지휘권은 암흑선인 그대가 갖게 된다고 하지 않았소?”
“맞습니다. 사실 그 사실 때문에 이렇게 이들 세 사람을 데려온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으니 차라리 모두 제거하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사실 말이 나온 김에 드리는 말씀이지만, 백엽 그자는 이미 신선 용암에 빠져 녹아내렸는데 어찌 그자의 술수가 제 몸에 작용하고 있겠습니까? 설사 그자가 그런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시전자가 죽게 되면 그러한 금제 역시 풀리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저를 믿지 못하시니 저도 이제 할 수가 없군요. 이들 세 사람을 제거하기 전에 강시종부터 바치겠습니다.”
백엽이 강시종을 흑반선회주에게 바쳤다.
흑반선회주가 강시종을 받고 한참을 살펴본 후 다시 백엽에게 돌려줬다.
“내가 잠시 암흑선인을 오해했던 것 같소. 미안하게 생각하오. 이제 다시는 의심하는 일이 없을 것이오. 다만 완전히 내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신성강시들을 이용해 백반선회 총단을 무너뜨려야 하오. 내 욕심 같아서는 그대가 백만 신선강시 부대를 모두 이끌고 등선봉으로 향했으면 하는데, 며칠이면 되겠소?”
“아,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을 며칠 더 보완해야 하니 사흘 후에는 출정이 가능할 겁니다. 한데 신선강시들의 이동수단이 궁금합니다.”
“하하하.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강시들 역시 신선운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니까. 아직 그것도 모르고 있었소?”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강시동주와 강시 제조장 역시 함께 갈 것이니 세세한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오. 문제는 강시 부대와 함께 갈 흑반선들인데, 어느 정도 병력이면 좋겠소?”
흑반선회주가 강시동주와 강시 제조장을 쳐다봤다.
백엽에게 신임을 보였지만 여전히 그가 믿는 사람은 그들 두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백반선회 총단에 있는 백반선들은 대략 일천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니, 그 열 배인 만 명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등선봉 주위에 놈들이 쳐놓은 절진은 매우 견고하므로 그 정도 병력이 가지 않으면 일방적 승리는 어려울 겁니다.”
“알겠소. 신선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백반선들이 등선봉으로 모여들 수도 있으니, 최소한 만 명은 되어야 할 것 같소. 자세한 출정계획은 내일 작전 회의 때 짜도록 합시다. 암흑선인도 어서 지휘 강시들을 데리고 가서 보완 작업을 마무리하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성녀가 정신을 차린 것은 하루 뒤였다.
그저 정신을 차린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 백엽이 생사신의와 함께 그녀의 정상적인 회복을 도왔다.
매영설 또한 옆에서 잔심부름하며 치료 보조 임무를 맡았다.
물론 암흑동 앞에는 여전히 흑반선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으나, 동굴 입구에 백엽이 쳐놓은 보호진 때문에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게다가 음파도 차단해두었기 때문에 백엽 일행은 비교적 편안히 지낼 수 있었다.
성녀가 깨어난 후 그녀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해주는 시간 역시 제법 걸렸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저 때문에 교주님과 매 소저, 신의 세분 모두 위험에 처했었군요. 죄송해요.”
“아니오. 성녀. 이렇게라도 늦지 않게 정신을 차리게 되어 다행이오.”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성녀 역시 생사신의와 매영설처럼 강시지기를 없애고 몸속에 주입된 약물과 독물을 제거하는데 내공 소모가 막심했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저는 삼십만 강시에 대한 지휘권 역시 사라진 건가요?”
“그건 아니오. 성녀의 지휘권은 보존해두었소.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나의 명을 받아 강시들을 지휘하게 될 것이오. 아, 그리고 세 사람의 목숨 연동도 해제해 두었소.”
“네. 알겠어요. 한데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백만 신선강시를 백반선회 총단에 데려가서 그곳에서 오히려 흑반선들을 공격하실 생각인가요?”
“그렇소. 등선봉 주위에 쳐진 보호진이 매우 강력해서 그 진을 파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오. 그때 신선강시들을 이용해 흑반선들을 공격할 생각이오. 물론 그전에 백반선들과 연락을 취해 우리의 계획을 알려 합공을 가할 수 있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오.”
“백반선회와 사전 연락은 반드시 해두어야 하실 거예요. 안 그러면 적으로 간주하여 백반선들이 강시들을 공격할 수도 있어요. 혹시 백반선들과 연락을 취할 방법이 있나요?”
“한 가지 생각해둔 것이 있소. 신선전음이란 것이 있는데, 미리 설정해둔 반선들과 먼 거리에서도 대화할 수 있는 효능이 있소.”
“설정이라면 혹시 아까 말씀하신 태양반선이란 분과 연락을 취해볼 생각인가요?”
“그렇소. 사실 우리 두 사람은 함께 지성봉으로 침투할 생각이었는데, 그때를 대비해 서로 신선전음 설정을 해두었소.”
“아! 잘되었네요. 그 설정이란 게 어렵나요?”
“그렇지는 않소. 단지 두 사람 사이에 신선전음으로 한 번만 대화를 나누면 되오. 아마도 등선봉 가까이에 도착하면 태양반선과 연락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오. 물론 태양반선이 살아 있어야 하고 진법이 변수이긴 하지만 그렇게 믿고 있소.”
“그렇군요. 백반선회 지휘부까지 연락이 되고 신선강시가 흑반선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등선봉에 있던 백반선들도 나와서 합공을 가할 거예요. 좋은 작전이라고 생각해요.”
“성공할 수 있겠소?”
“네. 다만 흑반선회주가 걱정이에요. 교주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가 교주님을 의심하면서도 일단 지켜보려는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행동을 하게 되면 발각될 위험이 커요.”
“알고 있소. 그래서 일단 등선봉에 도착할 때까지는 조심하려고 하오.”
“네. 아, 또 한 가지 삼십만 강시들은 최대한 그 전력을 보존하는 게 좋겠어요. 나중에 그들을 회복시켜야 하는데 그 전에 회생불능 상태로 빠지게 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것 역시 유념하고 있소. 성녀께서 성력으로 그들과 연계를 했었던 것도 그 이유가 아니었소?”
“그건 아니에요. 저 역시 그들처럼 무의식중이지만 강시가 되기 싫었기에 저항했고, 그 과정에 그들과 기운이 비슷해져 서로 의지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아무튼 흑반선들과의 전투는 일단 칠십만 강시로 충분할 거예요.”
“알겠소. 하지만 그들만으로 부족하면 부득이 삼십만 강시도 가세해야 할 것이오.”
“네.”
“좋소. 신의와 설아는 할 말이 없소?”
“네. 교주님만 믿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무림에 있는 중원무맹 무사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무림과 신선계를 연결해주는 통로에 대해 백반선들에게 물어보지 않으셨나요?”
“물론 물어봤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은 잘 알지 못했다. 아무래도 무림에 자주 나갔던 반선들은 흑반선들이니까. 암흑선인의 기억에 따르면 아무래도 통로 역시 흑반선회주가 알고 있는 것 같다.”
“역시 흑반선회주가 문제이군요. 강시들의 회복도 그렇고 무림과의 연결 통로도 그렇고요. 다만 연결 통로는 사부님께서 특수이동 대법을 완전하게 연마하시면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야 그렇지. 하지만 다른 신선술과 달리 특수이동 대법은 단기간 습득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나 역시 겨우 신선계로 넘어왔으니까.”
“그럼 지금 당장 우리 세 사람을 데리고 무림으로 갈 수도 없는 건가요?”
“안타깝지만 그렇다. 나 혼자만 가능한 수준이니까. 설이 네 말을 듣고 나니 출정 나가기 전까지 특수이동 대법 연마에 주력해야 할 것 같구나. 상황이 어려워지면 우리 세 사람이라도 일단 무림으로 돌아가야 할 테니까 말이다.”
“네. 사부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그래. 모든 일이 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