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Return to Home RAW novel - Chapter (220)
신선계 신선곡.
백엽이 장벽을 뚫고 불회지대를 벗어나자마자 찾은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예감대로 장벽 통과는 성공적이었다.
높아진 깨달음으로 무형검의 경지 중에서도 상급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백엽은 장벽을 통과하는 순간 비로소 지난 삼십 년간 불회지대에서의 수련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장벽 통과라는 오직 한가지 목표를 위해 삼십 년간 집중한다는 것.
백엽의 뛰어난 자질을 생각할 때 그 발전 속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경지라는 지성자에는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 때문일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장벽 통과 중 다시 불회지대로 돌아가서 좀 더 수련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불회지대 밖으로 나가면 지난 삼십 년과 같이 순수하게 수련에 집중하기 힘들 거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을 돌아가시기 전에 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 외 보고 싶은 사람도 많았다.
두 여동생은 물론이고, 성녀, 매영설, 생사신의, 악완 등의 변한 모습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불회지대를 나오기로 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지성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다.
속세에서 속세를 벗어난다는 말처럼 진정한 깨달음은 장소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순간적으로 깨쳤기 때문이었다.
‘어째 신선곡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은 것 같구나. 삼십 년이 지났으면 수목의 높이나 주위 경관이 달라져야 마땅하거늘. 이상한 일이군.’
백엽이 의아해하며 신선곡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역시 입고 있는 의복이 삼십 년 전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불회지대 안에서는 몸은 물론이고 입고 있는 옷도 원상태로 유지가 되었던 것이다.
백엽은 그 이유를 자신의 내공 덕분이라고 생각했으나 정확한 이유는 몰랐다.
얼마 후 백엽이 삼십 년 전 성녀, 매영설, 생사신의와 함께 기거하던 동굴 쪽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였다.
인기척을 느낀 듯 동굴 안에서 세 사람이 나왔다.
사실 그들의 움직임은 백엽이 먼저 간파했으나 그 정체에 관해서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다만 신선계에 살고 있는 짐승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을 뿐.
백엽은 이제 외부 적에 대한 두려움도 거의 없는 상태라 그런 인기척을 무시하고 동굴 쪽으로 다가갔던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기척을 숨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을 본 순간 백엽은 반가움과 함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다.
동굴에서 나온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이었던 것이다.
한데 백엽을 정작 놀라게 한 것은 그들의 얼굴이었다.
백엽 자신과 마찬가지로 삼십 년과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불회지대에 있지도 않은 그들의 전혀 늙지 않은 모습에 당혹감마저 느낀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사부님! 어떻게 되신 건가요? 사흘 전 장벽 너머로 빨려 들어가셨다는 신선전음을 듣고 우리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아세요? 장벽 너머에서 다시 복귀하신 건가요?”
매영설의 말에 백엽이 흠칫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룬 깨달음의 깊이 때문인지 금세 안색을 회복하는 그였다.
“설아. 지금 사흘이라고 했느냐? 나를 못 본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확실하냐?”
“네. 사부님. 한데 그 사흘이 우리에게 얼마나 길게 느꼈는지 아세요? 사실 며칠 더 기다려봤다가 그래도 돌아오시지 않으면 우리 모두 장벽 너머로 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어요.”
“아!”
백엽이 탄성을 터뜨렸다.
의문은 여전했지만 불회지대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매영설의 말을 수긍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녀. 지금 설이가 한 말이 사실이오?”
“네. 교주님. 저 역시 걱정이 많았지만 돌아오시리라 믿었어요. 한데 정말 장벽 너머에 갔다 오신 건가요?”
“그렇소. 내가 없는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소?”
“네. 교주님. 밤마다 괴이한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만 공격은 없었습니다.”
“괴이한 울음소리라면 혹시 마물이나 요괴가 나타난 것이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교주님께서 안 계시니 놈들이 우리 기운이 약해진 것을 느끼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몸이 사흘 전보다 훨씬 가벼워 보이는군요.”
생사신의가 백엽의 몸을 쳐다봤다.
“그래 보인다니 다행이오. 운이 좋아 약간의 성과가 있었소.”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굳이 내가 불회지대에서 삼십 년이나 보냈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당분간은 나만의 비밀로 하는 게 좋겠다.’
“사부님. 장벽 너머로 넘어가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돌아오실 수 있었지요?”
“운이 좋았다.”
“다행이네요. 한데 장벽 너머에 은둔반선 지휘부나 나머지 사방주는 발견하지 못하신 건가요?”
“그렇다. 아무것도 없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자세히 들어봤으면 좋겠구나.”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피곤하실 테니 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고맙소.”
* * *
백엽과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네 사람의 대화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백엽으로서는 삼십 년 만에 만나는 것이라 감회가 깊었다. 성녀 등 세 사람 역시 혹시 백엽이 정말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기야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의 경우 백엽이 없다면 당장 적의 공격에 대처가 어려웠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대화를 하던 바로 그때.
괴이한 울음소리가 동굴 밖에서 들려왔다.
신선곡 내부까지 침투한 것은 아니나 인근까지 접근한 것이 틀림없었다.
“바로 이 소리였소?”
“네. 교주님. 밤에는 계곡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교주님 명에 따라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아무래도 말씀대로 마물이나 요괴인 것 같습니다. 지금 들어보니 어제보다 소리가 더 크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선계 마물과 요괴 전부가 흑반선회의 명을 따르는 것은 아니니 좀 더 지켜보도록 합시다. 우리를 공격하지도 않는데 굳이 놈들을 건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한두 마리가 아니라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라 자칫하면 우리가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의의 말씀 그대로요. 얼핏 들으니 그 수가 천 마리에 가까운 것 같소. 요괴는 아니고 마물 같은데, 괴수 늑대일 가능성이 가장 큰 것 같소.”
“괴수 늑대라 하셨습니까?”
“그렇소. 신선비급에 대표적인 마물과 요괴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괴수 늑대는 마물의 일종으로 주로 한적한 곳에 출몰한다고 적혀 있었소. 여기 신선곡은 장벽과 가까워 반선들도 거의 없으니 놈들이 탐낼 만하오. 놈들이 주식으로 뭘 먹는지 모르겠으나 신선곡만 해도 먹을 것이 천지이니까.”
“아, 그러면 방심해서는 안 될 것 같군요. 놈들이 신선곡을 차지하려 한다면 우리부터 노릴 테니까요.”
“그렇소. 하지만 신선곡 주위에 내가 일종의 경계진을 쳐놓았으니 쉽게 계곡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오.”
“아, 진을 쳐놓고 장벽으로 가셨군요.”
“그렇소. 다만 경계진은 보호진과 달리 임시적이라 사흘이 지났으니 그 효력이 다되었을 것이오. 놈들 중에 마력이 뛰어난 놈이 있다면 충분히 경계진을 허물 수 있을 것이오. 좀 더 지켜봅시다.”
“만약 놈들이 침입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걱정할 필요 없소. 내가 있으니까.”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여유 있는 그의 모습에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도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이야기나 계속합시다. 아무래도 은둔반선 지휘부는 여기 남쪽 장벽 근처에는 없는 것 같으니, 다른 곳으로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소.”
“하기야 장벽 너머에도 아무것이 없다면 수색의 의미가 더는 없지요. 그럼 어디로 가보실 생각인가요?”
성녀의 물음에 백엽이 대답했다.
“장벽은 동서남북 사방에 다 있다고 들었소. 이곳 남쪽이 아니라면 동쪽이나 서쪽, 아니면 북쪽일 가능성이 있지 않겠소?”
“하지만 천계선녀께서 이곳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소. 나도 처음에는 다른 변수를 다 고려해서 이곳을 지목한 것으로 생각했소. 하지만 은둔반선이 왜 은둔반선이겠소? 천계에 문의한 후 지휘부 거처가 파악되었다고 생각해 거처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소.”
“그렇군요. 그럼 어느 쪽으로 가실 겁니까?”
“북쪽 장벽이오. 북쪽 장벽은 백반선회 지휘부가 있는 등선봉을 방패로 삼을 수 있어 흑반선들의 공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오. 물론 은둔반선들로서는 흑반선보다는 대마신들의 공격을 우려하고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적의 침입 가능성이 작으니 북쪽 장벽 인근으로 먼저 가볼 생각이오.”
“언제 출발하실 겁니까?”
“내일 아침 바로 갑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이 일제히 대답한 바로 그 순간.
콰콰쾅 하는 폭음 소리와 함께 늑대 울음소리 같은 것이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간헐적이었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바로 동굴 밖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교주님! 놈들이 계곡 안으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폭음은 경계진이 파훼 되었기 때문입니까?”
생사신의가 다급하게 물었다.
백엽이 미소를 지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소. 놈들이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작정하고 공격을 가하려는 것 같소.”
“아, 그러면 괴수 늑대들이 흑반선회의 지시를 받고 우리를 죽이려 한다는 겁니까?”
“그건 아직 모르겠소. 일단 나가봅시다. 동굴 입구에 보호진을 쳐둔다고 해도 놈들이 물러날 것 같지 않으니까 차라리 제거하는 게 낫겠소.”
“네.”
“네.”
백엽 일행이 동굴 입구 쪽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였다.
늑대 한 마리가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괴수 늑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몸집이 일반 늑대의 세 배에 달했다.
그뿐만 아니라 입 밖으로 솟아나 있는 강철 같은 송곳니와 날카롭기 그지없는 발톱들은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놈이!”
맨 앞에서 가고 있던 생사신의가 일장을 날렸다.
백엽이 몸속에 넣어준 신선지기 덕분에 그의 장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해진 상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괴수 늑대가 옆으로 튕겨 나가 동굴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곧장 일어나 생사신의의 옆구리를 발톱으로 가격하는 게 아닌가.
그 공격 속도가 가히 전광석화와 같았다.
생사신의가 흠칫하며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은 상황.
매영설이 검을 뽑아 괴수 늑대의 발을 잘라갔다.
땅 하는 소리와 함께 매영설이 뒤로 튕겨 났다. 그 덕분에 생사신의가 몸을 피했으나 매영설이 괴수 늑대의 다음 공격 대상이 되었다.
뒤로 날아갔던 매영설이 동굴 벽에 부딪힌 후 다시 튕겨 나와 괴수 늑대 바로 앞에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쿠웨웩!”
괴수 늑대가 듣기 거북한 괴성을 지르며 앞발톱으로 매영설의 머리를 쪼개왔다.
조금 전 공격으로 내부가 진탕된 매영설이 이를 피하지 못하고 안색을 급변했다.
지난 두 달간의 수련으로 이전보다 몇 배는 강해졌다고 내심 생각했는데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다만 뒤에 백엽이 있었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다.
실제로 백엽은 느긋한 표정으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실전 연습을 지켜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성녀가 성력을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백색 섬광이 동굴 안을 가득 채우는가 싶더니 괴수 늑대의 머리가 완전히 박살 났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모두 수고가 많았소. 이제 내가 앞장설 테니 모두 내 뒤에 있으시오. 조금 전 충격으로 동굴이 무너질 것이니 어서 밖으로 나갑시다.”
“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