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Return to Home RAW novel - Chapter (224)
십뇌반선이 은둔곡에 다시 돌아온 것은 열흘 만이었다.
최소 사흘 안에는 돌아오겠다는 그의 약속보다 길어졌지만 백엽 일행은 동요하지 않고 기다렸다.
“죄송합니다. 신선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은둔반선들이 모여서 회의를 여느라 늦었습니다.”
십뇌반선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어떻게 결론이 났습니까?”
백엽이 말을 한 후 살짝 기대감을 표시했다.
옆에 있던 성녀, 생사신의, 매영설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십뇌선생이 담담하게 말했다.
“중지를 모은 결과 우리 은둔반선회는 중립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아!”
예상과 다른 답변에 백엽이 탄식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생각할 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군요. 제가 모르는 특별한 상황 변화가 있었던 겁니까?”
“으음, 솔직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백반선회와 동맹 체결에 긍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저께 대마신회주가 직접 와서 우리 회주님과 동맹 참여 문제를 놓고 일대일 대결을 벌이게 되었지요.”
“아, 그럼 회주께서 대마신회주에게 패해 동맹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겁니까?”
“네. 향후 우리 은둔반선회를 흑반선회와 대마신회에서 건드리지 않겠다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그렇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안타깝군요. 놈들이 약속을 지키리라 생각하시지는 않지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최소 일 년이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최근 백 회주의 무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놈들과 대적해볼 만하다고 내부 판단을 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계의 주인인 마제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
십뇌반선이 백엽을 보기가 미안한지 다소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마계의 주인이 마제라는 인물입니까? 그가 마계에서 가장 강한 자입니까?”
백엽이 급히 질문을 던졌다.
동맹이 이루어지지 않은 대신 평소 궁금해하던 사실에 대해 한가지라도 더 듣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네. 원래 천계와 마계 이야기는 반선끼리도 잘 하지 않지만, 동맹 체결을 기다리고 계셨을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커 제가 아는 대로 말씀드리지요. 혹시 나중에라도 동맹을 맺을 수 있을 테니까요.”
“흑반선회나 대마신회에서 은둔반선회를 공격할 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때가 되면 백반선회나 우리 모두 놈들에게 당해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는데 너무 이기적인 발상이군요.”
매영설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십뇌반선이 흠칫했으나 애써 무심한 척했다.
“일대일 대결에서 우리 회주께서 승리를 했다면 동맹은 반드시 체결되었을 겁니다.”
“그게 아니지요. 대마신회주의 무공이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이미 패배를 예상하고 일대일 대결 제의를 받아들였겠지요. 결론적으로 사부님의 능력을 못 믿어 그런 게 아닌가요?”
“하하하. 솔직하게 말씀드리지요. 열흘 전쯤 백 회주께서 마탑 주위에 갔다가 그냥 돌아오신 일이 있으시지요?”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 사실을 아셨습니까?”
“대마신회주가 통천마경(通天魔鏡)을 보여주더군요.”
“통천마경이라 하심은?”
백엽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통천마경은 마계의 법보 중 하나로 침입자의 모습을 담아둘 수 있는 효능이 있습니다. 평소 통천마경은 마탑 주위를 감시하고 있는데, 백 회주께서 마기를 뚫으려다가 실패하고 그만 돌아가시는 모습이 담겨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우리 회주님을 비롯해 많은 은둔반선들이 백 회주님의 능력에 의구심을 느낀 게 사실입니다. 요컨대 백 회주께서 흑반선회주 정도는 상대할 수 있으나, 대마신들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고 결론 내린 것이지요. 동맹을 맺게 되면 즉시 전면전을 벌어야 하는데 백 회주의 능력이 그 정도라면 승산이 없다고 봤습니다. 차라리 일 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갖고 힘을 기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우리 회주께서 대마신회주와의 대결에 앞서 패배를 예상했다는 매 소저의 지적은 부인할 수 없겠군요. 이상이 우리가 동맹 체결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 그리고 이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이지만 꼭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말씀해주십시오.”
“대마신회주의 말에 의하면 조만간 대마신회에서 직접 백반선회 총단을 공격할 거라고 하더군요. 혹시 모르고 계셨습니까?”
“네. 대마신회주의 그 말은 언제 들으신 겁니까? 그저께입니까?”
“네.”
“흥! 그런 정보는 최대한 빨리 말씀해주셔야지요. 은둔반선회 분들이 너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 같아 실망이에요.”
매영설이 언성을 다시 높였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지금이라도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동맹 문제는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 하실 말씀이 또 있으십니까?”
백엽이 은둔반선회의 도움에 대한 집착을 버린듯한 말을 하자 십뇌반선이 흠칫했다.
“으음,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긴 합니다. 정말로 마탑의 마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곳으로 돌아오신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마기가 비록 강했지만 못 뚫을 정도는 아니었지요. 통천마경에 제 모습이 어떻게 비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맹 체결을 앞두고 전선을 확대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속히 돌아온 겁니다. 아, 물론 마탑 주위에 깔린 마기가 별것 아니란 뜻은 아닙니다.”
“아, 역시 그랬군요. 한데 혹시 마탑에 간 이유가 사방주 때문입니까?”
“네. 알고 계셨군요. 대왕 늑대 그놈을 제거하면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사방주가 마탑과 요성에 있을 가능성이 큰 것 같아서 일단 마탑에 가봤었지요.”
“역시 그랬군요. 사실 이건 극비사항인데 백 회주께서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군요. 그 전에 한가지 약속을 해주시겠습니까?”
“무슨 약속인지는 몰라도 도의에 합당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호탕하시군요. 다른 게 아니라 나중에 우리 은둔반선회가 공격을 받으면 도와주십사하는 겁니다. 면목은 없지만 대신 중요한 사실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혹시 사방주와 관련한 겁니까?”
“역시 보통 분이 아니시군요. 맞습니다. 사방주 두 개를 이미 갖고 계시니 혹시라도 나머지 두 개를 마물왕과 요괴왕(妖怪王)에게서 빼앗게 된다면 사라진 은둔반선기(隱遁半仙旗)를 찾으십시오. 은둔반선기를 찾아 무상봉(無上峰) 위에 꽂으시면 신선계에 있는 모든 은둔반선들이 백 회주님의 명을 따르게 될 겁니다.”
“은둔반선기는 어디서 찾을 수 있습니까? 무상봉은 어디에 있지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고밀약에 의해 은둔반선들은 은둔반선기 주인의 명을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은둔반선회주님도 마찬가집니까?”
“네. 은둔반선기가 나타나면 은둔반선회주 자리도 자동으로 은둔반선기 주인에게 넘어가지요. 무엇보다 지금은 은둔반선회에 가입한 은둔반선들이 원래 인원의 십 분지 일도 안 되는데, 은둔반선기 주인의 명에는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그 힘은 가히 마계와도 견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겠군요. 은둔반선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수도에 전념한 분들이 나타나실 테니까. 하지만 은둔반선기를 찾는 게 정말 어려울 것 같군요. 어디에 있는지 짐작도 되지 않고 말입니다.”
“하지만 백 회주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솔직히 우리 은둔반선들이 일 년의 시간을 번다고 해도 놈들을 상대할 힘을 기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백 회주님께 기대를 걸어보는 겁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네. 중요한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다들 무운을 빌겠습니다.”
십뇌반선이 포권한 후 신선운을 타고 사라졌다.
“사부님. 십뇌반선 저분이 은둔봉으로 돌아가신 것 같은데 차라리 쫓아가서 그 위치를 파악해두는 게 어떨까요? 운이 좋으면 은둔반선회주라는 분과도 만나 말씀을 나누실 수도 있잖아요? 은둔반선기의 주인이니 하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차라리 마탑에서 사부님이 무공이 약해 돌아온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 혹시라도 은둔반선회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매영설의 말에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마탑에서 내가 한 행동의 의미는 은둔반선회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내가 마탑의 마기 정도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뚫어야 마계와 싸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그러기 때문에 지금 가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은둔봉의 위치 또한 마찬가지다. 은둔봉이라 해서 고정된 봉우리가 아니라 은둔반선 지휘부가 있는 봉우리가 바로 은둔봉이 되기 때문에 조만간 그 위치가 다시 바뀔 것 같구나.”
“교주님 말씀이 옳아요. 대마신회주의 말이 맞는다면 백반선회 총단이 위험하니 속히 등선봉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성녀의 말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이오. 태양반선이 내게 신선전음을 보내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직 공격을 받지 않은 것 같지만, 이제 약속한 석 달 기한이 다가오고 있으니 등선봉으로 가서 백반선들과 앞으로의 상황을 논의하는 게 좋겠소.”
백엽의 말이 끝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은둔곡 주위에 검은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십뇌반선을 보내기 위해 금단선진을 해제한 상태라 그 기운을 막을 방어 수단이 없었다.
성녀와 생사신의, 매영설이 안색을 굳히며 주위를 둘러봤다.
“사부님! 침입자들이에요!”
“알고 있다. 모두 그대로 있으시오.”
백엽이 담담히 말했다.
그러는 동안 검은 연기는 어느새 은둔곡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한데 그 연기의 모양이 보통 연기와는 달랐다.
마치 눈사람처럼 군데군데 뭉쳐있었다.
백엽이 검은 연기를 향해 말했다.
“어서 모습을 드러내시오. 혹시 대마신들이오?”
“후후후! 그렇다. 역시 소문대로 무공이 뛰어나구나. 우리 정체를 알아내다니!”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연기가 흩어지며 인영들이 나타났다.
흑의를 입은 그들은 모두 나이를 알 수 없는 노인들이었다.
그 수는 모두 열두 명.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나 음산한 기운만으로 보는 이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후후후! 우리는 대마신회 소속으로 십이마객(十二魔客)이라 한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의 말이었다.
그는 십이마객의 수장으로 마계에서는 일마객(一魔客)이라 불리는 대마신이었다.
“나는 중원무맹주이자 백반선회주인 백엽이라고 하오. 무슨 일로 우리를 찾아온 것이오?”
“회주께서 백엽 네놈을 체포해 오라고 명을 내리셨다. 원래 우리 중 한두 명만 오면 되지만 최근 네놈의 무공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말이 있어 이렇게 십이마객 모두가 온 것이다. 너는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나는 영광으로 생각하지 않소. 아무튼 대마신들의 실력을 파악할 좋은 기회인 것 같구려.”
“네놈이! 흑반선회주를 이겼다고 기고만장한 것 같은데, 우리 대마신은 한 명 한 명이 흑반선회주와 맞먹는 무공을 지니고 있다.”
“오호! 그럼 내가 지금 흑반선회주 열두 명과 싸우게 되는 셈이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어떻게 하겠느냐? 순순히 우리를 따라가겠느냐? 아니면 팔 하나를 잃고 개같이 끌려가겠느냐?”
“나는 그대들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며 팔을 잃지도 않을 것이오.”
“맹랑한 놈. 그래도 백반선회주라고 제법 용기가 있구나. 하지만 지금쯤 백반선회 총단은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회주님께서 직접 대마신들을 이끌고 가셨으니까. 천여 명밖에 안 되는 놈들이 어찌 당해낼 수 있겠느냐?”
“그건 약속 파기가 아니오?”
“약속은 흑반선회주가 했지 우리 대마신회가 한 것이 아니다.”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천계에서 대응이 있을 것이오.”
“곧 신마대전이 발발할 것인데 어찌 천계의 눈치를 보겠느냐? 순순히 따라갈 마음이 없어 보이니 어쩔 수가 없군. 외팔이가 된 후 우리를 원망하지 마라.”
“말이 너무 많소. 어서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