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s First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190
천하제일 시한부 (190)
‘x발, 화포가 몇 기야?’
마인들의 숫자가 엄청나다.
거리는 이미 조용해졌고, 제갈세가 주변은 완벽히 마인들로 포위된 상태였다.
서걱―!
난 눈에 보이는 대로 마인들을 가차 없이 베어 나가며 전진했다.
촤악―!
허공에 핏물로 수놓고, 그렇게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려도 마인들은 고통도 잊은 채 날 향해 달려들었다.
‘미친 새끼들.’
소름이 돋는다.
마인들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저것이다.
공포, 고통을 초월해 그저 맹목적으로 상대를 죽이고 싶다는 저 마음가짐.
시뻘건 광망을 두른 채, 내게 달려드는 마인들을 보면서 나는 계속해서 검을 흩뿌렸다.
콰아앙―!
또다시 울린 폭음.
난 아차, 하는 표정으로 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갈세가의 후원.
모락모락 검은 연기가 피어나고, 그쪽으로도 새까맣게 마인들이 몰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 x발.’
난 아차 싶었다.
마인들이 중원에 들어섰다.
헌데……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간 마인들을 그토록 억제해 왔는데…….”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제갈세가의 무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져 나갔다.
심지어 화포를 동원했다.
어떤 경로로 화포를 입수했는지는 몰라도, 저것이 무림에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무림인을 극도로 경계하는 황궁이 직접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서진.”
그때였다.
또다시 달려드는 마인들 서넛을 베었을 무렵, 누군가 내 이름을 나직히 부르며 다가왔다.
척―!
마인들이 일제히 물러났다.
“…….”
난 상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지 모르는 상대다.
“오랜만이군.”
한데, 아는 체를 해 온다.
“기억에 없는데, 누구냐?”
내가 묻자, 상대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이러면 좀 기억이 나려나?”
스륵―!
상대가 묶어 놓은 꽁지머리를 풀었다.
어깨위에 상대의 머리카락이 나풀거리자, 그제야 내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넌 그때…….”
아 죽이지 못했었던가?
천마를 암습하기 위해 마교에 잠입했었던 그날.
천마를 호위하던 놈들이 여럿있었다.
총 일곱 놈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운 좋게 그중 하나가 살아남은 모양이다.
“명줄이 기네. 그리 살아남았으면 찌그러져서 조용히 살 일이지 왜 튀어나와서는…….”
난 말과 함께, 검을 비스듬히 눕혀 세웠다.
“그때는 진짜 죽는 줄 알았거든.”
상대가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길게 새겨진 검상이 꿈틀거렸다.
“아깝네.”
그래, 새록새록 기억이 돋아난다.
일곱 놈의 보폭에 맞춰 단 일검에 몽땅 베었었는데.
그중, 마지막 놈을 베었을 때 뭔가 손의 감각이 얕았다는 느낌을 받았었지.
“감당할 수 있겠냐?”
고오오―!
난 자세를 낮추고 기운을 끌어 올렸다.
십성 전하결의 공력이 전신을 충만하게 채웠다.
이만큼 기운을 끌어 올려도 심장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
과연 대환단이 좋긴 좋다.
“감당이라……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상대가 슬쩍 돌아섰다.
이내 그의 뒤편으로 또 다른 사내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 어?”
처음에는 누군가 했다.
하지만…… 놈들이 내뿜는 기파를 읽어 버렸다.
“음양쌍괴.”
칠괴 중 하나인 음양쌍괴다.
둘이지만 하나처럼 움직이는 탓에 붙여진 별호다.
“그간 어디 처 숨었나 했더니, 마교에 붙어 있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조금 쫄린다.
음양쌍괴는 그 기괴한 기행 때문에 칠괴에 머물고 있지만, 사실상 그들의 실력은 아득히 오성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말이 필요한가?”
“필요없지, 물론.”
음양쌍괴가 헤죽 웃었다.
어쩜 쌍둥이라더니 둘이 처 웃는것도 똑같다.
파밧―!
이내 음양쌍괴가 동시에 내게 짓쳐들었다.
까득―!
난 곧장 검을 세워 우측 관자놀이를 노리는 양괴의 검을 막아 냈다.
투두둑―!
강하게 밀어 내는 반탄력과 함께, 몸이 쭉 밀려났다.
까각―!
난 팔을 안쪽으로 당겨 양괴의 검이 내 목까지 닿게 만들었다.
검이 내 목까지 닿을 수 있을 만한 거리.
그렇게 오게 됐다는 건 곧 그만큼 검의 궤적이 흐트러졌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양괴의 몸이 한 발 더 내쪽으로 쏠렸음을 뜻한다.
터덕―!
난 들어오는 힘을 그대로 받아쳐 양괴의 검을 가볍게 밀어냈다.
동시에, 허리를 틀어 그 반동으로 몸을 반 바퀴 회전시켰다.
탱―!
좌측 하단부를 노리던 다른 검날.
음괴의 검이다.
난 음괴의 검마저 퉁겨 내고 돌던 속도 그대로 몸을 완벽히 회전시켰다.
탱―! 쐐액―!
공기 가르는 소리와 함께, 양괴의 검이 다시금 내 허리춤을 노리고 베어 들어왔다.
‘짜증 나는군.’
단 일 합 만에 이들의 공격로가 대충 그려졌다.
‘둘 다 쾌검식.’
탱―! 태앵―!
난 황급히 검을 휘둘러 음양쌍괴의 검을 퉁겨 내기 바빴다.
조금이라도 허점이 보이면 그대로 치고 들어갈 수 있겠는데…… 이게 미묘하게 보이지 않는다.
허점이 보일라 하면 그 틈을 다른 놈이 메꿔 버리니까.
‘삼재검.’
첫 번째 장, 태산압정.
거창한 이름과 달리 그냥 내려찍는 검세다.
하지만…….
‘연환식.’
태산압정에 이은 횡소천군.
세로 베고 가로 벤다.
단순한 동작이다.
하지만 난 그 동작을 수십 년간 반복해 왔다.
까각―!
검날에 불꽃이 튀었다.
흠칫.
놈들이 당황하는 것이 보인다.
빠르기로 덤벼 오면 더 빠르게 받아쳐 준다.
그렇게 놈들의 호흡을 내 호흡속에 녹여 버릴 것이다.
까가각―! 깍―!
과연, 먹쇠 아재가 만들어 준 검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순식간에 수십여 합을 겨룬 지금, 놈들의 검날이 무뎌지고 있다.
쇠가 쇠를 자른다.
촤악―!
동시에 형인 양괴의 손아귀가 죽 찢어지며 핏물이 터져 나왔다.
“놈!”
양괴의 일갈과 함께, 그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그냥 몸 풀기라면, 진짜 살초는 지금부터 시작된다는 뜻이리라.
과연.
파슷―!
양괴의 몸이 흐릿하게 변했다.
동시에 잔상을 남기며 거리를 벌리는 양괴.
그에 반대로 음괴는 더욱 집요하게 날 향해 파고들었다.
까강―! 깡―! 까가가각―!! 챙―!
단 한 호흡 만에 십여 초를 나눴다.
음괴의 손속이 더욱 빨라졌고 난 그의 검을 모조리 퉁겨 냈다.
서걱―!
동시에 음괴의 한쪽 어깻죽지를 갈랐다.
십성의 전하결.
이걸 견딜 수 있는 놈은 몇 없다.
하지만 이걸론 부족하다.
텅―!
둔중한 충격음과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양괴.’
나와 거리를 벌렸던 양괴의 검격이다.
스각―!
간발의 차이로 허리를 숙여 놈의 검격을 날린 다는 곧장 자세를 회복하고는 그대로 허공으로 짧게 도약했다.
촤아악―!
아니나 다를까.
내가 도약하기 무섭게 내 하단부를 노리던 음괴의 검이 애꿎은 바닥만을 쓸었을 뿐이었다.
“후후.”
난 가만히 검을 털고 놈들과 거리를 벌렸다.
제법, 재밌다.
놈들의 합격술이 너무도 절묘해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팟―!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음괴의 신형이 무섭게 날 향해 쏘아져 들어왔다.
파바바바박―!!
그때였다.
하늘을 가득 메운 시커먼 점들.
“화살.”
난 낯빛을 굳히곤 그대로 몸을 틀어 빠르게 신형을 회전시켰다.
날아드는 화살 끝 그리고 음괴의 검 끝.
동시에 내 뒤통수를 노리는 양괴의 검격까지.
과연 무림에서 수십 년간을 살아남은 노고수들 다웠다.
‘어쩔 수 없나.’
쿵―!
난 가볍게 진각을 내려찍었다.
양괴와 음괴의 몸이 찰나간 움찔거렸다.
그 찰나면 충분했다.
스가가가가각―!
놈들이 움찔거린 그 찰나 난 날아드는 화살들을 모조리 퉁겨 내고 베어 냈다.
촤아악―!
화살을 쳐 내기 무섭게 음괴의 검 끝이 매섭게 내 미간을 파고들어 왔다.
‘움직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어느 정도 놈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하단 말이지.’
검놈들은 찌르기 위주의 검식이다.
물론 중간중간 초식의 연계를 위해 태산압정이나, 횡소천군의 검세가 섞여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그건 연계를 위한 검세에 불과하다는 것.
‘후후.’
난 저 단조로운 초식을 수십만 번도 넘게 휘둘렀 봤다고.
텅―!
난 빠르게 빈 왼손으로 음괴의 턱을 후려갈겼다.
당연하지만 막혔다.
하지만 흔들린다.
놈의 초식을 잇는 저 단조로운 검식이.
‘약점.’
파악했으면?
움직여 줘야지.
쿠구구구구―!
단전이 꿈틀거렸다.
전하결의 구결대로 전신내력이 순식간에 주천을 끝냈다.
“흐흐, 빠르긴 했는데.”
난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재미도 이만큼이면 볼 만큼 봤고.
콰르르릉―! 터엉―!
‘월하무, 진천괴뢰.’
음괴의 턱주가리가 그대로 짓뭉개졌다.
방금 툭 던진 주먹 그리고 다시금 이어진 일 권을 음괴는 차마 막아 내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다음.”
양괴가 당황한 듯, 눈알을 굴렸다.
“도, 동생…….”
부들부들.
그의 검끝이 떨려 왔다.
‘좋군.’
나에겐 좋은 현상이다.
양괴의 내부가 뒤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니까.
타닷―!
“이노오옴!”
역시나.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양괴.
콰드드드득―!
대지에 길게 상흔을 새기며 일직선으로 날아든 양괴를 보며 난 천천히 검을 치켜 세웠다.
화륵―!
살의가 피어오른다.
‘삼매경혼.’
형상화된 살의가 넘실거렸다.
하지만 미처 이를 보지못한 양괴는 같은 속도로 내게 짓쳐 들어왔다.
“우…….”
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양괴가 허겁지겁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미, 미친…….”
팟―!
한 걸음 옮겼을 뿐이고, 난 그대로 양괴의 몸을 베어 버렸다.
촤아악―!
핏물이 사방을 수놓았다.
“후우.”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는다.
칠괴를 잡았음에도, 독기는 발작하지 않았다.
어쩌면, 전신내력을 모조리 움직여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스륵.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천천히 돌아섰다.
“죽여.”
“우와아―!”
거친 함성과 함께, 마인들이 달려들었다.
쿠르릉―!
하늘이 요동쳤다.
어째선지…… 모조리 베어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 * *
터덩―!
“크흑.”
종서는 거칠게 몸을 일으켰다.
그는 입가에 흘러내린 피를 대충 손등으로 문질러 닦은 뒤, 떨어뜨린 검을 잡고 비척 몸을 일으켰다.
이미 사방에는 곤륜 제자들의 시체로 즐비했다.
그에 못지않게 마인들을 잡아 냈으나, 종서 혼자론 이제 역부족이었다.
“전호.”
“…….”
종서가 자신을 날려 버린 상대를 향해 적개심을 불태웠다.
전호.
그는 수라마가의 호법이다.
“너희 대장도 어차피 곧 죽을 것이다. 순순히 포기하고 그냥 얌전히 뒈지거라.”
전호가 피식 웃으며 천천히 다가섰다.
그의 거대한 두 주먹이 시퍼런 강기로 둘러싸였다.
‘권마, 전호.’
종서가 씁쓸하게 웃었다.
아쉽게도 종서는 전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단 일 권에 갈비뼈가 모조리 아작 난 것 같다.
‘어쩌면…….’
불길했다.
종서는 이 자리가 자신의 최후가 될 수도 있음을 직감해 버렸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진…….’
해 봐야지.
굳게 다짐한 종서가 다시금 검을 잡았다.
“오거라.”
종서는 전호를 향해 손끝을 까딱거렸다.
전호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그대로 몸을 날렸다.
투콰앙―!
“커헉!”
분명 검면으로 전호의 주먹을 막았다.
하지만 전신에 짜르르한 충격과 함께, 두개골이 뒤흔들리는 충격이 같이 엄습했다.
‘내가중수법.’
전호의 막대한 마기가 여지없이 종서의 허점을 노리고 스며든 것이리라.
쩡―!
콰직―!
동시에 전호의 주먹이 종서의 면상에 그대로 작렬했다.
쿵―! 털썩!
종서가 또 한 번 나가떨어졌다.
‘아…….’
일어나야 하는데 시야가 가물거렸다.
이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전호의 발끝이 보였다.
‘아무래도.’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