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s First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293
천하제일 시한부 (293)
강서성의 낭인들이 움직였다.
이 소문은 중원 각지로 퍼져 나갔다.
당연히 소문을 접한 각 지역의 문파나 세가들은 난리가 났다.
낭인 한둘도 아니고 수십도 아니다.
수천이 넘는 숫자가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초영은 여기에 개방의 정보원들을 이용했다.
개방의 전개들은 최대한으로 이 정보를 퍼트리는 데 주력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낭인들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이것 또한 개방도들이 의도한 대로 정확한 정보는 전해지지 않았다.
누구는 낭인들의 목적지가 무림맹이라고 했다.
또 누구는 마교라고 했으며, 누구는 황궁이 있는 북경이라고 전했다.
소문의 당사자인 무림맹은 당연히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정보원들을 강서성으로 파견 보냈다.
하지만 알아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서진은 낭인들에게도 정확한 목적지를 일러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대체 우리는 뭐하고 싸우는 거여?”
“낸들 아남? 돈을 받았으니 시키는 대로 해야지.”
“그래도 돈은 확실히 챙겨 주니까, 이번 한탕 제대로 뛰고 나면 난 한 오 년은 쉬어도 되겠더구먼.”
낭인들의 반응은 태평했다.
도망치는 인원도 지극히 적었다.
그런 낭인들을 이끄는 것은 바로 북궁설과 주씨세가의 각주들이었다.
“그나저나 대장은 칼질하기에 참으로 아까운 인상이구먼, 눈이 부셔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라나 모르겄어.”
낭인들이 북궁설을 바라보며 시시덕거렸다.
그들이 보기에도 북궁설의 미모는 범상치 않아 보였다.
흔히 볼 수 있는 무복에 가죽으로 만들어진 장포를 입은 것이 다였지만, 그것으로는 북궁설의 미모를 완전히 감추기에는 무리였다.
“괜히 깝죽거리지 말어. 저번에 대장에게 추파를 던지다 손모가지 날아가 버린 염씨를 생각해 보라고.”
낭인들 중 하나가 북궁설에게 찝쩍대는 낭인에게 주의를 주었다.
“크흠, 알지. 내가 언제 추파를 던졌다 그러는가? 그냥 우리 대장이니까 말 한번 걸어본 거지. 크흠.”
뜨끔한 낭인은 이내 입을 꾹 다물고 묵묵히 북궁설의 뒤를 따랐다.
낭인들을 이끄는 북궁설은 사실 고민이 많은 상태였다.
그녀는 서진에게 들어서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무림맹으로 가라.’
그 한마디가 끝이었다.
가타부타 다른 이유는 듣지도 못했다.
설마 무림맹을 진짜 치기라도 할 셈인가? 싶었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북궁설이 보기에도 낭인들로 무림맹을 어쩌기엔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부수는 편이 더 낫다고 여길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녀는 이내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애초에 그녀는 그리 똑똑한 편도 아니었다.
여태껏 먹은 밥값은 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와 같은 생각을 품은 채, 다른 각주들 역시 다른 길로 무림맹을 향해 북진하고 있었다.
* * *
“……사실입니까?”
초영이 당황해 내게 물었다.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북해에서 소식이 날아들었다.
드디어 종서를 비롯한 신기검단이 귀환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급보에는 단 한 글자만이 적혀 있었다.
‘패(敗).’
실패했다는 뜻이다.
무엇을 실패했다는 뜻일까?
빙궁주를 도와 빙궁을 탈환하는 데 실패했다는 말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벌써 수개월이 훌쩍 지났다.
실패를 했다면 그냥 돌아왔어야 정상이었다.
그렇다면 돌아오지 못하고 고립되었단 뜻일까?
“아무래도…… 신기검단의 움직임을 알고 있는 놈이 직접 움직인 듯하군.”
“구하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초영이 물었다.
신기검단의 위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신기검단이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의 함정이라면…… 지금 주씨세가의 그 누구를 데려간대도 빠져나올 수 없다.”
그리고 마침 난 그만한 함정을 만들어 낼 위인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말이다.
‘진랑.’
결국…… 이놈밖에는 답이 없다.
이 모든 일의 뒤에는 진랑 그가 있다.
그가 아니라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자.
신기검단에 대해 소상히 꿰고 있는 자.
그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이만한 계략을 꾸며 낼 수 있는 자.
오직 진랑 하나뿐이다.
“그렇다면 묵야도…….”
진랑을 찾으러 떠났던 내 수하.
그 녀석은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다.
그렇다는 말은 둘 중 하나다.
죽었거나, 혹은 잡혔거나.
“노진을 불러라.”
어쩔 수 없었다.
파천궁황이라 불렸던 염노제.
그가 했던 임무를 다시 그의 제자에게 맡겨야 했다.
―부르셨습니까.
전음성과 함께, 노진이 방으로 들어섰다.
“네게 맡길 임무가 있다.”
―하명하시지요.
“아무래도 네 스승이 끝내지 못한 임무를 네가 다시 이어받아야 할 듯싶다.”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주군.
노진이 고개를 숙였다.
여태껏 서희를 지켜 왔던 믿음직한 수하다.
마치 염노제를 보는 듯해 일부러 그를 찾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지금 그가 아니라면, 진랑이 어딨는지 찾아낼 수조차 없을 테니까.
―제 스승님께서 맡으신 임무가 무엇입니까?
노진의 얼굴에 스산한 살기가 떠올랐다.
염노제의 최후를 직접 목도했던 노진이다.
이미 그를 만났을 때 치명상을 입고 있었기에, 노진은 염노제가 끝내지 못한 임무를 마저 끝내주고 싶었다.
그것만이 아무짝에 쓸모없던 자신을 거둔 스승에 대한 최소한의 예라고 생각했다.
난 그런 노진을 빤히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에 다 드러나는 순수한 녀석이었다.
“위험한 임무다. 정천맹주를 찾아내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 할 테니까.”
―정천맹주라면……?
노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한 반응이다.
난 정천맹에서 왔고, 정천맹주는 나와 둘도 없는 친구라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설마 제 스승님께서 정천맹주를 감시하고 계셨던 것입니까?
노진의 말에 난 희미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에는 문득 든 생각이었다.
어쩌면 진랑이 딴생각을 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단 한 번도 그의 의중을 물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염노제를 비밀리에 불러들였고, 그렇게 쫓아내듯 임무를 맡겼었다.
물론 중간에 다시 불러들이기도 했다.
친구를 의심하는 내 스스로가 한심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염노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편지 한 장만을 노진에게 남겼을 뿐이었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소서.’
늘 웃는 얼굴이었던 염노제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했다.
“뭔가 알았던 것이다.”
난 가만히 상황을 되짚어보았다.
염노제는 단 한 번도 내 명을 어긴 적이 없었다.
그저 숨으라는 말에도 그는 자신의 위치를 감춘 채, 끝까지 뭔가를 추적하고 또 추적했다.
“너…… 스승을 어디서 만났다고 했었지?”
난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
그래서 얼른 노진을 향해 물었다.
―제가 살던 마을에서 만났습니다.
“네가 살던 곳이 어디였느냐?”
느낌이 좋지 않다.
―요녕성 산해관 인근입니다.
“산해관…….”
염노제가 왜 그 먼 곳까지 움직였던 것일까?
“산해관은 군이 주둔하는 진지가 아니던가?”
―맞습니다. 그래서 전 산해관 부근에 있는 산에서 홀로 자랐습니다.
맞다.
노진은 사냥꾼이라 했었다.
어찌 됐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런 x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중요한 것을 완벽히 놓치고 있었다.
진랑이 만약 동창의 은현장이란 놈이 알려준 대로 삼황자가 맞는다면?
‘놈은 무림을 이용했다. 무림인을 이용해 무림을 정리했어.’
왜일까?
왜 굳이 무림을 정리해야 했을까?
황자들마저 다 죽여 놓고 말이다.
‘아직 황제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황제가 병들었다 해도 황제는 황제다.
이빨이 빠진 호랑이라도 호랑이는 호랑이인 것처럼.
그저 존재만으로도 주변 미물들은 모조리 겁에 질려 도망치고 만다.
그것이 황제다.
진랑도 그걸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산해관으로 움직였으니, 염노제도 그의 뒤를 추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었다.
염노제를 죽일 수 있는 자는 손에 꼽는다.
풍신결은 당시의 나조차 기척을 잡아내기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존재가 있다면.
무림인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존재.
‘천마사조 이후로 중원을 통째로 손아귀에 쥔 사람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은근슬쩍 자신의 꿈을 내게 말했던 진랑이다.
그 말이 그저 농담이 아니다.
자신의 포부를 내게 밝힌 것이다.
술에 취해서, 혹은 분위기에 취했든 내게 말한 것은 그의 실수였다.
“산해관의 군을 움직인다.”
그곳에는…… 황실 최강의 정예군이 똬리를 틀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모용세가도 중원으로 들어설 때 절대 산해관을 통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곳은 무림인들조차 사냥해 버리는 요동마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공을 배운 군벌.
절강군과 더불어 황실 최고의 정예라 불리는 이십만의 요동마병.
진랑은 그들을 움직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즉시 산해관으로 달려가라. 만약 그곳에 정천맹주가 있다면…… 절대 상대하지 말고 내게 전서구를 날려.”
―명심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노진이 순식간에 기척을 감췄다.
영문을 모르는 초영만이 다급한 날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신데 그러십니까?”
“잘못 생각했다, 이 개자식.”
진랑.
그놈은 진심으로 똑똑하다.
“낭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지금쯤이면 대충 이곳은 넘었겠지요.”
초영이 펼쳐진 중원전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딱 사흘만 지나면 무림맹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
그곳에 낭인들이 있다.
“속았다. 오히려 이걸 기회로 삼을 거다. 내가 아는 진랑이라면.”
내가 이렇게 움직일 걸 알고 있었나?
진법, 전술 그 어느 것도 난 진랑을 이겨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내 방식도 모조리 읽혔다는 말도 된다.
“오대세가주들을 모두 불러 모아. 아무래도 마지막 싸움이 될 듯싶다.”
요동마병이 움직인다.
반란을 일으킨 낭인들을 토벌한다는 뜻을 내걸고서.
그들이 움직이면 사륭회는 무림맹도 움직일 것이다.
이십만의 요동마병이 움직이면 무림은 당연히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저 가만히 있어도 휩쓸리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사륭회는 반드시 무림맹을 자극할 거다.
멍청한 무림맹은 꿈에도 모른 채, 요동마병을 상대할 거고.
물밀 듯이 몰려드는 요동마병의 말발굽 아래 갈가리 찢겨 나갈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내가 시작했다.’
이 모든 그림은 내가 그렸다.
원흉이 나란 뜻이었다.
철컥-!
난 곧장 검을 챙겨 들었다.
노진에게 맡겨 둘 수만은 없었다.
“어딜 가십니까?”
방을 나서는 날 향해 초영이 뒤에서 물었다.
내가 갈 곳은 하나였다.
“수라옥.”
마교가 만들어 낸 최대의 감옥.
진마들이 갇혔던 바로 그곳.
“왜 그곳을…….”
당연했다.
“내가 그곳에 누구 한 놈을 가둬 놨거든.”
지금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자다.
어쩌면 그가 희망이 될 수도 있었다.
“누굴 가두셨길래 이리 급하게 가십니까?”
초영의 물음에 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림맹주.”
세상 사람 아무도 모르는 비사였다.
무림맹주는 아무도 모르게 내가 내 손으로 잡아 감옥에 가둬 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