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11)
111. 나쁘진 않네 -2
“······.”
“······.”
“왜 그렇게 쳐다보냐···?”
옷을 입고 나와 어색하게 서 있는 지우를 보며,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어··· 그러니까.
잠깐만.
“왜. 별로야···?”
내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자 지우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머리를 긁적이는데···
아니, 그게 그러니까.
당황스럽다.
저런 옷을 입은 지우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인데··· 옷이 날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다.
지우가 입고 나온 옷은 검은색··· 원피스라고 하는 거 맞나.
위에는 민소매에 치마는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였다.
딱히 화려하다거나 한 건 아니고, 무늬 하나 없이 심플한 디자인.
굳이 따지자면 단정한 스타일인데,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탓에 지금까지 봐 온 지우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뭐랄까.
좀··· 여자 같은 느낌이랄까.
아니, 뭐 지우가 당연히 여자지 남자는 아니니까 말이 좀 이상하긴 한데.
딱 드는 느낌이 그것뿐이었다.
원래 ‘여성스럽다’와 ‘김지우’는 공존할 수 없는 말인데.
이건 골 넣는 골키퍼나 다름없는 얘기란 말이다.
근데··· 확실히 비싼 옷이 좋긴 좋나 보다.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네.
“야 이 변태야. 그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어떤지 말을 하라고!”
“어··· 아, 아.”
···아.
충격인 나머지 나도 모르게 너무 넋 놓고 바라봤나 보다.
두 팔을 감싸며 말하는 지우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린다.
나도 나인데, 왜인지 지우도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그, 그래서 어떻냐고.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말을 해.”
그니까··· 뭐라고 해야 되지.
되게 낯설긴 하다만, 굳이 따지자면 이상한 쪽은 아니다.
오히려··· 음.
아니 그니까 이걸 뭐라고 해야 돼.
“···”
급하게 적당한 말을 찾는 와중, 지우 뒤에 있던 점원분과 눈이 마주친다.
그러자 점원분께선 아까 했던 말을 떠올리라는 듯 윙크를 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뭐라고 하셨었지?
아, 무조건 예쁘다 하라고 하셨었지.
그··· 예··· 예···
“···나쁘진 않네.”
으으.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에 생각과는 다른 소리가 튀어나간다.
차마 그 말은 못 하겠다.
적당히 친한 사이도 아니고, 지우한테 예쁘다고 말하라니. 손발이 오그라들어 오징어가 될 수도 있다.
나쁘지 않다는 말도 내겐 최선이었고, 지우는 콧방귀를 뀌며 괜히 옷을 매만졌다.
“···흠. 나쁘진 않아?”
“어. 뭐··· 나쁘진 않아.”
“그럼 뭐, 됐어. 나쁘지 않으면 됐지 뭐. 뭐, 응. 그래.”
지우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인가 보다.
나쁘진 않다는 말에 횡설수설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얼굴이 더 빨개진다.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지우를 보는 건 처음인데.
쟤도 부끄럽다는 감정을 알긴 아는 애였구나.
뭐 어쨌든, 지우는 이걸로 사겠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 역시 벌떡 일어나 점원분께 카드를 내밀었다.
“그, 계산해놓을 테니까 다시 갈아입고 와.”
“어, 어. 갈아입고 올게.”
지우가 후다닥 탈의실로 들어가고, 점원분께 카드를 넘긴 나는 돌아서서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왜 이렇게 정신이 멍하지. 뒤통수라도 한 대 맞은 것처럼.
“···”
이상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는데, 순간 원피스를 입은 지우의 모습이 눈앞에 다시 떠오른다.
그 모습이 차마 지우에게 직접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
솔직히 예쁘기는 했다.
“···.”
그, 옷 말이다.
옷이 예쁘다고. 옷이.
ㆍㆍㆍ
“자, 잠깐만. 우리도 저기로 들어가야 되는 거야?”
“그런 것 같은데···”
“나, 나도? 나도 저기로 들어가야 된다고?”
“···그렇지 않을까? 그럼 어디로 들어가.”
시상식이 열리는 프레스 센터에 도착해, 잠시 차에서 대기하고 있는 와중.
지우가 창밖을 바라보더니 머리를 감싸 쥐며 멘붕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망했다···”
그도 그럴 게, 프레스 센터의 입구부터가 굉장히 요란하고 떠들썩하다.
일단 웃기지도 않은 레드 카펫이 쫙 깔려 있고, 그 옆으로 수많은 카메라가 늘어서 있기까지 하다.
먼저 도착한 선수들이 레드 카펫을 밟으며 그 앞을 지나가는데, 저 많은 카메라들 앞에서 포즈까지 취하고 들어가야 하는 모양.
···속이 거북해지는 풍경이긴 하다.
수만 명의 관중보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아직은 더 불편한지라, 나 역시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어떡해. 괜히 온다고 했나 봐. 너무 떨리는데.”
“뭘 떨어. 떨 게 뭐 있다고.”
하지만 나는 다리를 꼬고 앉아 짐짓 여유로운 척을 한다.
지우 앞이라고 허세를 부리려는 게 아니라, 지우가 워낙 긴장한 것 같아서 나까지 긴장한 티를 내면 지우가 더 떨릴까 봐 그렇다.
아니, 쟤 지금 눈이 흔들리는 게 보일 정도로 긴장했다.
이상한 일이네. 내가 아는 지우는 애들 앞에서 발표도 잘 하고,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애인데.
“야, 난 그냥 안 가면 안 돼?”
“뭔 소리야. 여기까지 와놓고.”
“하, 미치겠네. 못 나가겠어···”
얘가 진짜 왜 이러지.
창문에 다람쥐처럼 붙어, 앞서 입장하는 사람들을 보며 지우가 울상을 짓는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선수 가족들도 다 오늘만 기다렸다는 듯 여유롭게 레드 카펫을 걷고 있는데.
지우는 차례가 다가오자 도저히 안 되겠다는 날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야, 나 못 나갈 것 같아.”
“아 왜.”
“너무 떨려. 저길 어떻게 나가!”
“그냥 내 뒤만 따라오면 되잖아.”
“아, 진짜 미치겠네.”
어찌나 초조한지 다리까지 떨던 지우는, 갑자기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더니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창밖과 거울을 번갈아 보며 또 울상을 짓는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뭐가 안 되는데.”
“집에 가고 싶어.”
“왜.”
“그게, 그러니까···”
지우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짓는데, 오늘따라 처음 보는 모습에 적응이 안 된다.
“나가기 무서워.”
“뭐가 무서워. 괜찮다니까.”
지금껏 뭔가를 무서워하면 내가 무서워하는 쪽이었고 지우는 괜찮다며, 뭐가 무섭냐며 먼저 이끄는 쪽이었는데.
그 반대가 되니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나는 울상을 짓는 지우를 바라보다,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우리가 내려야 하는 차례가 다가온 것이다.
“괜찮아. 가자.”
“으···”
“여기 오려고 옷도 사고 준비 다 했잖아. 응?”
이윽고 차 문이 열릴 때까지도 지우가 망설이는 얼굴이길래, 나는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곤 마음을 먹었다.
나는 먼저 차에서 내린 뒤, 지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가자.”
무서워서 못 가겠는데 뭐 어떡해.
잡아서 끌고라도 가야지.
내가 잡으라는 듯 손을 내밀자, 지우는 내 손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고민하더니··· 이내 침을 꿀꺽 삼키며 내 손을 맞잡았다.
그 순간 지우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 손을 잡는 순간 나 역시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손을 통해 지우의 기분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가자. 그냥 내 뒤만 따라와.”
“후우, 후우. 응.”
그렇게 우리 둘은 손을 잡고 서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누가 보면 저게 저렇게 마음까지 다잡을 일인가 하며 비웃을 수도 있겠으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지우를 이끌고 레드 카펫으로 향하려 할 때였다.
“···지안아.”
차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아빠의 목소리였다. 지금껏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계셨던 아빠는,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말했다.
“내 손도 좀 잡아줘라.”
“···네?”
“나도 긴장돼서 못 나가겠다.”
“···아.”
참나.
지우나 아빠나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빠에게 손을 내밀었고, 아빠는 내 손을 잡은 후에야 차에서 내려 심호흡을 했다.
항상 날 이끌어주고 내게 용기를 주던 사람들이 내게 의지하는 모습이라니.
영 기분이 이상한데, 그럴수록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게 된다.
“가요. 가자.”
“그, 그래.”
“으··· 응.”
어쨌거나, 어울리지도 않게 긴장을 해버린 둘 덕분에.
우리는 셋이 나란히 손을 잡은 채 레드 카펫으로 향했다.
아마 카메라를 든 기자들은 어이가 없는 광경이었을 거다.
*
“······이어서 다음 시상 부문은, 세리에 B 최우수 선수입니다. 먼저 후보부터······”
무대에선 진행자가 시상을 이어나가고, 객석에선 선수들과 선수 가족들이 기품 있는 표정으로 우아하게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이지안은 그중에서도 첫 번째 줄, 무대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여러모로 영 부담스러운 자리라 그런지 사뭇 긴장된 얼굴인데.
그 양 옆에 앉은 김지우와 이원훈은 더 얼어있는 모습이다.
특히 김지우는 지금 모습만 보면 평소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얌전한 모습.
다소곳하게 앉아 눈만 이리저리 굴리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사실, 아까 차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여기 온다고 하루 종일 준비해놓고 막상 나가려니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던 김지우였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는 게 떨리기도 했는데, 그것보다 더 김지우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던 건··· 선수들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파트너들이었다.
그니까 무슨 말이냐면··· 하나같이 예쁜 언니들밖에 없더라.
다들 무슨 몸매는 모델 몸매에, 얼굴은 또 왜 다 연예인 뺨치는 미모인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예쁜 언니들을 보니 갑자기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뭐랄까.
괜히 좀 초라해지는 느낌이랄까.
갑자기 아까까지만 해도 마음에 쏙 들던 옷이 이상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화장이 이상하게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도무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
김지우가 슬쩍 눈동자만 돌려 옆에 앉은 이지안을 흘끗 바라본다.
이지안은 조금 졸려 보이는 눈으로 무대만 바라보고 있다.
아까, 이지안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아마 차에서 내리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갑자기 손을 내밀길래··· 얼떨결에 그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그땐 하도 정신이 없어서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김지우다.
뭐 어쨌든.
그렇게 어찌저찌 안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여전히 의기소침한 채인 건 마찬가지였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뒤로 고개를 돌려도 다 키 크고 예쁜 언니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무대에 서 있는 언니도 모델이다.
···괜히 비교되는 것만 같다.
다른 선수들은 다 예쁜 언니들이랑 왔는데, 지안이만 이상한 꼬맹이랑 온 것 같아 눈치가 보이기까지 한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
지안이가 눈을 돌릴 때마다 예쁜 언니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김지우는 의기소침한 와중에도 그게 무척 신경 쓰였다.
“···왜?”
“···어?”
계속 눈치를 보듯 이지안을 힐끔거리던 와중, 시선을 느낀 이지안이 김지우를 바라보며 묻자 김지우가 머리를 긁적인다.
“뭐, 화장실 가고 싶어?”
“아, 아니.”
“근데 왜 자꾸 두리번거려.”
“내, 내가? 그··· 그랬나. 하하.”
김지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자 이지안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에 김지우가 괜히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야. 예쁜 언니들 엄청 많지?”
“···?”
“예쁜 언니들 엄청 많아서 막 눈 돌아가지 않아? 오늘따라 나 되게 못 생겨 보이지? 어?”
괜히 일부러 장난스럽게 묻는데, 사실은 진심이라 그런지.
어색하게 웃는 김지우의 입가가 파르르 떨린다.
이지안은 그런 김지우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이더니 다시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뭔 소리야. 오늘따라 더 예··· 쁘지.”
“···뭐라고?”
“아, 더 예쁘다고. 당연하잖아. 옷도 사고 화장도 1시간을 했는데. 평소보다 못 생겨 보이면 이상한 거 아니냐.”
입을 삐죽 내밀며 말하는 이지안이다.
그런 이지안의 말에 김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지안을 바라봤다.
얘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예쁘다고?”
“···”
“예쁘다고 한 거 맞아?”
“···아, 그래. 예쁘다고.”
“누가? 내가? 아니면 저 언니들?”
“너. 너.”
“뻥 치지 마. 저 언니들에 비하면 난 완전 못생겼는데.”
괜히 어색해 웃으며 이지안의 어깨를 툭 치는데, 이지안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말했다.
“여기서 네가 제일 예쁘다고. 그니까 조용히 좀 해. 다 들리겠다.”
“······아, 어.”
투덜투덜 대는 이지안의 말에, 김지우가 안 어울리게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앞을 바라본다.
김지우는 갑자기 눈물과 미소가 동시에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