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10)
110. 나쁘진 않네 -1
“일어나세요. 다 왔어요.”
“음··· 음···?”
“다 왔으니까 일어나시라구요.”
“음··· 음···”
어느덧 피렌체에 내려앉은 비행기에, 옆자리에 앉은 사포나라 선배를 톡톡 건드려 깨운다.
그러나 선배는 정신을 못 차리고 술주정 비슷한 잠꼬대를 할 뿐이다.
“어휴.”
이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대체 어젯밤에 뭘 했길래 이러는지.
“어우··· 미치겠네··· 속이···”
“너무 많이 마셨나 봐. 끄윽!”
사포나라 선배뿐만이 아니라 다들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다.
듣기론 저녁때 시작된 식사가 새벽 파티로까지 이어졌다고 하던데.
당연히 나랑 로메로는 일찍 방으로 쫓겨나서 파티가 어땠는지는 볼 수 없었다.
꼬맹이들은 끼워줄 수 없는 파티라나 뭐라나.
뭐, 어차피 오래 있을 생각도 없었지만 쫓아내니까 괜히 심술이 나더라.
“아으··· 다들 정신들 좀 차리고. 꼬라지들이 말이 아니네. 머리도 좀 만지고. 옷매무새도 정리 좀 하고. 어?”
“예에···”
어쨌거나, 감독님의 말에 다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부랴부랴 애를 쓴다.
옆에서 사포나라 선배가 자기 머리를 찰싹찰싹 치길래 웃음을 참았다.
“아으, 죽겠네.”
음.
근데 더 웃긴 건 감독님 꼴이 제일 말이 아니라는 거다.
얼굴이 얼마나 퉁퉁 부었는지 감독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어제 누가 제일 화끈하게 놀았는지, 보지 않았어도 알 것만 같다.
“갑시다. 가요.”
“내립시다.”
어쨌거나 내릴 준비를 한다.
사실 뭐, 굳이 새삼스럽게 용모를 단정히 준비하고 내릴 필요는 없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있었다.
내리자마자··· 우리가 탈 버스가 준비되어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냥 버스는 아니고, 좀 특별한 버스라고.
“막내야, 잘 챙겨라.”
“네.”
내릴 준비를 마친 뒤, 나는 트로피까지 소중히 품에 든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선배들이 한 명씩 빠져나간다. 나도 그 뒤를 따라 나가는데, 문과 가까워질수록 떠들썩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피렌체의 강렬한 햇빛을 마주하는 순간······
“와아아아아!”
수많은 카메라와 환호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우리를 바라본다.
나는 그들을 향해, 선배들이 시켰던 대로 트로피를 높이 들어 보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더욱 크게 환호했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히죽 웃고 말았다.
*
공항에서 조금 특이하게 생긴 버스로 갈아탄 우리는 시내로 향했다.
특이하게 생겼다는 게 뭔 말이냐면, 음.
일단 2층 버스인데 2층 천장이 없는 형태라고 해야 하나.
뻥 뚫려 있어서 우리도 밖을 볼 수 있고, 밖에서도 우릴 볼 수 있는 형태의 버스였다.
“잘 잡아라. 떨어진다.”
“넵.”
“야, 설마 무서운 건 아니지?”
“무, 무섭긴요. 하나도 안 무섭거든요.”
“안 무섭긴. 입술이 바짝 말랐는데. 하하하!”
트로피를 꽉 잡은 채로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데, 주장이 날 가리키며 낄낄 웃는다.
어이없네. 무섭긴 뭐가 무섭다고.
······음.
쪼금 무섭긴 하다. 아래를 못 쳐다보겠어.
트로피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진짜 대참사니까 꽉 잡고 있어야겠다.
“얘들아, 막내 손 하얗게 질린 거 봐라. 무서운가 보다.”
“뭐야, 막내 높은 곳 무서워해? 남자 아니네.”
“설마 놀이기구 같은 것도 못 타는 거 아니지?”
“아기네. 아기야.”
그러고 있으니 선배들이 또 낄낄대길래 적당히 무시. 트로피를 꽉 잡은 채 앞만 바라봤다.
하여간 어른들이 돼가지고. 틈만 나면 놀릴 생각이나 하고.
다들 언제 철 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아까 비행기에서만 해도 죽겠다던 사람들이 또 술병 하나씩을 손에 들고 말이야.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철없는 선배들은 더욱 크게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잠시 후였다.
버스가 시내로 진입하는 길에 들어선 즈음.
선배들의 웃음소리가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가까워졌을 때··· 다들 나랑 비슷한 표정이 됐다.
“와 씨, 이거 괜찮은 거냐?”
“···큰일 났는데?”
“저 정도라고?”
그럴 만한 게··· 이게 무슨 일이야.
멀리서 봐도 발 디딜 틈 없어 보일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저 정도면 피렌체 사람들 모두가 거리로 나온 게 아닐까 싶은 수준.
거리가, 아니 도시가 온통 보라색이다.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거리와 건물 곳곳에서 나부끼는 보라색 깃발들···
옛날에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군인들을 이렇게 맞이하지 않았을까.
뭐,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
우리도 싸워서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휴우.”
하필 맨 앞에 앉은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트로피를 꽉 쥐었다.
그리고, 곧 버스가 시내에 들어서는 순간.
와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쏟아지며 아무것도 들리지 않기 시작했고, 나는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던 그 트로피를 들어 모두에게 보여줬다.
와, 이거 못 가져왔으면 어쩔 뻔했냐.
진짜 천만다행이다.
뭐 어쨌든.
약속 지켰으니까 됐다.
“예에에에에에-!”
“Campióne!!”
끝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우릴 향해 환호하고, 우리 역시 그들을 향해 환호한다.
나는 여전히 트로피를 꽉 쥔 채, 2층 버스의 꼭대기에서 도시를 멀리 내려다봤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도시를 대표한다는 건, 꽤 멋진 일인 것 같다고 말이다.
*
“후아아···”
겨우겨우 돌아온 집.
간단히 샤워를 하고 내 방 침대에 누우니 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기가 있는 대로 다 빨려서 힘이 하나도 없다.
결승전 90분보다 버스 타고 도시 한 바퀴 도는 게 더 힘들더라.
모두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우릴 환영해준 건 감사하지만, 조용한 방에 누우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역시 내 방 침대가 최고야.
“···”
온몸에 힘을 쭉 빼고 편안히 누워, 가만히 천장을 바라본다.
그러고 보면 이 집에도 정이 많이 들었다.
잠에서 깨면 이 천장이 보인 게 불과 1년이 좀 넘었을 뿐인데.
태어날 때부터 쭉 살았던 한국 집이나, 그래도 2년 넘게 살았던 토리노의 집보다 훨씬 내 집이라는 느낌이 든다.
무슨 일이 있건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방의 풍경이 나는 좋다.
다만, 반대로 나는 많이 변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나는 외톨이일 뿐이었다.
훈련장으로 출근할 때를 제외하곤 집에서 나가지도 않았고, 출근길에도 사람들과 인사를 하긴커녕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었다.
심지어 훈련장에서도 말 한마디 안 하는 날이 있을 정도였지.
근데, 그랬던 내가··· 방금까지 도시 사람 모두의 환호를 받다가 돌아왔다.
모두가 내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내 이름을 부르며 유니폼을 흔들었다.
동료들은 자꾸만 날 부르고 놀리면서 귀찮게 굴었다.
불과 1년 만에 모든 게 바뀌어 버린 거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바뀐 건 나.
내가 바뀌었기에 사람들이 바뀐 것뿐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응. 많이 변했지.
내가 생각해도.
사람이랑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나는 이제 수만 명 앞에 서는 사람이 됐고, 코치님조차 헷갈려 하던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고, 그러는 동안 나도 포기하거나 참아내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이젠 아무런 방해 없이 밖에 나갈 수도 없고, 행동과 말도 조심해서 해야 하며, 계속 커져만 가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예전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몸이 되었다.
그런데, 그래서 그런 변화가 싫으냐고 한다면······ 글쎄.
싫지 않다.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어느 쪽이 더 지우와 아빠에게 자랑스러운 친구이자 아들일지를 생각해보면··· 역시 지금의 내 쪽이 더 좋기 때문일 거다.
결국 내가 선택한 변화고, 변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앞으로 1년 뒤, 2년 뒤에도 나는 변하고 또 변할 거다.
다만, 한 가지만큼은 변하지 않기로 나와 약속하고 싶다.
내가 왜 변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는지, 어떻게 해서 변할 수 있었는지를 잊지 않기.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온전히 내 힘만으로 이뤄낸 변화는 아니라는 걸 말이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나는 절대로 바뀌지 못했을 거다.
여전히 방구석에 혼자 틀어박혀 있었겠지.
그렇기에 아무리 주변이 바뀌고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뀐다 해도,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 바뀌려 했었고, 어떻게 바뀔 수 있었는지를 잊지 않을 거다.
약속.
그걸 잊으면 내가 지우 동생이다.
“하아.”
유독 길게 느껴졌던 시즌이 끝났고, 그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며 누워 있으니 여러 감정이 든다.
그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한숨으로 내뱉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린다.
“야, 자냐?”
지우다.
사과 하나를 우적우적 씹으며 방문을 열고 들어온 지우가 괜히 방안을 두리번거리더니 묻는다.
“씻긴 씻고 누운 거야?”
“···씻었지.”
지우는 심심하다는 표현 방법으로 시비를 거는 방법을 주로 쓴다.
싸우자는 게 아니라 진짜 심심할 뿐이라는 걸 알기에 적당히 대답해준다.
“근데 있잖아. 노크는 좀 하고 들어올래?”
“너랑 나 사이에 무슨 노크냐. 새삼스럽게.”
“내가 뭐 하고 있을 줄 알고 그렇게 막 들어와.”
···만약 내가 팬티만 입고 자고 있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내가 말하자 지우가 갑자기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왜? 뭐 하려고 했는데? 어?”
“···뭐 하려던 게 아니라. 노크는 좀 하고 들어오라고.”
“에휴, 하여튼 남자들은 다 똑같애요.”
“···?”
“알았어, 알았어. 다음부터는 노크하고 들어올게. 됐지?”
“···응.”
인심 써준다는 듯한 지우의 표정이 어이없지만, 지금은 말다툼할 힘도 없어 대충 고개를 끄덕인다.
“졸려?”
“···응.”
“많이 졸려? 잠깐 산책 다녀올 힘도 없을 만큼?”
“······응.”
···심심하긴 되게 심심한가 보다.
놀아줄 힘 없다니까 입이 툭 튀어나오는 게, 무슨 산책 못 해서 시무룩한 강아지 같다.
그러고 보면 생긴 것도 약간 강아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그··· 이름이 뭐였지?
“뭐야. 왜 사람 얼굴 보고 실실 웃냐?”
“너··· 개 닮아서.”
“···개 같다고?”
“아니, 그니까··· 아. 포메라니안인가? 너 약간 그거 닮은 거 같아.”
“참나. 뭐래.”
투덜대면서도 나쁘진 않은지, 광대를 씰룩이는 지우의 모습에 ‘되게 사나운’이라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기로 한다.
“아무튼, 그래. 졸리면 자야지. 그, 시즌 끝났으니까 앞으로 시간 많은 거 맞지?”
“응···”
“알았어. 잘 자라잉.”
내가 많이 피곤해 보이긴 했는지.
지우가 사과를 우적우적 씹으며 나가고, 나는 다시 닫힌 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문득 말도 안 되는 욕심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나는 변해 가도 지우는 저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스르륵 눈이 감겼다.
ㆍㆍㆍ
다음 시즌, 그러니까 2022-23시즌의 개막일은 8월 14일이다.
대략 두 달 뒤인 건데, 이렇게 보니까 휴식일이 그렇게 길진 않다.
프리 시즌은 더욱 일찍 시작된다는 걸 생각하면, 실제로 쉴 수 있는 기간은 사실상 한 달 정도밖에 안 되는 셈이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하진 못했다.
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할 게 너무 많아서,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랬다.
일단 진짜 쉬는 시간도 좀 가져야 하고, 구단에서 하는 몇몇 행사에 참여도 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개인 훈련도 해야 하고.
그런 와중에 틈틈이 지우랑 놀기까지 해야 한다.
어떻게 경기만 하면 되는 시즌 때보다도 더 할 게 많다.
몸이 두 개, 아니 딱 세 개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좀 여유롭게 여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아무튼, 이번 여름은 기대했던 것만큼 한가한 휴가가 될 것 같진 않았다.
···일단 오늘부터도 그랬다.
“···어때?”
어색한 옷을 입고 탈의실에서 나와, 어색하게 서서 지우에게 묻는다.
“음······”
그러자 지우가 날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어깨를 으쓱인다.
“뭐, 나쁘진 않네.”
“좋은 정도는 아니고?”
“뭐··· 좋은 날이니까 잘 어울린다고 해줄게.”
···잘 어울리긴. 어색해 죽겠는데.
이놈의 넥타이는 목을 왜 이렇게 졸라대는지 모르겠다.
“···”
거울 앞에 서서 어색하게 내 모습을 바라본다.
양복에 넥타이라니.
저번에 사진 찍을 때 한 번 입어보긴 했지만, 이런 걸 내 돈 주고 사 입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다름이 아니라, 저녁에 있는 시상식 때문이었다.
세리에 A 어워즈였나.
이탈리아어로는 훨씬 긴 이름이었는데 어려워서 못 외웠다.
아무튼, 거기에 초대당했다.
귀찮아서 가기 싫었는데 꼭 오라더라.
그래서 지금 이러고 있는 거다.
“뭐, 사이즈는 맞는 것 같으니까. 대충 이걸로 해야겠다.”
어차피 두 번 이상 입을 옷은 아닐 것 같으니 이대로 다 사야겠다.
가격표는 굳이 보지 않고 계산을 마친다.
“내 건 됐고. 이제 네 거 사러 가자.”
“어, 어.”
다만 끝이 아니다.
이젠 지우가 입을 옷을 사야 한다.
시상식에 가족들이 함께 와도 된다길래 물어봤더니, 할 것도 없는데 가겠다길래.
아빠랑 지우도 같이 가기로 한 거다.
아빠야 뭐 입던 옷이 있으니까 괜찮은데, 지우도 나랑 비슷한 수준이니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흠, 근데 선배들한테 들어보니까.”
“응?”
“그, 뭐야. 보통은 드레스? 같은 거 입는다던데.”
“드레스? 드레스는 유치원 때 이후로 한 번도 안 입어 봤는데.”
뭐, 나도 잘 모르긴 하는데.
주장한테 물어봤을 때 여자는 보통 드레스를 입는 게 기본이라고 하더라.
“뭐··· 그게 예의라면 나도 지켜야지, 뭐.”
“응. 예의니까.”
“그치. 예의. 우리가 또 동방예의지국에서 왔잖아.”
“그건 맞지.”
“그럼 뭐··· 한번 보러 가든지.”
난 잘 모르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TPO라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더라.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입는 게 아주아주 기본적인 예의라고.
우리가 들어가기도 부담스러운 화려한 매장에 도착한 건 순전히 그 이유 때문이었다.
내가 뭐 드레스를 입은 지우의 모습을 보고 싶다거나 한 건 절대로 아니었다.
“어서 오십시오. 혹시 어떤 제품 보러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 드레스···”
“아, 숙녀분께서 입으실 드레스 말씀이시군요. 괜찮다면 제가 안내를 도와드려도 되겠습니까?”
음.
숙녀분이라는 말에 터질 뻔한 웃음을 참는다.
이런 곳은 확실히 서비스부터가 다른 것 같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친절하게 인사하는 점원분에,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지우는 쭈뼛거리며 점원을 따라갔고, 나는 잠깐 의자에 앉아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길 몇 분.
아까 그 점원분께서 혼자 돌아오시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내게 귓속말을 했다.
“정말 팬입니다.”
“아··· 감사해요.”
“이제 입고 나오실 텐데, 무조건 예쁘다고 해주세요. 무조건. 그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랍니다.”
“···예?”
갑자기 웬 지혜.
황당한 얼굴로 점원분을 쳐다보니, 점원분이 한쪽 눈을 찡긋이며 윙크를 한다.
······무슨 의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