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은혜를 원수로 갚다 -1
“여어, 뭐냐?”
“···?”
“도시락이 더 화려해졌네? 부럽다, 부러워. 이래서 결혼을 잘해야 된다니까.”
오전 수업을 마치고 훈련장에 도착해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어느새 옆에 앉은 보나벤투라 선배가 내 도시락을 흘끗 훔쳐보더니 말한다.
점심부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건진 모르겠다만.
도시락이 더 화려해졌다는 소리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오늘따라, 지우가 싸준 도시락의 구성이 눈에 띌 만큼 풍성해졌기 때문이었다.
아깐 뚜껑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뭐가 이렇게 화려한지.
고작 한 끼 때우는 용도의 도시락이라기엔, 거의 식당에서 파는 것 같은 느낌이더라.
어쩐지.
어젯밤 늦게까지 우리 집 부엌에서 열심히 뭔가 만들더라더니.
갑자기 왜 그렇게 요리 열정이 폭발한 건진 모르겠는데, 이렇게 받아먹기 미안할 정도의 도시락을 만들어 줬다.
“아아, 나도 사랑이 가득 담긴 도시락 먹고 싶다. 예전엔 잘해줬는데.”
“무슨 애송이 같은 소릴 하고 있어. 아, 너도 아직 신혼이지? 몇 년 지나면 알게 될 거다. 밖에서 먹는 밥이 최고야.”
“그런가. 그래도 막내 도시락을 봐. 이 정도로 챙겨주면 밖에서 안 먹지.”
“뭐여. 저게 사 온 게 아니라 챙겨온 거라고? 야, 막내야. 너 대체 뭔 선물을 사줬길래 그런 도시락을 받아왔냐?”
헛소리 대열에 사포나라 선배가 빠질 리 없다.
선배가 내 도시락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묻는데, 적당히 무시하곤 밥을 입에 밀어 넣는 데 집중한다.
괜히 한 입 달라고 할까 봐 도시락을 슬쩍 몸쪽으로 당기곤 왼쪽 팔로 감싼다.
영양소를 완벽히 계산해서 만든 거니까 한 톨도 빠짐없이 다 먹으라고 했다.
지우가 만든 거라 남 주기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다.
“야, 야. 안 뺏어 먹어, 인마. 너 많이 먹어라.”
“저 정도 도시락이면 뭐 명품 백이라도 사줬나 본데.”
“확실히 신혼은 다르구만. 나였으면 차 정도는 바꿔줘야 될 텐데.”
하여간.
헛소리론 발롱도르 1, 2위를 다퉜을 둘이다.
뭐, 지우도 유학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가는 중이니까.
학교에서도 점점 고급 요리들을 배우고 있는 모양인 거겠지.
덕분에 연습 대상인 나만 입이 즐거워진 거고.
그나저나, 이게 식단이 맞긴 한 건지 모르겠다.
너무 맛있어서 가끔씩만 즐길 수 있는 치팅 데이 같은 맛이라.
조금 죄책감이 들기까지 한다.
이러다 조만간 증량이 아니라 감량을 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아무튼, 덕분에 금세 식사를 마쳐가는 와중.
이어 한 둘씩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한 선배들은 어제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제는 아쉽게 됐네. 애들 다 잘했던데.”
“그러게. 애들이 경험만 좀 있었어도 이겼겠더라고. 로드릭인가 걔는 성질을 좀 죽여야겠더라.”
“걔가 열여덟이라고 했나? 어리니까 어쩔 수 없지, 뭐. 그 나이 땐 다 피가 끓잖아.”
“그래도 유스 애들 섞어서 8강까지 간 거 보면 미래가 기대는 돼. 그치? 우리 막내부터 시작해서, 다른 친구들도 조만간 사고 치겠어.”
“황금세대의 등장인가. 조만간 뒷방 늙은이들 자리는 없겠구만.”
코파 이탈리아 여정이 8강에서 마무리된 건 아쉬운 일이나.
그 결과물이 주전들의 몫이 아닌, 비주전과 유스 선수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오히려 눈부신 결과라는 게 선배들의 이야기.
어젠 브루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U17 팀에서 같이 뛰었던 친구 말이다.
경기장에서 보니까 되게 반갑더라.
1군에서 같이 뛰게 될 날도 머지않았겠다 싶었다.
“어쨌든, 탈락한 건 탈락한 거니까. 우리도 더 집중해서 가야 돼.”
“그래야지. 남은 건 리그 하나뿐이니까. 트로피 하나 못 들고 끝나기엔 너무 아쉽지 않냐.”
“아쉽지. 무조건, 무조건 하나는 들어야지.”
어찌 되었든, 두 개의 컵 대회에서 모두 탈락을 하게 된 만큼.
이제 남은 건 리그뿐이고, 그 리그에서만큼은 트로피를 들어 올려 보자는 얘기엔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바.
다만···
“어떻게든 하나는 들어 봐야지.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이어진 주장의 말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물론 지금까지, 작년에 비해서도 더 성적이 좋을 만큼 잘해 오고 있던 건 사실이고.
시간을 되돌려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승점을 잘 쌓아온 건 사실이다만.
그렇다고 마지막 기회일 것까진 없지 않은가.
“그래. 언제 또 이렇게 우승 경쟁을 해볼 수 있겠어. 우리가.”
“나 은퇴할 때까진 다시 안 올지도 모르지.”
“목숨 걸고 해보자고.”
그런데도 다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게 희한하게 느껴진다.
뭐, 그만큼 절박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이려나.
그렇다면 이해는 된다만.
나는 내년에도, 그다음에도 더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야, 그래서. 이제 두 달쯤 남았나?”
“어떤 거?”
“나폴리전.”
“어, 딱 10라운드 뒤긴 한데. 일정이 빠듯하니까 두 달 조금 안 되게 남았겠네.”
“휴우. 승점 3점 차니까, 그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돼.”
“그 전에, 일단 이번 주 경기부터 이기고 생각하자고.”
“그게 맞지.”
어쨌거나,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현재 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건 나폴리다.
우리는 그 나폴리보다 승점 3점이 모자라 2위.
덕분에 지난번 맞대결에서 패배했던 게 더욱 아쉬워지는데, 그래도 리그는 단판 승부가 아니다.
한 시즌에 두 번을 맞붙게 되어있다.
따라서 아직 기회가 있다.
다음 맞대결에서 우리가 이기게 되면 우리는 3점을 얻게 되고, 나폴리는 승점을 얻을 수 없게 되니까.
서로의 승점이 같아지도록 만들 수 있는 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폴리와의 경기만 중요한 건 아니다.
어쨌든 나폴리는 강한 팀인 만큼 나머지 경기에선 꾸준히 승점을 쌓아나갈 것이다.
그러니 우리와의 승점 차가 계속 3점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 차이가 줄어들 수도 있는 일이지만, 언제나 미래 계획은 최악의 상황부터 준비해야 하는 법이니까.
나폴리가 모든 경기를 이긴다고 가정하면, 우리도 모든 경기를 이기면서 나폴리를 만나야만 한다.
이렇게 보면, 참 쉽지 않다.
하지만 애초에 우승을 한다는 게 쉬울 리 없으니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쉽지 않으니 그만큼 값진 것이고, 값지니까 손에 넣고 싶은 거다.
뭐, 원래부터도 그랬지만.
이제부턴 정말 모든 경기에서 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절로 비장한 마음이 되어, 도시락통을 정리하는 손짓마저도 엄숙해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 잡기는··· 한발 늦게 식판을 들고 나타난 로메로에 의해 와장창 깨져버리고 말았다.
“야! 너!”
다짜고짜.
근처 빈자리에 앉은 로메로가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친다.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쳐다보니, 로메로는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말했다.
“어제! 어제 그거 누구야! 응?”
“···선배들 다 있는데 목소리 좀 낮춰.”
“말 돌리지 말고! 어제 그거 누구냐니까?”
“뭔 소리야. 알아듣게 얘기해 봐.”
“나, 다 봤어? 너 어제 초특급 미녀 둘이랑 같이 경기 보던 거 다 봤다고! 모자 쓰고 다니면 내가 모를 줄 알았냐!”
“···”
···음.
어제 얘긴가.
로메로도 경기를 보러 왔던 건지, 나를 본 모양이다.
다만, 초특급 미녀 둘은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 아저씨 같은 단어 선택은 둘째 치고, 초특급이라고 할 만한 건 한 명뿐이었는데.
“이건 또 뭔 소리야?”
“막내가 양쪽에 여자를 끼고 경기를 봤다고?”
“와, 얌전한 개가 더 무섭다더니. 진짜냐?”
로메로의 헛소리에, 순식간에 모든 이목이 내게 쏠린다.
···왜들 이래.
“같이 보긴 했는데. 끼고 봤다니 그게 무슨···”
“맞잖아! 내가 다 봤어. 네가 가운데 앉고, 미녀분들께서 양쪽에 앉아 있었잖아!”
“와, 막내 봐라.”
“이 자식 봐라. 너, 우리 다 실망하기 전에 말해. 그중 한 명은 네 친구였겠지?”
난데없이 경찰서에 끌려와 조사받는 분위기.
고개를 끄덕이니 선배들이 일단 안도하듯 한숨을 내쉰다.
대체 왜인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뭔가 해명을 해야 할 분위기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은?”
“···친구의 친구요.”
“뭐여. 근데 쟨 왜 난리야?”
“엄청 예뻤어! 엄청 예뻤다고!”
“···근데?”
“분위기가 이상했어! 눈에서 아주 꿀이 떨어지더만! 멀리서 봐도 핑크핑크한 냄새가 아주 달달하게 났다고! 너, 솔직히 말해. 무슨 사이냐!”
뭐라는 거야.
“말했잖아. 친구라니까.”
“그렇다기엔 걔가 널 보는 눈빛이! 어? 그냥 친구 사이는 아니더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사실 친구는 아니야.”
“여,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럼··· 사귀기로 한 거냐···?”
“뭔 소리야. 어제 처음 봤구만. 그냥 친구의 친구인데, 같이 볼 수 있냐기에 옆자리 앉아서 경기 본 게 다인데. 그러니까 친구조차도 아니라고.”
“그, 그래도! 뭐 연락처 교환이라도 했을 거 아냐. 나중에 따로 밥이라도 먹자고 했을 거 아냐!”
“···안 했는데.”
이상한 눈으로 로메로를 쳐다보며 대답하니, 로메로도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황당해한다.
왜 황당해하는데, 왜.
“안 했다고? 번호를 안 땄다고?”
“어.”
“왜···?”
“뭐가 왜야. 넌 아무한테나 전화번호 가르쳐주고 다니냐.”
“···잠깐만. 가르쳐준다? 너 설마, 걔가 먼저 물어봤는데 안 가르쳐줬다는 거냐?”
“···어.”
“이, 이 자식 봐라? 그런 미녀가 번호를 먼저 물어 봐줬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안 줬다고?”
고개를 끄덕이니, 로메로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한다.
나 참.
배가 아프면 식당이 아니라 화장실부터 갔다 올 것이지.
“잠깐만. 그러니까, 친구랑 친구의 친구랑 같이 만났는데. 그 친구의 친구가 너한테 번호를 물어봤고, 너는 안 가르쳐줬다?”
끼어들기 좋아하는 보나벤투라 선배가 정리를 해서 묻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랬더니 선배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알겠군. 네 도시락이 왜 업그레이드됐는지 말이야.”
“···?”
“역시 너다. 나였다면 분명 통과 못 했을 텐데.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구나.”
···하여간.
로메로와 보나벤투라 선배만 끼면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들만 난무하곤 한다.
시험은 뭔 시험이라는 건지.
“먼저 일어날게요···”
여기 더 있다간 나도 이상하게 물들 것 같아 얼른 일어나야겠다.
그렇게 일어나는데, 로메로가 갑자기 내 손을 붙잡는다.
“자, 잠깐. 혹시 그렇다면···!”
“···?”
“그, 그 애. 나한테 소개시켜 줄 순 없냐?”
“···내가 왜.”
“친구잖아! 우린 피를 나눈 전우잖아!”
우리가 피를 나누긴 언제 나눴다는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냥 가려다가, 문득 재밌는 생각이 떠올라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로메로에게 말했다.
“해주면.”
“···응?”
“해주면 넌 나한테 뭐 해줄 건데.”
“해, 해달라는 거 다! 뭐든 다 할게!”
“···진짜? 뭐든?”
대체 그게 뭐라고.
로메로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으음.
그럼······
“앞으로 형님이라고 불러.”
“그, 그건···!”
로메로가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라이벌에게 형님이라니. 다, 다른 건 안 될까···?”
“싫으면 어쩔 수 없지.”
뭐, 나야 아쉬울 건 없다.
망설이는 로메로를 뒤로 하고 주저없이 돌아서니, 이내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알겠어. 형님!”
그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선배고 뭐고 없는 로메로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 웃길 만했다.
“앞으로 하는 거 보고 더 생각해볼게.”
“아, 알겠어. 형님···”
납작 엎드리는 로메로의 모습에, 웃음을 참으며 식당을 나선다.
뭐, 당연하지만··· 로메로를 위해 그 귀찮은 짓을 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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