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27)
아직은 아닙니다 -3
“그럼 네가 가서 한 번 해볼래?”
나는 처음에 이게 까불지 말라는 뉘앙스로 하신 말씀인 줄 알았다.
감히 나까짓게 1군 선배들의 부족함을 늘어놓았으니까. 그게 쉬운 줄 아냐고, 그럼 그렇게 잘 아는 네가 가서 해보라는 식으로 말씀하신 건 줄 알았다는 얘기다.
근데 아니었다.
감독님은 진지한 얼굴로 내게 묻고 계셨다.
“어떻게 생각하나?”
“예?”
“1군에서도 할 만할 것 같지 않아?”
“아, 제가 어떻게 감히···”
“공격진에 창의성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선수. 내 생각엔 이게 딱 지안, 너인데.”
“어···”
너무 갑작스러워서 내가 대답을 못 하고 어버버 거리자, 감독님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 오해하지는 마. 내가 지금 너보고 당장 1군에 가라, 말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거야 빈첸초 감독님이랑 윗분들이 결정하실 문제지. 난 그냥 1군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나, 그걸 묻는 거야.”
음······.
감독님의 말씀에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말하면, 글쎄.
내가 1군에서 뛴다고 생각하면, 먼저 앞서는 건 두려움이다.
어제 경기장의 분위기가 어떤지 봤으니까.
아르테미오 경기장에서 시합을 하는 건 유소년 경기장에서 시합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유소년 경기장에선 관중이 많아 봐야 백 명 언저리인데, 거긴 수천에서 수만 명이니까.
그 가운데서 축구를 한다는 건 상상만 해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또한, 나는 다를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관중석에 편히 앉아 지켜볼 때처럼, 필드 안에서도 문제를 파악하고 방법을 찾아 정답을 제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내 주제에 어떻게 1군 선배들도 못하는 걸 할 수 있을까. 난 아직 16살밖에 되지 않았고, 실력도 한참 부족한데.
하지만··· 지금 감독님이 물어보고 계신 건 그게 아니다.
뛰어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으셨다.
그에 대한 대답이라면···
“뛰,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어요. 잠깐, 아주 잠깐이요···”
잠깐이지만 들긴 했었지.
저기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뭐··· 역시 지우 때문이었다.
수천, 수만 명이 나를 향해 환호하는데 그걸 지우가 본다면···
아, 아니.
상상은 해볼 수 있는 거잖아. 상상은.
그냥 그러면 뿌듯하고 기분 좋을 것 같다고.
내가 1군 가면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고···
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긴 했었지.
“그래? 그런 생각이 들긴 했어?”
감독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감독님이 옅은 미소를 지으신다.
“좋네. 좋아.”
그렇게 옅은 미소를 띈 채, 감독님은 볼펜으로 책상을 딱, 딱 두드리며 한참을 계시더니, 잠시 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사람은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소심해져. 도전을 기피하게 되지. 왜냐면 잃을 게 많아지거든. 그래서 안전한 길만 선택하게 돼. 그래선 변화가 없지.”
“···”
“어린 게 좋다는 건 그런 거야.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거든. 잃을 게 많지 않으니까. 밑져야 본전이란 말이지. 변화는 그렇게 도전하는 젊은 피들이 없으면 일어나질 않아.”
으음.
말이 좀 어렵긴 했지만, 감독님이 꽤나 진지하게 얘기하시길래 나는 귀를 기울였다.
이토록 진지하게 얘기하시는 건 처음이었다.
“한 마디로 잃을 것 없는 도전은 어린 선수들의 특권이다. 남들이 목숨 걸고 다이빙을 할 때, 혼자 줄을 매고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겁먹을 필요도 없어.”
감독님은 나를 넌지시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셨다.
“그렇게 도전하는 어린 선수는 누구도 욕하지 않아. 모두가 잘되길 응원하지. 부러워하기도 하고. 어린 존재라는 게 그래··· 어쩌면 동물의 본능일지도 모르겠군. 말이 좀 샜는데,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야. 도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앞으로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말아봐. 어차피 잃을 게 없잖아?”
감독님의 말씀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 좋아. 가서 푹 쉬고. 내일 보자고.”
“예. 고생하셨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한 뒤 감독실을 나온다.
그리고 천천히 감독님이 했던 말씀을 곱씹으며 복도를 걸었다.
도전이라···
그래.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는 걸까.
근데요, 감독님···
감독님은 모르시겠지만 사실 전 잃을 게 아예 없진 않거든요···
그것 때문에 어찌저찌 여기까지 온 거기도 하고요.
그래도, 뭐···
루카 코치님과 훈련할 때, 그리고 유벤투스를 상대했을 때 나도 느낀 바가 없는 건 아니니까.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쁨이 크다는 것 말이다.
···근데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셨지?
모르겠네.
나는 여러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ㆍㆍㆍ
피오렌티나 A팀 훈련장.
훈련 시간이 끝난 터라 훈련장이 한산한 가운데.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어서 오게.”
누군가 감독실을 찾아왔다.
토니 감독이다. 미리 커피까지 내려두고 기다리던 A팀 감독, 빈첸초 이탈리아노가 그를 반갑게 맞이한다.
“이거, 얼마나 고생이 많으신지 머리털이 더 빠지셨네요.”
“닥치고 앉게.”
스킨헤드에 무서운 인상을 가진 빈첸초 감독이라, 선 넘는 농담도 서슴없이 건네는 토니 감독이 미친놈처럼 보이지만, 둘은 절친한 관계다.
빈첸초 감독이 자신의 수석 코치만큼이나 신뢰하는 게 토니 감독이기도 하고.
“요즘 보면 뭐, 아주 오래 사시겠습니다. 욕을 하도 먹어서.”
“이젠 무감각한 수준이지.”
“참을 만큼 참았다! 빈첸초 아웃! 이런 거 나와도 무감각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참을 만큼 참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두 감독이 낄낄거리더니 진한 에스프레소를 홀짝인다.
크으, 이 맛이지. 인상을 찌푸리며 커피 맛에 감탄한 토니 감독이 말했다.
“뭐랍니까. 프런트에선.”
“프런트?”
“겨울에 얼마 써주겠다고 하더냔 말입니다.”
“뭐··· 일단 봐야겠지만, 두샨을 잡지 못 할 경우 그 이적료의 3분의 1 정도는 재투자할 수 있다고 하더군.”
“3분의 1? 웬일로 통 크게 마음먹었답니까?”
“말은 그런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두 감독이 동시에 쓴웃음을 짓는다.
현재 피오렌티나의 성적은 나쁘지 않으나, 성적과 별개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원인은 역시나 경기력이었다.
어떻게 승운이 따라서 꾸역꾸역 승리를 따내고 있긴 하나, 경기력 자체가 워낙에 답답했다.
보는 팬들이 숨 막힘을 호소할 정도.
덕분에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설상가상으로 다가오는 겨울, 피오렌티나는 전력 보강은커녕 전력 누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팀 내 간판 스트라이커, 두샨 블라호비치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블라호비치는 사실상 지금의 피오렌티나를 혼자 먹여 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
그런데 그런 블라호비치가 재계약을 거부했다.
그러자 벌써부터 유럽의 온갖 클럽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적어도 내년 여름, 이르면 올 겨울 그의 이적이 확실시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마저 떠나면 정말로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겨울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 시즌은 일찌감치 버리고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수준.
그렇기에 빈첸초 감독은 요즘 없는 머리마저 빠지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점 찍어둔 대체자는 있고요?”
“리스트가 있긴 하지.”
“공격수죠?”
“당연히 그렇지.”
클럽 회장이라는 작자부터가 돈벌레라고 하긴 하지만, 어쨌든 투자를 약속하긴 했으니.
지금부터 발 빠르게 블라호비치의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피오렌티나였다.
빈첸초 감독 역시 남는 시간의 대부분을 거기에 쏟고 있었는데.
에스프레소를 홀짝인 토니 감독이 말했다.
“저 한 번 믿어보실 생각은 아직 없으십니까?”
“······저번에 말했던 거 말인가?”
“예.”
“으음···”
토니 감독의 말에 빈첸초 감독이 쉽게 답을 못하며 고민에 잠긴다.
며칠 전이었다.
토니 감독에게서 장문의 메시지가 온 것은.
그 메시지의 내용 모두가 한 어린 선수에 관한 것이었는데, 토니 감독에 따르면 그가 지금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엄청난 재능이라고 했다.
게임을 지휘하는 중원의 사령관이 될 수도, 공격에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판타지 스타가 될 수도, 득점이 필요할 때 혼자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가 될 수도 있는 재능이라고.
미래의 피오렌티나는 반드시 그를 위주로 한 팀이 될 것이며, 지금부터 그걸 준비해야 될 거라고 할 정도였다.
다만.
그가 아직 16살밖에 되지 않았고, 그런 재능을 만개하기 위해서 아직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니.
조금만 더 인내심을 발휘해 길게 봐줄 것을 요구했었던 토니 감독이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라고 했다.
이번 시즌 동안만 유스에서 경험치를 먹이면, 다음 시즌부터는 충분히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 당장 겨울에 공격진을 보강하는 대신, 2순위인 미드필더 자원에 투자를 하고.
그걸로 버티다 후반기쯤 슬슬 준비가 되면 그를 잠깐씩 1군에 올려서 맛을 좀 보게 한 다음.
그리고 겨울에 아낀 돈으로 여름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해 팀을 완전히 개편시켜, 다음 시즌. 제대로 다시 시작해 보자는 게 토니 감독의 의견이었다.
“···.”
빈첸초 감독은 오래전부터 토니 감독과 알고 지낸 사이였다. 그래서 알고 있었다. 그가 호들갑이 심한 성격은 아니라는 걸.
그런 그가 그렇게 말할 정도니, 빈첸초 감독도 두 번 세 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의견임에도 말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고작 16살의 유망주 하나를 믿고 반 시즌을 버틴다?
토니 감독의 말이 아니었다면 재고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였다. 이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의 개소리로 치부하고 넘겼겠지.
그나마 토니 감독이 한 말이니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고.
“뭐··· 진지하게 생각은 해보고 있네만.”
“저희 쪽에서 보낸 기록이랑 영상은 보신 거죠?”
“그, 요즘 워낙 바빠서 말이야.”
“아직 안 봤다고요? 머리에 손자국이라도 남겨 드릴까요?”
“···”
이거 봐.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점잖게 선을 넘던 사람이 요즘은 대놓고 선을 넘는다.
대체 그 아이가 어느 정도길래 이렇게 안달복달을 하는 걸까.
빈첸초 감독도 이쯤 되니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워낙 상황이 안 좋기도 하고 말이다.
결국 빈첸초 감독은 크게 한숨을 내쉰 뒤, 여전히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보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한 번 보기라도 하셔야죠. 그다음에 판단해도 밑질 게 없으니까요.”
“다음 주 중으로 보내. 훈련장으로.”
“예.”
“훈련하는 거 한 번 보고··· 뭐 넉넉히 시간을 두고 더 얘기해 보자고.”
“알겠습니다. 그러시죠.”
토니 감독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를 보며 빈첸초 감독은 픽 웃었다.
둘은 남은 커피를 입에 탈탈 털어 넣었다.
“뭐, 일이 잘 되면 수석 코치 자리 하나 주지. 그 정돈 해줄 수 있네.”
“수석 코치요?”
“그래. 내 밑으로 들어와.”
“에이. 수사자가 어떻게 암사자 밑으로 들어갑니······ 으악!”
“푸하하핫!”
암사자 드립에 빈첸초 감독이 빈 잔으로 커피를 뿌리는 시늉을 하자 토니 감독이 질겁했고, 그 모습을 본 빈첸초 감독이 껄껄 웃었다.
ㆍㆍㆍ
주말엔 볼로냐 근처에 위치한 모데나라는 도시로 원정을 다녀왔다.
모데나 FC는 우리 그룹 최하위의 팀이라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시합이 쉽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직전 경기가 유벤투스 원정이었으니 더 그렇기도 했다.
나는 그 경기에서 전반전만 뛰었고, 45분 동안 2골과 1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뭐, 자랑할 만큼 돋보이는 기록은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그 경기를 우리는 7대1로 이겼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또 한 주를 마무리하고.
이어지는 월요일엔 회복 훈련.
그리고 그다음 날인 오늘, 나는 어김없이 훈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어- 지안.”
“안녕하세요.”
훈련장 입구에 들어서는데 루카 코치님이 인사를 건네온다. 나도 꾸벅 인사를 하고 클럽하우스로 향하려는데, 코치님이 날 불러세웠다.
“지안. 오늘 나랑 같이 좀 다녀올 곳이 있다.”
“예? 저요?”
“응. 감독님이 시키셔서 말야.”
“어디를요?”
코치님의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코치님이 말했다.
“1군 훈련장. 오늘 훈련은 거기서 한다.”
“······아, 예···”
요즘 하도 놀랄 일이 많아서 그런가.
이젠 뭔 소리를 들어도 별로 놀랍지도 않···
“예!? 어디를 간다고요!?”
“1군 훈련장.”
아니, 그래도 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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