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35)
막내 지켜 -2
“그, 되게 힘드실 것 같습니다.”
“응? 뭐가?”
“주장 일 하시는 거요.”
“그게 왜.”
“아니, 그··· 컨트롤하기 쉬운 선배들은 아닌 것 같아서···”
“아- 하하!”
내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우리 팀의 주장, 비라기 선배가 껄껄 웃는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친 뒤, 본 훈련에 들어가기 전 잠깐 쉬는 시간.
비라기 주장은 선배들에게 시달리던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음료수를 사주겠다며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왔다.
이온 음료를 시원하게 들이킨 비라기 주장이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뭐, 맞는 말이지. 이 팀 주장 노릇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진짜 그럴 것 같아요. 대단···”
“그래서 나도 못하고 있어.”
“···네?”
비라기 주장이 생각만 해도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너도 이미 눈치챘겠지만, 도대체 정상인이 하나도 없다. 죄다 나사 하나씩은 빠진 놈들이지. 나, 원래 이렇게 안 늙었다. 주장 맡은 지 1년 만에 이렇게 된 거야.”
“···”
내가 심각한 얼굴로 경청하자 주장이 피식 웃는다.
“그냥 나 빼고 다 미친놈들이라고 보면 돼. 그래도 너무 걱정은 마라. 저래 보여도 다 축구엔 진심인 놈들이니까. 너한테 장난치는 것도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니 그냥 그런가보다 이해하고.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야.”
“네···”
“그냥 축구만 열심히 하면 돼. 축구만.”
“명심하겠습니다.”
인자하게 웃는 주장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본인 말론 주장 노릇을 잘못하고 있다 하시지만. 내가 보기에 비라기 주장은 딱 내가 생각하는 ‘주장’의 이미지였다.
훈련도 솔선수범해 열심히 하시고, 지금처럼 막내인 날 잘 챙겨주시는 것도 그렇고.
다른 선배들이 장난을 칠 때 말리는 것도 주장뿐이었다.
주장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쯤 비행기를 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진짜 비행기 말고, 그 왜 어릴 때 아빠가 태워주는 비행기 말이다.
내가 뭐 조카 같다나 뭐라나···
아까는 또 자기들 중에서 제일 못생긴 사람 한 명만 뽑아보라길래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주장이 자길 뽑으라고 몰래 신호를 주셔서 겨우 넘어가기도 했다.
“아무튼, 누가 못살게 군다 싶으면 나한테 바로 얘기하고.”
“네, 주장.”
“자, 가자.”
주장 뒤를 졸졸 따르며 다시 훈련장으로 향한다. 훈련장에 가까워지자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선배들이 또 이상한 짓들을 하고 있다.
서로 바지를 벗기고 도망치고 있다.
꺄르륵 꺄르륵 웃으면서.
이게······ 1군?
“에휴.”
그 광경을 본 주장이 한숨을 내쉰다.
저런 선수들을 데리고 주장을 하려니까 당연히 쉽지 않지.
주장의 어깨가 축 처지길래 주물러 드리기라도 해야 하나 싶었는데, 주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항상 스스로를 경계해라. 저 미친놈들한테 물 들지 않도록. 팀에 그래도 정상인 한 명은 꼭 있어야 하거든.”
그렇게 말한 주장은 갑자기 선배들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일광건조 시간이구나! 나 빼고 재밌는 거 하기 있냐, 없냐아!”
“···.”
나는 그런 주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뭐가 어찌 됐든··· 난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
*
“좋아, 좋아! 더 빨리! 더 빨리!”
확실히 주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다들 평소엔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보이긴 해도, 어쨌든 다들 축구엔 진심이라는 거 말이다.
쉬는 시간 때까지만 해도 초등학생들처럼 장난을 치던 선배들은 훈련이 시작되자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됐다.
모두 장난기와 웃음기를 싹 빼고 훈련에 집중했다.
“헤이, 지안!”
“쟌, 여기!”
“옆에! 리한테 줘!”
특히 좀 인상 깊었던 건, 훈련이 시작되자 선배들이 날 막내나 꼬맹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지안이든, 쟌이든 리든.
그냥 이름으로 불렀다.
필드 위에선 막내고 뭐고 없다고, 다 동등한 플레이어라고 감독님께서도 몇 번 얘기하셨는데.
아마 그런 의미에서 이름으로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지난주까지는 훈련 때도 날 막내라 불렀던 것 같은데. 이젠 나도 진짜 1군이 되어서 그런지, 필드 위에서만큼은 동등한 대우를 받는 느낌이었다.
다만 중요한 건,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겨내야 돼! 이겨내야 돼!”
필드 위에선 다 동등한 입장인 만큼, 선배들은 날 막내라고 봐주거나 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내가 공을 잡고 공격을 할 때나 세컨 볼 경합을 할 때.
선배들은 몸싸움도 봐주지 않고 걸었다.
때문에 난 몇 번이나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도 하고, 경합에서 져 공을 내주기도 했다.
“후우.”
사실 선배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 나보다 더 크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나보다 작은 선배들도 있었고, 나만큼 마른 선배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선배들도 몸싸움으론 이기기가 힘든 느낌이었다.
뭐랄까.
몸싸움도 단순히 체격이나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라는 느낌?
난 그 요령이 부족했다.
“이잇···!”
그래도 기죽는 모습을 보이기 싫기도 하고, 나름 오기 같은 것도 생겨서.
내 나름대로 거칠게 덤벼보기도 했다.
뭐, 유소년 때까지야 몸싸움에 엄한 편이니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피할 수 없는 상황도 생길 테니까.
이를 악물고 적극적으로 하려 노력했다.
물론 쉽지는 않아 잠시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땐 거의 녹초가 되었지만 말이다.
“으어어···”
“야, 막내 죽으려고 그런다. 누가 인공호흡 좀 해줘라.”
“누가 꼬맹이 괴롭혔어? 너냐?”
“네가 제일 거칠게 다뤘잖아.”
잠시 누워서 쉬려는데 금세 주변이 시끌시끌해진다. 대체 왠지는 모르겠지만, 선배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와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훈련 때보다 더 물샐 틈 없는 압박이다.
“좀 살살들 하지, 이것들아. 그래도 막내인데.”
“나도 살살하려고 했어. 근데 살살하면 못 막는 걸 어쩌라고.”
“막내 다치기라도 하면 너 팀에서 쫓겨날걸?”
“그럼 일단 나부터 가만 안 둘 거야. 막내 다치게 하는 놈은 내가 조진다.”
···에휴. 편히 누워있지도 못하겠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아 숨을 고른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떠오른 나는 옆에 앉아 쉬고 있는 루카스 토레이라 선배에게 물었다.
“그, 혹시 선배는 요령 같은 게 있는 건가요?”
“응? 무슨 요령?”
“몸싸움 같은 거요. 나보다 크고 거친 선수들은 어떻게 이겨야 할지 잘 모르겠거든요. 선배는 어떻게 이겨내시는 건지 궁금해서···”
우루과이 출신의 토레이라 선배는 상당히 작다.
본인 말로는 171이라고 하는데, 프로필 상으론 168의 키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몸이 엄청 두껍다거나 한 것도 아니라서 겉으로 보기엔 강해 보이는 느낌이 아니다.
하지만 토레이라 선배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시합 내내 거친 플레이를 불사해야 하는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다.
나는 어떻게 저런 체구로 그곳에서 버틸 수 있는 건지가 궁금했다.
“그건 말이지.”
토레이라 선배는 갑자기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자기 머리에 갖다 대더니, 스페인 억양이 가득한 영어로 대답했다.
“아임 프롬 게토거든.”
“···게토가 뭐에요?”
“모든 게 리얼인 곳에서 나고 자랐다고. 거리엔 갱들이 넘쳐나고, 거칠지 않으면 사냥감이 되는 곳. 그게 내 고향이다. 그런 곳에서 자랐으니 난 터프가이가 될 수밖에 없었지. 죽거나 죽이거나. 유 노?”
“음···”
아, 맞다.
주장이 그랬지. 정상인 사람 없다고.
나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토레이라 선배를 보며 괜히 물어봤다 싶었을 때쯤.
주변 선배들이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인마. 너 부잣집 아들이잖아.”
“가정부가 해주는 밥 먹고 자란 놈이 무슨.”
“너 전에 식당에 마피아 있는 것 같다고 나한테 울면서 전화하지 않았냐?”
“무, 무슨 소리! 아임 프롬 게토! 리얼 씟!”
선배들의 팩트 체크에 총구를 이리저리 겨누며 저항하던 토레이라 선배는, 이내 포기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내게 말했다.
“솔직해져야겠군. 사실 나도 몸싸움 같은 건 잘 못 해. 내가 어떻게 큰 선수들과 몸으로 경쟁을 하겠어. 그건 한계가 있는 일이지.”
“어··· 하지만 인콘트리스타시잖아요. 몸싸움을 해야 할 때가 많지 않아요?”
“많지. 그래서 주로 난 누워버려. 내가 작아서 그런지 심판들이 내 편을 많이 들어주거든.”
“아···”
“꼭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게 몸싸움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거지. 우리 같은 선수들은 영리하게 할 줄 알아야 돼. 그럼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많아.”
이번엔 다른 선배들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토레이라 선배가 말을 이었다.
“막내, 혹시 다비드 실바라는 선수 알아?”
“그··· 이름은 아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와, 이제 다비드 실바를 모르는 세대가 1군인 시대가 온 건가? 내가 아스날에 있을 때 말이야······”
나는 조금 뜬금없이 다비드 실바란 누구인가에 대해 강의를 받기 시작했다.
다비드 실바는 토레이라 선배가 잉글랜드에서 뛰던 시절, 가장 충격을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공을 잘 차도 너무 잘 차서 말이다.
그보다 영리하게 공을 차는 선수는 보지 못했다고.
“실바도 키가 170밖에 안 돼. 근데 프리미어 리그의 그 거친 수비수들도 실바를 막지 못했어. 전혀 막지 못했지.”
그도 마르고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덩치가 큰 선수들도 그를 막지 못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공을 잘 다루고, 남들보다 한 발 더 먼저 움직이고, 판단이 빨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꼭 몸싸움만이 방법은 아니라는 거지. 막내야.”
“네?”
“훈련 때 처음 널 상대했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 다비드 실바가 내 눈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네? 무슨···”
내가 당황하자 토레이라 선배가 진지하게 말한다.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너에겐 그 정도 재능이 보인다. 그러니까 굳이 다른 곳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네가 가진 장점만으로도 충분히 정점에 오를 수 있다. 심지어 넌 실바보다 크기까지 하잖아? 넌 더 좋은 선수가 될 수도 있을 거야.”
나는 선배의 말을 경청했다.
칭찬은 여전히 과하다 생각했지만, 토레이라 선배의 말은 진지하게 담아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다른 선배들이 하나둘씩 말했다.
“그래, 막내야. 궂은일은 선배들한테 맡기고, 넌 너만이 할 수 있는 걸 해라.”
“여기 다 면상들 봐라. 험한 일 하려고 태어난 놈들이다.”
“우리가 지켜줄 테니까, 막내는 험한 짓 할 생각 말고 예쁘게 공만 차라.”
흐흐흐 웃으며 말하는 선배들.
확실히 처음엔 무서웠는데, 그래도 이젠 좀 적응이 됐다 이건지.
그런 선배들을 보니 마음이 든든한 느낌이었다.
*
“으음···”
쉬는 시간이 끝나고, 재개된 훈련을 지켜보던 빈첸초 감독이 턱을 매만진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녀석의 최고 장점은 똑똑하면서도 겸손하다는 거죠.’
문득 토니 감독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 빈첸초 감독이다.
그는 이지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타탓-!
좁은 공간에서 빙글빙글 돌던 이지안이 공을 몰고 빠져나온다.
터치 라인 근처에서 수비 둘에게 몰려 있는 상황이었지만, 영리한 드리블로 재치 있게 위기를 넘기는 모습.
사실 쉬는 시간 전까지만 해도, 오늘따라 유독 녀석답지 않은 플레이를 시도하던 이지안이었다.
신인의 패기를 보여주고 싶던건지, 아니면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만.
평소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려는 게 보였다.
뭐, 물론 좋은 자세라고 볼 수도 있었다.
프로 경기가 유소년 경기보다 훨씬 더 거친 게 사실이고, 몸싸움도 해봐야 느는 거니 다치지만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해보는 게 좋으니까.
다만 그러다 보니 녀석만이 가진 장점이 좀 덜 보이는 느낌이었다. 쉬운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가려는 듯한 느낌.
녀석답지 않게 공을 좀 쉽게 빼앗길 때도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스스로도 깨달은 바가 있는지, 그 잠깐 사이에 스타일을 바꿔 난관을 돌파해내고 있었다.
“좋아! 좋아!”
봐라.
아까까진 그래도 얼추 막아내던 녀석들이 지금은 전혀 막질 못하고 있다.
이지안 혼자서 1군 선배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자신의 단점을 인정할 수 있는 겸손함. 자신의 장점을 활용할 줄 아는 똑똑함.’
저런 타입의 선수는 발전이 빠르다.
정말 똑똑한 선수들은 경기 중에도 스텝업을 하곤 한다.
이지안이 딱 그랬다.
“으음···”
빈첸초 감독이 다시 한번 턱을 매만진다.
이번 주말, 피오렌티나의 리그 10라운드 상대는 UC 삼프도리아다.
삼프도리아는 하위권에 처져 있는 팀이나, 강한 피지컬을 앞세운 수비가 꽤 까다로운 팀.
덕분에 상성 상, 이지안이 없다면 고전이 예상되는 상대가 삼프도리아였다.
하지만 웬만하면 이지안을 내보내지 않으려 했던 빈첸초 감독이었다.
피지컬이 강한 삼프도리아에겐 경험이 적은 이지안이 고전할 수도 있겠다 싶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저 모습을 보니 생각이 좀 바뀌려 하고 있다.
말했듯 이지안 같은 타입은 발전이 빠르다.
같은 한 경기를 뛰어도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치를 먹고 자라난다.
그렇기에 가능한 조금이라도 더 경기에 내보내는 편이 좋다.
“으으, 좋다!”
그래서 빈첸초 감독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하루라도 빨리 세리에를 지배하는 녀석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분명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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