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75)
“그, 오늘은 좀 이상하게 됐는데. 그냥 막 섞어서 드세요···”
“응? 뭐가 이상하다는 거니?”
“플레이팅이 좀 잘 안 됐어요···”
“안 이상한데.”
지우가 내준 그릇을 보곤 아빠와 내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인다.
잘 안 됐다는데, 뭐가 잘 안 됐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먹음직스럽기만 한데.
뭐, 난 요리에 대해 하나도 모르니 지우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왜, 우리도 경기에서 이기긴 했지만 불만족스러울 때가 있는 것처럼?
“맛만 좋구나.”
“맛있다.”
한입 맛을 본 아빠와 내가 동시에 말한다.
지우는 여전히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했지만, 맛만 좋았다.
지우가 해주는 건 뭐든 다 맛있다. 진짜 천재는 내가 아니라 지우다.
아빠나 나나 요리 천재가 해준 음식을 허겁지겁 퍼먹었다.
팔자에도 없는 짓을 했더니 배가 무척 고팠다.
“후우···”
촬영이 끝나자마자 머리를 감고, 얼굴에 했던 분칠을 씻어내고.
다시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자 마치 원래의 나로 돌아온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조용해진 집에 앉아 셋이서 밥을 먹고 있으니 마음이 더욱 편안해진다.
후원이고 뭐고 다 좋은데, 이 순간만큼 좋은 건 없다. 경기에서 골을 넣거나 이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
어차피 그 모든 게 이 순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그렇긴 한데···
“···”
아무래도 뭔가 좀 이상하다.
뭐가 이상한가 생각해 봤더니, 너무 조용했다.
평소 우리의 식사는 꽤 떠들썩한 편이다.
나나 아빠는 밥 먹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지우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우는 항상 저녁때마다 그 날 하루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했고, 우리는 그걸 들으며 밥을 먹었었다.
덕분에 조용할 틈이 없었다.
근데··· 오늘따라 지우가 조용하다.
“···”
“···!”
이상해서 지우를 쳐다보고 있는데, 기척이 느껴졌는지 눈이 마주친다.
그런데 지우가 눈을 피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러 간다.
와··· 진짜 뭐지?
“···켁, 켁!”
얼씨구.
이젠 물먹다 기침까지 한다.
그 탓에 얼굴까지 새빨개졌다.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
“···”
“···”
식사를 마치고 지우를 집에 데려다주는 길.
우리 둘 다 말없이 걷는 중이라 주변이 조용하다. 이렇게 조용하게 걸어본 게 얼마 만인가 싶다.
오늘따라 진짜 이상하네.
뭐, 사실 나는 그대로다.
원래도 내가 말이 별로 없는 편이긴 하지만, 지우와 있을 땐 더 말이 없어진다.
내가 말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지우의 이야기를 듣기에도 벅차다.
그만큼 지우는 말하는 걸 좋아한다.
우리 집에서 지우네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얘기하는 걸로도 부족해, 들어갈 때 자세한 얘기는 메시지로 하자는 아이가 지우다.
그런데 그런 지우가 오늘따라 말이 없으니 조용한 것이다.
아까부터 정말 이상하다.
흠. 뭐··· 하긴.
지우라고 맨날 말을 하고 싶진 않겠지.
가끔은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 아니겠나.
지우조차 말할 기운이 없을 만큼 지치는 날도 있는 거겠지.
그렇게 이해는 했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무슨 일 있어?”
“어, 어?”
침묵을 깨고 말하자, 지우가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린다.
···이 역시 지우답지 않다.
“아니, 그냥. 오늘따라 말이 없길래.”
“아, 하하. 내가 그랬나.”
“오늘 뭐, 학교에서 힘든 수업이라도 했어?”
내 물음에 지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으응, 맞아. 맞아. 오늘 좀 힘들었어.”
“그랬구나.”
“응, 그랬지. 힘들었지.”
“그럼 좀 쉬지. 왜 저녁까지 해주고 그래. 밖에 나가서 먹어도 되는데.”
“괜찮아. 그건 안 힘들어.”
지우가 베시시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나는 거기서 말을 더 이어가려다, 잠깐 숨을 마시며 그냥 걸었다.
음.
생각보다 대화를 이끌어간다는 게 쉽지 않다.
나는 진짜 할 말이 있어야 말을 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지우는 어떻게 그렇게 쉼 없이 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거지.
그것도 세상 재미없는 대화 상대인 나를 데리고 말이다.
이렇게 입장이 바뀌어보니, 새삼 지우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지우는 오히려 말 많은 사람이랑 얘기하면 피곤하다며, 가만히 듣기만 하는 내가 더 편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어쩌면 많이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화라는 건 결국 두 사람이 하는 거니까.
일종의 패스 같은 거지.
한 명이 아무리 패스를 잘 해도, 다른 한 명이 그 공을 잘 받아서 다시 넘겨주지 못하면 이어지지가 않는 거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지우가 아무리 에너지 넘치는 아이라지만, 오늘처럼 힘든 날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많았겠지. 사람인데.
근데도 지우는 항상 활기가 넘쳤다.
어쩌면 내 앞에서만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활기가 없었으니까.
안 그래도 어두컴컴한 나인데, 자기까지 그러면 더 암울해질까 봐. 지우는 힘든 날에도 내색하지 않고 노력했던 게 아닐까.
“···”
그냥, 그랬다.
별거 아니긴 한데, 오늘따라 조용히 걷고 있으려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평소엔 맨날 누나가, 누나가 하면서 떠들어 댔으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뭐··· 지우가 누나 소리를 할 때마다 난 항상 적당히 무시했었고, 어이없다는 듯이 반응을 했었지만.
속으론 나도 어느 정도 인정은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지우를 의지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 여전히 말이 없는 지우가 어색하기도 해서 농담을 던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농담이었다.
“힘든 일 있으면 말해. 오, 오빠가 들어줄 테니까.”
이런 농담은 좀 능글맞게 던져야 하는데, 안 하던 짓을 하려니 말을 절어버렸다.
그래서 그런가.
지우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다.
“···오빠?”
진지하게 날 쳐다보는 지우를 보니, 갑자기 죽고 싶어졌다.
농담을 농담처럼 던져야 상대도 농담인 걸 알 텐데, 내가 너무 진지하게 말했나 보다.
아니··· 지우가 맨날 힘든 일 있으면 누나한테 다 이르라고 말했던 걸 써먹은 건데.
그럼 내가 누가 누나냐며 틱틱댔던 것처럼,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던진 농담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지우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바라보니 이보다 창피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없고.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지금 내 체온을 재면 응급실로 끌려갈지도 모르겠다.
역시 좋은 패스는 기상천외한 패스가 아니라, 받는 사람이 받기 좋게 주는 패스인가 보다.
“···농담이잖아. 농담. 들어가.”
타이밍 좋게 도착한 지우네 집이 구원처럼 느껴진다. 나는 들어가라며 지우에게 손짓한 뒤, 얼른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내 인생에 흑역사는 이제 더 없을 줄 알았는데, 젠장. 젠장···
우우우웅-
빠르게 걷고 있는데 핸드폰이 웅웅댄다.
꺼내봤더니 지우가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지우: 힘든 일 있으면 말하라며
지우: 그래놓고 왜 도망쳐!!
지우: 사실 오늘 할 얘기 많았는데
지우: 음, 목 아파서 못했어!!
지우: 그러니까 집 도착하면 메시지 해
지우: 오늘은 일찍 안 재울거야
지우: 알겠지??
지우: 오.빠.
지우: ^^?
“···”
다시 얼굴이 뜨거워진다.
생각 없이 뱉은 농담 하나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시달리게 될지 아득해졌다.
한 번 건수를 잡으면 질릴 때까지 써먹는 지우인데···
“···”
근데, 그래도 원래 내가 알던 말 많은 모습의 지우로 돌아온 걸 보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ㆍㆍㆍ
피오렌티나의 홈구장, 스타디오 아르테미오 프랑키.
오늘은 리그 3위 피오렌티나와 11위 토리노 FC의 시즌 22라운드 경기가 있는 날.
“분위기 좋네요.”
“경기장이 아름답습니다. 하하!”
경기 준비가 한창인 경기장을 둘러보며 밝은 웃음을 짓는 이들이 보인다.
푸마 쪽 관계자들이었다.
업계 1, 2위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계약을 따냈으니, 다들 얼굴이 밝을 수밖에.
“흐음···”
그러나 한 명만큼은 태블릿 PC를 들여다보며 무언가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케팅 팀장 니나 트리센나다.
“영상 광고도 하나 띄우면 좋을 것 같은데···”
니나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자, 옆에 앉아 있던 직원이 얼른 대답한다.
“아이디어 좀 모아볼까요?”
“네. 같이 생각들 좀 해보시죠.”
“알겠습니다.”
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계약을 따낸 것도 좋았고, 지면 광고용으로 찍은 사진들도 상당히 잘 나왔다.
하지만 뭔가가 조금 아쉬웠다.
이왕이면 짧더라도 영상 광고 하나쯤 더 있으면 좋겠는데 싶었다. 더 이왕이면 진부한 느낌 말고, 좀 세련된 느낌으로 말이다.
“흐음.”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와중, 경기가 시작되었다.
니나는 일단 경기를 보면서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필드를 바라봤다.
“···”
푸마의 차세대 메인 모델이 될 수도 있는 선수, 이지안을 바라보니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사실 내부에서도 이게 맞냐는 소리가 나오긴 했었다. 이제 막 포텐을 터뜨리기 시작한 유망주에게 이 정도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을 제안하는 게 합리적인 것이냐 하는 의견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이지안이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 그리고 인기와 화제성은 한 시즌도 다 치르지 않은 신인의 수준이 아니라는 걸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그래서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나이키, 아디다스를 제치고 계약을 따낼 수도 있었던 것이고.
뭐,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과하다면 과하다 할 순 있겠지만.
마케팅 팀장의 눈으로 봤을 때, 니나는 이지안이 지금보다 더 큰 스타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때 가서 이 계약이 과했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미리 좀 과하게 대우를 해줘도 손해 볼 건 없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이왕 할 거면 더 과하게 해줘야지.
영상 광고도 하나 기깔나게 뽑아서, 나중에 새 라인을 런칭하면 붙여주고 말이다.
우와아아아─
순간, 적당히 시끌시끌하던 경기장이 탄성에 젖어 든다.
이지안이 공을 잡은 순간이었다.
미래에 더 큰 스타가 되니 뭐니 했지만, 이미 그는 스타였다.
평범한 위치에서 평범하게 공을 잡은 것만으로도 이런 탄성을 이끌어내는 선수가 스타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리! 리! 리! 리!”
그가 공을 잡자 모두가 리를 외치기 시작했고,
“리! 리! 리!”
니나를 포함한 관계자들 역시 팬들을 따라 리를 외치며, 흐뭇한 눈길로 이지안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타타탓-!
이지안이 공을 몰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유려한 드리블로 수비 한 명을 가볍게 제쳐낸다.
파아앙-!
그리곤 왼쪽으로 가볍게 패스.
그 패스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연결된다.
타타탓-!
그동안 어느새 이지안은 박스 근처까지 가 있다. 그런 이지안을 향해 다시 패스가 들어가는데···
그다음부터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투우웅-
애매한 높이로 향하던 패스를, 수비를 등진 이지안이 가슴으로 받아낸다.
그러더니,
파아앙-!
떨어지는 공을 다시 발등으로 높게 차올리며 몸을 돌린다. 자신의 머리는 물론 등 뒤에 있던 수비수의 머리까지 넘기는 볼 트래핑.
슈우우웅-
그 공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는데, 그 순간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인다.
동시에 모든 관중들이 하나씩 자리에서 일어난다.
슈우우웅-
그리고 그 공이 땅에 떨어지기 직전.
수비보다 한발 먼저 움직였던 이지안이 화면 밖에서 치고 들어오듯 다시 나타난다.
마치 CG로 작업한 것처럼, 공은 천천히 떨어지는데 이지안은 번개처럼 움직인다.
뻐어어어어엉-!
그리고 천둥같은 임팩트.
이지안이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발리 슈팅이었다.
방금까진 슬로우 모션이었던 화면이 순간 배속이 된 것처럼 빠르게 공이 쏘아져 나간다.
슈우우우우웅-
그것도 아주 정확히-
철썩-!!
골망이 들썩인다.
공이 골대 상단 모서리로 정확히 빨려 들어갔다. 어떤 골키퍼가 와도 막을 수 없는 이상적인 발리 슈팅이었다.
모두가 입을 벌린 채 이지안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지안은 아주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패스를 준 동료에게 달려갈 뿐이다.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이···!
“리! 리! 리! 리! 리! 리! 리!”
그런 이지안을 향해 팬들의 환호성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쏟아지는데, 그다음 순간 더욱 흐뭇한 장면이 펼쳐졌다.
패스를 줬던 선수가 한쪽 무릎을 꿇고, 이지안의 발을 반강제로 들더니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마치 구두를 닦아주는 듯한 시늉을 했다.
종종 볼 수 있는 세레머니였다.
그 모습을 팬들이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는데, 푸마 관계자들은 흐뭇한 수준을 넘어 황홀한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푸마 관계자들의 눈엔 이지안이 신은 축구화가 너무나 선명하게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광고··· 나왔네···”
니나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이보다 더 기깔날 수는 없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