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92)
“야, 큰일 난 거 아니야?”
“···뭐가?”
“너 때문에 사람들 난리 났어. 댓글로 막 싸움까지 났다니까.”
“나 때문에 싸운다니, 누가···”
“여기, 이거 봐봐.”
지우가 호들갑을 떨더니, 노트북을 돌려 화면을 보여준다.
뭔 소리야.
나 때문에 싸우긴 누가 싸운다는···
“···진짜 싸우네.”
“이 사람들 진지하다니까.”
“왜 싸운대···”
“몰라. 너랑 다른 선수들 막 비교하면서 싸우고 난리 났어. 무슨 백분 토론인 줄.”
···한숨이 나온다.
팬들끼리, 그것도 인터넷에서 싸우는 거야 큰 관심은 없지만··· 그 주제가 나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이 사람들, 나 때문에 진지하게 싸우고 있다.
└이번에 못 봤어? 블라호비치고 디발라고 전부 비야레알한테 틀어 막히는 거. 이게 현재 세리에의 현실이야. 리라고 달라질 건 없다고.
└걔네는 걔네고. 리는 다르지. 단순히 기록만 봐봐. 블라호비치 리그 18골 2도움. 디발라 8골 3도움. 반면 리는 리그 20골 11도움이야.
└현재 폼으로만 따졌을 때 리보다 나은 선수는 없어. 유럽 전체에서도 말이야.
└리그 수준은 감안 해야지. 리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면 지금 기록일 수 있을 것 같아?
└안 될 거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지금 리가 PL에 가도 데 브라이너 만큼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데 브라이너? 제정신인 거야? 만약 데 브라이너가 지금 세리에로 오면 아마 20골 20도움 정도 하고 있을 텐데?
└비올라 친구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이해하지만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 리가 유럽 최고의 폼을 가졌다고 말하려면 일단 메시, 호날두, 음바페, 네이마르, 벤제마, 비니시우스, 살라, 그리즈만 등등. 이 선수들을 넘었다는 얘기인데,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아직 한 시즌도 다 치르지 않은 선수를 참나.
└이봐. 정확히 하자고. 우린 올 시즌, 그리고 현재의 폼만을 얘기하는 거야. 메시가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인 건 맞지만, 올 시즌 PSG의 메시는 기대 이하야. 올 시즌의 리가 밀릴 건 없다고 생각해.
└그럼 음바페는? 넌 세리에만 봐서 모르겠지만, 음바페는 지금 리그에서 24골 14도움을 기록 중이야. 챔스에선 6골 4도움이고. 이걸 넘었다는 거야?
└프랑스 리그잖아.
└하지만 세리에에서 PSG를 이길 팀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인데?
└붙어봐야 알지. 유벤투스는 몰라도 피오렌티나는 가능성 있어.
└애초에 16살이 최고의 선수들이랑 비교되는 것만 봐도 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네
└맞아. 다들 까먹고 있나 본데, 리는 지금 16살이라고. 메시도 16살 땐 바르셀로나 B팀에 있었어.
└나이에 비해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는 거야 누구나 인정하지. 문제는 그거랑 챔스에서도 통한다는 거랑은 별개라는 거고.
└동 나이 때의 기록으로만 봤을 때, 음바페가 메시보다 더 빠르게 기록을 쌓아나가고 있어. 하지만 음바페가 메시보다 뛰어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지.
└뭐, 보면 알겠지. 리가 챔스에서도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읽기만 해도 어질어질하고 한숨이 나온다.
정말 지우의 말대로 백분 토론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게 다 어제의 그 인터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 정확히는 그걸 이상하게 부풀려 쓴 기자 때문이지.
와, 진짜···
어떻게 더 잘하는 선수들을 만나 배울 생각에 기대된다는 뜻으로 한 말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는 뜻으로 바꿔서 내보낼 수 있는 걸까.
기자들이란 사람들은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걸 세상에서 가장 잘 이용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나도 이젠 나름 마이크 든 사람들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나 보다.
덕분에 나는 내가 최고다! 라고 외치고 다니는 리카 로메로 같은 녀석이 되어있었다.
······싫다.
“아니, 근데 진짜 영국이나 스페인이 축구 더 잘해?”
다시 노트북을 가져간 지우가 묻는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쪽이 더 크긴 할걸.”
“크다는 게 어떤 의미인데?”
“음··· 일단 돈도 더 많고. 잘하는 선수들도 더 많고.”
“차이가 엄청 심해?”
“엄청은 아니지. 뭐, 조금···?”
사실 나도 잘은 모른다.
그저 티비 중계로 영국 팀들의 경기를 보거나, 유벤투스가 스페인 팀에게 깨지는 걸 보면서 간접적으로 느낀 게 다일 뿐.
직접 만나본 적은 없으니 격차가 어느 정도라고 단정을 짓긴 어렵다.
그래서 궁금한 거다.
다른 리그의 팀들은, 거기서 천재로 유명한 선수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는 과연 어느 정도일지가 말이다.
“난 상상이 잘 안 되는데.”
“···뭐가?”
“너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상상이 안 가.”
음··· 지금까지 내가 정말 간절하게 축구를 하긴 했나 보다.
지우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다만, 그거야 지우가 축구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런 걸 거다.
지우가 따로 해외 경기를 찾아봤을 리는 없을 테고, 본 거라곤 내 경기가 전부일 테니까.
진짜 천재들의 플레이를 본 적이 없으니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
하지만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축구를 잘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게 말이 될 리가 없잖아.
그게 진짜라면 내가 발롱도르를 받아야지.
근데 그게 말이 되냐고.
안 되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건.
“···”
근데···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지우를 보면,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니, 그렇잖아.
저렇게 날 믿어주는데, 당연히 그 믿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한 거다.
그 터무니없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
지우는 항상 내게 그런 욕심을 갖게 만든다.
“뭐··· 붙어보면 알겠지.”
“오올. 자신 있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지우가 웃으며 묻는다.
“자신···”
자신이 있지는 않다.
솔직히 말하면 무섭다.
진짜 천재들 사이에 선 나의 모습이 너무나 평범해 보일까 봐, 그걸 지우가 보고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무섭다.
근데, 한 편으론··· 그런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도전해보고 싶다.
옛날의 나와 지금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아마 이게 아닐까.
무언가 도전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무서움이 느껴지는 건 여전하지만··· 도망가거나 외면하기보단 이겨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거.
지난 몇 달 동안 일어났던 마법 같은 일들이 날 그렇게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버릇이 잘못 든 걸지도 모르겠다.
신께서 나를 불쌍히 여겨 잠깐 행운이 깃들도록 축복을 내려준 건데, 그 행운들에 취해 겁이 없어진 게 아닐까 하는.
하지만, 모르겠다.
두려움에 도전해 이겨내고, 속으로만 하던 축축한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내 안의 두려움을 하나씩 없애가는 거.
그래서 조금씩 내 스스로 당당해지는 거.
그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자신 있지. 내가 누군데.”
“그치, 그치. 이 누나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지우의 말에 피식 웃는다.
나는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서 뭔가에 도전할 때, 도전해야만 하는 이유가 없으면 쉽게 시도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이유를 만들어야 하고, 그중 최고는 이렇게 터무니없는 허세를 부리며 도망갈 곳을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질러놨으니, 이젠 내 말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미친 듯이 노력하는 수밖엔 없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이다.
아등바등 노력하는 것보단 타고난 천재처럼 보이는 게 좀 더 멋있잖아.
“야, 그보다 있잖아.”
“응?”
혼자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지우가 말한다.
“일단 다음 주, 기대하고 있을게.”
“다음 주? 뭘?”
“와, 설마 까먹은 거 아니지? 죽을래?”
뜬금없는 소리에 내가 고개를 갸웃이자, 지우가 주먹을 들이민다.
그 솜방망이 같은 고양이 주먹에 나는 겁먹은 척을 해준다.
“알아, 알아.”
“치, 까먹은 거였으면 옛날 기억 떠오르게 해주는 건데.”
아쉽다는 듯 말하면서도 지우가 생글생글 웃는다.
다음 주, 지우의 생일이다.
그걸 까먹을 리가 없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매년 세뇌시키다시피 자기 생일을 알려줬었으니까.
“옛날 기억 떠오르게 해주는 건 또 뭔데.”
“너 그때 생각 안 나? 4학년 때였나. 니가 내 생일 까먹고 넘어가서 나한테 싹싹 빌었었잖아.”
“내가 언제 싹싹 빌었다고.”
“와, 얘 봐. 기억 안 나는 척하네.”
기억이 안 나긴.
다 난다.
그때 내가 지우 생일을 깜빡하고 그냥 넘어가서 지우가 엄청 삐졌었다.
옆자리인데 말도 안 하고, 갑자기 책상 넘어오면 꼬집을 거라고 선까지 긋고.
밥도 나랑 같이 안 먹었다.
그래도 내가 싹싹 빌진 않았지.
그냥 잘못했다고 한 거 뿐이지···
지우는 내 생일 날 매번 선물을 챙겨줬었으니까.
나, 생일 파티라는 걸 지우 때문에 처음 해 봤다.
“그래서, 뭐 받고 싶은데.”
“선물? 음, 음···”
넌지시 물으니 지우가 손가락을 입에 대고 기대 가득한 얼굴로 고민에 잠긴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 모습에 불안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우가 뭘 갖고 싶다고 하든 다 사줄 수 있으니까.
음하하.
나, 이래 보여도 1주일에 4천 유로를 받는 남자다.
“말만 해. 괜찮으니까.”
“음, 음···”
···아무리 그래도 지우의 고민이 길어지니 조금 불안하기는 하다.
뭐 얼마나 대단한 걸 받고 싶어서 저렇게 고민을 하는 걸까.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내 나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그럼, 있잖아. 다음 주 경기에서 골 넣고 나서.”
“···음?”
“세레머니 해줘.”
“···세레머니?”
지우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인다.
“대신 나만 알아볼 수 있어야 돼. 그냥 세레머니는 안 돼.”
“그게 무슨 말이야.”
“그니까 의미가 있어야 된다는 거지. 나랑 너만 알 수 있는 의미!”
···차라리 뭘 사달라고 하지.
너무 어려운데.
“근데 그게 선물이야···?”
“응. 너 예전엔 나한테 세레머니 해줬으면서 요즘은 안 해줬잖아. 그동안 실망했다고.”
“···무슨 세레머니를 하면 되는 건데.”
“그건 네가 생각해 봐야지! 내가 그것까지 가르쳐 줘야 되니?”
“···알았어. 일단은.”
“오케이. 나 기대한다? 우리 지안이 센스 좀 봐야지.”
“···”
음.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ㆍㆍㆍ
일요일, 우리는 ‘살레르노’라는 도시로 원정을 떠났다.
우리의 상대는 US 살레르니타나 1919라는, 외우기도 어려운 이름의 팀이었다.
살레르니타나는 지금 리그 17위에 처져 있는 팀이라, 다들 마음이 가벼워 보였다.
가는 내내 서로 농담을 하면서 웃고 떠들기도 하고, 경기 끝나고 뭘 먹을지 토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내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지우의 생일 선물로 무슨 세레머니를 해야 할지 못 정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게 뭐냐면··· 내가 선발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막내야. 형들만 믿어. 오늘은 푹 쉬게 해줄 테니까.”
“오늘은 우리도 선배다운 모습 좀 보여주자. 막내 나올 일 없게 해보자고!”
“오케이!”
아니··· 나 오늘 나가야 되는데···
그런 내 속도 모르고 선배들은 파이팅을 외칠 뿐이다.
그렇다고 감독님께 내가 나가야 한다고 말씀을 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는 그저 손톱을 물어뜯으며 경기를 지켜볼 뿐이었다.
나가야 되는데··· 나 오늘 뛰어야 되는데···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중, 반가운 일이 일어난 건 후반 10분쯤이었다.
“이 자식들이···!”
감독님이 곁에 있던 물병을 발로 걷어찬 것이다.
우리가 동점 골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상대는 생각보다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로메로가 전반에 한 골을 넣었으나 이후로 쉽게 추가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코너킥에 이은 헤더로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만 것이다.
가볍게 이길 거라고 예상했던 상대에게 동점을 허용했으니, 감독님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
그리고 나는 정말 못 되게도, 그런 감독님을 보면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기회가··· 오는 건가?
“···”
“···”
그런 기대를 하며 감독님을 흘끗흘끗 바라보는데, 순간 감독님이 상당히 착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신다.
그래서 나는 괜히 어깨를 돌리고 다리를 털며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듯 어필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코치님이 내게 다가와, 굉장히 미안하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지안, 아무래도 몸 풀어야겠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아, 넵!”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끼를 벗고, 터치 라인을 따라 뛰면서 몸을 풀었다.
누가 보면 아마 엄청 신난 줄 알았을 거다.
뭐, 실제로 그랬다.
“교체! 교체!”
그렇게 15분 정도 몸을 풀고, 후반 25분쯤이 됐을 때 나는 터치 라인에 섰다.
이러니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지우가 처음 이탈리아에 왔을 때, 그리고 내 경기를 보러 왔을 때.
그때도 이렇게 교체로 들어갔었다.
그리고 골을 넣은 뒤, 지우를 향해 세레머니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렇게 골을 넣고 싶어했던 마음이 다시금 되새겨지는 기분이다.
“···미안하다.”
“아니에요. 고생하셨어요.”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내미는 사포나라 선배의 손을 맞잡은 뒤, 필드를 향해 뛰어나간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래서 세레머니는 뭘 해야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