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96)
파아앙-!
공을 발 안쪽으로 잡아놓음과 동시에 전방을 향해 돌아선다.
툭, 툭-!
이어 전방의 움직임을 확인하며 공을 끌고 올라간다.
왼쪽에선 사포나라 선배가 사이드로 넓게 벌리는 움직임을, 오른쪽에선 로메로가 빠져있다가 중앙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게 보인다.
상대 수비는 그에 대응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자리를 지키는 모습.
그 숫자가 굉장히 많다.
공격수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수비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 좀처럼 패스를 찌를 만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수비가 많음에도 정작 공을 가진 나에게 달려드는 수비는 없다.
그저 미드필더 둘, 셋이 나와 일정 거리를 두고 길목을 지킬 뿐.
그런 상대의 움직임에서, 어느 정도 선을 정해두고 그 선까지의 접근은 허용하는 대신 지역을 방어하겠다는 생각이 보인다.
아마도 나에게 먼 거리에서 슈팅을 때릴만한 킥력은 없다는 판단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은데.
툭, 툭-!
엠폴리가 정해놓은 그 선이라는 게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해서 천천히 공을 몰고 들어간다.
그러나 수비는 여전히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자리를 지킬 뿐이다.
이쯤 되면 혼자 다 뚫어 보라거나 때릴 수 있으면 때려보라는 도발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한다.
그런 상대의 의도에 응해주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선 나도 오른발을 크게 당길 수밖에 없다.
엉덩이가 무거운 수비를 끌어내기 위해선, 나도 때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타탓-
공을 슬쩍 길게 쳐두고 보폭을 길게 가져가자, 그제야 수비수들이 한 발 앞으로 나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오른발등에 공을 얹는다.
뻐어어어어엉-!
슈우우우우웅-
수비의 틈을 피해 슈팅이 날아간다.
그러나 그것이 골대 안으로 향하는 일은 없었다.
파아아앙-!!
유효 슈팅이 되긴 했으나 몸을 날린 골키퍼의 손에 슈팅이 튕겨져나간다.
수비 사이로 슈팅을 하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상대 골키퍼도 바보가 아닌 만큼 그 틈을 잘 지키고 있었던 탓이다.
나는 손을 들어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표한다.
“나이스 슈팅, 나이스 슈팅!”
“좋아! 오늘 막내 슈팅 훈련하는 날이다! 마음껏 때려 봐!”
그러나 실패한 슈팅에도 선배들은 박수를 쳐주며 내게 독려를 보낸다.
그 독려에, 다음 코너킥을 더 날카롭게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코너 플래그로 향한다.
“좋아! 가자!”
“리! 하나 보여줘!”
코너 플래그에 서니 팬들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온다.
그 목소리에 더욱 집중해 문전 앞을 주시한다.
이어, 손을 들어 훈련 때 미리 맞춰두었던 약속에 대한 사인을 보낸 뒤, 코너킥을 올린다.
뻐어어어엉-!
툭 건드리기만 해도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끔 낮고 빠르게.
슈우우우웅-
그 코너킥을 향해 우리 팀 센터백 듀오가 뒤에서 달려들며 힘껏 뛰어오른다.
그러나, 그 시도 역시도 골 포스트를 넘어가고 만다.
“맞고 나갔어! 맞고 나갔다고!”
공을 이마에 맞춘 밀렌코비치 선배가 항의를 해보지만, 멀리 있던 내가 봐도 선배 머리에 맞고 나갔다.
덕분에 선배의 항의는 깔끔히 무시를 당하고, 우리는 다시 우리 진영으로 복귀한다.
나 역시 빠르게 내 자리를 향해 뛰었다.
안 그래도 마음이 급한데, 상대가 수비에 전력을 다하기까지 하니 더욱 마음이 급해지고 있었다.
*
뻐어어어어엉-!
조금은 먼 거리.
상대 진영의 우측면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박스 안으로 길게 처리한다.
슈우우우우웅-
그 공이 우글우글대는 선수들의 한복판으로 떨어진다.
나로서는 그사이에 서 있을 자신도 없는 그 혼전 상황에서, 마치 핀볼 게임처럼 공은 우당탕탕을 반복하다 골 라인을 벗어나고 만다.
다시 한번 코너킥.
전광판의 시계는 이제 막 20분여를 가리키고 있으나 벌써 여섯 번째 코너킥이었다.
“후우-”
호흡을 내뱉으며 코너 플래그까지 뛰어간다.
박스 안에서 수비들과 몸을 부대껴야 하는 선배들 앞에서 할 소린 아니지만, 모든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하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오늘 같은 경기에선 더욱 그렇다.
“슬슬 하나 넣을 때 된 것 같아!”
“그냥 바로 때려버려! 애들 머리 상태가 오늘 영 아니야!”
다리를 털며 코너킥을 준비하고 있으니 역시나 관중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워낙 짧은 시간에 여러 번 온 코너 플래그라 그런지, 처음엔 격하게 환호해주던 팬들도 이제는 조금 답답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빨리 하나 넣어야 할 텐데.
그래야 이 게임의 흐름이든, 팬들의 답답함이든 해소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덕분에 이 상황이 가장 답답한 건 결국 나라서, 더욱 이번 코너킥에 집중을 해본다.
“···”
그렇게 코너킥을 차기 위해 도움닫기를 하려다, 잠시 멈칫하며 발걸음을 멈춘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강하게 차야 한다고 몸에 힘을 줘선 좋은 킥이 나가지 않는다. 강하게 차기 위해선 오히려 가볍게, 임팩트에 집중해서 차야만 한다.
그런데 방금은 다리에 힘이 들어간 게 스스로도 느껴져 잠시 멈춰야 했다.
“후우-”
다시 숨을 고르고, 다리를 털면서 재차 킥을 준비한다.
이어서··· 가볍게-
뻐어어어어엉-!
공의 밑둥을 때린 코너킥이 문전으로 향하고, 나는 그 궤적을 바라보다 확신할 수 있었다.
뒤에서 쇄도하며 날아오르는 밀렌코비치 선배가 보였는데, 그의 머리와 공의 궤적이 정확히 한 점에서 만나는 지점이 보인 것이다.
슈우우우우웅-
아니나 다를까.
파아아앙-!
철썩-!!
마침내 엠폴리의 골망이 들썩인다.
와아아아아아-!!
동시에 관중석 역시 들썩이고, 나 역시 작게 주먹을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갈 길이 멀지만··· 일단은 하나 했다.
*
일단 한 골을 넣으면,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아무리 엠폴리가 전원 수비 형태의 전술을 들고 나왔다 해도, 한 점을 뒤진 상태에서까지 그 태도를 유지하진 못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전반이 끝날 때까지 엠폴리는 수비 형태를 바꾸지 않았고, 간간이 역습만을 노리며 우릴 답답하게 만들었다.
“고생했어, 고생했어!”
벤치에 앉아 있던 선배들의 격려를 받으며 돌아온 라커룸에서, 나는 내 자리에 무거운 몸을 털썩 떨어뜨린다.
다리가 무거웠다.
여러 이유 때문이었다.
오늘 유독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길기도 했고, 킥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기도 했다.
게다가 경기 전 웜업에 투자를 많이 해서 그런지 전반 45분을 뛴 느낌이 아니라 70분을 뛴 느낌이다.
덕분에 내 상태가 남이 보기에도 지쳐 보였는지, 트레이너 선생님이 얼른 내 앞에 앉아 다리를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어때, 괜찮아? 상태는?”
“괜찮을 리가.”
감독님 역시 제일 먼저 내 상태를 묻는데, 트레이너 선생님이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답한다.
이에 감독님은 곤란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어때? 더 뛰기는 힘들 것 같아?”
그 목소리엔 분명 배려가 가득 담겨 있으나, 나에게는 조금··· 잔인하게 들려온다.
글쎄.
평소보다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더 뛰지 못하겠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쯤에서 빠지고 싶지는 않다.
1개의 도움을 챙겼다곤 하지만 시합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지난 경기들의 부진을 만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
여기서 쉬면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마음은 불편할 게 분명하다.
적어도 한 골은 넣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야속한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울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게 결정권을 넘기는 감독님의 물음은, 그 의도와 달리 조금 밉게 느껴진다.
“더 뛰어보고, 안 될 것 같으면 손을 들게요.”
“그래. 지금부터 교체 대기 시켜 놓을 테니까, 언제든지 손을 들어.”
“네.”
이런저런 욕심들 사이에서 겨우 찾아낸 타협은 이것뿐이었다.
앞으로 10분 정도···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집중해 한 골을 넣고 쉬는 것.
아쉽지만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
“지금 쉬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바쁘게 다리를 주무르는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걱정스럽게 말씀하시지만,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무언의 의사를 밝힌다.
나는 내가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실망한 채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서웠다.
*
흔히 1대0은 축구에서 가장 불안한 스코어라고 한다.
0대0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으니 불안하다 할 것도 없고, 2대0은 그래도 2점의 차이가 있으니 덜 불안한데.
1대0은 분명 리드 중임에도 단 한 골이면 곧바로 동점이 되어버리는 스코어이며, 그렇게 동점이 될 경우 기세가 오르는 쪽은 동점을 만들어낸 쪽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1대0의 리드는 리드라고 하기에도 불안한 구석이 많다.
때문에 후반이 시작된 뒤, 우리는 전반에 그랬던 것처럼 공세를 늦추지 않았으며···
특히 나는 더 상대의 빈틈을 찾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움직였다.
이젠 내 다리들마저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내 등을 떠밀고 있었다.
파아앙-!
파아앙-!
정적인 수비를 흔들기 위해 횡 패스를 주고받으며 수비의 반응을 살핀다.
상대도 지독하긴 정말 지독하다.
이제 와서 블라호비치의 이적이 아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게 한복판에서 싸워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모르겠으나, 지금은 쉽지 않다.
툭, 툭-
결국 공을 몰고 천천히 접근한다.
전반전 동안 접근 가능 지역과 접근 불허 지역을 파악해두었기에 그 선까지는 무리 없이 들어갈 수 있다.
다만 그 이후가 문제인데, 몇 번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것으로 위협을 주긴 했으나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끌려 나올 바엔 차라리 슈팅을 주는 편이 실점 확률이 낮다는 판단일 거다.
그런 상대에게, 보란 듯이 한 방을 꽂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모로 느껴지는 답답함에, 나는 공을 길게 굴린다.
타탓-
그리고 보폭을 길게 하며 오른발을 크게 당긴다.
뻐어어어어엉-!
허나 그 슈팅은 박스 안으로의 진입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공이 무섭지도 않은지, 머리부터 날린 수비의 몸에 맞고 슈팅이 튕겨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 튕겨 나온 각도가 영 좋지 못하다는 게 순간의 섬찟함으로 직감된다.
슈팅의 강함 만큼 길게 튀어나온 공이 상대의 발 아래에 흘러들어갔고, 상대는 그것을 단번에 전방으로 찌르려는 듯 시야를 확인했다.
그 순간 나는 고민 없이 몸을 돌려 달렸다.
타타탓-!
내 슈팅으로 인해 상대에게 기회가 간 만큼,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달리는데 종아리가 비명을 내지른다.
그 비명에 절로 인상이 써지지만, 미안하게도 달리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타타탓-!
공을 가진 상대가 전방의 움직임을 기다리며 타이밍을 재고 있는 와중, 그의 등 뒤로 도달한 나는 힘껏 발을 뻗어 공을 건드렸다.
이어 합세한 수비가 그 건드렸고, 이내 경합이 벌어지다 발에 맞고 튕겨 나간 공이 터치 라인을 나갔다.
그렇게 잠시 경기가 멈춘 순간···
나는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주저앉고 싶지 않았으나, 종아리가 강제로 나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
“천천히, 천천히.”
부축을 받은 채 가까운 터치 라인 쪽으로 걸어나간다.
몹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나는 주저앉음과 동시에 달려온 의료팀에게 더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필드를 나가는 중이었다.
“하, 이거 참!”
트레이너 선생님은 매우 화를 냈고, 선배들도 모두 다가와 걱정스러운 말들을 했지만···
정말 우습게도, 그런 상황에서마저 나는 날 지켜보고 있는 팬들의 반응이 걱정됐다.
욱신거리는 내 종아리보다도 먼저.
“···”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관중석이 점점 가까워지는데, 내 고개는 더욱 숙여진다.
고개를 들면 내게 실망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는 팬들의 얼굴이 보일 것 같았다.
아까부터 경기장이 숨소리조차 안 들리고 조용한 것이, 다들 실망한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무거운 발걸음으로 결국 터치 라인에 도착하고.
잠깐 자리에 앉아 응급 치료를 받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때까지도 관중석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던 내게, 예상과는 다른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날이 선 목소리가 아니라··· 따뜻한 목소리였다.
“다치면 안 돼! 네가 다치면 우리의 마음도 다친단 말이야!”
“크게 다친 것만 아니면 괜찮아!”
“우리가 미안하다! 우리가 미안해···!”
“하여간 이놈의 팀, 어떻게 저 어린것에게 모든 걸 짊어지게 만들꼬.”
“할 만큼 했으니까 제발 무리하지 말고 쉬어! 우린 네가 그저 건강하게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라고!”
정말 신기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런 팬들의 목소리가 마치 내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꽂혀 들어왔다.
그리고 그 말들은 내 마음 깊은 곳을 찔렀다.
“···”
덕분에 나는 이를 악물어야 했다.
턱이 아플 만큼 어금니를 꽉 물고, 무언가 터져나오려는 것을 참아야 했다.
그렇게 꾹 참으면서 치료를 마치고 일어나 걸었다.
들것을 탈 수도 있었지만 충분히 걸을 만했고, 걷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네가 최고다!”
“무리하지 마! 제발!”
“팀은 져도 되는데 네가 다치는 건 안 된다!”
내가 나간 쪽이 하필 우리 벤치와 반대쪽이어서 나는 경기장 반을 돌아야 했고, 빨리 걸을 수도 없어 천천히 걸어야 했다.
덕분에 팬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내 가슴을 찔렀다.
그래서 나는 이를 더 악물어야 했다.
팬들은 이런 모습에도 실망을 하는 게 아니라 응원을 해주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문득 민낯이었다며 화를 내는 지우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던 내가 떠올랐다.
있는 그대로도 괜찮은데 왜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 하는 걸까, 나는 그런 지우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팬들이 하게끔 만들어주고 있었다.
“바로 들어가자.”
천천히 걸어 벤치에 도착했지만 나는 벤치에 앉지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일단 검사부터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선생님.”
“응?”
나는 비로소 관중들의 시야가 차단된 터널에 들어섰을 때 나를 부축해주는 트레이너 선생님께 사과했다.
“죄송···”
“···괜찮다.”
그러나 말을 끝까지 하지는 못했다.
이를 악물고 참아왔던 것이 터져나왔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내가 더 강하게 말을 했어야 하는데.”
나는 선생님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어린아이처럼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