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the fact that a new actor i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72)
72막, 화제의 신인 (2)
72막, 화제의 신인 (2)
차지윤.
그녀가 각본을 맡았던 독종은 결국 대형 히트작이 되고 말았다.
그 결말부에는 무려 30프로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기염까지 보여주면서.
물론 나에 대한 언급도 적지 않았던 현실이 새삼 즐겁기도 했었다.
독립영화 때와는 달리 실명으로 나를 알아봐주던 팬들도 드문드문 마주쳤고.
그러나 이전과는 달라진 유명세를 만끽할 새도 없이.
배역 섭외가 끝난 넝쿨당은 고스란히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초대박을 노리는 박하은의 대형 복귀작? 벌써부터 화려한 출연진······』
『부부로 뭉친 박시향과 류인환··· 그 아들은 문태경?』
독종으로 인해 잔뜩 달궈진 대중들의 기대가 금세 새로운 드라마를 향하길.
앞선 흥행작만큼의 임팩트를 줄 드라마를 기대해냈다.
지금 나의 앞에 앉은 배우처럼.
“이제 본격적으로 바빠지겠네? 나는 놀 일만 남았는데 킥.”
캔맥주 하나를 과하게 부어마신 남유민이 그리 놀리곤 꺼억 내뱉었다.
다행히 어디 식당이 아니라 자택인 덕에 볼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었지만.
한편.
“무슨 소리에요 형.”
입가를 히죽인 나는 앞선 말속에 담긴 어폐를 콕 집어냈다.
“공약 이행하셔야죠?”
“너, 이···!”
분에 겨운 듯 부르르 떠는 남유민의 얼굴에는 곧 공포가 깃들었다.
“너 때문에 내가···!”
번지점프.
시청률 30프로 공약치고는 소박한 그 네 글자 앞에는 한 가지 문구가 더 붙어있었다.
대한민국 내에서 가장 높은.
괜히 덧붙였던 문구는 고스란히 남유민의 몫이 되었다.
“···푸, 푸흡.”
“웃어? 63미터가 웃겨 너는?!”
결국 여러 조건과 타협을 걸친 최종 미션은 63미터 번지점프가 되었다.
드라마 홍보차 돌았던 스케줄도 얼추 소화를 끝낸 남유민을 벌벌 떨게 만들 다음 스케줄.
전생엔 그저 무모했던 시청률 공약도 이번만큼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그래도 고맙다···.”
그게 꼭 내 덕이라는 듯.
맥주 한 캔을 털어넣으며 중얼거린 남유민이 픽 미소 지었다.
주연배우로서 30프로라는 대성적을 이뤄냈으니 그 뿌듯함도 이루 말할 턱이 없겠지.
그렇게 서서히 취기가 올라옴을 느끼며 남유민과 잡담을 주고받길.
다시금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걱정 마, 신우 너라면 당연히 잘하겠지.”
독종과는 아예 다른 스케일.
거기에다 월등히 더 많아진 비중까지.
조금씩 쌓이는 초조함에 대해 풀어놓자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남유민이 우습게 격려했다.
“···무려 이 남유민 배우님과도 환상적인 호흡을 맞췄는데 안 그래?”
물론 그 뒤에 진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지만.
“신우 너는 극도 잘 보여주지만 일상연기도 잘하잖아.”
“일상연기요···.”
“그래, 가정극은 뭐 살짝 다르긴 할 테지만.”
덧붙이는 남유민의 말대로, 어쩌면 나의 고민은 거기에 있을 지도 몰랐다.
남들에게 가장 당연한 부분이 나에겐 그저 불편할 뿐이었으니까.
저번 생엔 가진 적조차 없었으며 이번 생엔 아예 처음부터 놓아버렸던.
‘···물론 그 뒤에 찾아왔던 회장이지만.’
여전히 의중을 알 수 없는 이철호 회장과는 결국 절연한 관계이자 가족이라 부르기에도 애매한 사이에 불과했다.
결국 고민에 대한 해결은 명확히 나오지 않았다. 그저 늘 그랬듯이.
“뭐 힘든 거 생기면 꼭 물어보고, 나도 나름 선배잖아?”
“···고마워요 형.”
잘해낼 수 있을 거란 마음으로.
잘해내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임할 뿐이었다.
늘 해왔던 것처럼.
* * *
섭외된 배역은 모두 동일한 예상 범위 안이었다. 바뀐 건 문태경뿐이라고.
여기려던 순간 합류하게 된 한 여배우의 이름은 다소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 날 거기에서 봤던···.’
한소연.
그녀는 과거 주태훈이 불렀던 자리에 함께 있던 여배우였다.
딱히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던, 그저 안면만 조금 텄을 뿐인 여배우.
나중엔 꽤 히트치는 미니시리즈의 여주인공으로도 나올 그녀일 텐데.
‘갑자기 셋째 며느리라···.’
내게 썩 나쁜 일은 아니었다.
원래의 여배우였다면 이미지가 좀 더 친숙하겠지만 한소연도 한소연대로 연기력이 증명된 배우이니까.
내가 할 일은 그저 하나뿐.
최대한 많은 준비를 거치며 대본 리딩을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마침내 그 날이 다가왔음을 살갗으로 느끼면서.
“···.”
독종 때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으로 선 입구에는 문태경이 먼저 와있었다.
아무래도 박시향은 물론 류인환까지 거물급 선배가 둘이나 있으니 일찍이 움직인 모양이었다.
아니면 원래부터 과하게 부지런한 성격이거나.
아직 리딩 시작까지는 사십 분도 넘게 남아있는 시간일 텐데.
“와계셨네요 선배님.”
고개를 꾸벅이자 나를 빤히 바라보던 문태경이 이윽고 말을 받았다.
“그동안 준비는 잘 됐어요?”
한동안 박시향과 함께 여러 번 만남을 가졌지만 그것도 잠깐이었으니까.
“최대한 해오긴 했는데··· 선배님들께 누가 되지 않을지는 걱정이네요.”
“그래요?”
그 뒤를 묻는 듯한 말에 적당한 겸손을 붙여 대꾸하기를.
묘한 미소를 지은 문태경이 금세 밋밋한 얼굴로 나를 지나쳤다.
“기대해보도록 하죠.”
장내는 아직 대선배도 스타작가도 도착하지 않은 탓에 어수선했다.
굳이 더 이상 대화를 할 이도 없었다.
그나마 서서히 시간이 지나며 여러 배우들이 들어섰다.
차남 역할을 해줄 배우 유성현과 각자 첫째, 둘째 며느리 역을 맡아줄 기성 여배우들.
남유민과 호각이거나 혹은 남유민 이상의 인지도를 지닌 배우들까지 들어차자 점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천천히 숨이 막히도록.
무게가 내려앉던 그때였다.
“어머, 다들 와있었네?”
돌연 답답한 공기를 뚫고 들어선 박시향이 쾌활한 걸음으로 걸어왔다.
공교롭게도 나의 바로 옆자리로.
모두의 인사를 받으며 들어온 대선배가 귓가에 대고 은근하게 속삭였다.
“우리 막내아들, 연습 좀 많이 했나보네?”
“네? 아···.”
손때 묻은 대본을 향한 박시향의 시선을 읽어내기가 무섭게.
뒤따라 들어온 박하은 작가, 이번 연속극의 각본을 총괄해줄 그녀에게로.
모두의 관심이 모아진 줄 알았다.
그 뒤에 서있는 연로한 인물을 발견하기 전까진.
“허허··· 이거, 다들 반갑습니다?”
“어머, 선배님!”
류인환.
대선배 박시향과 부부로서 호흡을 맞출 아버지역의 배우.
“오랜만이네 박배우도.”
동시에 박시향에게도 선배인 그의 등장에 모두가 일제히 일어나 인사했다.
비로소 알리기 시작하면서.
넝쿨째 함께 하고픈 당신.
근래 기획 단계부터 막강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연속극의 대본 리딩이.
드디어 시작되었음을.
***
전 국민의 안방을 차지했던 일일연속극의 시작은 담백하다면 담백했고 강렬하다면 강렬했다.
가장 먼저 시청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건 둘째 유성현.
아니, 아버지 역 류인환의 성을 딴 류성현이었다.
“그래 됐어. 깔끔하게 갈라서자고! 어머니한텐 내가 말씀드릴 테니까!”
“하, 그래 제발 끝장내자! 나도 이제 진짜 지긋지긋해서 못 견디겠으니까!”
둘째 며느리와 격렬하게 다투고 모든 걸 정리한 류성현은 덤덤히 이혼서류를 챙겼다.
제 어머니에게 당당히 보여주려고.
그 계획대로 이혼서류를 내민 류성현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무너져 내렸다.
“어, 엄마?”
서류를 보자마자 어머니 박시향은 빗자루를 챙겨들었으니까.
아니, 챙겨든 건 물론 야구배트처럼 격렬하게 휘두르기까지 해보였다.
다급한 목소리의 류성현이 몸을 뒤로 주춤거렸다.
“박여사! 일단 진정하고 들어봐, 응?”
“어머니 진정하시고···.”
점잖은 첫째 류태경의 말에 기가 찬 듯 중얼거리는 박시향.
“하, 진정? 지금 나보고 진정하라고 한 거야?”
“여, 여보. 일단 애들 말부터 자세히 들어보고···.”
쩔쩔매는 류인환을 두고 박시향은 실제로 쥔 작은 빗자루으로 천천히 가리켰다.
첫째와 허공, 그리고 둘째를 차례차례 향하면서.
아주 울분에 찬 목소리로 나직이 읊조렸다.
“······자식이라고 꼴랑 키워놓으니 아주 허구한 날 애미 멕이는 기지배를 첫째 며느리라고 들인 장남에다 결혼 생각은 커녕 취업도 나 몰라라 하고 놀러 다니는 막내, 근데 이젠 뭐?”
“박, 박여······.”
“그 입 안 다물어!”
홱 던진 빗자루가 절묘하게 류성현의 앞으로 떨어지길, 그런 부인을 만류하는 류인환.
“아이 참, 여보! 완전히 결론 난 것도 아닌데 뭘 벌써부터···.”
“이미 법원 제출 했는데요, 아버지.”
“야이 놈아! 넌 그 말을 꼭 지금 해야겠냐?!”
빗자루를 떨어트린 손을 부들거리던 박시향이 얼마 안 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이고, 내 팔자야···.”
진절머리가 난 듯 이마를 짚은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려던 모션을 취했다.
대본을 따라.
철없는 막내가 현관으로 들어선 건 그때였다.
“어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심상치 않은 집안 공기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두어 마디를 툭 던지며.
이마를 짚은 제 어머니와 넋이 나간 둘째 형을 바라본 막내가 중얼거렸다.
“형··· 그거 말한 거야? 푸핫! 그러게 아예 나처럼 결혼을 하지 말라니까.”
“···그래, 이런 것들이 내 배 가르고 낳은 아들일 리가 없지.”
그 한 마디로.
펑.
움츠렸던 박시향의 노기가 가득 폭발을 맞이했다. 아주 격렬하게.
“오냐, 그냥 죽자 죽어!”
“여, 여보! 잠깐만!”
“말리지마, 오늘 나 죽고 저것들도 같이 죽으려니까!”
한바탕 난동이 벌어진 가운데에서 박하은 작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추 생각하던 그림이 나온 탓에.
‘이 정도면···.’
비단 박하은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이나 스태프들도.
제법 괜찮은 호흡이었다고 느끼며 리딩 1부가 지나갔다.
실제 촬영에 들어갈 때는 조금 더 무드가 깊어질 테니까.
무난하게 넘어간 도입 파트와 그 뒤 각 형제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
여배우와의 감정선까지 모두 지나간 그 자리에는 힘겨운 한숨이 남았다.
‘···후우.’
물론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도 함께였지만.
지긋한 선배들 가운데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과연 어려운 일이었다고 느끼며 일어서길.
“잠깐 좀 다녀오겠습니다.”
“흐흥··· 그래.”
뜻 모를 미소를 지은 박시향에게 인사를 건네고 화장실부터 찾았다.
몰렸던 기운이 가까스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후우우.”
그 찰나였다.
생각지도 못한 까마득한 배우, 아버지 역을 맡은 그가 화장실로 들어선 건.
“···.”
“···.”
류인환.
방금 전까지도 힘겹게 호흡 맞추었던 지긋한 배우가 천천히 저편으로 지나갔다.
세면대에 먼저 도착한 탓에 뒤늦게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이었다.
“자네가.”
마찬가지로 세면대로 다가온 지긋한 선배 쪽에서 먼저 입을 뗐다.
“자네가 화제의 그 젊은 친구지?”
“···네?”
“소문으로 많이 듣긴 했네만.”
멈칫한 그대로 정지한 덕에 나보다 먼저 손을 털어낸 아버지뻘의 지긋한 배우가 나직이 읊조렸다.
꼭 귓가를 파고들 듯이 날카롭게.
“인상 깊게 봤던 만큼 퍽 특별한 연기는 아니더군.”
아니, 날이 서있기보단 어쩐지 이유 모를 안타까움이 담긴 눈길로 마주봤다.
그래서 생긴 자신감일까.
“선배님.”
“···.”
유유히 빠져나가려던 류인환이 문득 멈춰선 채로 물음을 받아주었다.
“만약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2부.”
아니, 역으로 단정지은 류인환은 옅은 웃음기를 그려내며 답해보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진 몰라도, 2부가 끝나고 나면 답해주도록 하겠네.”
퍽 인자한 미소가 가라앉았던 긴장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다가오는 2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