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자신감은 좋네요
남자들의 승부열을 지켜보고 있던 여자들도 이 내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좋아요. 예원 씨는 누구한테 거실 거예요?”
“제니퍼는요?”
“투자를 하는데 아무렇게나 할 순 없죠. 일단 각자 프로필 좀 읊어 보실래요?”
제니퍼의 말에 안나가 먼저 나서서 대답했다.
“루카스 오빠는 만약 격투기를 안 했으면 수영 선수를 했을지도 몰라요. 원래 물에서 노는 걸 무척 좋아했거든요. 저랑도 물에서 놀다가…….”
“안나! 그런 얘기까진 하지 말고.”
루카스가 붉어진 얼굴로 황급히 안나를 말렸다.
“헤헤. 아무튼 전 무조건 루카스 오빠요!”
“안나는 루카스에게 걸었고. 진 관장님도 뭐 하실 만한 얘기 있으세요?”
당연히 없겠거니 하고 예의상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진상태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훗. 안나 양. 루카스가 수영 선수를 하려고 했다고 했죠?”
“그렇죠.”
“전 고등학교 때까지 수영과 복싱 사이에서 고민했을 정도예요. 학교 대표로 뽑히기도 했죠.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진상태의 말에 일행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아무리 40대라곤 하지만 선수 생활을 했다고 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럼 전 진 관장님으로 할게요.”
“세연 씨. 훌륭한 판단이군.”
“진 코치님은요?”
“형이 수영을 잘하긴 했는데, 아마 물에 들어간 지 오래됐을걸요? 참고로 얘기하면 고등학교 당시 형보다 제 기록이 좋았어요. 당연히 학교 대표로 나가 도 대회 우승까지 했었지. 이 정도만 합시다. 솔직히 내가 나가는 건 반칙인데, 다들 덤비니 안 할 수도 없고.”
그다지 호전적이지 않은 듯했지만, 진상호도 격투기를 제대로 배운 남자가 아니던가.
당연히 져 줄 마음 따위는 1도 없었다.
“그럼 제가 진 코치님에게 걸게요.”
“결과는 제니퍼 양의 승리일 겁니다.”
“그럼 서 사장님은요?”
“전 패스입니다. 아무래도 전 지력 몰빵이라서요. 하하.”
서운영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동방수의 강요로 운동하고 있다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격이 달랐다.
지장인 제갈량이 아무리 고된 수련을 한다 해도 장비를 넘어설 순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럼 이제 수 씨 차례네요. 자랑할 거 있어요?”
“자랑이라…….”
동방수는 아련한 표정으로 회상에 잠겼다.
* * *
“수야. 싸움은 어느 곳에서나 벌어진단다.”
“그렇겠죠. 상대가 내 사정 봐주면서 덤비는 건 아닐 테니.”
“허허허. 이제야 좀 제대로 된 말을 하는구나.”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기에 굳이 다른 소리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 봐야 수련만 더 고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물에서 수련을 진행할 생각이다.”
“무… 물에서요?”
자신의 의지라는 것이 생긴 이후로 단 한 번도 물놀이를 가 본 적이 없는 동방수였다.
그런 그에게 물이란 어둠 이상의 미지의 세계였다.
동방수의 생각을 읽었는지 노인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 말거라.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니까. 그리고 이곳에서는 절대 물에 빠져 죽을 일은 없을 것이란다.”
“그… 그래도.”
“어허. 걱정하지 말래도.”
“아… 알겠어요.”
딱!
노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들의 눈앞에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자, 네가 살던 곳의 바다를 가져왔다.”
“아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뭔가 아련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바다였다.
“1킬로미터 앞에 부표를 띄워 놨단다. 거기까지 천천히 다녀오면 된단다.”
“어… 어떻게요?”
“뭐 별거 있겠느냐? 손발을 휘젓다 보면 앞으로 나가겠지.”
“아… 알겠습니다.”
단련된 육체와 내공이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아, 물과 친해지려면 내공을 당분간 금제하도록 하마. 그래도 몸뚱이는 예전과 다를 테니 충분히 가능할 거란다.”
딱!
노인이 손을 한 번 튕기자 전신이 물먹은 솜처럼 묵직해졌다.
“하… 할아버지.”
“들어가기가 힘들다면 할애비가 도와주마.”
“그… 그게…….”
풍덩!
미처 거부할 사이도 없이 이미 물속이었다.
어푸어푸!
처음 들어간 바닷물에서 제대로 된 수영이 될 리가 없었다.
“참고로 얘기하자면 부표는 1분에 10미터씩 멀어진단다. 부표를 잡기 전에는 나올 수 없을 테니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마. 그럼 난 좀 쉬고 있으마.”
그 말과 함께 노인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바다에서는 동방수의 어푸 소리만 들릴 따름이었다.
* * *
‘추억 돋네. 마지막엔 상어를 풀어놓으셨지.’
“오빠?”
“아니. 문득 상어랑 수영하던 게 생각나서.”
“뭐라고? 푸하하하. 너도 농담이란 걸 하긴 하는구나. 아무튼 자신 있다는 말이지?”
난데없는 상어 타령에 주변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관장님.”
“왜?”
“제가 지는 거 본 적 있으세요?”
“아…….”
이보다 더 확실한 보증이 더 있을까.
“저는 그럼 수 오빠요!”
황예원이 손을 번쩍 들고는 소리쳤다.
사실상 동방수의 능력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황예원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럼 이제 다 골랐네요. 내기 상품은 뭔가요?”
“복잡하게 하지 말고, 소원 들어주기 어때?”
“괜찮겠어요? 저 동방수예요.”
동방수의 자신 있는 표정에 경쟁자 셋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생각해 보면 동방수가 뭔가를 못한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괜히 내기하자고 했나.’
‘지금이라도 물러도 되나?’
‘아무리 형이라도 수영까지 잘하겠어? 이건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단순히 힘으로 해서 빨리 갈 수 있다면 역도 선수들이 수영에서 메달을 휩쓸지 않겠는가?
애써 자위를 해 보긴 했지만, 찜찜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조… 좋아. 대신 제한은 정해 둬야지. 무작정 소원이라고 빌면 그것도 곤란하잖아?”
“그러죠. 다들 들어줄 수 있는 선에서 하면 되겠네요. 콜?”
“콜!!”
이렇게 하여 네 남자의 수영 시합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 * *
오랜만에 휴가차 호텔을 찾은 황정현은 오늘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평소 만났던 연예인들보다 훨씬 뛰어난 외모를 지닌 여자들이 몰려 있었다.
“이야. 장난 아니네.”
“왜? 또. 어떻게 한번 해 보게?”
“못 할 건 또 뭐냐?”
팔짱을 끼고는 여자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아서라. 아서. 붙어 있는 덩어리들 안 보이냐? 장난 아니잖냐.”
“그래 봐야 서민들인데, 뭘 그렇게 걱정을 해. 그리고 나도 체격으론 안 꿀린다.”
“허, 서민? 장난하냐? 너 동방수 안 보이냐?”
“동방수?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황정현은 어딘가 익숙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쯧쯧. 그러니까 네가 경영은 끼지도 못하고 운동이나 하고 있는 거지.”
“뭐? 형이라고 너무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됐다, 됐어. 너희 사촌 형 담근 게 누군지 잊었냐?”
“아!”
그제야 황정현은 동방수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의 사촌 형인 황필현을 감옥으로 보낸 격투 선수였다.
직접적으로 그랬다는 얘긴 듣지 못했지만, 정황상으로 동방수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 사건으로 집안에서도 오랫동안 동방수를 벼르고 있었다.
하지만 일을 벌이려고 했을 땐, 이미 DA에서 공격하기 어려울 만큼 커져 버린 동방수였다.
지금은 외가인 오성에서조차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알았으면 그냥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 괜히 나섰다가 너까지 털리지 말고.”
맞는 말이긴 했다.
그래도 남자답게 뭐라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렬했다.
“그냥 가긴 좀 그런데.”
그런데 얘기하는 꼴을 가만 보니 수영으로 대결을 한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냥 가자니까!”
“가만히 있어 봐. 지금 저놈들 수영 대결 한다는 거야?”
“왜? 수영이라면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하지! 내가 비공식 한국 기록 가지고 있는 거 몰라! 이래 봬도 나 국대 수영 선수야.”
“그런 생각 하다 털린 놈이 한둘이 아니야. 괜히 나서지 마. 나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
성기철이라고 동방수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비록 모계여서 제대로 상속받기는 힘들겠지만, 그 적은 부분마저 동방수로 인해 계속해서 쪼그라들고 있지 않은가.
모친인 임재영에게 물어도 제대로 대답을 해 주지 않았지만, 분명 동방수가 그 원인이었다.
“형은 형대로 알아서 해 봐. 나도 내가 알아서 해 볼 테니까.”
“하여간 고집은. 알아서 해라. 대신 괜히 진 다음에 나 물고 늘어지진 말고.”
황정현은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동방수 일행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저기요.”
황정현은 노빠꾸였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그를 보며 동방수 일행이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왜 그러시죠?”
“지금 혹시 수영 시합 하시는 건가요?”
“뭐, 그렇긴 한데 무슨 일이시죠?”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진상태가 물었다.
황정현은 가볍게 웃으며 용건을 얘기했다.
“제가 동방수 선수의 팬입니다. 그래서 그러는데 같이 수영 시합을 할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제 팬이라고요?”
동방수가 황정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물론이죠.”
“이렇게 직접적으로 와서 경기를 겨뤄 보자는 팬은 처음이네요.”
워낙 자신감이 넘치는 황정현인지라 동방수의 말에 가볍게 대답했다.
“하하하.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되니까요.”
황정현의 말대로 인상이 조금 비열해 보이긴 했지만,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황필현도 외모로 인기로 끌었고, DA 그룹 사람들이 외모는 괜찮은 편이었다.
“자신감은 좋네요.”
“그냥 자신감이 아니죠. 실제로 제법 인기가 많거든요.”
“그런데 제 팬이라고 하셨죠?”
‘거짓.’
동방수는 그가 진짜 팬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맞습니다. 제가 남자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동방수 선수는 참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동방수는 이제 이 남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괴롭혀 볼 참이었다.
이렇게 난데없이 찾아와서는 적대감을 드러내다니. 같이 장단 좀 맞춰 볼까나.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긴 하네요. 근데 제 팬이면 제 시합은 다 보셨겠네요?”
궁색한 변명이 시작되었다.
“저도 좀 바빠서 다는 못 봤습니다.”
“그럼 제가 지금까지 몇 경기를 했는지 아시고요?”
“하하. 그… 그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냥 팬이라는 게 중요하지.”
여기까지의 압박 질문은 버틸 만했다.
하지만 말이 길어질수록 머리가 빠릿하게 돌아가지 않는 황정현에게는 힘든 상황이 계속되었다.
“가장 인상 깊은 경기는요?”
“그… 그건…….”
그럭저럭 답변을 해 나가던 것도 잠시, 점점 더 구체적인 질문에 답변이 궁해졌다.
동방수란 이름도 이곳에 와서 떠올렸는데, 기록 따위를 알 리가 없었다.
동방수는 오자마자 거짓을 떠들어 대는 황정현을 비웃었다.
“왜 왔는지는 대강 알겠는데, 괜히 망신당하지 말고 돌아가시죠.”
동방수처럼 강한 남자는 도발에 약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전혀 그런 구석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쫓아내기까지 한다.
황정현은 제대로 뭘 해 보기도 전부터 물러나게 생기자 주먹을 남몰래 불끈 쥐고는 말했다.
“패… 팬은 아니지만 수영 시합을 하고 싶은 건 진짜입니다.”
“흠. 이건 진짜네. 그런데 우리가 왜 그쪽이랑 시합을 해야 하죠? 여긴 그냥 우리끼리 놀러 온 건데요.”
황정현은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반응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