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78
78화 그쯤에서 멈추지 그래
아무리 잘나가는 격투가라고 해도 수백억의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무슨 자신감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쉽게 말한다는 말인가.
“수야. 마음은 고마운데, 너무 무리하진 마라. WFC에서는 그 정도 돈 벌기 쉽지 않다.”
“에이.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천재 투자자 모르십니까? 이미 투자로 얼마나 많이 벌었는데요.”
“그래? 투자하면 한 방에 훅 간다는데, 네 돈이니 뭐라곤 안 하겠다만, 너무 무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여간 관장님은 걱정도 팔자시네요.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저를 걱정하는 거예요.”
“알았다. 알았어. 어찌 됐든 그 돈은 꼭 벌면 좋겠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카운터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여권을 내보이고 신분을 확인한 후엔 간단하게 돈을 수령할 수 있었다.
단, 일시불로 받으면서 상금이 줄었고, 세금을 떼고 나니 실수령액은 채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히 큰돈이었지만, 기분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동방수는 허탈해하는 진씨 형제에게 각각 1만 달러에 해당하는 칩을 건네주며 말했다.
“심심풀이로 좀 더 하다가 오세요. 전 먼저 올라가서 쉴 테니까요.”
“야, 이거 1만 달러야. 잘못 준 거 아니냐?”
무려 1천만 원이 넘는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는 동방수.
한참 나이 많은 이들이 받기엔 체면이 서지 않았다.
“알아요. 저는 오늘 300억 넘게 번 남자. 그러니까 그냥 받으세요. 껌값 가지고 뭐.”
“허. 재수 없는데 반박할 말이 없네. 너 딱 기다려라. 내가 300억 만들어서 간다.”
동방수의 배려 깊은(?) 말에 진상태가 각오를 다지며 다시 한번 전장으로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그 짧은 시간 동안 1천 달러에 해당하는 돈을 거의 다 털렸기에 복수를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하여간 재미있다니까.”
지금의 상황이 마냥 즐거운 동방수였다.
* * *
동방수가 호텔 방에서 쉬는 사이 진씨 형제는 포커 판에 뛰어든 상태였다.
별다른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게임을 진행하는 자체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남아 있는 돈이 얼마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젠장. 벌써 이렇게 털리네.”
“형은 그래도 아직 반은 남았잖아. 난 이제 천 달러밖에 안 남았는데.”
“수한테 큰소리쳤는데, 쪽팔려서 어떻게 하냐?”
“괜찮아. 어차피 그놈은 기대도 안 할 테니까.”
“야. 그건 그거대로 기분 나쁘잖아.”
그때 다시 딜러가 패를 돌리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두 사람 다 각각 같은 카드를 세 장씩 들고 있었다.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
‘오냐. 이번 판이다. 최소 본전은 뽑아야지.’
두 사람은 감정을 숨긴 채 진지하게 레이스를 시작했다.
다른 외국인들도 패가 나쁘지 않은지 레이스는 점점 커져만 갔다.
결국 진상호는 5,000달러에 해당하는 칩을 추가로 바꿨다.
무려 500만 원이 넘는 돈이었지만, 이번만은 충분히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
네 명이 하는 포커에 한 판 판돈이 무려 2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모두 패가 괜찮은지 아무도 죽지 않은 것이었다.
두 형제는 남아 있는 달러를 모두 칩으로 바꾸고, 마지막 레이스를 시작했다.
서로 든 패가 뭔진 몰라도 둘 중 한 명은 이길 상황.
그렇다면 이 한 번으로 본전은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딜러가 마지막 카드를 돌렸다.
‘떠라! 떠라! 꼭 떠라!’
마지막 카드를 받은 두 사람의 얼굴색이 순간 하얘졌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트리플에서 패가 나아지지 않았다.
‘젠장, 최소한 집은 지을 줄 알았는데.’
‘지면 큰일인데.’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그냥 다이를 외칠 순 없었다.
‘트리플 정도면 충분히 먹을 만하지.’
‘형도 뭐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둘 중 하나라도 이기면 체면치레는 하겠지.’
이번에 지면 집에 돌아갈 때까지 동방수에게 빌붙어야 할 처지였다.
네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며 최후의 베팅을 했다.
그리고 최후의 베팅이 끝난 순간, 모두가 카드를 뒤집었다.
“말도 안 돼!”
두 사람의 입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넷 모두 트리플이었다.
그것도 한 끗 차이.
7, 8, 9, 10으로 이루어진 트리플로 인해 두 형제의 돈은 카지노의 밑거름으로 사라졌다.
“도박은 무슨 도박이냐. 운동이나 열심히 시키자.”
“그러니까. 말이야.”
고작 한 끗 차이로 밟혔다.
두 사람이 오늘 잃은 돈은 동방수에게 받은 돈을 제외하고도 각각 7,000달러 이상이었다.
체육관에서 버는 돈을 기준으로 하면 몇 달 치 수익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동안 끊었던 담배가 절실해지는 순간이었다.
“후우. 상호야, 잠깐 바람 좀 쐴까?”
“그래, 형. 나랑 딱 같은 마음이네.”
이제 남은 것은 기분을 새롭게 하고, 동방수에게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것이었다.
밖이라 해 봐야 호텔의 복도이긴 했으나 카지노의 내부의 탐욕스러움과는 다른 신선함이 느껴졌다.
“상호야. 우리 이제 어쩌냐?”
“뭘 어째. 수가 이번에 이기면 비슷하게 벌지 않겠어?”
“하아. 돈 벌러 왔는데 그냥 쉬다가 가는 꼴이겠네.”
“형수한테만 걸리지 마. 괜히 나까지 욕먹으니까.”
암담한 미래를 그리며 밖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빽 하는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잠시 눈을 마주친 두 형제는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달려갔다.
복도 끝에서 몸을 꺾는 순간, 몇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헉! 미쳤네.”
“형! 정신 차려!”
그곳에는 연예인 귀싸대기를 왕복으로 날릴 만한 미녀가 덩치 큰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서 있었다.
그중 한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었는데, 그것이 마음에 안 드는지 그녀는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영어를 모르기에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었으나 그냥 두고 볼 순 없었다.
“형! 어쩔 거야?”
“어쩌긴 뭘 어쩌냐? 오랜만에 한번 해 봐야지.”
말을 마친 진상태는 거구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들아! 그만두지 못해!”
그렇게 형제와 4인의 거구가 전투를 시작했다.
* * *
제니퍼 로즈는 부유한 가문의 금지옥엽이었다.
그런 만큼 부족함이 없이 자랐고, 뜻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제니퍼에게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다.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경호원들이 항상 같이 있다는 점이었다.
“카렐. 오늘은 저 혼자 놀고 싶어요.”
“말도 안 됩니다. 아가씨는 자신의 위치를 인지 못 하고 계시는군요.”
“그게 얼마나 사람 피곤하게 하는 줄 알아요? 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어딜 가든 아가씨를 노리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좀 더 안전에 신경 쓰시는 게 좋겠습니다.”
“휴우. 알았어요. 이래서야 새장 속의 새지 뭐.”
제니퍼의 나이는 이제 고작 21세.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며, 대학 생활을 해야 할 때였지만, 그런 교육조차 모두 개인 교습을 통해 받고 있었다.
‘아, 답답하다.’
그러던 차에 뜻하지 않게 기회가 생겼다.
“제니, 오늘은 아빠와 함께 여행하자꾸나.”
“정말요?”
여행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말을 들어 보니 이번 여행은 조금 길어질 듯했다.
“물론이지. 우리 딸이 심심하단 얘기를 들었거든.”
“전 완전 좋아요. 아빠. 그런데 어디로 가실 건데요?”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만, 이번엔 행선지가 정해져 있어.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라면 제니퍼가 항상 가고 싶어 하던 곳이었다.
“정말요? 저 거기 정말 가고 싶었어요. 우리 카지노도 가고 그러는 거죠?”
“네가 원한다면, 못 갈 것도 없지. 이번에 가는 호텔에 괜찮은 카지노도 있다더구나.”
“그럼 같이 갈게요.”
선택권은 없었지만, 어찌 됐든 기분 좋은 일이었다.
여행 기간은 무려 일주일.
일주일간 호텔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조금 답답할 법도 했지만, 카지노를 구경할 생각에 가슴은 두근거렸다.
‘거기에 가면 괜찮은 왕자님이 있겠지?’
평소 로맨스 소설을 즐겨 읽는 제니퍼에게 카지노는 판타지를 충족해 줄 장소였다.
백마 탄 왕자님도 돈으로 살 만한 가문이었지만, 제니퍼는 거기까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운명처럼 사랑이 다가오길 기다릴 뿐.
하지만 막상 아버지를 따라온 호텔에서도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넓고 좋은 호텔이면 뭐 하겠는가, 전혀 자유가 없는데.
그렇게 3일이란 시간이 지나는 사이, 문득 주변에 경호원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야.’
뒷일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카지노에 대한 궁금증이 컸을 뿐.
조심스럽게 문밖을 나서 보니 그것만으로도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좋았어. 한번 가 보자.”
돈도 없고, 카드도 없었다.
하지만 제니퍼는 그런 것이 왜 필요한지도 몰랐다.
실질적으로 사용해 본 적이 없었으니.
힘겹게 방을 나선 지 10분이 지나 드디어 카지노를 찾아냈다.
“내부는 어떨까?”
기대감이 폭발할 때쯤.
“아가씨!”
자신을 찾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호 대장 카렐과 세 명의 경호원.
총 네 명의 경호원이었다.
순간 당황한 제니퍼는 달아나려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괴물 같은 네 명의 경호원을 따돌릴 방법 따위는 없었다.
순식간에 카렐에게 손목을 잡혔다.
“꺄악!! 이것 놔, 카렐! 나 좀 놀 거라고!”
“안 됩니다. 아가씨. 마스터께서 걱정하십니다.”
마스터의 부름에 경호원들이 잠깐 한눈을 판 것이 실수였다.
설마 이런 식으로 방을 빠져나갔을 줄이야.
그나마 빨리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잘못됐다면 우린 다 죽었을 거야.’
그렇게 무자비한 가문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의 큰 실수라면 어떤 식으로든 큰 문책이 있었을 것이다.
깊은 한숨을 내쉬는 사이에도 제니퍼의 저항은 거칠었다.
그때.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이 들려왔다.
제법 쓸 만한 체격의 동양인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봐. 신경 쓰지 말고 저리 가지.”
한 경호원이 험상궂은 얼굴로 경고했지만, 상대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듯 보였다.
“저 깜둥이가 뭐라냐?”
“내가 어떻게 알아. 형이나 나나 영어는 마스터…밖에 모르잖아.”
“이 새끼야, 오랄도 알고 애널……. 암튼! 여러 개 알아!”
“그딴 소리 할 때가 아니야. 빨리 말려야지, 안 그러면 저 여자 큰일 나겠어.”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지껄이던 두 사람이 몸을 날렸다.
목표는 가장 덩치가 큰 흑인.
아무리 덩치가 커도 전문적으로 격투기를 한 자신들을 당해 낼 리가 없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퍽!
“컥……. 이…….”
하지만 그 믿음이 깨지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큰 흑인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옆에 있던 두 백인에게 가격을 당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사람들 같지 않았다.
“이 새끼들이.”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나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나름 한가락 하던 두 사람이 아니던가.
하지만 상황은 의도와 달리 허무하게 끝났다.
다른 한 명이 끼어들며, 한 사람씩 제압당한 것이다.
“큭……. 비겁한 놈들.”
그들의 등장에 기대했던 제니퍼의 표정이 급격히 차가워졌다.
‘괜히 기대했네. 아빠 말이 딱 맞았어. 동양인은 약해. 쓸모가 없다고.’
대단히 인종 차별적인 생각이었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부인할 수 없었다.
“인제 그만 가시죠.”
“손 놔요! 내 발로 걸어갈 테니까.”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기 전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쯤에서 멈추지 그래.”
유창한 영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