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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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PMT의 승부 조작을 이용해 불법 사이트들을 뜯어먹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 그 자체였다.
큰 노력도 없이 상당한 액수의 돈이 가상 화폐로 따박따박 꽂히니 꽁돈을 먹는 느낌?
물론 불법 사이트들은 죽을 맛이겠지.
뭔가 작전 세력 같은 놈이 뜯어먹고는 있는 것 같은데, 함부로 지급을 거절하기라도 하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먹튀 소리를 들으며 신뢰를 잃을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해야 했으니까.
당연히 나도 그걸 노리고 딱 애매하게 베팅을 한 거고.
아마 내가 수백억 원을 걸어서 수천억 원씩 따내면 신뢰고 나발이고 그냥 사이트 문 닫고 먹튀 할 게 뻔하지 않나.
물론 PMT의 경기만 딱 골라 베팅을 금지시키는 것도 방법이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저들 입장에서는 PMT를 막아 봤자 또 다른 팀을 포섭해 경기를 조작할지도 모른다 생각할 거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건 역시 지금 승부 조작을 지휘하는 놈들을 원천 차단 하는 거고, 그게 바로 이번 작전의 핵심.
“아. 좋다, 좋아.”
역시 검은돈 뺏어 먹는 건 달달해.
세론에서 마왕군 첩자 노릇을 하던 귀족들의 창고에 쌓여 있던 대량의 금은보화를 아무도 모르게 꿀꺽했을 때가 딱 이런 기분이었지.
강제로 빼앗아도 그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는 게 바로 검은돈이니까.
물론 그렇게 모은 금은보화 전부 지구로 돌아오며 은퇴 자금 그리고 언데드 군단과 함께 증발했지만.
“그런 놈들은 보통 창고에 현금을 다발로 쌓아 놓고 있잖아.”
그런 불법 조직이나 마피아들 보스 집을 털면 제법 큰 돈을 벌 수 있겠지?
“자. 그럼 다음 경기는 어떻게 해 줄까. 오! 정확히 1시간 00분 00초에 경기가 끝나면 31배?”
역시 도박쟁이들은 생각도 기발해.
그냥 걸 수 있는 건 전부 다 거는구나?
“좋아. 다음은 이걸로 간다.”
그렇게 다음 후보를 고르고 얼마나 돈을 베팅할지 고민하던 그때, 박인귀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어.”
-회장님, 놈들이 강인혁에게 접촉했습니다.
드디어 왔구나.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결국 나타나셨네.”
-그 전에 있었던 브로커를 다시 앞세워 강인혁에게 새로운 브로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더니 다시 자신들과 작업하자고 강인혁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강인혁은 뭐래?”
-지금 고민… 아. 승낙했습니다.
“결단이 빠른 건지 돈에 눈이 먼 건지. 물론 뭐, 그러라고 일부러 짜게 준 거긴 하지만. 자, 그럼 놈들이 전면에 나서서 새로운 브로커와 그 뒤에 있는 놈들을 처리하려 하겠네? 그래야 깔끔하니까.”
-그럴 겁니다.
“배우들은 준비됐지?”
-준비 완료입니다.
“좋아.”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번 신나게 놀아 보자고.”
* * *
“음.”
강인혁을 다시 설득하는 데 성공한 알렉스는 강인혁을 시켜 새로운 브로커와 접선을 하도록 했다.
그래야 그 브로커의 뒤를 밟아 그들 뒤에 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강인혁과 만난 동양인 브로커를 쫓아간 알렉스는 허름한 공터에서 브로커가 히스패닉계와 백인 그리고 동양인이 섞인 조직과 만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경기는 1시 00분 00초. 전달했습니다.”
“잘했어.”
“헤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원래 작업하던 놈들은 안 보이지?”
“예. 그런 듯합니다.”
“쯧.”
히스패닉 남성이 영어로 말했다.
“다시 나타나면 아주 혼쭐을 내 줄 텐데. 감히 우리 조직원을 건드려? 아무튼 수고했어. 가 봐.”
그렇게 브로커가 돌아가자 히스패닉 남성이 다른 조직원들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야. S급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잠적한 것 같은데?”
브로커 앞에선 자신만만하게 허풍을 부리더니 조직원과 대화할 때는 진짜 속내를 드러낸다.
그 말에 알렉스는 콧방귀를 뀌며 생각했다.
‘떨거지들이었군.’
S급에도 걱정을 할 정도면 저 조직의 수준은 안 보아도 뻔하니까.
‘그나저나 대화 중간중간에 에스파냐어가 섞여 있어. 남미 쪽 조직인가?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쓰니 콜롬비아? 콜롬비아 카니 카르텔은 쉬운 상대가 아닌데.’
그렇게 놈들의 정체를 생각하던 그때 한 국가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알렉스를 흠칫하게 만든다.
‘…베네수엘라?’
그 국가는 바로 베네수엘라.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범죄 조직은 모두 한지혁에게 굴복한 상황이었으니까.
‘베네수엘라 조직을 끌어들여 승부 조작을 하게 하고 그걸 이용해 우리를 유인한 거라면?’
생각만으로 소름이 끼쳤지만 알렉스는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럴 리 없어. 한지혁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알렉스의 조직이 한지혁이 걸림에도 승부 조작을 시도한 가장 큰 이유는 고작해야 스켈레톤 리그 같은 작은 사업에 한지혁이 큰 신경을 쓰지 않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직이 생각하는 스켈레톤 리그는 세론 랜드처럼 스켈레톤의 호감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의 일환.
당연히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회장이 꼴찌 팀까지 직접 하나하나 챙길 만큼 중요한 사업이 아니기에 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진행했던 건데 갑자기 꼬리가 밟혀 당황했던 것 아닌가.
다행히 그 꼬리가 한지혁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니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만약 정말 한지혁이 알아차렸다면 돈 안 되는 일을 귀찮아하는 한지혁 특성상 그냥 PMT를 쳐 내고 사건을 마무리했겠지. 직접적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게 아닌 이상 그간의 한지혁은 그냥 무시로 일관했으니까. 나도 그 정도로 마무리하길 바라서 그냥 살려 보낸 거고. 그래, 한지혁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물론 한지혁이 스켈레톤 리그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레이드 경기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향후 언데드 군단을 막을 핵심 언데드의 알고리즘 제작을 위해 진행한 거라는 걸 모르기에 한 착각.
아무튼 그렇게 판단을 마친 알렉스는 놈들과 거리를 벌리며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놈들이 운영 팀 직원도 매수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각성자로서 실력은 형편없지만 매수하는 실력은 나쁘지 않군. 모조리 접수해서 우리 걸로 만들어야겠어.”
-그렇게만 된다면이야 대박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PMT를 넘어서 다른 팀 선수들도 포섭하면 돈이… 하하.
“좋아.”
알렉스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만간 타이밍 잡아서 작업을 해야겠군.”
* * *
놈들의 조직원들에게 사람을 붙여 감시한 알렉스는 그들이 주기적으로 한 장소에 모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도 딱 습격하기 좋게 외곽의 인적 드문 폐공장에 말이다.
그렇게 습격 타이밍을 잡아 조직원을 이끌고 폐공장을 포위한 알렉스.
“가자.”
알렉스가 조직원 10명을 이끌고 폐공장으로 향하자 입구를 지키던 백인 각성자들이 인상을 쓰며 영어로 말했다.
“뭐야. 저리 안 꺼……!”
하지만 그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렉스가 그들을 순식간에 제압한다.
그렇게 백인 각성자를 제압한 알렉스가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은 죽이지 마, 물어볼 게 많으니까.”
“예.”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자 밖의 소리를 듣고 모여든 떨거지 조직이 보인다.
그때 그 떨거지 조직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한 알렉스가 말했다.
“오? 그때 그 꼬리군.”
그 사람은 바로 꼬리로 붙었던 A급 각성자.
A급 각성자 역시 알렉스를 보고 경악하며 말했다.
“서, 설마.”
“그때는 운 좋게 살아남았는데 그 운도 여기까지인가 보군.”
그러자 히스패닉 남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 실장님, 누굽니까?”
“그때 그 S급 각성자. 이런 젠장!”
“예!?”
그 대화를 듣고 알렉스는 생각했다.
‘A급이 실장이라. 역시 떨거지들이 맞았어.’
보잘것없는 놈들이라 확신한 알렉스가 말했다.
“혹시나 해서 묻는데, 남미 쪽 조직인가? 아니면 동양인도 있는 걸로 봐서 글로벌? 만약 남미 쪽이 맞다면 카니 카르텔과 관련이 있는가 묻고 싶군.”
그러자 히스패닉 남자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카, 카니 카르텔?”
“카니 카르텔을 아나 보군. 그럼 이야기가 더 쉽지. 만약 카니 카르텔과 관련이 있다면 말해라, 그쪽과 직접 이야기를 하면 되니까. 아. 물론 속일 생각은 하지 마, 전화 한 통이면 바로 연결할 수 있으니까.”
그러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은 떨거지 조직들.
그 모습을 본 알렉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시 별것 아닌 놈들이었군. 그런 놈들이 우리 세르부를 건드려?”
그 말에 떨거지 조직들이 경악하며 말했다.
“세, 세르부? 세르부였어?”
“알바니아 마피아? 그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
“들어는 봤나 보군. 그럼 너희가 지금 무슨 처지인지는 잘 알고 있겠지?”
알렉스가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다. 지금이라도 너희가 포섭한 모든 명단과 브로커를 두고 떠난다면 살려는 주지. 하지만 만약 거절한다면?”
알렉스가 품에서 무기를 꺼내 들며 말했다.
“나를 모욕한 대가로 모두 죽여 버리겠다.”
온몸에서 살기를 풀풀 내뿜는 알렉스.
그때 A급 각성자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서, 설마 승부 조작에 세르부가 연관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 보스께서도 아시는 겁니까?”
“당연히 보스께서 지시하신 거지. 안 그러면 내가 나설 리가 없잖아?”
“혹시 성함이……?”
“알렉스다.”
“그럼 지금 몇 명이나 와 있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갑자기 상황과는 조금 동떨어진 이상한 질문을 하기 시작한 A급 각성자.
알렉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내가 그걸 왜 말해 줘야 하지?”
“저, 저희 보스에게 보고할 핑곗거리는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이대로 그냥 돌아가면 보스가 저흴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알렉스가 생각했다.
‘하긴, 쥐구멍은 열어 줘야 가진 걸 전부 토해 내겠지.’
무작정 죽인다고 하면 너 죽고 나 죽자며 덤벼들 거고, 저들이 포섭한 명단도 확보하지 못할 테니까.
“40명이다.”
“40명에… 알렉스 님, 그럼 마지막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슬슬 짜증 나는데… 좋아. 마지막 질문까지만 들어주지.”
“혹시 여기 온 걸 아는 사람이 또 있습니까?”
“당연히 없… 잠깐. 너 지금 무슨 질문을…….”
그런데 그때.
“컥!”
“악!”
포위를 하고 있던 조직원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온다.
당황한 알렉스가 말했다.
“서, 설마 함정?!”
그러자 시종일관 두려워하는 태도를 보이던 A급 각성자가 갑자기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들으셨습니까, 보스?”
그 말이 끝나자 폐공장 입구에서 동양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도 강력해 보이는 스켈레톤을 이끌고.
그 사람은 바로 한지혁이었다.
“보스는 무슨 보스. 누가 들으면 내가 진짜 범죄 조직 보스인 것 같잖아. 아무튼 수고들 했어. 다들 나가 봐.”
그 말에 백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동양인 모두 한지혁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곤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렉스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하, 한지혁?!”
“응. 나야.”
한지혁이 알렉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르부? 땡큐, 땡큐.”
“어, 어째서?!”
설마 하니 정말로 한지혁의 함정이었다니.
한지혁이 천천히 그쪽을 향해 걸어가며 한국말로 말했다.
“어째서긴, 스켈레톤 리그는 내가 정말 공들이고 있는 작품인데 애먼 놈들이 건드려서 그렇지. 공정한 경쟁은 필수인데 거기에 승부 조작을 끼얹어? 아주 건방져. 간만에 아주 화났다고. 아무튼 듣자 하니 세르부면 사람도 많이 죽이고 마약도 거래하는 아주 나쁜 놈들이라며? 그럼 나도 망설일 필요가 없지.”
한지혁이 손을 들어 올리자 폐공장 주위로 검은 벽이 세워진다.
“밖에서 보면 곤란하니까 일단 막고.”
그리고 동시에 아공간이 열리며 거대한 미트 골렘이 튀어나온다.
“아무튼 너희 때문에 알고리즘 손해 봤으니 몸으로 때워.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그렇게 한지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미트 골렘이 알렉스와 부하들을 향해 돌격한다.
그러자 알렉스가 외쳤다.
“일단 미트 골렘을 먼저 처리한다! 경기를 봐서 알겠지만 경기용 스켈레톤에도 패배할 만큼 약한 놈이야! 거기에 전투 패턴도 이미……!”
하지만 그런 알렉스의 외침이 무색할 만큼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 미트 골렘.
그때 잘 봉합되어 있던 미트 골렘의 흉부가 쩍 열리더니 부하 한 명을 통째로 삼켜 버린다.
“으아아아악! 알렉스 님!”
부하는 알렉스에게 구원을 요청했지만 그 그로테스크한 광경에 몸이 굳은 알렉스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고, 그렇게 부하는 미트 골렘의 몸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 참고로 이 미트 골렘은 너네가 경기에서 본 미트 골렘이랑은 완전히 다른 놈이야. 그건 알고리즘 연구 때문에 흡수 패턴 없애고 근력과 스피드도 최소한으로 낮춘 거라서. 이건 굳이 따지면 SSS급? 물론 이것도 아직 미완성이지만.”
한국말이라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알렉스의 귀에 이 단어 하나만큼은 똑똑히 들렸다.
“SSS……?”
“응. SSS. 엄청 세다고. 그러니까.”
한지혁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번 열심히 발악해 봐.”
* * *
“으아아아! 안 돼! 싫어!”
생각지도 못한 최후에 각성자들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발악했지만 미트 골렘에게 자비는 없었다.
그 덩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각성자를 낚아채고 그대로 흉부에 넣어 통째로 삼킨다.
“아… 아…….”
그렇게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각성자가 미트 골렘에게 먹혀 버리자 알렉스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이,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너 혼자 남았네.”
도저히 승산이 없음을 깨달은 알렉스가 무릎을 꿇으며 영어로 뭐라 뭐라 말한다.
최근에 비즈니스 영어 공부를 해서 제법 알아듣게 되기는 했지만 저렇게 다급하고 간절한 목소리로 속사포처럼 말하니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나는 주변에 만들어진 검은 벽 중 일부를 제거하며 말했다.
“인귀야! 들어와서 통역 좀 해라!”
그러자 박인귀가 들어오며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넌 또 왜 쫄아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싱겁기는. 얘 지금 뭐라는 거야?”
“…살려만 준다면 전부 다 불겠다고 합니다.”
“오호? 보스 위치랑 은신처 이런 것 전부?”
“아는 건 전부 불겠다고 합니다.”
“오케이.”
그래도 전부 불겠다고는 했지만 적당히 겁을 줘야 더 열심히 토해 내겠지?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미트 골렘의 흉부가 열리며 삼켜졌던 조직원 하나의 사체가 바닥에 철푸덕 떨어진다.
“히이익!”
나는 그 사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갑자기 몸을 꿈틀거리더니 천천히 일어나는 게 아닌가.
“짜잔. 언데드가 되었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알렉스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양손을 싹싹 빈다.
“언데드 되기 싫으면 거짓말하지 말고 전부 솔직하게 말하라고 해.”
그런데 내 말에도 박인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음? 인귀야?”
그렇게 박인귀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창백해진 표정의 박인귀가 방금 언데드가 된 조직원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아, 맞다.”
예전에 인귀도 이걸로 협박했었지?
“인귀야?”
“아. 예!”
“걱정 마, 너 잘하고 있잖아. 효용성을 입증했는데 내가 널 뭐 어떻게 하겠어? 그러니 안심해. 지금까지는 아주 마음에 든다고.”
“가, 감사합니다!”
“자, 다시 통역. 언데드 되기 싫으면 전부 다 불라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내 말을 전달하자 그때부터 알렉스의 입에서 세르부와 관련된 온간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확실히 S급 간부답게 조직의 주요 은신처부터 온갖 사업들에 대해 훤히 꿰고 있는 알렉스.
그나저나 들으면 들을수록 이놈들 내버려 두면 안 될 놈들이네?
납치, 협박부터 살인까지, 그야말로 안 하는 게 없는 놈들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 정도면 된 것 같네.”
이제 놈들의 은신처도 알았겠다, 불시에 덮쳐서 사체는 재료로 쓰고 놈들이 축적한 재산은 꿀꺽하면 끝.
그때 알렉스가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살려 주시는 거냐고 합니다.”
“어? 에이. 그거야 그냥 해 본 소리지.”
그때 알렉스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뭐라는 거야?”
“자기를 살려 주면 은거지로 돌아가 보스부터 간부들까지 전부 유인하겠답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으니까. 물론.”
나는 알렉스의 머리에 오른손을 올리며 말했다.
“살아서 말고 죽어서 말이지. 그럼 렉스야, 앞으로 언데드가 되어서 지구를 위해 충실히 봉사하렴.”
* * *
세르부의 보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후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알바니아에 조용히 밀입국하고는 보스에게 문자를 보낸 알렉스.
문자의 내용은 조직 내에 배신자가 있고 이 배신자가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당황한 보스가 전화를 걸었지만 알렉스는 그 전화를 영상통화로 전환한 다음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사방이 찢기고 다쳐 붕대를 칭칭 감은 알렉스는 자신의 목 부상을 가리키며 문자를 보냈다.
문자의 내용은 성대를 다쳐 말을 할 수 없다는 것.
거기에다 도청의 위험이 있으니 직접 만나서 배신자가 누구인지 알려 준다 하자 일단 1급 은신처로 오라 알렉스에게 지시한 보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보스! 알렉스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들어오라 해!”
그러자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은 알렉스가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온다.
“부상이 심각한데? 괜찮은 건가?”
하지만 그런 보스의 말에도 알렉스는 그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보스에게 다가온다.
“아무튼 배신자가 있다니, 그게 누구지? 그리고 그 증거는?”
그때 알렉스가 쪽지를 꺼내 보스에게 내민다.
그렇게 알렉스가 건네는 쪽지를 받기 위해 손을 뻗은 보스는 알렉스의 피부와 자신의 피부가 닿자 섬뜩함을 느꼈다.
‘차가워?’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한 점의 온기도 없는 피부.
하지만 이내 차가운 밖에서 오래 있다 보니 그렇게 된 걸 거라 생각한 보스는 쪽지를 펼쳐 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적혀 있는 이름은…….
“…알렉스?”
바로 알렉스 본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금 나를 가지고 노는……!”
그런데 그때.
아까 피부에 접촉하는 순간부터 느꼈던 이질감이 알렉스를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눈의 초점도 살짝 풀렸고 피부도 말도 안 될 만큼 창백하고 차가워.’
심지어 사람이면 숨을 쉬며 흉부가 움직이는 것처럼 가만히 있어도 어딘가 생동감이 느껴져야 정상인데, 마치 시체가 서 있는 것처럼 아무런 활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보스는 경악했다.
“설마……!”
그리고 그 순간.
성대를 잃었다는 알렉스에게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것도 한국어가.
-반가워, 친구. 자. 그럼 재활용 작업을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