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수고하셨습니다!”
사장에게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선 유윈치가 동료에게 말했다.
“집에 가자. 피곤하네.”
“그러니까.”
“나도 돈 많았으면 좋겠다. 그럼 이런 일 안 해도 되잖아.”
중국의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며 임금도 많이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빈부 격차도 극심해져 개발자 같은 엘리트들의 월급은 선진국 못지않게 높았지만, 유윈치와 동료처럼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단순노동직은 여전히 적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유윈치와 동료가 식당에서 일하고 받는 월급은 고작 1,500위안으로 한국 돈 29만 원에 불과해, 그 돈으로는 가게가 있는 도심지에 월세방을 구할 수 없어 멀리 외곽 지역에 있는 집에서 출퇴근해야 하는 상황.
“그래도 우리는 형편이 나은 거야. 동네에서 농사 짓는 분들 중엔 한 달에 천 위안으로 생활하는 분도 계시잖아. 게다가…….”
그러자 동료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네 동네엔 에너지 매입 부스도 있잖아.”
동료가 사는 동네나 유윈치가 사는 동네 모두 에너지 매입 특구로 지정되어 있지만, 막상 동료의 동네엔 에너지 매입 부스가 없고 유윈치의 동네에만 에너지 매입 부스가 있어 동료와 다르게 매일 에너지 부스를 들러 추가 수입을 얻는 유윈치.
그 금액은 에너지 거래 시장이 도입되며 매일 가격이 변동되지만, 평균적으로 250위안에서 300위안 정도니까 월급의 20퍼센트 수준이었다.
여기에 다른 가족들의 에너지 판매 대금까지 생각하면 에너지 부스로 인한 추가 수입은 이제 유윈치 같은 빈민들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나 다름없었다.
같은 월급을 받지만 두 사람의 생활 수준과 저축액의 단위가 달라질 만큼 말이다.
“에이. 너네도 특구잖아. 조만간 들어오겠지. 아니면 아예 우리 동네로 이사 오든가.”
“너네 동네 월세 비싸잖아.”
에너지 매입이 중국 빈민들 수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이제는 아예 에너지 부스가 있는 장소로 몰려드는 사람들.
당연히 사람들이 몰려드니 그 지역의 집값도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같은 지역임에도 있냐 없냐에 따라 부동산부터 소득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는 에너지 부스.
“월세 차익보다 에너지 판매 대금이 더 높다고. 그러니 우리 동네로 와.”
“후우.”
한숨을 내쉰 동료가 말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와이프 다니는 공장에서 그 동네로 가는 버스가 없단 말이야.”
“아. 그럼 좀 힘들겠네.”
유윈치가 동료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힘내. 조만간 좋은 날이 있겠지.”
“그럴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두 사람.
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각자 자신의 동네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렇게 동료를 보내고 버스에 탄 유윈치가 말했다.
“에너지 매입 부스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자신과 와이프의 수입을 합치면 2,700위안이고 동료 역시 비슷한 수준.
하지만 자신과 와이프 그리고 고등학생인 아들이 에너지를 팔아 한 달에 얻는 금액이 천 위안 가까이 되니 전체 수입을 놓고 볼 때 무려 30퍼센트나 차이 나는 셈이었다.
“우리 동네에 에너지 부스가 있으니 다행이지.”
동료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그나마 자신은 다행이라 만족해하는 유윈치.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도시 외곽을 한 시간이나 달려 동네에 도착한 유윈치는 지갑에서 에너지 부스에서 쓸 인식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음 같아선 두 번씩 팔고 싶은데 아쉽네.”
그렇게 에너지 부스로 발걸음을 옮긴 유윈치.
“응?”
그런데 에너지 부스가 있는 곳에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있는 게 아닌가.
“뭐지? 줄이 많이 밀렸나?”
그렇게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간 유윈치가 친하게 지내던 동네 주민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무슨 일이야?”
그러자 동네 주민이 분노하며 말했다.
“이 미친놈들이 에너지 부스를 이전해 버렸어!”
“뭐!?”
당황한 표정으로 늘, 언제나 퇴근길에 자신을 반겨 주던 에너지 부스를 확인한 유윈치.
하지만 그곳엔 에너지 부스가 존재했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내 에너지 부스!”
자신과 와이프의 월급에 더해 가족을 지탱해 주던 또 하나의 축이 무너지다니.
동네 주민이 이를 갈며 말했다.
“저번에 있었던 설문 조사 기억해?”
세론에게 위탁받아 에너지 부스를 관리하는 중국 업체의 갑작스러운 설문 조사.
귀찮아서 설문 조사를 거절했던 걸 떠올린 유윈치가 말했다.
“그 설문 조사가 왜?”
“설문 조사 내용이 에너지 부스 설치를 원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 설문 조사에 기반해서 에너지 부스를 옮긴 거래! 젠장! 그런 것인 줄 알았으면 바로 응했을 텐데!”
“마, 말도 안 돼. 그럼 원한다는 사람이 많은 지역으로 옮긴 거라고?”
유윈치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디로 옮겼는데?”
“그게 그러니까…….”
그렇게 이전된 장소를 듣게 된 유윈치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동네?!”
그곳은 바로 퇴근길에 에너지 부스가 있어 부럽다 말했던 그 동료의 동네.
유윈치가 이를 갈며 말했다.
“이이… 이 새끼가!”
설문 조사 없이 임의로 옮긴 거라면 차라리 나았을 거다.
속이 쓰리고 화가 나겠지만 소유주가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걸 뭘 어찌할 방법은 없으니까.
그런데 설문 조사를 하고 그 설문 조사에 따라 원하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에너지 부스를 이전했는데, 하필 그곳이 동료의 동네라고?
“불쌍한 척하더니 우리 에너지 부스를 빼앗아 가!?”
마치 자신들의 에너지 부스를 동료에게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든다.
그때 근처에 있던 한 남자가 외쳤다.
“안 돼! 이러면 집값 떨어진단 말이야!”
에너지 부스 덕분에 동네 주민들이 늘어나며 집값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본 집주인들.
그리고 집은 없지만 에너지 부스 덕에 수입이 대폭 증가했던 사람들 등, 돈이 많건 적건 상관없이 동네 사람들 모두가 분노한다.
“혹시 설문 조사 또 한다는 소리는 없었어?”
유윈치의 말에 동네 주민이 답했다.
“어? 그러고 보니 이게 같은 특구 내에서 에너지 판매를 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뉘는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한 거라 앞으로도 주민들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할 거라 하기는 했는데.”
“그래? 또 한다고? 그럼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유윈치가 외쳤다.
“여러분!”
순식간에 유윈치를 주목하는 동네 사람들.
“우리가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지 않습니까! 빼앗긴 걸 다시 되찾아와야죠!”
“뭐? 어떻게 되찾아온다는 건데!?”
“설문 조사를 또 한다고 합니다! 그럼 그걸 이용해서 다시 빼앗아 오는 겁니다! 가족, 친척, 지인까지 총동원해서 어떻게든요!”
유윈치가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보여 줍시다! 우리 단결력을!”
* * *
“한지혁 이 미친 새끼가!”
갑자기 시작된 에너지 부스 대이동.
순식간에 1억에 달하는 기존 사용자들은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되며 분노했고, 새로이 혜택을 받게 된 1억 명은 기뻐했다.
당연히 희비가 엇갈리자 서로가 서로를 욕하기 시작한 도합 2억에 달하는 사람들.
잘 누려 오던 추가 소득을 잃은 사람들은 저놈들이 설문 조사를 조작해 빼앗아 간 거라며 비난하고, 반대로 새롭게 혜택을 받게 된 사람들은 그간 잘 누려 오던 걸 이제 우리도 좀 누리는 게 뭐가 문제냐며 역정을 내는 등, 생계가 달린 일이다 보니 갈등이 순식간에 불타오른 거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세론은 중국 내 관리 업체를 통해 두 달 만에 기습적으로 다시 설문 조사를 했고, 이걸 기반으로 다시 또 대규모로 에너지 부스를 이전한 거다.
그것도 이번엔 2억에 달하던 기존 사용자들이 아닌 또 다른 1억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그렇게 3억에 달하는 특구 내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갈등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세론은 그때부터 미친 듯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1억 명씩 3개로 나뉘어 있던 걸 이제는 무차별로 섞어 내며 3개의 갈등이 아니라 동네 단위로 갈등을 조장한 거다.
당연히 근처 다른 동네에 대한 분노와 질투에 휩싸인 사람들은 집단 싸움까지 벌이는 등, 순식간에 특구의 민심이 지하를 뚫고 지저갱까지 내려가 버린다.
백양 상무위원이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이런 더러운 짓거리를……! 젠장!”
대만을 건드린 것만으로도 열불이 나는데, 이제는 국내 갈등까지 조장하다니.
물론 명분은 그간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조정이라고는 하는데, 진짜 그런 목적이었으면 딱딱 1년 단위든 뭐든 규칙을 가지고 이전을 해야 하는데 이건 말 그대로 무차별 아닌가.
당연히 이건 중국 국민들의 갈등을 부추겨 현재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무데뽀인 중국 정부라도 3억에 달하는 수는 두려울 정도니까.
“위원님, 차라리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에너지 부스 자체를 중단시키는 게…….”
부하의 말에 백양이 테이블을 내려치며 말했다.
“그건 절대 안 돼!”
백양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나마 지금은 인민들끼리 치고받는 수준이지만, 여기서 우리가 개입해 전면 중단 한다? 그럼 3억 명에 달하는 인민들의 끓어오른 증오가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가될 거야.”
애초에 한지혁이 에너지 매입 중단 카드를 들고 나오길 바란 이유가 뭔가?
바로 폭발할 인민들의 원망과 분노를 한지혁에게 전가하기 위함.
그런데 이제는 수도 3억으로 늘어났고, 심지어 이미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폭발 직전에 이른 상황에서 한지혁이 아닌 중국 정부가 직접 폭발 버튼을 누른다는 건 최악의 선택지였다.
“에너지 매입 중단과 동시에 그만한 보상을 해 주면 그래도 진정시킬 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특구가 아닌 다른 지역 인민들과의 역차별 논란이 생길 것 아니야.”
보상금을 주는 재원도 문제지만, 그렇게 되면 이제는 지원을 받는 특구 인민과 다른 지역 인민 간의 갈등이 시작될 거다.
특구 때야 에너지를 팔고 돈을 받는다는 합리적인 이유라도 있어 속은 쓰려도 참았지만, 에너지 매입이 중단됐는데도 특구는 계속 지원을 받는다?
당연히 우리는 왜 안 주냐며 특구가 아닌 지역의 사람들이 반발할 수밖에.
물론 이걸로 중국 정부가 무너지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주도한 백양의 정치적 입지는 확실하게 무너질 터.
“사면초가구나.”
에너지 매입을 중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친 듯이 반목하는 특구 주민들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상황.
결국 남은 건 한지혁과 협상에서 그만하도록 만드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정치 생명이 달린 백양은 그런 선택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백양이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말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 했어. 방어가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공격을 해서 적에게 피해를 입혀 굴복시키는 게 최선이지. 우리가 세론에 가할 수 있는 제재는?”
그러자 부하 직원이 당황해하며 말했다.
“저… 그게…….”
“설마 없어?”
“…예.”
“이런 미친.”
그간 탈중국 행보를 보이며 석유와 원자재는 물론이고 식량까지 전부 자급자족해 버린 세론.
당연히도 중국이 세론에게 할 수 있는 그 어떤 제재도 없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백양이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세론을 공격할 수 없다면 세론의 근거지를 공격하는 수밖에.”
북한을 건드리니 세론이 튀어나왔던 것처럼 한국에서의 이미지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지혁을 압박하기 위해선 한국을 공격하는 게 최선의 방책.
“너도 똑같이 당해 봐라, 한지혁.”
* * *
에너지 부스를 이용해 중국을 무차별로 두들겨 패던 그때 들려온 한 뉴스.
그것은 바로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한국 관광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외국인 관광객 중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의 한국 관광 금지는 한국 관광산업에 지대한 타격을 줄 터.
“이 새끼들 봐라?”
날 어떻게 못 하니까 한국을 공격한다?
딱 중국 놈들다운 행동이다.
“흐음.”
하지만 확실히 효과는 좋은 방법이지.
“어떻게 할까.”
일단 돈 많은 북한 주민의 한국 관광을 추진하면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해도 여파를 좀 줄일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전부.
중국이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다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에 나선 것처럼 이건 나 역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공격이 아니니까.
“좋아. 그럼 나도 똑같이 더 패 줘야…….”
그렇게 다시 반격을 결심한 그때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여보세요?”
-한 회장님이십니까.
“맞습니다만.”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그 전에 누군지 밝히는 게 먼저 아닙니까?”
-이번 중국과 세론의 갈등을 원치 않는 사람이라고만 말씀드리죠.
중국 쪽 사람인가?
-저희는 최대한 평화롭게 이번 갈등이 해결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먼저 선빵을 친 건 중국인데요.”
-정확히 말해서 그걸 주도한 건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하나인 백양입니다.
“오호?”
중국 최고 권력기관의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
당연히 그렇다는 건 지금 연락을 한 사람 뒤에도 그에 준하는 권력자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권력자는 지금 이 사태를 바라지 않고 있고.
“재미있네. 계속해 보세요.”
-저희는 이번 사태를 유발한 백양을 쳐 낸 다음 최대한 평화롭게 사태를 해결하는 게 최선책이라 보고 있습니다.
“평화롭게. 평화롭게 좋지. 그런데 말이죠.”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과연 내가 평화롭게 끝낼 생각이 있나 확인하는 게 먼저 아닙니까?”
-…계속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손해 본 게 없으니까. 아. 관광객? 그걸로 국내 관광업 종사자분들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내 사업 아니잖아요? 세론 랜드가 있긴 한데, 그거야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고.”
사실 한국 사람들한테 비난을 받는 게 조금 부담인 건 사실이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으니까.
-지금이야 그 정도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요? 말씀하신 걸 보아하니 관광객 중단에 대응해서 또 다른 강경책을 내놓을 생각이신가 본데, 그렇게 되면 이 싸움은 더욱더 길어지며 양쪽 모두가 힘들어질 뿐입니다. 중국에게 세론을 공격할 방법은 없지만 한국을 공격할 방법은 많으니까요.
“흠. 평화롭게 끝내는 게 좋다? 그럼 선물 보따리라도 풀어 보시죠.”
뭔가 얻는 게 있어야 나도 손을 잡든 뭘 하든 할 것 아니야.
-국경 봉쇄 해제, 이걸로 부족하십니까?
“에이. 그건 당연한 거고,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나도 움직이지.”
-혁명정부를 정식 정부로 인정하고 추가로 북한과 FTA. 이건 어떠십니까.
“오호?”
무역 장벽을 철폐하는 FTA.
이게 지금 현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이득이다.
지금 깔고 있는 육로는 거의 대부분 중국을 거쳐 갈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중국이 관세를 과하게 부과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단 말이지.
세론 은행에서 돈을 빌릴 북한 기업들이 잘나가야 세론 은행도 돈을 더 많이 벌 테니 이거야말로 북한도 발전시키고 나도 돈 버는 일석이조의 방법.
나쁘지 않은데?
“그런데 내가 뭘 믿고 그냥 진행합니까? 나중에 사태 끝나고서 입 싹 씻으면 끝인데.”
-서로 믿고 진행하는 수밖에요.
“그냥 누군지 밝히시죠?”
-그건 곤란합니다. 백양 상무위원을 축출하기 위해 한 회장님과 접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니까요.
“음…….”
-믿어 보십시지요. 저희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일단 믿는다 치고, 제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는 겁니까?”
-한국 관광 금지 관련 정치국 회의 때 백양이 제안한 한국 관광 금지가 받아들여지긴 했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안 좋았습니다. 고작 국경 봉쇄 하나 때문에 국내외로 너무 큰 피해를 봤다며 성토하는 분위기였죠. 물론 이대로 굴복하면 중국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꼴이라는 백양의 주장이 먹혀서 결국 통과되기는 했지만, 백양의 정치적 입지가 아주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말입니다.
남자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한 번만 아주 크게 흔들어 주십시오.
“아주 크게?”
-예. 대신 지금까지처럼 직접 행동하지는 말고 보여 주기식 액션으로. 계속 진짜 공격이 오가면 뒷수습을 하기 힘들어질 테니까요.
“아하.”
그래서 나한테 먼저 접촉한 거구나?
내가 진짜 딜이 들어가는 공격을 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중국 역시 반격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밖에서 큰 것 한 방 날릴 것처럼 공격 액션만 취하게 하고 저놈들이 내부에서 그걸 빌미로 백양을 축출한 다음 나와 협상을 하는 방법.
“일단은 알겠습니다. 고민해 보죠.”
그렇게 알 수 없는 누군가와의 통화를 마친 나는 말했다.
“나쁘지 않네.”
북한이 성장할 기반도 만들고 적당히 평화롭게 타협도 보고.
하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놈만 믿고 끌려다니는 건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단 말이지.
“게다가 가만 보니 계산도 안 맞아. 저놈은 정적을 밀어내고 권력을 더 얻을 것 아니야.”
차라리 전부 밝히고 앞으로 함께 잘해 보자!
이거라면 저 조건으로도 받아들였겠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놈을 도와 정적을 제거해 주는 건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단 말이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 아공간에서 스펙터를 소환하며 말했다.
“기왕 중국 국민 분열시킨 거, 정치권도 개판으로 만들어 볼까? 그렇게 개판 만든 다음 협상하면 더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침 최고 권력기관인 정치국 안에서도 찬반 여론이 존재하고, 그중 반대파의 주축이 백양이라는 걸 알았으니 이걸 기반으로 우리 예쁜 분노의 정령을 이용해 중국 고위 정치인들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거다.
이미 스펙터의 존재가 알려졌으니 너무 과하게 사용하는 건 좀 그렇고, 지금보다 조금 더 선을 넘을 수 있게 등 떠밀어 주는 수준으로 말이다.
“그렇게 정치판을 뒤죽박죽으로 만들면 협상에서 내가 훨씬 유리해질 것 아니야.”
나로 인해 외교 문제와 국민 갈등이 심화되는데, 정치인들까지 갈라 치게 되면 어떻게든 그걸 수습하기 위해 나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으니까.
“오케이. 이걸로 가자.”
나는 방금 걸려 온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생각해 보셨습니까?
“예. 제안이 마음에 드네요. 받아들이는 걸로 하죠.”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진지하게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