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뭐? 인도에 스켈레톤을 배치해?”
관광객의 한국 입국을 금지시키자 이번에는 인도 카드를 들고 나온 한지혁.
원래는 각성자 전력이 충분한 인도인 데다, 사이가 험악하기는 해도 결국 타국이기에 대만만큼 중국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문제는 한지혁이 변칙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한국군과 공동으로 연구하던 스켈레톤 분대화 시스템.
병사 한 명이 분대 스켈레톤을 여럿 지휘하며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병사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사망에 대한 리스크가 없어 많은 주목을 받는 시스템이었는데, 이 시스템을 인도가 관심을 가지고 도입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뜬 거다.
과거에 국경을 두고 전쟁을 치렀으며 지금도 수시로 충돌이 발생하는 인도에 각성자 대체용도 아닌 전투용 스켈레톤 시스템을 수출한다면, 이건 중국에 대한 한지혁의 군사적 도발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이 미친 새끼가…….”
물론 아직까진 소문에 불과하지만, 만약 이게 진짜 현실화된다면 국경을 지키고 있는 중국군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동시에 고작 북한 문제 하나 때문에 사방팔방에 문제가 불거지게 만든 백양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더 좁아질 터.
백양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다른 강경책을 써서 인도 배치 계획을 무효화하느냐 아니면 지금 소문 단계일 때 협상해서 없던 일로 만드느냐……. 하아.”
결국 갈등이 해결되려면 양측 중 누구든 먼저 손을 내밀어야 가능한 일.
하지만 먼저 손을 내민다는 것은 사실상 패를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기에 서로가 강경책만 써 왔던 건데, 겨우 북한 내 영향력 좀 확보하려 시작한 일로 너무나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니 흔들리기 시작한 백양.
심지어 최근 정치국 회의에서 라이벌인 융커린이 대놓고 자신을 비판하는데 제대로 대꾸조차 못 할 만큼 백양의 자리는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지금이라도 적당히 마무리해야 되나?”
그렇게 향후 대책을 고민하고 있던 그때.
“응?”
갑자기 살짝 등골이 서늘한 느낌이 들어 주변을 돌아본 백양.
하지만 당연하게도 방 안엔 백양 본인밖에 없었다.
“스트레스받아서 몸이 허해졌나.”
그렇게 별일 아니라 치부하고 다시 고민을 하던 그때.
“…그나저나 융커린 이 새끼, 내가 하는 일마다 전부 훼방을 놔?”
갑자기 모든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라이벌인 융커린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해서 한지혁을 몰아붙일 생각을 해야지, 치졸하게 건수 생겼다고 계속 물고 늘어지기나 하는 게 상무위원이라는 놈이 할 일이야?”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게 내부의 적이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처럼, 자신의 대응에 정면으로 맞서는 한지혁보다 내부에서 자신의 행동에 태클을 거는 융커린에게 더 화가 난다.
“애초에 그놈이 순순히 협조해 줬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겠어?”
그리고 그 분노는 단순한 원망을 넘어 자신이 처한 이 상황이 융커린의 방해 때문이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놈이 방해만 안 했어도. 아니, 가만히만 있었어도 상황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거야.”
뜻을 모아 함께 대응하지 않고 내부에서 자신을 향해 총질이나 하는 융커린에 대한 분노.
백양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지금쯤이면 축배를 들고 있겠지? 내가 곧 나락으로 갈 거라며?”
상무위원의 임기는 5년으로, 선출 방법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방식이었다.
당원들의 투표로 중앙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이 중앙위원회에서 투표를 해 25인의 정치국 위원이 뽑힌다.
그다음 이 25인의 정치국 위원 중에서 또다시 7인의 상무위원이 뽑히는 방식.
문제는 조만간 상무위원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상무위원을 선출할 예정인데, 최근의 일련의 사태 때문에 백양의 상무위원 재선이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백양이 강공으로 나갔던 거다.
지는 모습을 연출하면 지금보다도 자리가 더 위태로워질 테니까.
“일단 융커린 그놈의 입부터 막아야 돼.”
한지혁도 한지혁이지만 내부의 적을 먼저 처리해야 외부의 적을 처리할 것 아닌가.
그렇게 결심이 선 백양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헛! 백 위원님! 어쩐 일로……?
“베이징 개발 공사 압수수색 해.”
-예?!
“내가 비리 관련으로 들은 정보가 있어서 말이지. 바로 움직여.”
* * *
“하하.”
융커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양 그놈 얼굴이 볼만하겠어.”
대북한 정책에 있어서 온건파인 융커린.
하지만 그건 융커린이 착해서 그런 게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의 성격이 훨씬 강했다.
라이벌인 백양이 강경책을 들고 나오니 그에 대응하기 위해 온건책을 선택한 융커린.
하지만 그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백양이 한지혁이란 수렁을 건드려 버린 바람에 뒤로 물러설 수도, 앞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거다.
당연히 그 기회를 틈타 백양을 물어뜯기 시작한 융커린.
융커린이 측근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지혁과 손을 잡고 백양을 궁지에 몬다. 좋은 방법이었어.”
그리고 융커린은 바로 한지혁에게 협상을 하자 연락을 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저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고, 선택을 하신 건 위원님이십니다.”
“하하. 어찌 되었든 자네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잖아? 조금만 기다려 봐. 조만간 있을 정치국 위원 선발에서 내가 힘써 주지. 이제 자네도 위로 올라와야지?”
7인의 상무위원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고 권력층 중 하나인 25인 정치국 위원 자리를 밀어준다니 측근이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고. 아무튼 좋아.”
융커린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한지혁의 위협으로 백양의 입지가 완전히 박살이 났을 때 내가 나서서 한지혁과 협상해 사태를 무마한다. 아주 완벽한 계획이야.”
일은 백양이 벌이고 과실은 융커린이 얻는 셈.
“백양은 뭘 하고 있지?”
“아직 특별한 행동은 없습니다. 아마 차후 대책을 생각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겠지요.”
“으하하. 계속 고민해 보라고, 아무 의미도 없겠지만.”
융커린이 내부 정보를 한지혁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는 이상 백양에게 승산은 없었다.
게다가 한지혁도 손을 잡은 대상이 융커린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니 조용히 뒤에 숨어 막후 조종을 할 수 있는 셈.
“한지혁은 쓸모가 많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잘 구슬려 두라고.”
“알겠습니다.”
“좋아. 조만간 있을 회의에서 백양을 압박해 놈이 더 큰 실책을 하도록 유도…….”
그런데 그때.
융커린에게 누군가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응? 베이징 공사 사장?”
자신의 측근 중 하나인 베이징 공사 사장의 전화에 아무 생각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른 융커린.
“무슨 일…….”
그런데 베이징 공사 사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원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지금 기율검사위원회에서 회사를 압수수색 하고 있습니다!
“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융커린이 말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베이징 개발 공사는 베이징의 각종 건설 관련 일을 처리하는 공기업으로, 부동산을 다루는 만큼 막대한 돈이 오가기에 융커린이 베이징 서기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금줄 역할을 하는 핵심 기업이었다.
그렇기에 상무위원이 된 후에도 자신의 측근을 공사 사장에 두면서까지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런 기업이 압수수색이라니.
만약 여기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사실이 공개되기라도 하면 융커린에게 치명타가 될 게 뻔했다.
“당장 책임자 바꿔!”
그러자 전화를 받은 책임자가 말했다.
-예. 전화받았습니다.
“나 융커린 상무위원이야.”
-헉! 위원님!
“갑자기 베이징 개발 공사를 왜 압수수색 하는 거지? 그렇지 않아도 요즘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서 시장이 침체되었는데, 여기서 개발 공사에 문제라도 생기면 사태가 더 심각해지는 것 몰라?”
-잘 알고는 있지만…….
“당장 그만둬! 혹시나 무슨 비리 정보를 얻은 게 있으면 나한테 넘기고. 내가 바로 해결할 테니까.”
그렇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압수수색을 무마하려 시도한 융커린.
평소라면 당연히 먹혔을 방법이었다.
상무위원이면 최소가 공산당 서열 7위 안에 드는 최고 권력자고, 이런 권력자의 힘을 거스를 만한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 그게, 이번 비리를 고발한 분이 백양 상무위원님이라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뭐?! 백양?”
-예. 저도 참 중간에 껴서 어찌해야 할지…….
상대도 같은 상무위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법.
잠시 침묵하던 융커린이 말했다.
“일단 기다려. 내가 백양이랑 이야기를 해 보지.”
-알겠습니다, 위원님.
그렇게 통화를 마친 융커린이 말했다.
“갑자기 왜 베이징 공사를 건드리는 거지? 설마 내가 한지혁과 손잡은 걸 눈치챘나?”
하지만 이내 융커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한지혁에게도 말하지 않은 걸 백양 그놈이 알 리가 없잖아.”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융커린은 결국 백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날 고민만 해 봐야 지금 사태가 수습될 리 없으니까.
-오! 우리 융 위원님.
“백양 위원님,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왜요. 압수수색을 한다니 좀 쫄리시나 봅니다?
라이벌이긴 해도 최소한 서로 존중은 하던 백양과 융커린.
하지만 오늘의 백양은 뭔가 달랐다.
-그러게 왜 자꾸 내가 하는 일마다 방해를 합니까. 예?
“나는 그저 중국을 위해…….”
-중국? 자기 권력을 더 키우려는 의도가 아니고?
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대놓고 노골적으로 도발을 하는 백양.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저라고 해서 가진 패가 없을 것 같습니까? 당장 중단하세요.”
-좋습니다. 중단하지요. 하지만 위원님, 이건 경고입니다, 더 이상 날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을 거라 믿고 끊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친 융커린이 이를 갈며 말했다.
“이 새끼가 감히 나를 협박해?!”
그러자 측근이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위원님.”
이제 융커린의 선택지는 두 개였다.
백양이 융커린의 역린을 알고 있는 것처럼 융커린이 파악하고 있는 백양의 약점을 건드려 반격하는 것과 일단은 조용히 넘어가는 것.
당연하게도 융커린의 선택은 후자였다.
“…다음 정치국 회의에서 비난 수위를 줄여야겠어.”
상무위원이라는 최고 권력자들끼리 끝장 볼 각오로 공방을 주고받으면 상호 공멸은 확정적이니까.
백양 역시 그걸 알기에 순순히 압수수색을 중단하겠다 말한 거고.
“보아하니 나랑 한지혁 관계를 모르는 눈치니까 일단은 숙인다. 어차피 놈은 다음 상무위원 선출에서 떨어질 테니까. 복수는 그때 해도 늦지 않아. 그나저나 백양 저놈 미친 건가?”
상무위원들 간엔 암묵적인 룰이 있다.
경쟁은 하더라도 최소한 비리는 건드리지 않는 걸로 말이다.
그걸 건드리는 순간 모두가 공멸이니까.
그런데 백양이 그런 암묵적인 룰을 무시하며 나온 상황.
만약 한지혁과 협상한 사실을 백양이 알아차린 거라면 저렇게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보아하니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보여 융커린은 더욱 이해가 가질 않았다.
“백양이 무식하기는 하지만 저렇게 무모한 놈은 아니었는데.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건가? 배수의 진을 칠 만큼? 후우. 아무튼 이 굴욕은 조만간 몇 배로 갚아 줄…….”
그런데 그때.
융커린은 갑자기 온몸에 오한이 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곤 갑자기 백양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지. 조만간 축출될 놈이 감히 차기 주석을 노리는 내 역린을 건드려? 게다가 이걸 그냥 넘어가면 백양 놈이 무슨 행동을 할지 몰라. 한 번 협박한 놈이 두 번은 못 하겠어?”
주석이라는 원대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 백양에 대한 분노가 들끓어 오른 융커린.
“놈을 찍어 눌러야겠어.”
“예?”
“그놈 사생아 하나 있었지?”
“그, 그렇습니다.”
“터트려. 날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겠어.”
그러자 당황한 측근이 말했다.
“위, 위원님, 그렇게 되면 베이징 개발 공사가…….”
“그러니까 터트리라고! 놈이 더 이상 감히 베이징 개발 공사를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 것 아니야!”
* * *
중국 정치를 개판으로 만들자 생각한 나는 곧바로 스펙터들을 고위 정치인들에게 투입했다.
다들 워낙 거물이기에 공식 행사에 수도 없이 드나들어서 위치를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지.
아무튼 라이벌과 정적에 대한 분노가 일정 수치를 넘어가는 순간 그 분노를 증폭시키도록 세팅한 스펙터를 고위 정치인들에게 배치한 다음, 백양의 스펙터를 가동해 발동 버튼을 누른 나.
그러자 백양이 융커린을 라이벌이라 생각했는지 융커린에게 선빵을 날리고, 융커린도 배치해 두었던 스펙터가 발동되며 맞대응을 한다.
그렇게 둘이 싸움을 벌이기 시작하자 다른 상무위원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그런 상무위원들도 둘 사이에 끼었다가 마찬가지로 스펙터가 작동되며 그야말로 개판이 돼 버린 중국 정치계.
그간 중국은 언론 통제와 내부 결속을 통해 정치 스캔들 자체가 잘 안 일어나는 국가였는데, 한번 물꼬가 트이니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계속 터져 나온다.
비리는 기본이고 첩부터 사생아까지, 그간 물밑에 숨겨 두었던 구린내가 미친 듯이 지상으로 퍼져 나간다.
“나한테 협상하자던 놈도 이 중에 있으려나?”
스펙터는 형체가 없기에 청각과 시각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정체를 숨겼던 놈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몰래 접촉해 온 놈이 내민 손을 잡기는 했지만, 그놈이 이번 사태로 몰락하면 다른 놈이랑 손잡고 일을 마무리하면 그만이니까.
“그나저나 중국 정치판도 복잡하구나. 백양이랑 융커린이 다른 계파라고?”
내 말에 박인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백양은 현 주석 계파이고 융커린은 전 주석 계파입니다.”
“그래서 융커린을 먼저 공격한 건가?”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나한테 접촉해 온 사람이 융커린일지도 모르겠다.
현 주석 계파인 백양이 실각되면 당연히 반대 계파인 융커린 쪽의 정치적 힘이 상승할 거고, 어쩌면 그걸 계기로 자신들의 계파에서 주석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뭐, 상황이 어떻게 되었든 나는 상관없으니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해야지.
“그나저나 재미있네. 나한테 지랄을 하더니 이제는 지들끼리 지랄을 하고 있어.”
국민들이 분열되어 싸우고 정치인들까지 서로 폭로전을 하는 바람에 나한테 아무런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는 중국.
“중국이 개판되니까 너도 좋지?”
“예.”
“좋아. 그럼 어떻게 마무리할까.”
지금 중국은 폭로전으로 인해 계파 할 것 없이 모두 치명타를 맞고 있는 상황.
어쩌면 조만간 있을 당대회를 기점으로 싹 다 물갈이될지도 몰랐다.
당연히 그렇게 물갈이되면 새로 집권한 계파는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지.
그때 최대한도로 중국을 뜯어먹는 거다.
돈이면 돈, 이권이면 이권, 얻을 수 있는 건 전부.
‘당대회 시작할 때쯤 스펙터도 회수해야겠다.’
다행히 지구는 세론과 다르게 마력 감응도가 워낙 형편없어 SS급이 아니면 마력을 잘 다루지도 못하고, 그 SS급들조차 세론의 강자들과 비교하면 마력 감응도만 놓고 볼 때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기에 스펙터를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SS급 정도 되는 각성자들의 몸에 직접 스펙터를 투입하는 게 아닌 이상 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거니 적당한 시점에 빼야지.
게다가 지금까지는 내 의도대로 진행되었지만, 스펙터는 오직 분노를 유발할 뿐 그 분노로 인한 행동을 특정할 수 없어 언제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알 수 없기도 하고.
‘분노는 분노를 낳는 법이잖아. 계속 분노가 쌓이다 회까닥해서 핵 날리거나 전쟁 터트리면 그건 나도 곤란하다고.’
그렇게 회수 시기를 고민하던 그때.
김덕배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회장님! 혹시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무슨 이야기요?”
-최근 중국 S급 각성자가 던전에서 암살당할 뻔했는데, 그 배후에 고위 정치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엉?”
그게 무슨 소리야.
고위 정치인이 왜 뜬금없이 각성자 암살을 시도해?
“언제요?”
-최근이랍니다.
최근?
-고위 정치인 중에 E급 각성자 출신인 왕진리라고 있는데, 왕진리가 그런 겁니다. 암살당할 뻔한 S급 각성자는 왕진리의 동네 친구라고 해서 파문이 더 큽니다.
“…잠깐. 어릴 적 친구?”
고위 정치인들에게 투입한 스펙터는 라이벌과 정적에 대한 분노를 끌어올리도록 세팅이 되어 있었다.
‘설마 그 각성자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나?’
어릴 적 친구고 둘 다 각성자인데 왕진리는 E급이고 친구는 S급인 상황.
큰 권력을 손에 넣었지만 신체적 부족함, 그것도 특히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에 대한 열등감이 숨어 있었다가 이번에 폭발한 건가?
‘아니, 정적이랑 싸우게 하려고 라이벌 의식을 불태운 건데 왜 엉뚱한 곳에서 폭발해?’
이게 스펙터의 최대 장점이자 최악의 단점이다.
예상치 못한 행동을 유발하게 하여 적을 혼란에 빠트리지만, 동시에 나 역시도 대상이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는 것.
내가 세팅한 분노값은 딱 1.5배 수준으로 평소보다 조금 더 선을 넘는 수준으로 세팅한 건데, 그럼에도 이렇게 됐다는 건 평소 S급인 동네 친구에 대한 각성자로서의 열등감이 이미 임계점 직전까지 와 있었다는 뜻인데 그걸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나.
-덕분에 각성자들이 집단으로 들고 일어섰다고 합니다. 권력에 의해 무고한 각성자가 희생당할 뻔했다면서.
“어…….”
그냥 정치적 혼란만 줄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이제는 개판이 된 정치판에 각성자들까지 들고 일어서며 혼란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상황.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는 박인귀를 보며 말했다.
“왕진리, 어떤 놈이야?”
“중앙위원 소속으로 현 주석 계파입니다.”
“그럼 백양 쪽 사람이라 이거지?”
“예.”
나는 잠시 고민하다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에이씨. 나도 모르겠다.”
어차피 꼴 보기 싫었던 중국이잖아.
이 기회에 협상이고 자시고 제대로 흔들어서 다시는 나대지 못하도록 만들지, 뭐.
아무튼 뭐… 미안하다, 중국.
나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그런데 이미 일이 벌어진 걸 어쩌냐.
“되는 데까지 해 보지, 뭐. 나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