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48)
48화
다행히 유럽에 있는 S급 게이트에서 성공적으로 사체와 정수를 매입한 나.
비행기에 실어 한국에 도착하자 나는 곧바로 S급 데스 나이트 제작에 돌입했다.
금으로 마법진을 새기고 각종 금속으로 취약 부위를 보강하는 등,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데스 나이트.
“후우.”
나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역시 S급은 쉽지 않아.”
워낙 마력이 많이 소모되고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 S급 하나 만드는 데 사체와 정수 그리고 각종 부자재를 더해서 대략 200억이 소모되었다.
물론 다른 각성자들이 들으면 고작 200억으로 S급 하나를 뚝딱 만든 거면 싼 것 아니냐며 어이없어하겠지만, 내가 이것 하나 만들고 말 게 아니잖아.
“본격적으로 정수 사 모으면 정수값 폭등할 것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원래 공급이 달려서 가격이 비쌌는데.”
어쩌면 정수값이 지금의 몇 배로 오를지도 모르지.
“여기에 다른 병사들이랑 마스터 급 데스 나이트와 로얄 리치 같은 특수 개체들 그리고 다섯의 결전 병기까지 고려하면······.”
까마득하다.
“니미럴. 무조건 돈 많이 번다.”
세론 그룹 잘 크고 있잖아.
열심히 벌다 보면 뭐, 까짓것 못 하겠어?
“아무튼 이건 이거고, 지금 급한 건 원자재야.”
탈중국을 결심했지만, 그 방법이 문제다.
“어떻게 할까.”
가장 쉬운 건 역시 수입처의 다변화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여러 나라에서 수입하면 의존도를 줄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것 역시도 결국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꼴이니까.
“지금 타깃이 중국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라고 해서 돌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아.”
냉혹한 국제정치 속에서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는 법.
세론이 엄청나게 성장하여 세계의 산업을 흡수하면 다른 나라도 세론을 견제하려 들지 모를 일이라는 거다.
“역시 가장 좋은 건 자급자족인데······.”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한국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해?”
농토가 부족해서 쌀을 제외하면 농작물 자급자족도 안 되며 자원이라고는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는, 원자재에 한해선 저주받았다는 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게 바로 이 대한민국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자. 우선순위를 정하자. 일단 석유는 패스.”
에너지 자원이자 플라스틱을 만드는 핵심 중의 핵심인 석유.
하지만 이 석유는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다.
바다에서 기름을 뽑아다 쓰는 시대가 왔는데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여전히 손가락만 빠는 처지니까.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금속이랑 면화지.”
각종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금속들과 옷이나 신발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면화.
이 두 가지는 세론에게 있어서 공급이 끊기는 순간 세론 전체가 휘청거릴 만큼 핵심적인 자원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두 개는 필수인데.”
당연히 이 두 가지 모두 절대적으로 넓은 땅을 가진 나라에 유리하다는 게 문제다.
넓은 땅을 가져야 광물 자원이 많이 있을 확률이 높고, 경작지가 넓어야 면화, 그러니까 목화를 재배할 것 아닌가.
“넓은 땅··· 넓은 땅이라··· 어?”
세상에서 가장 넓은 땅이자 동시에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곳이 있지 않나.
바로 바다.
“바다에 지하자원이 널려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한번 알아볼까?”
*
지구 면적의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
이 바다는 자원의 보고이자 동시에 모두들 침 흘리며 구경만 하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바다 자원에 대해 알아본 결과······.
“찾아 둔 곳이 있다고요? 심지어 이미 한국에서 개발 권한까지 획득해 뒀고?”
이미 해양자원 탐사가 상당 수준 이루어졌다는 걸 알아냈다.
그것도 심지어 국제기구가 이미 개발 허가까지 내준 상태로 말이다.
“예. 말씀하신 한국 근해는 수심이 워낙 낮아 채산성 있는 광물이 거의 없지만, 북태평양의 배타적경제수역에 있는 해저열수광상은 이미 여러 나라가 합심하여 서로 구역을 나누어 개발권을 취득해 둔 상태입니다. 이 해저열수광상은 열수분출공과 차가운 해수가 닿아······.”
해저 자원을 알아보기 위해 초대한 교수의 설명이 계속되자 나는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교수님, 알아듣기 쉽게. 저 그쪽 지식 거의 전무하거든요? 초등학생한테 이야기해 준다는 생각으로 설명해 주시죠.”
그러자 교수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간단하게 말해 녹은 광물이 식으면서 굳은 상태로 해저 바닥에 깔려 있다는 뜻입니다. 일종의 해저 노천 광산이라고 할까요.”
“노천 광산이라는 말은 그냥 내려가서 광물을 줍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까?”
“정확합니다. 그런 노천 광산이 태평양 바다 밑에 있고, 이 노천 광산 일부의 채굴권이 한국에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고요.”
“오오!”
그거 대박이잖아?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런데 왜 채굴을 안 합니까?”
그러자 교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
“이유는?”
“이걸 가져오는 방법은 현재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다 깊숙이 그물 같은 걸 넣어서 바닥을 싹 훑으며 가져오는 건데··· 사실 이게 가장 현실성 있지만 동시에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해저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할 테니까요.”
아아.
그물로 싹쓸이하면 편하고 쉽겠지만 동시에 깊은 바닷속 생명체와 그들의 서식지까지 싹쓸이하게 될 테니까.
이해한다.
그런 식으로 작업하면 환경 단체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난리 치겠지.
“그래서 나온 게 두 번째 방법입니다. 무인 조종 잠수정 로봇을 내려보내서 선별 작업을 하여 광물들만 골라 오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어떻게 채산성을 맞추겠습니까.”
한마디로 돈이 안 된다?
“그래서 개발한다 개발한다 이야기만 하고 표류한 게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사실상 방치 상태라는 말이죠.”
그렇게 교수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완벽하네!”
“예?”
“마침 저희 회사에 건설용 스켈레톤 있잖아요!”
무거운 짐을 들기 위해 일꾼 스켈레톤의 강화 버전으로 만든 건설용 스켈레톤.
심지어 머리에 카메라까지 달려 있으니 더 완벽하지 않나.
“건설용 스켈레톤을 해저 채굴용으로 개조해서 내려보낸 다음 막 퍼 담으면 된다는 소리 아닌가요?”
“어?”
교수가 잠시 멍한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거··· 말 되는 것 같은데.”
“그쵸?”
이야.
이거다, 이거.
바다 밑에 깔려 있는 노천 광산이라니.
“이거 개발 신청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한국 정부가 가진 채굴권을 이용하기 위해 정식으로 면담을 요청한 나.
그런데 막상 나를 만나러 온 건 개발권과 관련된 정부 부처의 장이 아닌 게이트 관리청의 청장 이진영이었다.
“정말이십니까? 스켈레톤을 이용해 해저 자원을 채굴하신다고요?”
“왜 이 청장님이 오신 겁니까? 이쪽도 관할하세요?”
“당연히 제 관할은 아니지만 보고를 듣고 대통령님께서 저를 보내셨습니다. 제가 그나마 한 회장님이랑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으니까요.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가능합니까?”
“해 보는 거죠. 안 되면 말고.”
“지금 그렇게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아십니까?”
“하긴. 자원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 빅뉴스기는 하겠네요.”
“한국만 빅뉴스겠습니까? 북태평양의 채굴권을 나눠 가진 나라가 한둘이 아닙니다. 만약 스켈레톤으로 진짜 채산성 있게 해저 자원 채굴을 하면 그 나라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오호.”
생각해 보니 이거 진짜 성공만 하면 세론에게 중요한 무기가 되겠네.
다른 나라들도 채굴하기 위해 세론의 도움을 필요로 할 테니까.
“아무튼 저도 해 봐야 알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정부에 문의한 거고. 그나저나 된다고만 하면 문제될 것 없죠?”
“물론 절차가 있기는 한데, 그건 제가 알아서 처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오케이. 그럼 한번 해 보죠. 그렇지 않아도 이미 만들어 뒀거든요? 들어와요!”
내 말에 문을 열고 들어온 스켈레톤과 무인 조종 장치를 장착한 직원.
“이게 제가 이번에 개발한 해저 채굴용 스켈레톤입니다. 여기 스켈레톤들을 바다 밑에 내려보내서 광물들을 퍼다가 배와 연결된 통에 담는 거죠. 그러다 통이 꽉 차면 배에서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거든요.”
“그럼 작업이 모두 끝난 스켈레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되긴요. 그냥 다음 작업자가 교대해서 계속 작업하는 거지. 통만 끌어 올리면 그만이니까 그냥 무한정 바다에 둘 건데요?”
이진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계속 바다 밑에 둔다고요? 그러다 해저에서 생물체에게 공격을 당하거나 해서 고장이 나면 어떡합니까?”
“수압 생각해서 튼튼하게 만들어 가지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진짜 고장이 난다 해도 무슨 상관 있어요? 어차피 다 뼈니까 그냥 버리면 그만인데. 아. 카메라가 있긴 하지만, 어차피 그건 광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을 테니 카메라만 건져 올리면 되겠네.”
이보다 친환경인 작업 방법이 어디 있나.
이진영이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간 수많은 로봇 회사들이 해저 채굴을 위해 연구를 해 왔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해결될 줄이야.”
비싼 데다 유지 보수를 위해 수시로 해저와 해수면을 오가야 하는 로봇과 말 그대로 막 쓰다가 고장 나도 버리면 그만인 스켈레톤.
당연하게도 효율 면에서 로봇은 스켈레톤의 상대가 아니었다.
“아. 참고로 이건 시제품이라 크기가 좀 작거든요? 진짜 가능성이 보이면 이것보다 몇 배는 크게 만들어서 한 번에 왕창왕창 담으려고요.”
사람 크기의 스켈레톤으로 어느 세월에 광물을 긁어모아.
기왕 할 거면 크게 만들어서 팍팍 캐 와야지.
이진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자원 개발은 한국의 오랜 숙원이었으니까요.”
자원이 없는 나라의 비애.
그간 한국은 해외 광산을 매입하는 등 해외 자원 개발에 힘써 왔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세론의 등장으로 드디어 그 기회의 장이 열린 거다.
“그나저나 설마 정부에 회사 지분 나눠 주고 그래야 하는 건 아니죠? 저 그런 것 되게 싫어하는데.”
이진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캐낸 광물을 해외로 빼돌리지만 않는다면 채굴권 대여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한국이 자체적으로 광물 자원을 조달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거니까.”
“그럴 일 없어요. 애초에 내가 쓸 게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니까.”
아무튼 좋아.
정부도 지원해 준다 하니 눈치 볼 것 없잖아?
“좋습니다. 한번 해 보자고요.”
*
“살다 살다 이런 망망대해를 다 나와 보네.”
건설용 스켈레톤 조종사로 일하다 갑자기 새로 생긴 세론 개발의 정직원 제안을 받은 사람들.
정직원이라는 말에 바로 제안을 수락한 그들은 물속의 스켈레톤을 조종하는 훈련을 받은 뒤 정부에서 제공해 준 배를 타고 북태평양 한가운데로 이동한 상태였다.
“그 뭐냐. 해저 자원을 캔다고?”
“그렇다고 하던데.”
“심해 공포증 있는 사람은 하지도 못하겠네.”
“그래서 애초에 없는 사람들만 뽑은 거래잖아. 게다가 어차피 직접 내려가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그때 정부 쪽 공무원이 외쳤다.
“잠시 후에 도착합니다!”
광케이블이 연결된 해저 채굴용 스켈레톤이 곧 해저 밑바닥에 도착한다는 공무원의 말에 배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
그들 모두 세론 렌탈에서 건설용 스켈레톤을 수없이 다뤄 본 베테랑들이기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조종 장치를 착용한다.
그렇게 드디어 가면에 달린 액정을 통해 스켈레톤의 시야를 공유한 사람들.
“와. 이게 바다 밑이구나.”
“도대체 얼마나 밑까지 내려간 거야? 라이트로 비추는 것 말고는 하나도 안 보이는데?”
“좀 무섭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드디어 완전히 해저면에 착지한 스켈레톤들.
그때 공무원이 말했다.
“스켈레톤 다리에 추를 달아서 떠오를 일은 없지만, 물저항이 있어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이번 채굴은 어디까지나 테스트를 위한 거니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
그러자 사람들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 그만합시다, 이미 들을 만큼 들어서 귀에 구멍 날 것 같으니까.”
“이미 연습 많이 하고 왔는데 뭘 또.”
“회장님이 그러셨잖아. 고장 나도 그냥 버리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그 말에 공무원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세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해저면을 훑기 시작한 사람들.
그때 한 남자가 외쳤다.
“32번, 혹시 이 검은색 돌들 맞습니까?”
그러자 공무원 옆에서 작업자의 영상을 공유하여 보고 있던 연구원이 외쳤다.
“맞습니다! 그 돌이 코발트와 니켈 그리고 알루미늄 등 무려 수십 종의 광물이 뒤섞인······.”
“아니, 아니. 그렇게 설명해 주면 우리가 아나? 그냥 이게 맞는지만 좀 말해 줘요.”
“마, 맞습니다.”
“오케이.”
그러자 등에 매달고 있던 삽과 통을 꺼내 마구잡이로 퍼 담기 시작한 스켈레톤.
그렇게 순식간에 통이 가득 차자 조종자가 말했다.
“금방 다 차는데요. 이거 큰 통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 말에 공무원 옆에서 영상을 지켜보던 연구원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엔 테스트라 그런 거고, 나중엔 대형 그물이나 통을 이용할 예정이니 걱정 마시고 일단 올려 보내세요.”
“예이.”
연구원의 말에 매달고 있던 와이어를 통에 연결한 조종사.
“와이어 연결했습니다. 32번 올리세요.”
그 말에 공무원이 기계를 작동했고, 순식간에 배로 끌어당겨지는 통.
“가 봅시다!”
기대 어린 표정으로 통제실을 나가 와이어가 감기고 있는 곳으로 이동한 연구원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올라온다!”
드디어 깊은 해저 밑에 잠들어 있던 광물이 통에 담겨 모습을 드러낸다.
연구원 하나가 흥분한 표정으로 통에 있는 광물을 집어 들고 확인한 다음 외쳤다.
“성공이야! 성공! 이건 무조건 된다!”
그렇게 정부와 세론 개발이 공동으로 추진한 해저 자원 개발 계획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남과 동시에 본격적인 해저 자원 개발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