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terminally ill genius survives RAW novel - Chapter 258
◈ 상승 (8)
모닥불 타는 소리가 두드러졌다. 노을 같은 불빛 속에서 마른 나무와 수풀들이 탁탁거리며 오그라들었다.
“…….”
얼음 궁궐에서 왔다는 남매는 흑포 소년을 물끄러미 응시하기만 했다.
모닥불을 함께 쬐고 있던 길잡이 소년, 장순일이 안절부절못하며 동행인을 바라봤다.
쌍둥이 남매는 얼굴과 옷차림에서부터 새하얀 윤기가 흐르는 게 척 봐도 존귀한 신분인 듯했고, 얼음 궁궐이라면 명나라 바깥 무림에서 손꼽히는 무학의 군체였다.
천하의 빙공(氷功) 무맥 가운데 제일을 논할 만한 곳. 동행인이 지닌 신위에 버금가는 자들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싸움이 나면, 적어도 장순일은 무사할 리가 없었다.
대방파의 강호인들은 민초들에게 하나같이 괴력난신으로 통했다. 충돌의 여파만으로도 몸이 얼어붙고 부서지지 않을까.
약초 소년은 몹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 배운 글귀들을 조리 있게 배열하고자 애쓰면서였다.
“그… 실언을 하셨다는 건 아니고요. 말의 진의와 언행이 서로 약간 어긋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음?”
정연신의 고개가 모로 살짝 기울었다. 제대로 말했는데.
그 반응을 어찌 받아들인 걸까. 쌍둥이 윗누이, 북궁린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재미있는 친구로군? 명상과 성찰이 중요한 연배로 보이기는 한다만…….”
그녀의 웃음은 아주 호탕했다. 체면치레로 꾸며낸 표정이 아니라는 게 곧바로 와닿을 정도였다.
크게 끼치는 북풍 같은 기질. 서리로 물들인 것마냥 푸르고 흰 머리칼과 묘하게 어울렸다. 옆에 선 북궁후도 마찬가지였다.
“소년 무사가 예스러운 농에 일가견이 있구나. 영원한 겨울을 나려면 두려움이 없어야 하는데, 네 호방한 기백이 우리 대지와 다르지 않아. 제법 마음에 든다.”
그가 희미한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
정연신은 불현듯 김이 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질풍처럼 솟아오른 짜증을 좋게 받아주는 이들과 다투어 무엇할까. 천하에 귀찮고 주제를 모르는 강호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문득 헌원창과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소형제도 입황성에 입문하러 왔는가?
대뜸 옆에 앉아서 그리 말했다. 저들과 같았다. 겪어본 적 없는 방향과 보폭으로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언제고 정연신의 무덤가에도 그리 걸음해 줄 듯이.
“대충 앉아라.”
고개를 제자리로 돌리며 말했다.
그들은 역시나 사양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풀 밟는 소리가 다가왔다. 둘이 함께 걸어와서는 장순일과 정연신 사이에 거침없이 앉는다.
한쪽 무릎을 몸쪽으로 끌어당겨 올리고 팔꿈치를 얹는 모습마저 꼭 닮았는데, 그 까닭인지 오만한 품행이 정연신에게는 다소 우스워 보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천년하수오?”
“물론이지. 이곳에 온 강호인들의 목적은 똑같지 않을까.”
북궁린이 대답했다.
이내 정연신을 흘끗 본 그녀가 자신의 품에 손을 넣었다. 한쪽에서 장순일이 괜히 움찔했다.
스윽.
북궁린이 꺼내든 것은 암기 따위가 아니었다. 빙공의 성취를 드러내듯 하얗게 변색된 손아귀 안에서 웬 구체 하나가 은은하게 빛났다.
자그마한 표면에 하늘을 담아놓은 것마냥 푸른 광채가 흘렀다.
정연신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야명주를 가까이하면 단명한다던데.”
“야명주가 아니다. 빙정(氷精)의 부스러기를 세공해 만든 보옥인데, 미량이나마 한빙지기를 품고 있지. 운기행공에 효험이 있을 거야.”
“한빙지기?”
“네게서 차가운 내음을 맡았거든.”
윗누이의 옆자리에 앉은 북궁후가 툭 내뱉듯 얘기했다.
두 남매의 눈빛이 은은한 백광을 띠고 있었다. 정연신이 입황성주에게 하사받은 월령조화결의 흔적을 느낀 듯했다.
이미 능법광륜기로 녹아든 진기를 감지한 것이다. 얼음 궁궐에서 왔다더니, 갈무리된 기파에서 동종 기운을 알아채는 모습이 비범했다.
앉은 간격이 가깝다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신비로운 대방파의 일원들다웠다.
정연신은 천천히 입술을 뗐다.
“굳이.”
“너를 길벗으로 대하겠다는 거다. 우리에게 불을 나눠주었으니.”
북궁린이 수정구를 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담담한 어조였다.
“의미가 큰 행동이지. 우리 땅에서는 그렇다. 박한 인심을 보면 여기도 마찬가지인 듯한데.”
북궁후가 윗누이의 말을 거들었다. 정연신은 수정구를 힐끗했다.
“귀해 보이는군.”
“저잣거리에서는 보기 드물겠지만… 우리 궁궐 사람들에겐 아니지. 약소한 답례로 받아둬.”
북궁린이 구체를 쥔 주먹을 살짝 흔드는데, 투박한 손짓에서 등가교환의 격조가 묻어나왔다.
종잡기 힘든 자들이었다. 진귀한 물품을 지닌 반면에 부싯돌은 들고 다니지 않는다.
아랫것들의 일과 자신들의 품행을 구분 짓는 몸가짐. 하인들을 잃어버렸단 말로 미루어 얼음 궁궐, 빙궁(氷宮)의 지배층인 듯했다.
‘양귀비쟁이한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정연신은 수정구를 선뜻 받아 쥐었다. 손아귀에 서늘한 질감이 감겼다.
맞은편에 있던 장순일이 부럽다는 듯 바라봤다.
“두 분께서는 정말 북해빙궁에서 오셨나 봐요. 말로만 듣던 새외(塞外) 무림의 고수분들을 뵙다니…….”
북궁후가 피식 웃었다.
“새외. 참으로 중원인다운 말이로구나.”
만리장성 요새의 바깥이란 의미다. 속세를 떠난 곳을 뜻하는 세외(世外)와는 다르다.
그 때문에 새외 무림인이란, 명 황실의 권역이 미치지 않는 땅에서 살아가는 머나먼 타지의 무인을 의미했다.
광야처럼 거친 기질로 세상일에 적극 개입하는 자들이었다.
장순일의 콧잔등에 식은땀이 맺혔다.
“어, 제가 결례를…….”
“됐다. 이야기나 좀 나누자. 우리 땅의 제사장들이 내세에 대해 말하기를, 죽은 뒤의 세상은 살아서 보고 들은 것들로만 이루어진다고 했지. 우리 궁궐의 강자들이 종종 방랑하는 이유다. 나는 소년 둘이서 험난한 격전장을 헤쳐 나가는 이유가 궁금한데… 영초를 탐하기 이른 연배 아닌가.”
윗누이처럼 존귀한 기도를 전신에 두른 북궁후가 말했다.
“조카가 아파서.”
정연신은 장순일에게 해 준 말을 덤덤히 반복했다.
잠시 불이 타는 소리만 울렸다. 북궁린과 북궁후의 기색이 묘해졌다.
“우리와 정반대로군?”
“그 연배에 말이지. 너는 정이 많구나. 우린 궁궐의 경쟁자들을 제치고자 왔는데…….”
북궁후가 말끝을 흐렸다.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감명을 받은 듯했다.
얼음 궁궐에서 온 귀족 남매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들의 새하얀 뺨에 맺힌 불빛과 음영이 몽환적으로 흔들렸다.
지배 계층에서 살아온 강호 호족으로서 신분에 마땅한 여유를 지닌 자들이었다. 배타적이라고 알려진 여느 새외 무림인들과 달랐다.
“너희와 별 차이 없다.”
정연신이 짧게 대꾸했다.
허나 남매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지평선에 걸려 있던 석양의 끝자락이 완연히 어둑해질 때까지도 정연신과 장순일에게 조곤조곤 말을 걸었다.
거칠고 순박한 새외의 무림 호족들은 몹시도 수다가 많았다. 황혼에 깃들어 있던 적막이 포근한 어둠과 듣기 좋은 목소리들로 채워졌다.
* * *
“동행을 권하고 싶은데. 차후의 일이야 어찌 되든.”
“윗누이가 괜찮은 제안을 하는군. 너희를 지켜 주마. 이 일이 끝날 때까지는 산을 내려가지 않을 셈 아닌가?”
제법 친해졌다. 자연스럽게 교분을 맺었다.
정연신은 귀족 남매가 모르는 강자였다. 북궁린과 북궁후가 모르는 위치에서 그들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렸다.
마광익주의 상단전 공능은 얼음 궁궐의 남매를 무해한 요소로 봤다. 적의가 없었다. 유사시에 장순일을 지켜줄 만했다.
네 사람이 산을 올랐다.
길을 갈수록 마주치는 이들이 많아졌다.
풍문이 퍼진 지 꽤나 오래됐는데도 천년하수오를 땄다는 이가 나오지 않는 와중이었다.
이쯤 되면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는 것도 문제다. 아래에서 방진을 짜다시피 한 자들에게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칼을 든 자들은 대개 위험한 강도였다.
“그럴듯해 보이는 놈들이군! 혹, 하수오를 가진 게 아니냐?”
“품속을 보자!”
중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피가 난무하는 각축장에 가까웠다.
일행이 시비에 걸릴 때마다 북궁 남매가 나섰다.
정연신은 두 사람의 양손에 휘말린 병장기들이 얼어붙어 산산조각 나는 광경을 몇 번이고 봤다. 한빙기(寒氷氣)를 제대로 쓰는 절학이었다.
쩡!
“크허―!”
권장법이 본신 절기란 말이 맞았다. 손바닥을 내뻗는 기세는 몹시 거친 데다 강력했고, 기수식을 갈무리할 때는 고매한 분위기가 흘렀다.
“탐욕에 비해 허약한 것들이 많군. 위쪽 땅에서는 늑대 먹이로도 모자랄 놈들이.”
“지켜 주겠다는 건 빈말이 아니야. 천운으로 여겨도 좋을 거다.”
북궁린과 북궁후는 자기 자랑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제 공적을 자신이 뽐내는 게 마땅하다 했다.
정연신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말을 새겨들었다. 신검단주와 악수림 등의 기라성 같은 영걸들을 경쟁자로 뒀다.
마광익주로서 그들과 공적을 겨루는 입장이 북궁 남매와 다르지 않았다.
그럴듯한 얘기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인 뒤에 체화시켜야 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근래에 얻는 게 많아.’
몸 쓰는 게 둔하다 하여 사람을 얕봐선 안 되었다.
굼벵이가 구르는 모습을 실제로 본 이들은 별로 없다고 했다. 직접 보니 배울 만했다.
앎을 곱씹던 정연신은 문득 입을 열었다. 건너편 산등성이가 보이는 바위에 발을 살짝 걸친 채였다.
“하인들은 어쩌다 잃은 거지?”
“아.”
“그놈들은 허약하지 않았지. 머리가 시뻘게서는.”
북궁 남매의 표정이 흐려졌다. 혈염교의 혈귀들을 말하는 듯했다.
“너희… 평교도에게 고전할 무위는 아닌 듯한데. 웬만한 혈사교검에게도 이길 법하고.”
정연신의 말에 두 사람의 눈이 살짝 커졌다. 도적의 시체를 밟고 있던 북궁후가 얼른 입을 열었다.
“혈염교를 제대로 견줄 줄 아는가? 네 견문이 범상치 않은 듯 보이긴 했다만.”
“많이 왔나 보지?”
“한둘이 아니었다. 다섯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스물, 서른으로 불어나더군. 붉은 머리에 검은 머리들이 드문드문 섞여 있었는데, 도무지 감당할 정도가 아니었지.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 태백산을 제 놈들의 세상으로 만들려는 것마냥 징그럽게 달려오는데…… 네가 그 광경을 봤어야 했어.”
“큼지막한 도를 두 자루나 쓰는 놈은 견주어 볼 생각도 하지 못했고.”
북궁린이 덧붙이듯 얘기했다.
“낭왕(浪人)이랬나. 우리 땅에서 손꼽히는 전사쯤 되어야 상대할 만해 보였지. 무서운 기백을 줄기줄기 뿌리고 다니더군. 일격을 받아내기 힘들 듯했어. 그날로 중원을 얕볼 마음이 사라졌지 뭐야.”
미간을 찌푸린 그녀가 말을 맺었다. 빙궁의 귀족답지 않게 몸을 잘게 떨면서였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장순일이 벼락을 맞은 듯 반응했다.
“낭왕 금시후(金施厚)!”
숨죽여 소리칠 만했다. 정연신도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소금과 동전에 칼솜씨를 파는 자들의 왕.
낭인으로서 엄청난 명성을 떨쳤다. 정사 중간의 도객인데 건드리는 자들이 많지 않았다. 무공이 고절하기 때문이었다.
하남과 섬서를 오가며 숱한 업적을 남긴 초고수라 했다. 일인전승의 사문을 이어받아 무림을 독보하는 강자라고.
“혈염교의 의뢰를 받았다고?”
마광익주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척살 대상이로군.
“내려… 내려갈까요……? 여길 넘어가면 반나절 거리에 하수오가 있을 거 같긴 한데…….”
멀리 선 장순일이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연신은 이상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패검종주나 화산파의 장문인께서 왕림한다는 풍문을 듣고도 온 거 아닌가? 혈염교의 일사도에 관한 소문도 있던데.”
“십삼천과 수파의 수장들이야 하늘 위의 신선이잖아요…… 낭왕은 결이 다르죠. 엄청나게 잔혹하대요. 의뢰에 피해를 입은 문파가 추적해 오는 데 대고 장문인의 머리를 손으로 뽑아 올렸다잖아요. 이득이 걸려 있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대요!”
장순일이 얘기했다. 목울대까지 떨면서였다.
‘그게 강호인 아닌가?’
정연신이 내심 고개를 기울이며 발끝을 움직일 때였다.
“애석하군. 이 몸의 풍문을 그렇게 옮겨대는 자들도 죽일 수밖에 없거늘.”
왼쪽 시야를 가린 바위 언덕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몹시 걸걸한 음성에 깃든 공력이 엄청났다. 순간적으로 주변의 대기가 군데군데 일그러질 정도였다.
저벅.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홍빛 바지 밑단이 요란하게 반짝였다.
금색 수실을 화려하게 새겨놓은 옷에, 하얀 구름이 그려진 도갑을 두 자루나 차고 있다. 낭인보다는 왕이란 별칭에 가까운 행색이었다.
“내가 금시후다.”
수염을 말끔하게 정리하여 날카로운 턱선을 드러낸 사내였다.
호랑이처럼 산세를 지배하는 듯한 기도를 풍기는데, 전신에 두른 무색의 공력 파동이 갑주처럼 느껴졌다.
초고수의 기감은 비범했다. 제 말을 하니 실제로 와 버렸다.
“무슨……!”
“호환은 함부로 입에 담는 게 아니라 했는데…!”
북궁후와 북궁린이 위를 올려다보며 상체를 낮췄다. 크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정연신의 연배를 논할 만큼 나이든 이들이 아닌지라, 이 순간 무림 강호에 불가능한 일이 없음을 새삼 실감하는 듯했다.
허나 마광익주는 낭왕을 보지 않았다.
그 너머에서 요사스럽게 일렁이는 기파를 느꼈다. 일전에 손을 본 마라굉혈공의 구결에 따라 멀리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칠사도에게 맞춰 개량된 글귀가 완성을 앞두고 몇 장 남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 식대로 구결을 바꿔서 연성한 걸까.
‘나를 느끼고 있군. 낭왕이 어찌 되든 안중에 없는 거야.’
이제는 피할 수 없다. 그녀와 마주해야 한다.
정연신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이내 금시후와 눈이 마주쳤다.
낭왕이 웃었다.
“너, 네 용모를 보니 알겠다. 네가 이 사태를 부른 놈이로군? 덕분에 소금을 넉넉히 챙겼다.”
정연신의 정체를 알고 얘기하는 눈치였다. 표정과 달리 전신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었다.
언제든 발도하여 도격을 내칠 기세인데, 얕보는 기색이 한 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래 살아남은 낭인다웠다.
마광익주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내려와라.”
“연소자가 움직이는 게 마땅하지 않나? 내가 선수를 양보하마.”
고개를 내린 낭왕의 입꼬리가 짙게 올라갔다.
간격과 위치는 몹시 중요하다. 초고수들의 싸움에서도 마찬가지다.
상하 간격이 발경력과 경파의 위력을 조금이나마 좌우한다. 종이 한 장 차이가 생사를 가르는 것이다.
낭왕 금시후는 실리적인 자였다. 체면보다 싸움의 이득을 중시했다.
“듣고 보니 옳다.”
정연신은 기 싸움을 이어 가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북명검을 뽑아 내리면서 왼쪽 손바닥으로 환강의 묘리를 일으켰다.
능법광륜기가 두 가지 기질로 갈라져 나오며 장심에서 벽력탄마냥 충돌한다.
동시에 왼팔의 수양명대장경맥(手陽明大腸經)을 조이고 풀어내자, 손바닥에 깃든 벼락이 그대로 머물기 시작했다.
‘발동이다.’
콰아아아아―!
손아귀에서 압도적인 기류가 회오리쳤다. 끊임이 없었다.
대기를 가열차게 후리고 쓸어대는 기파가 태풍마냥 점차로 커졌다. 새까만 옷자락이 격렬하게 펄럭였다.
“그건……!”
낭왕이 눈을 부릅뜬다. 칠사도의 기척이 몸을 떤다.
기다릴 계제가 아니었다. 정연신은 낭왕이 딛고 올라선 돌벽을 그대로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앙―!
순간 전율처럼 터진 굉음이 팔방으로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