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terminally ill genius survives RAW novel - Chapter 399
◈ 융단 (8)
산길은 고요했다.
그저 메마른 낙엽들이 그보다 더 건조한 흙바닥에서 사삭거리며 굴러다녔다.
문득 정연신의 살갗을 스치는 산들바람은 뜨겁고도 습기가 없는 흉년의 여름을 품고 있었다. 환한 햇살만 요란스러웠다.
“…….”
정연신은 자신을 맞이한 청년의 어깨 너머를 응시했다.
한곳을 바라볼수록 유난히 흐릿해지는 시야. 그 중심에서 앙상한 나뭇가지를 맥없이 흔들어 보이는 고목, 하늘에 구름 한 점도 없이 눈 따갑게 떠올라 있는 태양.
문득 뇌리에 엉켜 있던 온갖 생각들이 사그라든다. 단주는 무사할까. 화산지약이 이행된다면 청색과 백색은 누구를 내보내야 할까…….
부자연스러운 적막이 느껴졌다.
크기가 짐작되지 않을 만큼 넓게 펼쳐진 진법이 그 너머의 기척을 숨기고 있었다.
암야전이나 혈염교의 공부처럼 정교하지는 않다. 길 잃은 행인이나 하수오 따위를 찾아 헤매는 낭인들의 기감을 속일 정도라 할까.
하지만 천하의 눈을 피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곳이 심산유곡에 가까운 오지라서다.
범위만으로는 충분히 고절하다 할 만한 술법진에, 좀처럼 사람의 발이 닿을 리 없는 땅. 어느 문파의 비선이든 찾아내기 힘들 터였다.
“…태모산성.”
정연신의 중얼거림에 청년이 곧장 반응했다.
“그쪽이었소? 어쩐지 생김새가 범부 같지 않더라니… 아, 좋은 쪽으로 한 소리요. 난 여령의 밥을 먹고 있소이다. 적전 제자는 아니지만…….”
언뜻 살갑게 느껴지는 언행과 달리 떨떠름해 보이는 표정. 태모산성이 여느 십삼천과 다른 까닭이다.
사마외도 사이에서도 인식이 극명하게 갈리는 문파였다.
모산파에서 갈라져 나온 술법무공의 대문파는 항상 괴이한 풍문들을 안고 다닌다.
관제묘에 민초들의 피를 공양하여 고기를 만든다거나, 사술로 명산의 산기운을 모조리 훔쳐다 기이한 잡일에 쓴다는 둥.
저벅.
더벅머리 청년이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여하튼 굳이 나와볼 필요는 없었구려. 알다시피 여긴 제팔촌(第八村)이오. 난리가 난 십칠촌이랑은 제법 멀리 떨어져 있긴 한데, 인근 마을에 구파의 도사들이 나타났다는 괴소문이 돌아서 말이지… 형장도 조심하시구려. 매화검이든 태극검이든 우리 앞에선 도(道)를 논하는 경우가 없지 않소?”
혀가 길다. 대방파의 무인이 맞다.
정연신은 묵묵히 청년의 얼굴을 응시했다. 정말로 제대로 당도한 게 맞다면 죽어야 할 흉수다. 신검단주의 추살에 손을 보태고 있다는 의미니까.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쪽은 얼마나 넓지?”
“음? 그쪽에서 나온 술사들이 만들어준 진식인데……? 겉보기로는 수행 술사 정도의 신분이 아닌 듯싶소만.”
청년이 의구심을 드러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까맣게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소전주와 정연신을 번갈아 훑는다.
그는 이내 빛바랜 명족인 소전주를 보고 무언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순간 정연신의 허리춤에서 검 손잡이가 저절로 미세하게 움직인 것을 인식하지 못한 모양새였다.
“의복을 보니 이쪽이 귀하신 분이었군. 그 활에 살갗, 흉험한 굳은살… 암야전에서 왔구려. 태모산성이 안내역인가?”
“…무용한 질문이다. 언제까지 세워둘 셈인가.”
소전주가 예스럽게 재촉했다.
그는 씨족의 민초들을 몹시 소중히 여기는 자였다.
귀주에 남은 명류대주가 암야전 문도들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부터 정연신에게 협조하는 것부터 그러했다.
“뭐, 실례했소. 이쪽이외다.”
툴툴거리듯 얘기한 더벅머리 청년이 돌아섰다. 애초에 빛바랜 명족 고수들 중 입황성에 우호적인 자는 없다.
살갗부터 건국에 훼방을 놓던 반역의 혈통을 상징하니, 진법 내부에 있는 낭인들보다 신뢰받아야 마땅했다.
“어지간히 잘 따라오겠지. 발 모양이나 똑바로 보시오.”
사박.
청년의 걸음 소리가 삽시간에 작아졌다. 진법의 생문(生門)을 향해 경신법을 발동한 것이다.
발바닥 용천혈로 흐릿한 공력 파동을 내뿜으면서 나아가는데, 흙바닥에 발자국이 남지 않았다.
낯선 장소였다. 지리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먼저라 할 것이다.
정연신은 그를 뒤따르며 입술을 뗐다.
“안쪽이 얼마나 넓은지 물었다.”
“굳이? 어지간하면 이쪽, 그러니까 팔촌에만 머무르길 권하오. 구태여 다른 마을을 들쑤시고 다녔다간 좋은 꼴을 보지 못할 테니까.”
“…….”
“여기 낭인 놈들은 전부 여령의 초대를 받고 왔소. 고르고 골라 고용했으니, 나름대로 칼질에 일가견이 있는 자들뿐이지. 거기다 처먹어도 처먹어도 부족한 소금이나 고기 따위에 눈이 벌게진 상태요. 형장의 스승쯤 되는 배분이 아니면 겁을 먹지도 않을…….”
“세 번 말하지 않는다.”
“…무지막지하게 넓수다. ‘그자’의 동선을 따라, 혹은 그걸 예측하면서 만들어둔 천라지망이니까 보통 크기가 아니지. 이 일이 끝나고 나서도 거주지로 쓰이지 않을까 싶소. 어지간한 도시보다 풍족하거든.”
“그자?”
“입신검의 주인 말이오. 용씨 성을 쓰는 괴물.”
대충 대답한 청년이 들으라는 듯이 덧붙인다. 마을에서도 이리 무례하게 굴었다간 경을 칠 거요.
“…….”
정연신은 침묵했다.
이 역시 자색의 강호였다. 신검단주 한 명을 격살하기 위해 십수 개의 전초기지를 만든 것이다. 일종의 거대한 차륜진이라 할 만했다.
한편, 정연신을 뒤따르던 소전주가 그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
정확히 목적지에 다다랐다. 괴흉조로 헛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는 게 증명된 셈이었다.
―너희 명류대주에게 말을 잘 전해 주겠나? 난 전주를 팔아 민초들의 안위를 도모했다. 네게 예우받아 마땅한…….
정연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전주의 전음과 함께 귓속으로 파고든 악수림의 음성 때문이었다.
―팔촌이니 십칠촌이니 지껄이는 말 들었지? 용가가 거쳐갈 곳마다 미리 함정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아. 진법, 머릿수, 독, 절세고수들까지 온갖 수단으로 단주를 몰아넣으면서. 아무래도 흩어지는 게 편하겠어.
―조를 구성하자는 말씀입니까?
정연신이 전음으로 대꾸했다.
―응! 열둘이니까 네 명, 네 명, 세 명, 한 명이 어떨까? 나랑 천룡이, 소소가 네 좌측 마을을 맡는 걸로.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라고 전할게.
―한 명은…?
―너 말하는 거야. 용가가 신검대를 이끌 때도 그랬어. 자기 혼자 신검일조였지.
―…제각기 흩어진다면, 진법 안으로는 어떻게 들어가실 요량입니까? 제 도움이…….
―뭐?
문득 소녀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혔다. 마치 대견해하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였다.
―하긴, 네가 아니라 용 단주라도 낯설겠다. 용가도 흑색을 열 명 넘게 대동해 본 적은 없으니까.
―예?
―저 정도는 보혈이가 발만 갖다 대도 뚫려. 소소나 천룡이한테도 일권(一拳)감이지. 게다가 소소는 천하목의 묘목까지 가지고 있잖아. 그게 진법에 쓰이는 법보들 중에선 천하제일이거든. 벽 역할이든 문 역할이든.
악수림이 말했다. 웃음기 섞인 음성이었다.
정연신은 그녀의 뒷말을 듣지 않았다.
신혈극마 진명조의 고아한 각법을 한번 떠올려 보고는 수긍했다. 무엇이든 가능할 터였다.
―그동안 네 노고가 컸어. 이제 북경에 올라가기 전 마지막 임무야.
초여름의 산뜻한 바람결에 흩어지는 속삭임. 마침내 여령주가 천하를 속이며 구상한 천라지망의 도시에 들어선다.
정연신은 신검부대주의 치하를 뒤로하고 흙바닥에 자신의 족적을 새겼다. 저벅― 울린 발소리 뒤쪽으로 인적 없는 오솔길이 흐릿하게 멀어졌다.
* * *
산골 오지에 펼쳐진 진법으로 발을 들인 순간 왁자지껄한 소음이 귓전을 강타했다.
취기 섞인 외침과 칼을 갈아대는 쇠붙이 소리, 우렁찬 코골이와 호객하는 점소이의 음성까지.
눈앞에 펼쳐진 건 번듯한 마을이었다.
통나무로 얼기설기 지어진 객잔, 밥 냄새가 나지 않는데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는 주막, 땅이고 지붕이고 온갖 곳에 대충 늘어져 있는 무인들.
대다수는 도검과 낫 따위의 병장기를 패용하고 있었다.
“…….”
필시 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까닭일 터였다. 식량이 나는 일이라 해도 옳았다. 만석의 수레는 큰 힘을 따라 움직이는 게 강호의 이치다.
누군가가 산해진미를 베푼다 하면 그 자리에서 계약이나 주종 관계 따위가 이루어지기 십상이었다.
한쪽에서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껄렁한 둘러앉은 낭인들이 강호 정세를 논했다. 정연신 일행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새였다.
“입황성의 지원이 없는 거 확실한가?”
“사천 지역이 난리라고 했어. 여기까지 오려면 한참이지. 준마를 몇 번을 갈아타야 하는데.”
“자네가 초고수들에 대해 뭘 안다고.”
“그치들도 사람 아닌가?”
그때였다.
쾅!
웬 사내가 거친 보신경을 자랑하듯 눈앞에 내려섰다.
짙푸른 비단옷에 화려한 수실로 장식된 보검을 찬 자였다. 차림새와 달리 기질이 사나워 낭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왜 이제야 돌아온 거냐! 변고라도 생긴 줄 알았다!”
“별것도 아닌 걸로 난리는. 보시다시피 객이 좀 있어서.”
몸을 튼 더벅머리 청년이 정연신과 소전주를 내보였다.
정연신을 눈에 담은 순간 흠칫한 낭인이 소전주를 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작은 뇌까림과 함께였다. 암야전이군.
“어중이떠중이를 물어온 게 아니라서 다행이로군. 지금 육촌 쪽에서 난리가 났다.”
“뭐요? 육촌? 분명히 그자는……!”
“입황성의 인룡(人龍)이 아니다. 구파 쪽이야. 화산과 무당. 결국엔 냄새를 맡고 기어들어 온 거지.”
낭인이 무언가를 씹어먹듯이 말했다. 더벅머리 청년은 자신의 머리카락 사이에 손을 넣고 뒤통수를 벅벅 긁어댔다.
“망할…… 강호에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겠구려. 설마 장문인들이 온 건 아니겠지?”
“성화검신과 무당의 장문 대리가 비선 노릇을 할 리가 있나. 육촌에서 난리를 치고 여기로 건너온 건 매화검수들이다. 소문대로 우릴 광오하게 깔아보더군.”
“희소식은 아닌데… 부딪쳤소?”
“대치 형국이야. 조마조마하다.”
“몇 명이오?”
“다섯. 한 놈은 아주 어려.”
“령주께서 어떻게든 해 주실 거요. 우리 같은 하루살이들이야 맡은 일만 다하면 돼. 시간을 끌어 봅시다.”
청년의 말에 정연신의 눈썹이 꿈틀했다.
저벅.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낭인과 청년 사이를 묵묵히 지나치면서. 더벅머리 청년이 곧장 반응했다.
“어? 섣불리 접근하지 마시오. 내게 방도가 있소. 운이 따르면 매화검수 다섯쯤은 어떻게든…….”
“이런 마을이 몇 개나 있지?”
“모르오. 보시다시피 다 이렇게 감춰져 있거든. 내가 아는 건 십칠촌까지요.”
그때였다.
정연신을 아니꼽게 바라보던 낭인이 불쑥 끼어들었다.
“어디 높으신 분은 ‘그자’를 잡을 덫이라 하던데, 우리야 좋지. 요즘 같은 세태엔 어중간한 도시보다 이런 심산유곡이 먹을 게 많아서.”
“덫?”
“입술이 말라붙어서 잘 떨어지질 않는구만. 품속이 제법 든든해 보이는데, 술이라도 있으면…….”
입맛 다시는 소리가 공기를 저몄다. 강인한 기세. 포식자 특유의 거친 공력 파동이 정연신의 옷자락을 쓰다듬는다. 변복을 한 탓에 흑포가 아닌 마의였다.
앞서 구파의 위협을 말해놓고 술을 찾는다. 대다수의 낭인은 이렇다. 흉년의 땅을 호시탐탐 누비며 하루를 약탈해 하루의 쾌락을 사는 자들.
정연신이 보기에는 마광익의 양귀비쟁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태염룡과 달리 스스로 하루살이의 명운을 둘러쓴 사마외도이기에.
“여령주의 의중이 궁금하군.”
정연신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신검단주를 오합지졸들로 어찌할 셈은 아닐 것이다. 전력이 다른 마을에 쏠려 있는 듯했다.
그의 생각과 별개로 주변의 반응은 빨랐다.
“뭐?”
낭인의 눈이 부리부리하게 커졌다. 새 얼굴들에 관심을 두지 않던 무리의 시선이 칼날처럼 모여들었다.
보이지 않는 운석처럼 떨어진 적막. 곳곳에서 칼을 갈아대는 숫돌 소리만 스산하게 울려 왔다.
“이봐.”
낭인이 한 걸음 다가섰다.
“사문이 어디지? 이 천라지망에 합류하기로 한 자가 십삼천주를 쉬이 입에 담을 수는 없는데…….”
수십 명이 곳곳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제법 농밀한 기파들이 일어나 바람에 섞여들기 시작했다.
안내역을 맡은 청년과 달리 초면부터 눈치가 비상한 게, 대문파의 비호도 없이 강호에서 살아남은 낭인들다웠다.
정연신은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눈꺼풀을 살짝 내린 채였다. 그의 입매에는 어느새 희미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신분의 의심스럽다. 그 몸가짐도 낯설어. 제 놈이 절세고수는 아닐진대…!”
상대를 가늠하던 청색 무복의 낭인이 기습적으로 검을 뽑아 올렸다.
발검이 파앙― 하고 공기 터뜨리는 소리를 냈다.
허공에서 몇 번이고 꺾이면서 뻗어 나가는 검극. 몹시 실전적인 변초였다. 상승의 경지에 한없이 가까워져 있었다.
그때.
정연신의 목을 노리던 궤적이 돌연 격렬하게 흔들렸다. 갑작스럽게 개입한 제삼자 탓이었다. 웬 주먹이 낭인의 옆구리 한쪽에 꽂혔다.
퍼억!
자줏빛 경파가 비산하는 눈꽃처럼 명멸했다. 옆구리 살을 복강까지 밀어내는 권격. 우지끈 소리와 함께 주먹의 측면이 갈비뼈마저 으깨버렸다.
그대로 맥없이 쓰러지는 낭인의 옆자리.
“본파가 왔다는 거 알지 않았나? 여기서 힘 빼면 안 되는데.”
웬 소년 도사가 손을 한 번 털어내며 투덜거렸다. 매화 자수가 새겨진 흰빛 도복이 펄럭였다.
홀연히 나타나 일권을 후려갈긴 것이다. 별 성의도 없이 내친 듯했는데, 권초 자체는 굉장히 화려하고도 아름다웠다.
“갑자기 무슨…!”
“암향표에 매화권!”
“화산! 화산파다!”
삽시간에 병장기 뽑는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정연신의 안내역을 맡았던 청년이 미간을 모으며 훌쩍 물러서는 사이, 한쪽에 대충 지어진 객잔에서는 점소이가 식도 두 자루를 뽑아 들고 다가왔다.
소년 도사는 입을 쩍 벌렸다.
곧장 하품에 가까운 날숨이 흘러나왔다. 나른한 기질에 걸맞은 내공 호흡. 천하 기재의 여유라 할 만했다.
“화산잠룡… 가장 어린 매화검수다.”
“앞쪽은 박살이 나 버린 모양이야. 그러게 여유 부리지 말자고 했잖아…!”
“여긴 ‘그자’가 이미 지나친 곳일세. 그저 지나가는 이들을 잘 살피고, 문사풍의 사내가 물 따위를 구하거든 독을 타서 주라고 한 게 전부였지. 구태여 소일거리에 목숨을 걸 이유가 없지 않나.”
“내 유현 도장에게 경고하겠소! 그대는 거대한 암투에 몸을 실었소! 암야전, 무룡회, 여령이 주축이며, 그 산하 문파들과 태모산성의 지원하에 짜여진 계략이외다! 몸을 보전하려거든 내 말을 따르는 게 좋을 거요!”
낭인들이 수군거리고 더벅머리 청년이 소리칠 때였다.
화산잠룡 유현은 느긋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말고 정면을 바라봤다. 가만히 선 정연신이 그와 눈을 맞췄다.
“그래, 내가 화산잠룡이다. 너흰 여기서 뭐 하고 있었냐? 도통 대답해 주는 놈이 없…….”
유현의 말이 멎었다.
소년 도사의 눈에서 자줏빛 광채가 흩날렸다. 자하신공의 안법 기예였다. 화산파 무공은 무당과 쌍벽을 이루는 신선들의 공부다.
홀로 경쟁자로 여겨 몇 번이고 되새겼던 친우의 이목구비와, 갈무리된 능법광륜기의 고요한 기질을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유현은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너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