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예로부터 침략에는 매가 약이다 (4)
“그래서 나도 준비해 뒀단 말이지.”
“……저흰 못 들었는데요.”
“미안. 조금 중요한 일이라서 가능한 비밀 유지가 필요했거든.”
그 대군에 대응할 준비에 대해 아는 건.
나와 아켄을 비롯한 드워프 장인 그리고 우리 아버님.
이 정도뿐이다.
아켄에겐 제작을 위해서.
그리고 아버님께는 사전 허가를 위해서다.
이건 카니아 누나한테도 말하지 않은 거다.
“대체 뭘 준비하신 거죠?”
“별건 아니고.”
나는 씨익 웃으며.
“몰려오는 대군에 가장 적합한 걸 준비 시켰거든.”
저 앞에는 이제 백만이 넘는 개미떼가 몰려올 예정입니다.
그럼 그에 맞서기 위해선 뭘 준비해야 할까요?
“크고 아름다운 화살들이 필요하지.”
짜잔!
나는 그것의 설계도를 꺼내 펼쳐 보였다.
“초 장거리 대형 석궁!”
내가 작정하고 준비시킨 것은 이동식 망루도, 새문도차 따위도 아니다.
바로 이것이다.
크고 아름다운 화살을 날리기 위한 비밀 병기.
거기에 무려 석궁 주제에 ‘연사 가능’이라는 발칙한 옵션이 붙어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전선으로 이송되고 있다.
삼국 동맹 역시 온 힘을 다 짜내어 쳐들어올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지금과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병력이 추가로 몰려올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려는 다른 몇몇 영주들로부터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극히 소수의 염려는 현재 한껏 사기가 오른 다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묵살되었다.
그리고 이곳 북동부 전선에서도 역시 각 영주들의 회의 도중 그러한 우려를 내비친 자들이 있었다.
“아직 삼국 동맹의 기세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나친 방심이…… 혹여나……
그러나 그러한 목소리를 낸 것은 영주들 중 일개 백작에 불과한 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귀족들은 자존심이 강한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보다 작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그 의견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지나친 걱정입니다. 아니, 설사 추가로 쳐들어온다 하더라도 맞서 싸워 물리치면 되는 것입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참 쉽게 한다.
그럼 네가 해 보든가.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속으로 그 한심한 사고방식에 조소했다.
‘벌써부터 다 이겼다는 분위기는 여전하군.’
조금만 신중하게 생각해 보면 방금 그 우려를 던진 백작의 말이 옳다는 것 정도는 알 텐데. 에휴…….
지난번 여기사들에게 한차례 설명하긴 했지만 이번 전쟁에선 삼국 동맹도 나름 간절하게 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연히 지금 방심했다간 크게 뒤통수 맞을 게 뻔하지 않나.
그러나 지금 나는 그저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적당히 한귀로 흘려 넘기고 있었다.
‘당분? 당분?.’
그저 이 지겨운 회의를 흘려보내기 위해 찻잔에 담긴 차에 계속 설탕을 들이붓고 있다.
이딴 회의! 단 거라도 마시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고!
어차피 지금 저들에게 이야기해 봐야 별 의미가 없을 게 뻔했다.
지금 저들은 국경 요새를 탈환하고 나서 한껏 들떠 있다.
저럴 때 인간은 주변에서 누가 무슨 소릴 하든 듣지 않는 습성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사실을 지적하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지.
어차피 나는 그들의 한심한 짓거리까지 감안하여 현재 이 자리에 와 있다.
지금 이 회의에 참여하는 것도 그저 왕족이자 영주의 의무일 뿐.
……회의 빨리 안 끝나나.
내내 지루해하고 있을 쯤.
“그저 무시할 의견은 아니라고 보네.”
나 말고도 계속 말이 없던 또 한 명이 드디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제일 형님이다.
“그의 의견은 타당하다고 보네만?
경들은 다르게 생각하는가?”
형님이 그런 말을 하자 그때까지 잔뜩 들뜬 채로 신나서 떠들던 녀석들이 죄다 침묵했다.
그래 계급이 깡패지.
지금 여기서는 형님이 옳다고 하면 옳은 것이다.
그를 함부로 무시할 만한 배짱이 있는 놈은 없겠지.
“적들이 보다 더 필사적으로 공격해 올 거라는 의견에 나도 동의하네.”
“하오나 염려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습니다.”
“그렇겠지.”
그것도 인정한다.
이보셔, 다 옳다고 끄떡이기만 할 거냐.
성격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지.
이전부터 생각한 건데 제일 형님은 영 단호하지 못하네.
올바른 소리와 개소리는 딱 잘라 구분해야지.
전부 맞다, 맞다, 귀 기울여 들으면 귀가 썩어요.
“……아렐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화살은 이번엔 내게로 향했다.
칫, 귀찮은 대답을 내게 떠넘기지 마시죠.
일단은 지목을 받은 이상은 내내 침묵을 지킬 수는 없다.
그리고 어차피 한 번은 나도 거들어야 하는 문제기도 하다.
“저도 방금 그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적어도 지금 적군이 한차례 물러난 건 다시 군을 정비하기 위해서겠죠.”
다만 의견에는 동의하되 확신을 담아서 말하지는 않았다.
그래 봐야 그들은 쉽게 믿지 않을 테니까.
어차피 그들의 제대로 된 협조도 바라지 않는다.
이곳에 있는 영주들의 대부분은 전쟁이 거의 확실시 돼 가는 시점에서도 그저 현실을 부정하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놈들이 태반이다.
그런 놈들을 굳이 타일러서 인솔할 의리는 없다.
내가 무슨 유치원 교사도 아니고 말이지.
세상 물정 모르는 삐약이들을 굳이 인솔하고 싶지도 않다.
“적들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입니다.”
그저 애매하게만 말하고 말을 끊었다.
“막을 수는 있을 거라 보는가?”
으음…… 아무래도 제일 형님은 무의식중에 내 쪽을 너무 의식하는 것 같다.
이거 별로 좋은 경향이 아닌데
“그건 저도 판단하기 모호하네요.”
마음 같아선 ‘못 막아. 너흰 이제 다 죽었어!’라고 툭 던지고 싶었지만 일단 참았다.
“그런가.”
아니, 그렇다고 너무 시무룩해하지 마시죠.
진짜 내게 무슨 혜안을 기대했나?
뭐, 어차피 그럴 방법을 준비해 두긴 했지만.
“하지만 만일을 위해 미리 준비시킨 것은 있습니다. 그것도 곧 도착하겠죠.”
내가 진짜 꺼내고 싶었던 본론은 이것이다.
이미 우리 군에는 설명해 둔 대형 석궁 설치에 관한 건.
얼마 있으면 도착할 테고, 본격적으로 전선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현재 총지휘권자인 형님에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허가를 받아야 다른 영주들도 별 불만을 말하지 않을 테고.
내가 지금 이 회의에 굳이 남아 있던 것도 이거 때문이다.
내가 대형 석궁에 관한 건을 이야기하자.
형님은 갑자기 침묵했다.
다른 영주들 역시 작은 소리로 서로 속닥이고 있다.
“……대형 석궁? 그런 걸 만들고 있었던가? 나는 들은 게 없었다만.”
“아버님께 허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워낙 중대한 사항이라 형님께도 비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동식 망루나 새문도차까지는 우리 영지에서 멋대로 굴려도 굳이 지적을 받을 이유까진 없다.
마정석도 내 재산으로 굴린 거니 거기까진 음…… 조금 미묘한 범위군.
근데 대형 석궁은 조금 민감한 문제다.
방어뿐만이 아닌, 대놓고 공격에도 이용할 수 있는 병기는 다른 영주들 역시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신병기의 화살이 자신을 향할 수 있을 테니까.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썩 얼굴 표정이 좋진 못하다.
그러나 내게 대놓고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 내가 아버님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왕의 허가 하에 벌어진 비밀 계획이다.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상태였다면 문제가 되지만 지금은 한창 전쟁 중이고.
더욱이 적군이 더 거세게 공격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니 반대할 구실은 없다.
“이미 남부 전선에도 아버님의 명으로 설치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반대하면 어디 나중에 우리 아비에게 근육으로 맞을 줄 알아라.
어디까지나 내가 제안한 건 왕국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런 인식을 갖추게 하는 게 중요했다.
따라서 나는 대형 석궁을 이용한 방어선 구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렇군. 아버님이 비밀로 하신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제일 형님도 별 불만은 없이 수긍했다.
왜 비밀로 해야 했는지를 인정해 준 거겠지.
특히 워낙 사람이 좋은 만큼이나 나를 의심하지 않는 점도 있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도 쉽게 넘어가면 좋으니 나도 굳이 다른 헛소리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워낙 크기가 큰 병기인지라 설치에는 다른 영주 분들의 협조도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설치 방식은 우리 드워프들과 기술자 측이 숙지하고 있지만.
쳐들어올 적들을 견제하고도 남을 만큼의 수의 대형 석궁을 전부 그들 더러 설치하라 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나는 영주들에게 석궁 설치에 인력을 빌려 달라…… 아니, 내놓으라 이 자리에서 대놓고 요구했다.
“형님, 그들에게 인력을 빌려 달라해도 괜찮을까요?”
다만 이 요구는 제일 형님에게 말하는 게 직빵이지.
“그렇게 하려무나. 경들도 아렐이 언급한 석궁이 도착하는 대로 배치와 운용에 협력하도록 하시오.”
그래그래, 잘 말하시고 계십니다.
이걸로 현장 지휘관의 허가도 떨어졌으니 다른 놈들이 내 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쓸데없는 짓을 하려 하진 않겠지.
아마 몇몇은 밍기적거리긴 할 것 같지만 그건 그때 몰아붙여서 협력하게 만들자.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삼국 동맹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모든 준비를 끝마친다.
이미 한차례 물러난 삼국 동맹의 거점을 밀어내기 위해 에르네시아왕국군은 기존 방어선보다 조금 더 앞에 공격대를 배치하고는 점차 그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단순히 요새의 방어뿐만이 아니라, 역으로 그들을 자국 영토 안까지 억눌러 섬멸하지 않으면 전쟁이 장기 화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방어만을 할 수 없는 노릇이지.”
“옳은 말이오.”
공격대들을 지휘하는 영주들은 이번 기회에 적군을 적극적으로 섬멸하고 공을 세울 기회에 잔뜩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적극적으로 적군 섬멸안을 주장했고 허락을 받아 내어 공격에 나서려 했다.
“이번 작전만 성공하면 폐하께서도 우리들의 공을 인정해 줄 것이지 않겠소?”
영주들 중 가장 공격안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자가 다른 이들에게 동의를 구하듯 묻는다.
반대 의견을 던지는 자는 없었다.
그들은 수세에 몰릴 당시에는 소극적인 방어만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니 이 기회를 출세의 발판으로 삼고자 했다.
결코 이 작전이 어긋날 것은 상정하지 않는다.
“날이 밝는 대로 공격을 개시한다.”
언제까지 적들이 먼저 공격해 올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다.
그들은 해가 뜨는 대로 이번에는 적군의 거점을 섬멸하여 본격적인 전황을 자신들의 우위로 바꿀 작정이었다.
‘이 해가 뜨는 대로 모든 공적의 흐름은 내가 쥐겠다.’
그렇게 그들은 이미 승리밖에 바라보지 않았다.
그러나 기다렸던 해가 뜨자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묘하게 땅이 울리는 것 같은 불길한 소리였다.
삼국 동맹의 거점 저편에서 시커먼무언가가 엿보였다.
마치 시커먼 파도 같은 그 무언가는 점차 에르네시아 왕국의 공격대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듯 보였다.
점차 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
홉사 얕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게 아닐까 싶은 땅울림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그것의 정체를 선발대로부터 돌아온 보고로 확인한 영주들의 안색이 공포에 새파랗게 질렸다.
저 앞에서 밀고 들어오는 파도는 적군의 군세였다.
현재 에르네시아 왕국군의 전선의 어림잡아 세 배가 넘는 병력.
그저 새까만 물결로밖에 착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대군이 눈앞에 몰려오고 있다.
“……공격……합니까?”
부관이 그 영주에게 멍하니 질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