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Reformed Emperor Prevented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107
29. 첫 번째 멸망
마침내 멸망이 시작되었다.
게임 스토리상 몇 년은 남았어야 할 멸망.
그러나 두 멸망의 전조가 그러했듯 이번에도 시기가 앞당겨졌다. 그러나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두 용처럼 멸망 역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가능성이 컸으니까.
‘설령 정상이더라도 상관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는 알렉시안.
게임 스토리상 중수 이상쯤 되면 첫 번째 멸망 정도는 클리어할 수 있다.
상대하기에 따라 멸망의 전조들보다 약하니까.
멸망의 전조야 과거 위대했던 용들이었으니 시간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지만 첫 번째 멸망의 고점은 정해져 있다.
본인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선 ‘특별한 능력’을 제외하면 본신의 힘은 약하다.
“거지같은 느낌이군.”
알렉시안이 무형의 기운이 몰려오는 것에 표정을 찡그렸다.
해룡이 죽음으로 인해 퍼지는 파장이 마침내 그가 있는 곳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제 사룡의 죽음으로 퍼진 파장에 해룡의 죽음으로 인한 파장까지 겹치면서 곳곳에서 뒤틀림이 일어날 것이다.
‘위치만 알면 특공대 하나 꾸려서 조지면 되는데···.’
검성이 살아있는 한 첫 번째 멸망만 찾는다면 죽이는 건 쉬울 것이다.
문제는 녀석도 그걸 아는지 다른 멸망이 추가로 나오기 전까진 쥐새끼처럼 숨어있는다는 점이다.
배후에서 계약한 놈들이나 조종하며 혼란만 야기시키는 존재. 그렇기에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첫번째 멸망 ‘잊혀진 자를 깨우는 자’가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고대의 잊혀진 존재들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추방되었던 존재들이 다시금 이 땅에 복귀합니다. 단! 신적 존재는 불가합니다.] [메인 퀘스트 멸망을 막아라! 1. 첫번째 멸망을 막으세요!가 시작됩니다.] [메인 퀘스트 멸망을 대비하라! 1. 제국의 발전이 곧 완료됩니다. 발전도에 따라 보상이 결정됩니다.]어지럽게 뜨는 창들.
어렵게 설명을 늘어놓았으나 쉽게 말해 차원 열렸다는 것이다.
첫번째 멸망의 존재의 능력.
그것은 통로를 여는 것.
그렇기에 첫 번째 멸망의 존재가 되었으며 가장 먼저 이 땅에 돌아와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침내 열렸군.”
저 멀리 하늘에서 열리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최고 간부가 중얼거렸다.
그 말에 알렉시안 역시 그가 바라보는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게이트에서 무언가가 나오려고 하고 있다.
척 보기에도 나오면 상당히 까다로울 존재들.
“마법과 마도포로 견제해.”
알렉시안의 명령에 하늘과 바다에서 열린 게이트들을 향해 마법과 마도포가 쏘아졌다.
상위 몬스터급 존재였기에 단번에 죽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을 마무리할 필요가 없다. 꾸역꾸역 나오려는 것을 다시 밀어 넣으며 시간만 벌면 되었으니까.
“그런 거론 의미가 없을 거다.”
“짐도 안다.”
종말세력의 최고 간부가 하는 말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알렉시안.
명색이 고인물이라는 플레이어가 마도포로 게이트 자체를 없앨 수 없다는 것도 모를까.
‘현재의 발전 수준에서 게이트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
게임에서 효율이 최악인 신성력을 대체하기 위해 마공학을 이용했고, 많은 플레이어들의 실험을 통해 얻은 결론.
현 수준에서 ‘그것’을 만들만한 마공학의 기술적 역량은 되었다.
문제는 그것을 사용할 방법이다.
기초적인 수준이 비공정도 개발하지 못한 제국이다. 그렇기에 운송수단은 딱 하나.
마침 에르헨이 보고를 하러 첨탑으로 올라왔다.
“폐하! 중앙에서 그들이 오고 있다 하옵니다.”
“‘그것’은?”
“같이 오고 있습니다.”
그 말에 알렉시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보다 늦는 걸 보니 바로 오진 않았나 보군.”
“예. 곳곳에 열린 수상한 뒤틀린 에 이미 몇 차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에르헨이 잠시 말을 멈추고 최고 간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알렉시안은 상관없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적입니다.”
그 말에 미소를 짓는 알렉시안.
게이트를 없애는데 굳이 ‘완벽한’ 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마광석을 이용한 마도포, 그리고 병사들과 기사들이 막아주는 사이 휴식을 취한 마법사들이 폭격을 퍼부으며 시간을 번 제국군.
마침내, 저 멀리서 열차가 등장했다.
“왔군.”
멀리서 보이는 열차의 모습에 알렉시안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본래라면 최대한 빨리 항구에 도착해야 했을 열차. 하지만 갑자기 열차를 멈춰 세워졌다. 다들 열차가 멈춘 것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뭐야 저거!”
한 병사가 놀란 표정으로 저 멀리 보이는 열차를 바라보았다. 그건 기사를 비롯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뒤쪽에서 뚜껑이 열리더니 거대한 포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온갖 마법 장치의 보조를 받는 포.
무식하게 큰 거대한 포였으나 섬광을 쏘는 마도포는 아니었다.
일반 재래식 포.
그러나 그 안에 들어간 포탄만큼은 온갖 마법 장치를 때려 박은 포탄이었다.
“저것의 위치는 움직이지 않지.”
알렉시안의 말에 멍한 표정으로 열차포를 바라보던 최고간부가 떨리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또한, 위력만 강하다면 굳이 완벽하게 명중시킬 필요도 없다.”
그 말에 ‘설마?’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최고간부.
“마침 게이트 크기 역시 크군.”
완벽하게 명중시킬 필요도 없는데 맞춰야 할 대상 역시 크다면?
포병에게 이것만큼 좋은 표적 상대가 있을까?
“귀 막는게 좋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양손으로 귀를 막는 알렉시안.
얼마 후, 거대한 열차포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콰아아아앙!
중간에 멈춰 세우고 고정장치로 보조까지 했음에도 흔들리는 열차.
그러나 훌륭하게 포탄이 발사되었고, 그 거대한 포탄 안에 들어있는 마력이 날아가면서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온갖 속성력을 압축해서 발사 순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
그렇기에 비싸야 할 포탄.
그러나 막대한 신성력과 순수한 마나의 격돌만으로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었고, 마침 성역을 통해 신성력을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 생각보다 포탄을 많이 생산할 수 있었다.
거기에 부족한 폭발력은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의 반발력으로 커버할 수 있기에 맞추기만 하면···
키이잉!
공간의 뒤틀림 속에서 만들어진 게이트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꾸역꾸역 나오려던 한 괴물의 신체 일부가 뭉개지면서 살점 일부가 바다로 후두둑 떨어진다.
“하나는 끝났군.”
그렇게 말하면서 빙그레 미소를 짓는 알렉시안.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종말세력의 최고 간부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장전이 준비되었는지 또 한발의 포탄이 발사되었고, 바다 언저리에서 발생한 게이트에 닿았다.
또 다시 불안정해진 게이트에 의해 나오려던 괴물이 짓뭉개졌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래. 앞으로 저런 현상을 더 많아질 것이고 대륙 전역에 퍼져나가겠지. 한데 말이야. 그게 꼭 나쁜 것일까?”
알렉시안의 물음에 최고간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딱 봐도 저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힘. 방대한 양이지?”
통로가 불안정해지면서 단순 공간의 뒤틀림으로 변한 곳에서마저 막대한 힘을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설령 그것이 오염된 힘이라도 마공학이 발전한다면 에너지로 쓰일 수 있다.
한데 지금은 신성력으로 정화가 가능한 상황.
“만약 저 힘이 응축된 결정체들을 정화할 수 있다면?”
그의 물음에 최고간부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멸망의 시작은 제국과 인류에게 있어서 큰 재앙이다.
하지만 반대로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비싼 마나석에 의해 마공학의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오직 효율을 올리는데만 사활을 걸었던 마법사들.
마광석이 대량생산된 것만으로 수도 내의 마공학은 빠르게 발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나석마저 값이 폭락한다면?
굳이 효율을 신경 쓰지 않고 사장되었던 기술들이 대량으로 풀린다면 어떻게 될까?
‘발전은 더 가속화 된다.’
게임이 후반부로 갈수록 게이트는 늘어나고 그 게이트 근방에서 결정화된 오염된 결정들을 채굴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걸 기반으로 마도왕국을 비롯한 서부국가들의 발전은 빠르게 이뤄졌다.
대륙의 반 이상이 박살 나고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원만으로 게임에서 후반부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이 되어준 오염된 결정.
이 부분 때문에 알렉시안은 초기에 마공학보다 보급을 위한 기반을 닦는 데 더 힘을 쏟은 것이다.
두번째로 동력원 개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오염된 결정을 얻었음에도 동력원에 관한 기술이 약하다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멸망이 시작되었지만 알렉시안이 생각하기에 현 제국을 위협할만한 존재가 넘어오기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때까지 마공학이 발전할 시간적 여유는 있을 터.
‘무엇보다··· 내 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 것.’
이전까지는 게임 스토리 이전의 시점이기에 알렉시안이 게임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지금도 게임으로 따지자면 프롤로그 시점 이전이었지만 멸망이 시작되었기에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고인물의 시간이 다가왔나?”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중얼거린 알렉시안이 연이어서 발사하는 열차포를 바라보았다.
굉음에 후반부에 가면 사용도 하지 않을 포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떠한 무기보다 이뻐 보였다.
비싼 포탄 하나로 마나석 광산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대체 얼마나 남겨 먹는 걸까?
나중에야 마나석 값이 떨어질지라도 지금 시점에서는 어느정도 이득을 볼 수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거기다 조금 잔인하긴 하지만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들의 사체 역시 훌륭한 자원이 된다. 열차포의 탄환에 뭉개진 잔해조차 마법적 장치를 이용한다면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을 터.
잔혹하다 느껴질지 모르지만, 멸망이 시작된 상황에서 이것저것 따질 겨를 따윈 없었다.
“폐하를 뵙습니다.”
“왔나?”
열차에서 내려 첨탑까지 직접 뛰어온 피오라가 인사하자 웃으며 맞이한 알렉시안이 간단하게 그녀에게 현 상황에 대해 보를 들었다.
게이트를 상대로 한 열차포의 성능이 예상 이상으로 좋아서 현재 주요지역은 빠르게 안정화 되어가는 중이라는 것.
이에 대한 것은 이미 예상했던 것이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알렉시안이 첨탑 밖을 바라보았다.
하늘 위를 유유히 걸어서 오는 한 명의 마도사.
제국 유일의 마도사이자 마도 왕국을 중흥기로 이끈 마도왕과 비견될 존재가 알렉시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폐하를 뵙습니다.”
“오랜만에 보는군.”
알렉시안의 인사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셀리나.
“그래. 살펴는 봤나?”
“예.”
게이트를 살펴봤냐는 물음에 셀리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오라보다 한발 먼저 움직였음에도 늦게 도착한 것은 전부 게이트를 살펴보기 위함. 그리고 확신했다.
“대박입니다! 오염된 힘이긴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서 반영구적인 에너지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곳곳에 결정화된 힘만으로도 마나석의 1/3 이상의 가치를···”
항상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던 셀리나가 드물게 흥분한다.
철저히 마법사적 관점에서 살펴본 셀리나는 단번에 게이트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인류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줄 에너지의 보고라는 것을.
굳이 알렉시안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파악한 그녀를 잠시 진정시킨 알렉시안.
“그래서 현재 개발된 동력원에 적용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만약 저걸 정화한다면?”
“바로 적용 가능합니다.”
셀리나의 말에 알렉시안이 빙그레 웃으며 피오라를 바라보았다.
“마도무기 대량양산. 좀 더 빨리지겠군.”
그 말에 피오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산부족으로 보류한 신무기 계획서 전부 가져와.”
호쾌하게 명령을 한 알렉시안.
가성비 따지지 말고 일단 가져오라는 알렉시안의 표정은 어떤 때보다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