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become No. 1 in the rankings without paying RAW novel - Chapter (119)
제119화
편지를 보낸 사람은 바로 유니스 공주였다.
자신의 동생이기도 한 그녀가 보낸 편지를 받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를 보낸 것은 단순히 안부 차원이 아니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야!”
테오가 이토록 큰 소리를 내자 곁에 있던 테레사나 피오나 모두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다.
평소였다면 그녀들을 곧장 안심시켰을 테오지만, 이번에는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로그아웃을 했다.
그렇게 다시 현실로 복귀한, 테오 아니 무호는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선생님! 이게 무슨 일이죠!”
– 무호 군?
수화기 너머로 놀란 노예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전화해서 큰 소리를 쳤으니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그제야 흥분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은 무호가 목소리를 낮춰 사과했다.
“방금 전에는 죄송했습니다, 선생님.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어요.”
– 무슨 일인데 그래? 일단 차분하게 얘기해 봐.
이때, 무호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지금 시간이 새벽 시간임을 알았다.
분명 잠을 자다 깨서 전화를 받았을 노예린에게 더욱 미안해진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이 이야기를 안 꺼낼 수가 없었다.
“선생님, 유니스 공주가… 아니 지아가 궁을 벗어난다는 얘기를 알고 있었습니까?”
– 후! 그 편지를 이제 본 모양이구나.
노예린은 편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눈치다.
하기야 관찰자로 현실뿐만 아니라 게임에서도 지아의 곁에 머물고 있으니 그 신변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터였다.
– 미안. 진작 얘기했어야 했는데.
“동생의 신변은 최대한 안전하게 지킨다고 하지 않았나요?”
– 그랬지.
노예린의 목소리가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침울해졌다.
갑자기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실험의 경과에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실험의 진전이 없게 되면 노블레스사 측의 지원도 줄어들 수 있어 실험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게 되었다.
“그 자리서 실험의 진전이 없는 게 똑같은 환경이 이유라는 얘기가 나오게 되었거든.”
“…….”
그 뒤에 피험자에게 다른 환경을 제공해 새로운 변화를 주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물론 안전상의 이유로 노예린을 비롯한 소수가 반대했다.
만약 대외 활동 중에 정신적으로 안 좋은 충격을 받게 되면 큰일이라는 이유를 들어서였다.
하지만 사전에 그러한 문제가 없도록 충분히 대비하면 된다는 입장이 더 강해 결국 계획이 밀어붙여지게 된 것이다.
– 이번 무투 대회를 기회로 왕국 사절단에 유니스 공주를 포함하는 시나리오를 노블레스 측에서 이미 진행시켜서 나로선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
“후우, 그렇군요.”
– 미안해. 내가 지켜 준다고 약속을 해 놓고선 일이 이렇게 되어서….
노예린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보호자인 무호에게는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일을 진행한 실험 관계자들이 나쁜 것이지.
‘내가 지금 와서 반대한다고 해서 그들이 내 말을 들을 리도 없겠지.’
애초 그러라고 보상금을 준 게 아니던가.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인 것 같다.
“아무래도 제가 유니스 공주의 호위를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 그게 가능해?
“네.”
왕실의 중요 인사를 호위하는 임무.
당연히 외부의 플레이어가 그 일에 끼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무호에게는 방법이 있다.
‘호위 당사자가 직접 날 호위로 쓴다고 하면 누가 막을 수 있겠어.’
마침 유니스 공주가 보낸 편지에는 먼 길을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만나 뵙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만나 그녀를 설득하면 될 일이다.
“주무시는데 죄송했어요.”
– 아냐. 안 그래도 내일쯤 전화하려 했는데 뭘. 그리고 나도 같이 동행하니깐 너무 큰 염려는 말고.
“네.”
이렇게 노예린과의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이제 겨우 한 가지 일을 끝내니 또 일이 생기네.
‘하지만 그 일이 지아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이러고 있을 시간도 아깝다.
왕실 일정에 맞춰 이쪽도 출발을 하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 * *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먼 길을 떠나야 한다고 하니 당연히 테레사와 피오나가 반대했다.
“혼자만 치사하게 좋은 구경 하려고 가다니, 너무해요!”
“영주님, 아직 정식 작위를 받지 않으셨다고 하지만 이렇게 무책임하게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자신을 대신해 힘든 일을 도맡은 두 사람한테는 테오도 나름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래서 무작정 의견을 밀어붙이지 않고 차근히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그녀들을 설득했다.
“국왕 전하로부터 받은 밀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국에 가야 돼.”
국왕의 밀명이라는 말에 국가 관리인 피오나가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이 나라의 백성도 아니었던 테레사를 설득하기엔 부족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무투 대회에 참가할 거야.”
테오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원래의 그는 최근까지 1주년 이벤트로 열리는 무투 대회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회는 랭커들의 축제가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 상금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우승은 어렵다지만 16강에 오르면 1만 골드, 4강만 가도 유니크 아이템에 5골드를 상금으로 받을 수 있으니깐.’
그 돈이면 향해 부족해질 영지 재건 비용 상당 부분을 충족할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유니스 공주를 호위해 제국으로 가는 김에 마왕군 일당으로 여겨지는 로쉬카를 찾는 한편, 무투 대회에 나갈 생각이다.
‘과연 지금의 내 실력이 이 게임의 랭커들에게 얼마나 통할지, 그것도 궁금하고 말이야.’
레벨도 올리고 1차 승급까지 마친 지금,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컸다.
여하튼 테오가 이렇게 말하니 두 사람 모두 더는 반대를 하지 못했다.
“가서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에게 줄 선물 꼭 챙겨 올게.”
그리고 선물이라는 말 한마디에 표정이 사르르 녹는 두 여성이었다.
이후 테오는 따로 소위 아직 영지에 남아 활동 중이던 자칭 ‘근성단’의 일원인 고트슨을 찾아갔다.
그를 찾은 것은 따로 부탁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저보고 이곳의 경비를 맡아 달라고 하셨습니까?”
“경비라고는 해도 영지의 치안을 책임져 달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그저 이곳을 찾는 플레이어 중에서 행적이 수상한 자가 있는지만 살펴 주시면 됩니다.”
“…혹시 영지전을 염두하고 있는 겁니까?”
“당장은 이곳을 노릴 길드가 없다고 보입니다만, 그래도 만약에 대비해야죠.”
길드도 아닌 개인이 차지하고 있고 영지군도 없는 실베릭 영지가 영지전의 좋은 표적임은 아무리 해도 부정할 수 없다.
아직이야 막대한 재건 비용이 들어 득보다 실이 크기에 노리는 길드가 없었지만 그래도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혹여 일어날 수 있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자 같은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영지의 상황을 지켜봐 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 점에서 고트슨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 플레이에 반해 이곳까지 찾아왔고, 거기에 영지의 지분도 5퍼센트나 갖고 있으니깐.’
근성단 중에서도 가장 고렙답게 테오에게 발주한 퀘스트를 탑의 성적으로 달성한 게 바로 고트슨이었다.
테오는 약속대로 차등에 따라 영지의 지분을 나눠 줬다.
지금 당장은 영지에서 이익이 나오지 않으니 지분 또한 갖고 있어 봤자 무의미하지만 영지가 정상이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신이 그러했듯 지분이 앞으로 가져올 이익을 미끼로 고트슨을 비롯해 영지에 도움이 될 만한 플레이어들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공짜로 해 달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보수는….”
“아니, 괜찮습니다.”
뜻밖에도 고트슨은 보수를 거절했다.
설마 제안을 거절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 일 갖고 보수를 받을 수는 없죠. 대신 나하고 약속 하나만 해 줄 수 있습니까?”
“약속이라면 어떤…?”
“돌아와 저하고 일대일로 대결을 한번 해 주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고트슨의 눈빛이 형형히 빛났다.
단지 영상으로만 접한 테오의 강함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는 의지가 그 눈빛에 담겨 있는 것이다.
“좋습니다!”
고작 대련 한 번으로 유용한 인재를 부릴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테오는 흔쾌히 고트슨의 요청을 수락했다.
‘그럼 이제 저스티스 길드 건만 남은 건가.’
왕궁으로 떠나기 전, 테오는 다시 저스티스 길드 관할의 리몽 영지를 찾았다.
초대도 없이 온 손님이라 당연히 영주성 정문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래도 명색이 다른 영지의 영주인데 이런 대접을 받다니.’
서운하지만 수행원도 없이 모험가의 모습으로 온 자신의 탓도 있으니 나쁜 말은 안 하련다.
대신 테오는 친구 창에서 에린을 찾았다.
다행히 그녀는 접속 중이었다.
[테오: 그동안 잘 지냈어? 지금 너희 길드의 영주성 앞에 와 있는데 잠깐 볼 수 있을까?]이러한 메시지를 보낸 지 몇 분 되지 않아 답신이 도착했다.
[에린: 지금 여기에 오셨다고요? 잠시만 기다리세요!]그리고 얼마 안 있어 영주성 안쪽에서 에린이 뛰어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봐선 영주성에 있던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급하게 온 느낌이다.
“혹시 다른 곳에 있다가 나 때문에 돌아온 거야?”
“그, 그렇지 않아요. 안 그래도 사냥이 지겨워 돌아오려던 참이었어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테오는 이렇게 말하다 에린의 레벨을 보고는 흠칫 했다.
그도 그럴 게 에린의 레벨은 현재 테오보다도 훨씬 높은 187레벨이었던 것이다.
‘역시 길드 빨, 아니 이 경우엔 오빠 덕이 좋다고 해야 하나. 힐러가 이렇게 빨리 레벨을 올리다니 말이야.’
비단 레벨만 아니라 에린이 현재 착용한 신관 전용인 법복부터 아이템도 귀티가 흘렀다.
그리고 달라진 것은 그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설마 1차 승급을 달성한 거야?”
“네, 얼마 전에요.”
자신이 이제 가 아니라 임을 테오가 알아봐 주자 에린이 기쁜 티를 숨기지 못했다.
아직 200레벨도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이리도 진도가 빠른 것도 그녀의 오빠인 리발트의 도움 덕분일 것이다.
“갑자기 왜 돌아가겠다고 하더니 이 녀석과 만나기 위함이었냐?”
“오, 오빠.”
때마침 리발트 역시 성문을 나와 테오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전과 마찬가지로 테오를 못마땅하게 보는 태도는 여전했으나 한 가지 달라진 것은 테오를 보는 눈빛이었다.
‘나를 제대로 봐주는 건가.’
이전에도 실력을 인정해 길드 가입 권유도 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보다 아래라는 인식이 명백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테오에게 호승심을 내비치며 은연중에 동등한 강자로 취급하고 있다.
‘그래, 나도 이 정도까지 올라왔다.’
테오는 그런 리발트의 반응이 과히 나쁘지 않았다.
좀 더 이 반응을 즐기고 싶지만, 지금은 여기에 찾아온 용건부터 처리해야 했다.
“내 영지로 돌아가 보니 이쪽 길드장께서 찾아왔다고 하더라고. 혹시 지금 그 사람과 만날 수 있을까?”
“아, 그건….”
“그 녀석은 지금 여기에 없다.”
에린이 말하려는 것을 단칼에 자르며 리발트가 대신 대답했다.
알고 보니 길드장인 지드는 일부의 길드원들과 함께 무투 대회에 참석하고자 출발한 것이다.
‘아뿔싸! 한발 늦고 말았네.’
이 기회를 빌려 영지의 일을 해결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그런데 왜 리발트는 그와 같이 떠나지 않은 것일까.
“그쪽은 무투 대회에 참가 안 하나?”
“물론 참가할 생각이다. 다만 중간에 일이 있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일이라니? 설마 공주 호위를 맡은 것은 아니지?”
“너, 그걸 어떻게…!”
그냥 넘겨짚는 말인데 이게 진짜 맞는 얘기가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