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66)
5. 이상 사태에 대처하는 방법 (15)
* * *
암 속성 몬스터들은 빛에 약하다.
그리고 현재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상하리만치 많은 몬스터들은 대부분 암 속성이었다.
그래서 태양이 하늘 중앙으로 치솟아 오르는 낮이 되면 몬스터들의 공격이 잦아들곤 했다.
이상 사태가 벌어진 첫날 정오에, 신바른은 이를 이용해 결계 너머 불법 거주자들의 구역으로 헌터들을 보내 그들을 구출해 왔다.
무사히 살아남아 이곳까지 온 불법 거주자들은 요새의 한곳에 모여 지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위험 지대가 그들이 사는 곳까지 넓어진 걸 보면 이 사태가 끝나도 터전을 옮겨야겠지만.
“그래서 말이야, 찬호 씨가 LA에서…….”
그리고 민재윤은 이들을 돌보는 일을 주로 맡았다.
그래. 이 빌어먹을 이종족 및 이종족 혼혈 불신자 신바른 대장은 헌터들을 지원하는 일만은 절대로 민재윤에게 맡기지 않았다. 쪼잔하긴.
“어제 다 못 들어서 오늘 이어 듣기로 했어. 기대된다…….”
본인은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나는 아무리 들어도 끝나지 않는 민재윤의 신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민재윤은 요즘에 많은 사람들과 친해진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주를 통제할 수 있게 된 후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건 처음인가?
좋은 경험이 처음으로 남아서 다행이었다.
“이번에도 이야기값으로 뭔가 줬어?”
“응! 나현이 말대로 했어! 좋아하더라!”
그래서 나는 그들이 친절하게 구는 게 뭔가를 더 얻으려는 처세술이기도 하다는 걸 굳이 말하진 않았다.
그냥 그날 나눠 주고 남은 물품을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더 주라 했을 뿐이다.
아마 그들이 이종족 혼혈 차별적인 언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것도 민재윤이 물품을 나눠 주는 담당이어서가 아닐까?
……그냥 성격 더러운 내가 너무 비정하게 생각한 거라 치자. 정말 고마움이나 호의로 다가가는 이도 많이 있을 테니.
“다녀올게!”
“그래.”
나는 신나게 방을 나서는 민재윤을 배웅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나에 대한 민재윤의 집착도 꽤 줄어들었다.
다행이다. 좋아져서.
그때, 쾅! 하고 문이 거칠게 열렸다.
“바란이 있나!”
“바란아 가자!”
신바란은 언제나 인기가 많았다. 일을 잘하기도 하고. 칭찬하면 반응이 귀엽기도 하고.
나는 평온하게 대답했다.
“바란이는 신바른 헌터가 데려갔습니다.”
오늘만 다섯 번째로 하는 말이었다.
신바른은 한동안 엄청 질투하더니 이제 아예 신바란을 자기 전용 보좌로 데리고 다니더라.
물론 전장에는 데려가진 않지만, 요새 내부에서 지휘할 때는 신바른을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신바란이야 뭐…… 좋아 죽고.
“대장, 요즘 바란이 너무 많이 차지하는 거 아냐?”
“부대장이 못 써먹는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나…….”
부대장 대신 쓴다는 소문도 있다.
하긴 최가람은 누가 봐도 너무나 뺀질대는 종류의 인간이긴 하다.
나는 터덜터덜 돌아가는 헌터들의 뒤통수를 바라봤다. 상심한 건 알겠는데 문은 닫고 가 줬으면 좋겠다.
나? 나는 뭐 하냐고?
마침 내 담당 헌터가 웃으며 이 방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자, 나현아! 대포 충전하러!”
“네.”
마력 뽑히기.
앉아서 할 수 있는 건 없냐고 물었다가 그렇게 됐다. 반쯤 근신 중인 덤덤이랑 나란히 앉아서 무기에 마력을 채운다.
나는 헌터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오, 왔어? 앉아!”
나는 냉큼 자리에 앉았다. 옆에는 덤덤이가 무표정으로 대포에 마력을 흘려 넣고 있었다. 나도 옆에서 같이 마력을 넣었다.
이제 대포를 쏠 때가 되면, GAH필터가 내 마력을 필터 속 마정석 속성의 마력으로 바꿔 줄 것이다.
헌터들 왈, 무 속성 마력은 변환 효율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변환할 필요도 없는 같은 속성 마력이겠지만.
“이 상황은 대체 언제쯤 끝날까?”
한 헌터가 투덜거렸다.
마지막 페이즈가 와야 끝날 것이다. 시간상 아마 내일 시작되겠지.
“그러게요.”
내일 개고생하면 끝나요, 라고 할 수는 없어서 적당히 대답했다.
펑-! 펑-!
이젠 익숙해진 소음을 뒤로하고 우리는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눴다.
대포가 다 충전되면 그걸 사람들이 빠르게 요새 위로 옮겨야 해서, 우리는 이동이 원활한 복도에서 일을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고, 모든 소리가 너무 잘 들렸다.
“예상외의 패턴을 보이는 우두머리 몬스터의 등장을 확인! 남쪽 결계 붕괴! 현재 대기 중인 헌터들은 지원 바람!”
그래서 나쁜 소식도 너무 잘 들렸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현아?”
“남쪽은……”
남쪽은,
“민간인들이 대피해 있는 곳이죠……?”
지금 민재윤이 있는 곳이었다.
쿵-!
전장의 소음 너머로, 거대한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남쪽 요새 3번 탑 붕괴! 다시 말한다! 제3번 탑 붕괴!”
동시에 옆에서 누군가의 인영이 스쳐 지나갔다.
“박시우! 너 뭐 하는 거야!”
한 헌터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사람들이 그를 잡기 위해 뒤를 쫓았다.
그러나 성검을 뽑아 든 그는 대답 없이 그를 잡으려는 사람들을 제치고 사라졌다.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보던 와중 내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남쪽. 남쪽으로 갔을 거예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헌터들이 움찔하며 날 말리려 했다.
“너, 너도 그리로 가려는 건-”
“아뇨, 전 내부 대피소로 갈게요! 내 몸은 소중하니까!”
내 위세 넘치는 발언에 헌터들은 움찔하더니 고개를 열렬히 끄덕였다.
“그, 그래! 학생은 안전하게 있어야지! 이봐 너! 얘 북쪽 대피소로 데려다줘!”
“알았어!”
나는 얌전히 헌터의 안내를 따라 덤덤이의 반대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응? 정말 그냥 대피소로 갈 거냐고?
[1인 이동 티켓 – 500포인트] – 1회용(사용 시 소멸)– 사용 시 반경 1km 이내의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당연히 구라지.
나는 티켓을 손에 쥐고 외쳤다.
“헌터님!”
“응?”
“저 잠시 남쪽에 다녀올게요!”
“뭐?!”
찌익.
티켓을 찢자, 내 몸은 어느새 부서진 남쪽 탑과 가까운 요새의 안쪽으로 이동했다.
창문 밖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몬스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검은 마력이 탑의 일부 구역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민재윤과 다른 헌터들이 그 구역을 지키고 있었다.
“좋아.”
지켜야 할 곳은 저기구나.
나는 인벤토리에서 마이스터 무기를 꺼내 착용했다. 두 권총은 양 허리에, 긴 저격총은 두 팔에.
틀린 점은 없다. 괜찮아. 나는 나를 안심시키며 총을 매만졌다.
본격적인 실전의 시작이었다.
“힘내자.”
스스로에게 작게 중얼거린 나는 검은 마력 반구에 달려드는 몬스터를 조준했다.
탕-!
총성이 들리고, 민재윤에게 달려들려던 몬스터가 추락했다. 나는 통신기로 외쳤다.
“엄호할게, 재윤아!”
상처투성이던 민재윤은 멈칫하더니 이내 수비적인 자세에서 공격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통신기 너머로 잡음이 들렸다.
– 뭐 하는 거냐! 빨리 대피소로 이동해라!
– 젠장, 지금 어디야!
– 남쪽이다! 제5부대! 나와 함께 3번 탑으로 이동한다!
나는 그 모든 소리를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나는 몬스터들의 무리를 자세히 살폈다.
이 몬스터들은 하피다.
헌터들의 말에 따르면 몬스터가 암 속성으로 인해 변화하고 강화되어도, 기본이 되는 습성은 대부분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두머리를 잃으면 흩어지는 하피의 특성을 공략해야 한다.
아무리 우두머리의 행동 패턴이 다르다 하더라도, 하피 무리 전체가 다른 게 아니라면 가능성은 있다.
나는 민재윤과 헌터 일행을 엄호하며 하피 무리를 살폈다.
탕-!
키에엑!
한 발의 총성이 울릴 때마다, 코어가 부서진 하피가 울부짖는다.
그러나 한참 동안 충분한 수의 하피를 저세상으로 보낸 후.
이상하리만큼 우두머리가 보이지 않아 기묘함을 느끼던 그때.
키익!
느릿하지만 귀에 박히는 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모든 하피들의 눈이 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위험해. 그렇게 생각한 순간,
키에에엑!
하피들이 내 쪽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이동 티켓을 찢었다.
콰르릉-!
조금 전까지 내가 서 있었던 곳이 붕괴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자세를 잡고 하피들 쪽을 바라봤다. 제자리에서 홀로 날갯짓하는 하피가 보였다.
우두머리다.
철컥.
나는 숨을 죽이고 우두머리 하피의 코어를 조준했다. 킬킬 웃던 하피가 긴장을 푸는 순간-
탕-!
마력을 담은 총탄이 우두머리 하피의 코어에 박혔다. 코어가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우두머리 하피가 절규했다.
키에에엑!
거대한 몸체가 나를 향해 추락했다.
나는 그것마저 쏘아서 날려 버리려 했으나, 어느새 내 마력이 다 떨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최대 출력으로 마력 탄환을 쏜 것의 폐해였다.
이런……!
그리고 그 순간, 내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망할 꼬맹이.”
탕-!
한 발의 총탄이 나를 향해 다가온 하피의 시체를 산산조각 냈다. 후드득, 조각나는 육편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총을 들고 있는 중년의 여인이 보였다.
“사람 간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