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77)
6. 문제아에서 탈출하는 방법 (7)
“그래서? 여기서 계속 머물 거야?”
“응. 데이터 수집은 필요하니까.”
“나현이는?”
그 말에 그녀는 그제야 나와 눈을 맞췄다. 그러곤 내게 조곤조곤 말했다.
“나현아, 엄마는 연구로 사람을 지킬 거야.”
사람을 지킨다고? 게이트가 터져서 다행이었다며 환히 웃는 당신이?
“그리고 역사에 엄마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서 나현이랑은 잠깐 떨어져 있어야 할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환생 후, 나는 별생각 없이 그녀를 엄마라 생각하고 지내 왔다.
그녀는 그냥 연구에 좀 관심이 많은 싱글 맘이었다. 일에 몰두하느라 가끔 육아에 소홀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다정한 엄마.
“그럼 개인 자격으로 중간 지대로 올 거야?”
“응. 연구원 자격으로 가면 중요 인물이라면서 중간 지대에서 옴짝달싹 못 하게 할 게 뻔하잖아? 개인 자격으로 오가려고. 헌터들도 사비로 고용할 것 같아.”
“그렇구먼……. 가자, 꼬맹이.”
나는 최가람에게 대롱대롱 매달려 다시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 그녀를 봤다.
그녀는 그냥……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나보다도 소중한 무언가가 있음을 직시했다.
“응.”
물론 내가 진짜 갓 태어난 어린애도 아닌데, 그런 데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그냥, 그냥……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싶었을 뿐이다. 정말로.
“너희 엄마가 원래 좀, 연구에 미쳐 있잖냐? 그래서 그래.”
최가람이 내 머리를 토닥였다.
나는 그냥 최가람에게 매달려 잠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위험한 상황을 겪어서 그런지, 피곤함에 졸음이 쏟아졌다.
그저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나아져 있을 것만 같았다.
* * *
– 인간으로 변신하는 몬스터, ‘도플갱어’의 출현을 확인. 주의할 것.
– 공인 자격을 가진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바리케이드 출입을 차단할 것.
– 공인 자격으로 이동하는 차량 또한 엄격한 검사하에 출입시킬 것.
“뭐, 그런 명령이 내려온 모양이야.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네.”
“그렇구먼~. 아현이에게 알려 줘야겠네.”
며칠간 나는 최가람이 머무는 피난처에서 지내고 있었다.
최가람은 잠시 헌터로서 중간 지대에서 일하기로 한 듯, 바리케이드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일반적인 피난처보다는 확연히 나은 이곳을 오갈 때마다 주변인들의 시선을 받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 창 너머 피난민들의 행렬에도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엄마는 여기로 못 와요?”
내 질문에 최가람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니, 괜찮을걸. 도플갱어는 조기 진압하면 문제없으니까.”
“조기 진압에 실패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만 말이지.”
“웬만한 멍청이가 아니면 그걸 실패할 리가 없지!”
“그건 그래!”
최가람과 그녀의 친구는 하하 웃으며 느긋하게 뉴스나 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근데 여기 집값 어쩌냐?”
“위험 지대가 됐는데 집값이 문제냐?”
그래서 나도 안심했다. 별일 아닌가 봐.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불과 바로 며칠 후였다.
“막아!”
“쏴!”
세상이 시끄러웠다.
경계선과 가까운, 바리케이드와 가까운 곳에 있는 숙소에까지 그 소음이 들려왔다.
지지직, 지지직.
최가람이 두고 간 스페어용 무전기에서 무어라 소리가 들렸다.
– 지직…… 반복한다. 도플갱어의 확산을 확인.
나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 바리케이드를 넘어오려는 모든 이동 행위를 차단할 것.
차단이라니. 엄마가 아직 저쪽에서 중간 지대로 넘어오지 못했는데.
– 강제로 바리케이드를 넘어오려 할 경우, 무조건 사살할 것.
분명 오늘 넘어온다 하지 않았나?
나는 조심히 침대에서 내려와 겉옷을 입었다. 바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 지지직…… 인력 요청…….
나는 한 손에 무전기를 쥐고 조심스레 집을 빠져나왔다.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더 선명해졌다.
탕-! 탕-! 탕-!
“죽여! 도플갱어다!”
“아니에요! 저는!”
“살려 주세요! 몬스터다!”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엄마는, 엄마는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살금살금 걸어 벽 모퉁이를 짚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눈이 바리케이드로 향한 순간, 아비규환이 보였다.
철조망 너머로 사람과 괴물들이 뒤섞여 있었다.
괴물들이 사람들을 찢고 짓밟으며 웃고 있었고, 사람들은 괴물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꾸역꾸역 철조망을 향해 밀려들었다.
철조망 앞에 있는 사람들은 밀리고 넘어져 밟히고 또 밟히며 죽어 갔다.
피가 튀고, 붉은 살이 보였다.
“나현아!”
그 사이로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이쪽을 향해 손을 뻗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의 뒤에서 사람이, 아니 사람의 모습을 했지만 괴물의 팔을 단 무언가가 엄마를 향해 손톱을 뻗고 있었다.
탕-!
총성이 울렸다. 괴물이 쓰러졌다.
엄마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
나는 벽 모퉁이에서 손을 떼고 바리케이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한 발의 총성이 더 울렸다.
엄마가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가……
……어? 이상하다?
왜 엄마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지?
엄마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 모습이 현실감이 없어서 멍했다.
엎어져 있는 엄마의 위로 누군가의 시체가 쌓인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살려 주세요!”
“죽어!”
괴물에, 총에, 사람에 사람이 죽는다. 그 광경에 토기가 치밀었다.
“우욱!”
나는 한바탕 속을 게워 냈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 사이로 불쑥 괴물이 튀어나온다. 나는 저것이 바로 도플갱어임을 짐작했다.
“뭐가 도플갱어일지 몰라! 다 죽여!”
“밀어! 어차피 이러다간 다 죽어!”
그리고 그 도플갱어가 사람의 탈을 뒤집어쓴 것임을 짐작했다.
나는 눈앞의 광경에서 눈을 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모두 각자 자신의 일에 바빴다.
군인들은 지키기 위해, 저 너머의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죽어!”
“쏴!”
“밀어!”
“살려 줘!”
사람들의 뒤에서 괴물들의 무리가 보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더더욱 격하게 바리케이드 너머로 넘어오려고 애썼다. 격전이었다.
그리고 시체가 쌓이고 쌓일 즈음에야, 피가 흐르고 흘러 작은 개울을 이룰 즈음에야 모든 것이 끝났다.
“우욱.”
나는 이제 더 토해 낼 것도 없는 속을 부여잡았다.
그사이 밤은 지나,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뒤처리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꼬맹이, 너 여기서 뭐 해?”
그리고 최가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나는 왈칵 눈물을 터트렸다.
“엄마, 엄마가…….”
“아현이가 왜?”
“엄마가 죽었어…….”
“……뭐?”
최가람은 그 사실을 몰랐던 듯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지만, 내 대답은 같았다.
최가람은 바리케이드로 달려갔다. 그러곤 고래고래 외쳤다.
“강아현! 강아현 어딨어!”
죽은 이가 대답할 리가 없었다.
* * *
도플갱어 사태는 해당 작전을 지휘하던 지휘관의 실태로 처참한 피해를 낳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건 알 바 아니었다.
그냥 우리 앞에 닥친, 아니 내 앞에 보였던 모습은 철조망 너머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어 버렸다는 거다.
군인들은 다 괴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부러 술을 마시며 자기 합리화하듯 소리치곤 했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지 못해 못내 미쳐 버린 사람도 많았다.
철조망 너머에서 가족이 오길 기다리던 사람들은 저 너머에 있는 시체가 자신의 가족이 아니길 바라면서, 그러면서도 시체라도 찾길 바라며 시체 더미를 전전하곤 했다.
최가람은 엄마의 죽음 후 한참을 정신을 놓은 것처럼 지내다가, 엄마가 하던 연구와 사업의 마무리를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적당히 안전한 생존자 피난처에 방치되었다.
“나현이는 저쪽 커다란 건물에 살지? 부럽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그래도 힘깨나 있는 사람들이 머무를 법한 곳이었다.
아무래도 최가람은 나는 어른스러우니까 안전한 곳이라면 잠시 혼자 두어도 괜찮겠지 하고 생각을 한 듯했다.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겠지만, 친구의 아이와 평생 쌓아 온 자신과 친구의 커리어. 그 무엇도 쉽게 버리거나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타협이겠지.
나는 다만 그녀의 무게를 덜어 줄 뿐이다.
“응. 맞아. 저기 살고 있어.”
“엄마 아빠가 대단한가 봐!”
“부모님 다 죽었어.”
“아, 미안…….”
그래도 내가 위험할 때는 오겠지. 나는 최가람이 주고 간 신호기를 만지작거리며 피난처의 아이들을 돌봤다.
“괜찮아.”
어린애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날 챙기면 괜찮겠지.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안이한 생각이었음이 머지않아 밝혀졌다.
치안이 극도로 해이해진 주위 상황을 얕봤던 거다. 이 상황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어린아이는 좋은 먹이였다.
“……어쩌지?”
그 사실을 잊고 결과가 이거다.
나는 주머니 안 신호기를 꾹 눌렀다.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날 둘러싸고 있었다.
“오, 괜찮은데?”
“팔릴 것 같죠?”
그리고 두꺼운 남자들의 손이 나를 구속했다.
나는 몸부림쳤지만, 그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무언가가 내 뒤통수를 거세게 치는 느낌이 들고 이내 어둠이 내려앉았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손발이 묶인 채 덜컹거리는 차 안에 있었다.
차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운전석에서 나누는 대화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그 신호기는 어쨌어요?”
“아, 그거? 근처 군인들에게 연락이 가는 거더라고. 그래서 그냥 온 녀석들한테 돈 좀 먹였지. 입 다물어 준다고 했으니, 어디로 갔는지 모를 거다.”
나한테는 본인한테 연락이 간다고 했는데.
거짓말쟁이.
하긴 바빠서 멀리 있는 최가람보다는 주변 군인들에게 연락이 가는 편이 더 효율적이겠지. 본인에게 연락이 온다고 말한 건 아마 내 불안을 덜어 주기 위해서였을 거다.
군인에게 연락이 가면 후에 본인에게도 연락이 가니까 완전히 거짓말도 아닐 거고.
그래도,
‘그걸 누르면 바로 튀어 갈 테니까, 걱정 마!’
그래도…….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이람. 어린애도 아니고. 한탄하기 전에 탈출할 방법이나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겠다.
“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