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85)
7. 방학을 즐기는 방법 (1)
* * *
학교에 돌아오고 몇 주 뒤.
“이상으로, 방학식을 마친다!”
드디어 여름 방학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방학 때 뭘 할지 떠들며 교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딱히 다르진 않았다.
“드디어 피서다~.”
“그렇네요. 친구들이랑 같이 가는 피서는 처음이에요.”
“앗 나현 씨도 그런가요? 저도예요!”
“정말? 너무 기대되지?”
“얼음 아트 이것저것 조사해 봤어.”
“기대할게요!”
나는 최수정과 나유리와 이하나의 말을 받아 주며 짐을 쌌다.
여행까지는 아직 며칠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벌써 무척이나 신이 나 있었다.
민재윤이 번쩍 손을 들며 말했다.
“나, 수영복 없는데 같이 사러 갈래?”
“굳이 권유하게다면야, 거절하진 않겠어!”
“좋아.”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옆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대신 여자들만 가기!”
옆자리에 앉은 사기꾼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었다. 뭘 상상하셨을까? 나는 방긋방긋 웃으며 외쳤다.
“왜 그래, 유한아? 어디 아파? 얼굴이 붉어졌어!”
넌 좀 쪽팔릴 필요가 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뭘 상상한 거야~?”
최수정이 놀리기 시작하자 사기꾼은 속절없이 휘둘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나유리가 싸늘하게 비수를 꽂았다.
“쓰레기…….”
오늘도 안정적으로 사기꾼을 매도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요!”
나유한을 알차게 한 대 후려친 나유리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우리는 신나는 걸음으로 백화점으로 향했다.
“이것도 잘 어울려요!”
“귀엽다!”
그리고 이것저것 쇼핑을 시작했다.
한마디만 하겠다.
“이 고무보트는 어때? 다 같이…… 아니, 굳이 내가 원하는 건 아니지만, 다 같이 탈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그래! 사자!”
“결제할게요!”
“이거 잘 어울려.”
“맞아, 엄청 예뻐~”
“살게!”
부잣집 딸내미들과 함께하는 쇼핑은 정말 상쾌하더라.
나는 폭주하기 시작한 두 부잣집 딸내미, 나유리와 신바란을 굳이 말리지 않았다.
준비물이 너무 많다고? 산 만큼 다 쓰면 되는 거다! 가 보자고!
……그래. 사실 나도 좀 신나 있었다.
“으음…… 좀 많지 않아……?”
민재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 배송시키면 되잖아? 음, 으흠, 절대로 무게를 생각 못 한 건 아니야.”
그 옆에서 신바란이 변명을 했다.
“냐하핫, 그래도 재밌었어! 그치?”
“응.”
“맞아요!”
최수정과 이하나는 반성을 하지 않는 듯했고, 나유리는 되레 더 사 재끼지 못해 아쉬운 듯했다.
“그럼 저희 시간도 남았으니까 같이 놀러 갈까요?”
내 말에 다들 시끌벅적하게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영화.”
“영화 좋죠!”
“다 같이 뷔페 어때?”
“점심으로 가자!”
그렇게 시끌벅적한 방학 첫날이 시작됐다.
나는 문득, 그사이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 * *
그건 잠시 남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간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나온 이야기였다.
이것저것 잡담을 하던 도중 우연히 나유한에 대해 화제가 튀었다.
“저는 그 쓰레기가 싫습니다.”
“응. 알아.”
덤덤한 이하나의 반응에 나유리가 흥분한 듯 격하게 말을 시작했다.
“다들 잘 몰라요!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에도 그 쓰레기가 얼마나 글러 먹은 인간인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나유리의 한탄을 얌전히 들어 주었다.
끊임없이 모두를 설득하듯 말을 이어 가던 나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의외의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정말 달라지긴 했어요.”
“그런가~?”
“그런데 자꾸 그 인간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져요.”
“왜?”
“제 직감이 사실 그가 바뀐 게 아니라고 하는 것 같아서요. 아니, 바뀐 게 맞긴 하지만 그의 성격이 바뀐 게 아니라…….”
나는 조용히 숨을 삼켰다.
나유리는 본인만의 생각에 빠져든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의심의 말을 내뱉었다.
“말도 안 되는 걸 알지만…… 요즘 자주 이런 생각을 해요. 이 나유한은 정말로, 내가 아는 나유한이 맞을까?”
테이블에 싸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괴, 괴담이야?”
민재윤의 말이 아련하게 들렸다.
“나유한이 굉장히 많이 달라져서 그런 건 아닐까? 철이 들긴 했으니까.”
신바란의 말에 나유리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횡설수설을 시작했다.
“그런 게 아니라…… 보통은 잘 변하지 않는 부분도 변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입맛 같은 것 말이에요! 죽어도 블루 콜라만 마시는 인간이었는데, 갑자기 레드 콜라를 마시더라고요. 마치 정말로 모든 게 다른 사람 같은…….”
나는 횡설수설하는 그녀에게 무어라 말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침묵했다. 다른 사람들도 어리둥절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침묵이 길어졌다.
“미안해요. 너무 뜬금없는 말을 했죠?”
침묵을 무어라 해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유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아냐. 그럴 수도 있지!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 줘!”
나는 웃으며 그냥 화제 전환에 맞춰 주었다.
단순히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인지하게 되다니.
나는 이 세상을 게임이 아닌 실제의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사기꾼이 이 상황에서 어찌 대처할지 잠깐 생각해 보다가, 이내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이건 내가 어찌해 줄 수 없는 일이었다.
“바다 가면 뭐 하고 놀지 생각해 봤어?”
“스쿠버 다이빙이요! 그리고 불꽃놀이랑…….”
그렇게 짧은 불온은 억지로 덧붙인 일상에 파묻혀 잠시 아래로 잠겨 들었다.
* * *
그리고 며칠 뒤.
“바다다!”
“수영이다!”
우리는 바다에 와 있었다.
잔뜩 구매한 짐을 기어이 바리바리 싸 든 채로.
“수고하셨어요!”
신바란의 말에 짐을 옮긴 장정들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사라진다.
사람을 써서 옮겨야 할 만큼 잔뜩 쌓인 짐 더미를 보고 박시우와 사기꾼은 질린 낯을 했다.
나는 사기꾼에게 다가가 물었다.
“게이트 탐사는 언제쯤 갈 거야?”
“오늘……은 좀 그렇고, 내일 오전쯤 어떨까?”
“좋아!”
“그럼 오늘은 자유 시간이구나~ 수영하러 갈까?”
우리는 숙소에 적당히 필요한 짐을 풀고 난 뒤,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가기로 했다.
우리가 잡은 호텔은 바닷가가 바로 보이는 오션 뷰 호텔이었다.
참고로 나유리가 일시불로 일행들의 호텔값을 전부 질렀다. 신바란은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버텼지만 작정한 나유리을 당해 낼 순 없었다.
“넓다!”
전생에서도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호화로운 호텔 내부에 내 눈이 절로 휘둥그레졌다.
다들 들뜬 기색으로 방 안을 둘러보자 나유리가 자랑스레 웃었다.
“심사숙고해서 골랐어요! 욕조에서 다 같이 목욕할 수도 있게 요청해 놨답니다! 배스 밤도!”
이 아가씨는 아무래도 친구들과의 호캉스 로망까지 이참에 전부 채우려는 모양이었다.
나유리가 준비해 놓은 대로 셋째 날에는 호텔 안에서 놀 계획을 세웠다. 그래도 오늘은 첫날이니 바다에 가 줘야지.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드레스형 수영복에 안이 비치는 흰 카디건을 입고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썼다.
사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래시가드 수영복이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햇살캐 컨셉에 안 맞겠다 싶어서 기각했다.
“어서 와.”
“왔어?”
박시우와 사기꾼이 우리를 맞이했다. 내게 다가온 박시우가 자연스럽게 짐을 가져가는 바람에 당황했다.
“안 무거워?”
그래서 박시우가 충분한 근력 스탯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 튀어나온 말이 이따위다. 내 말에 박시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장난스레 대꾸했다.
“안 무거워.”
그러곤 성큼성큼 앞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달라고 말할 타이밍을 놓쳐 그냥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런 내 옆으로 사기꾼이 다가와 함께 걸었다.
방금 전 행동 정도를 사기꾼이 신경 쓰진 않겠지? 포인트가 여기서 더 깎이는 건 사양이다.
진짜 언제 날 잡아서 박시우에게 메타 시스템에 대해 털어놓든가 해야지.
나는 일부러 더 밝게 웃으며 사기꾼에게 말을 붙였다.
“유한아, 나 수영복 잘 어울려? 이번에 새로 산 거야!”
내 질문에 사기꾼은 나를 보더니 볼을 살짝 붉히며 이내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잘 어울려.”
저 부끄러워하는 말투, 못 들은 척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게 햇살캐의 숙명이라는 게 슬프기 짝이 없다.
“정말? 고마워!”
나는 일부러 활짝 웃으며 사기꾼의 팔에 찰싹 달라붙었다. 사기꾼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서였다.
사기꾼이 내 수영복에 대해 생각하면 독자들 – 다시 말하지만 남성향 독자들이다 – 에게도 전달되니까, 그걸 노리는 것도 있고.
사기꾼에게 매달리자 사기꾼은 얼굴을 더더욱 붉히면서도 나를 떼어 놓지는 않았다.
“으흐음~ 둘이 뭐 해?”
그 꼴을 본 최수정이 한마디를 하고 우리를 스쳐 날아가긴 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얼굴도 살짝 따끈해진 것 같지만, 이건 내 메소드 연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여기가 좋을 것 같아!”
우리는 해변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넓은 파라솔이 그늘을 만들고, 짐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다들 짐을 정리하자마자 냉큼 바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최수정이 바람으로 모두를 붙잡더니 공중에서 던져 버렸다.
“선배!”
“잠깐, 선배 저 수영-”
“냐하하핫!”
풍덩-!
차가운 바닷물이 몸을 적셨다.
갑작스레 몸을 적신 차가운 바닷물에 다들 처음에는 허우적거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듯 능숙하게 헤엄치기 시작했다.
몇몇은 복수하려는 듯 최수정에게로 헤엄치고 있었다. 특히 이하나가 참 열정적이었다.
물을 내뱉고 정신을 차린 나는 다시 잠수해 바닷속을 둘러보았다. 아래쪽으로 헤엄쳐 가며 잠시 시원한 물결 속을 누비다가 빛이 드는 수면 쪽을 올려다봤다.
모두가 수면을 향해 헤엄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인어 같았다.
한 사람 빼고.
보글거리는 거품이 사납게 하늘을 향해 오르고 있었지만, 사기꾼은 어째서인지 괴상한 몸짓을 할 뿐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아니, 올라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쟤 왜 가라앉냐?
나는 침착하게 생각했다.
이 세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영을 배운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수영 못 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쟤는 빙의한 한국인이다.
이때, 사기꾼이 수영 못 하는 사람일 확률은?
나는 최수정이 우리를 던져 버리기 전 다급히 무언가를 말하려던 사기꾼을 떠올렸다.
‘잠깐, 선배 저 수영-’
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