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scamm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물의 정령왕
쩌저저정……콰과과가가가가강!
천 년의 얼음골 전체를 뒤흔드는 검은 천둥.
마치 하늘에서 신의 철퇴가 내려쳐 지듯이 그 두꺼운 벼락이 떨어졌고.
“으그그그그……끄아아아악!”
그 공격을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직격당한 바르바우는.
거인의 형체만 겨우 알아볼 정도만 남은 채.
새까맣게 타버려 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상태에서조차 숨이 붙어 있었으니……
“진짜 지독하군.”
나의 그 중얼거림에 마그마로스가 다가오며 대꾸를 하였다.
“그 번개가 더 지독한 것 같은데. 거신족이 불사인 거야 어쩔 수 없는 거고, 그 불사인 괴물을 저렇게 만들어 놨잖나.”
마그마로스의 어깨에 기대어 겨우 걸어온 크뢰이튼 역시 입을 떡 벌리고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상에……거신을 이렇게 숯덩어리로 만드는 걸 내 눈으로 보게 될 날이 올 줄이야……”
“히히힝!”
페가수스마저도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니.
아무래도 내 회심의 일격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칭찬이 쑥스러웠던 나는 이야기를 다음으로 넘겨버렸다.
“그나저나. 이대로 두면 결국은 회복할 것 같은데. 헬페리온 때처럼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의 그 물음에.
반쯤 넋이 나가 있던 크뢰이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그, 그래야지. 보, 봉인을 해야지……”
크뢰이튼은 천천히 브라바우의 상태를 살폈다.
그렇게 몇 분이나 돌아보던 그는.
말을 살짝 더듬으며 다시 입을 떼었다.
“흐, 흐음……이거 검은 천둥에 그을린 상흔에 이미 봉인까지 거의 되어버린 것 같은데?……”
“봉인이 되었다고?”
“검은 천둥도 검은 화염과 마찬가지로 거신의 힘이니까. 목 정도만 따로 베어 지져버리고 이 얼음골 안에 넣어 둔다면……그 외에는 따로 뭔가 할 필요는 없어 보이네.”
“잘됐네.”
“그, 그렇지……”
약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를 보는 것 같기는 한데.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
나는 다시 검을 휘둘러.
촤악!
가뿐히 바르바우의 목을 베고, 봉인을 마무리 지었다.
그 직후.
마그마로스가 작게 읊조렸다.
“후……이제 거신족 목 베는 건 신기하지도 않네……”
* * *
바르바우를 처리한 나는.
마그마로스의 안내를 따라, 오르헬이 내려간 방향으로 움직였다.
“오르헬……괜찮겠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크뢰이튼을 업고 있던 마그마로스가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도 오르헬일세. 그대와 함께 다녀서 그런 건지, 아니면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지금은 꽤나 유들유들해졌지만. 원래는 꽤나 한 성격 하는 녀석이었다네. 물론 그 성격을 휘두르고 다녀도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강하기도 했거니와.”
“글쎄. 성격 개차반인 건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하하.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바일세. 여튼, 비록 상대가 거신이기는 하지만……두 눈 다 잃은 상태이니, 오르헬 놈도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걸세.”
“……”
나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살짝 재촉하였다.
그렇게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우리들의 눈앞에 이상한 광경이 드러났다.
“저, 저게 무슨 일이……야?”
나는 내 눈을 의심하였다.
다만……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닌듯하였다.
마그마로스 역시 눈을 비볐다.
“사막도 아닌데……신기루가 보이는 거 같은데?”
크뢰이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죽을 때가 되었나?……”
우리 셋의 시선 끝에는 오르헬이 있었다.
근데 그 옆에 웅크린 채 훌쩍이고 있는 존재가 하나 더 있었으니.
“이해해 줘서 고맙다……나올, 그동안 외로웠다.”
“그래, 그래. 알아 인마. 이제부터 형이라고 불러.”
“응, 오르헬 형.”
오르헬은 그 거대한 존재의 등을 토닥이고 있었다.
거신, 나올의 등을 말이다.
그 모습에 마그마로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무리 지으라고 보내놨더니……왜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는 거야? 호형호제까지 하면서……”
내 말이……
* * *
가까이 가서 보니.
더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잃어버린 탓인지, 우리가 다가가자 나올은 화들짝 놀려 뛰어올랐다.
“으, 으악!”
그에 오르헬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올을 진정시켰다.
“어허. 괜찮아, 괜찮아. 가만히 있어.”
“괘, 괜찮아?”
“그래. 괜찮다고. 이 형님 친구들이다.”
“친……구들? 아까 그 무서운 사람들?”
나올의 그 물음에, 오르헬이 머리를 긁적였다.
나를 쳐다보면서.
“어……한 명은 좀 무섭기는 한데. 나머지는 괜찮아. 별거 아니야.”
그 말을 들은 마그마로스와 크뢰이튼이 발끈했다.
“그거 우리보고 한 소리인가?”
“맞는 거 같은데?”
오르헬은 오히려 맞받아쳤다.
“뭐? 어쩌라고? 뭐?”
“어휴.”
“그냥 넘어가세, 마그마로스.”
나는 그들의 대화를 끊고.
오르헬에게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 브라더. 그게 말이지. 얘도 들어보니까, 사정이 딱하더라고. 그래서 들어주다 보니……좀 친해졌어.”
“친해……져?”
설마 이렇게 상황이 흘러갈 줄이야.
상상도 못한 전개였다.
어이가 조금 없기는 했지만……나는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어떻게 친해진 건데?”
그 질문에 두 명이 번갈아가며 입을 열었다.
“알고 보니, 이 녀석 불쌍한 녀석이었어.”
“맞다, 나올, 불쌍하다.”
“거신은 거신인데. 이 녀석은 사실 전쟁을 원하지 않았더라고.”
“맞다, 나올, 전쟁 싫다. 그냥 잠이나 자는 게 좋다.”
아오 정신없어.
“한 명만 말해.”
오르헬이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내가 말하지.”
“으, 음.”
“그래서 결론은,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건데.”
“그게……가능한가?”
“거신족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 친구. 우리 나올이 알려주었거든. 그럼 우린 그것만 막으면 놈들의 야심을 끝장낼 수가 있다는 거지!”
그의 자신감 있는 말투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르헬은 한 템포 쉬고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바로, 크로토스의 부활이라더라고.”
“크로토스의 부활?……”
“거신들의 왕. 최초의 거신. 그놈이 부활을 하기만 한다면……거신족이 가진 힘 자체가 올라간다고 하더라고.”
일종의 버프를 걸어준다는 건가?
부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전 종족에 보너스 스탯이라니.
끔찍하기 그지없는 버프였다.
“그래서 그걸 막는 게 중요한 건데. 나올의 말에 따르면, 특별한 인장을 특정한 장소에 위치한 제단에 꽂으면 된다고 하더라고.”
“인장……제단?……”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머리에 스쳐 가는 한 가지 기억이 있었다.
내가 처음 이 땅에 떨어졌던 날.
가우리엘이 내게 부탁을 했던 한 가지 일이 말이다.
‘어? 잠깐만……인장이라면……’
나는 품에서 가우리엘이 내게 맡겼던 인장을 꺼내어 보았다.
받은 후 처음으로 꺼내 본 것이기에.
나도 굉장히 오래간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혹시 이것 말인가?”
오르헬은 내가 꺼내 든 그 인장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나 그 역시 이제 처음 들은 이야기였던지라, 알아볼 수는 없었다.
“으음……잘 모르겠는데?”
그에 나올이 나섰다.
“내 손가락에 대어 봐. 눈은 안 보이지만……촉감으로 알아 볼게……”
그러면서 손가락 하나를 내쪽으로 쭈욱 내밀었다.
나는 인장을 들어 올려 그 손가락 끝에 살며시 가져다 대었고.
잠시 집중을 하던 나올은.
“어! 이거 맞아!”
내가 들고 있던 인장의 정체를, 알아내었다.
* * *
‘이게 크로토스의 봉인을 위한 물건이었다니.’
여태 전혀 몰랐다.
아니, 알아낼 방법도 없었다.
‘이걸 어떻게 알아내느냐고.’
그런데 그게 사실이라면……이거 빨리 가서 갈아 끼워야 하는 거 아닌가?
나조차 황당해하던 사이.
나올은 이 인장에 대한 첨언을 내뱉었다.
“그건 대천사들의 생명력으로 만들어내는 인장이다. 인장은 천 년에 한 번, 무조건 새 걸로 갈아야 한다. 총 여덟 군데의 제단이 있는데 전부 다 바꿔야 한다.”
나올의 설명에, 나는 질문을 던졌다.
“그 말은……대천사들의 수명을 계속 갈아 먹어 만들어야 한다는 뜻인가?”
“맞아. 대신 그게 있는 한 크로토스는 영원히 부활할 수 없다. 대천사들은 크로토스의 부활을 막으려 생명을 야금야금 포기해야 하는 것이고.”
“……”
계속 이어가면 죽을 줄 알면서도 해야 하는 운명이라니.
문득 가우리엘을 다시 보게 되는 나였다.
그 정도의 자기희생이……과연 그리 쉬운 것인가?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마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이제 그 천 년이 거의 도래했다. 그래서 거신족들이 일어난 거야. 바르바우도 그래서 일어난 거고. 하지만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게 싫다. 그때 크로토스는……무섭다. 맨날 때린다. 나는 맨날 맞아야 한다.”
“그 정도라면, 반항할 법도 한데?”
“거신족은 크로토스에 반항할 수 없다. 그런 선택지는 없다. 그냥 크로토스가 화를 내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크로토스는 맨날 맨날 화낸다. 그래서 싫다. 그리고 바르바우도 쌍둥이인 나보다 크로토스를 더 좋아한다. 이번에는 나를 죽이려고까지 하고……”
어휘는 약간 아쉬운 것 같지만, 그 목소리에는 충분히 깊은 원한과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단지 이렇게 짧게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내가 돕겠다! 크로토스가 다시 부활하지 않게 막아 줬으면 좋겠다. 나는……너희들과 함께 하고 싶다!”
“그럼, 네가 인장을 들고 가서 바꿔 주겠다고?”
물론 실제로 맡길 생각도 없었다.
다만, 나올의 입에서는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으니……
“그건……어렵다. 제단에는 오로지 대천사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 천사도 못 들어간다. 대천사만 가능하다.”
‘엇?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천사도 안되고 오로지 대천사만?
전혀 생각도 못 한 변수가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럼 나도 못 들어가는 거 같은데?’
오르헬 역시도 저 이야기는 지금 처음 들은 모양이었다.
“뭐? 대천사만 된다고? 그게 뭐야……”
“정확히는 대천사라기보다는, 아를렘이 직접 창조한 존재들만 드나들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거신족은 아예 발도 들일 수 없는 것이다. 크뢰이튼처럼 거신족에게서 태어난 존재도 안되고. 혹시나 하급 천사들이나 인간들도 거신족의 꾐에 넘어갈까 봐 전부 막아 둔 걸로 알고 있다.”
의외로 진짜 철두철미하네.
오르헬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흔들었다.
“이야……이거 무슨, 빈틈이 없네, 빈틈이.”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특히 마지막으로 내뱉은 나올의 저 말을 듣고 나서부터 생각이 바뀐 것이었다.
나는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보낼 사람이……있지. 아니, 꼭 사람일 필요도 없지.’
내가 어딘가로 향하자.
다들 나의 뒤로 따라붙었다.
오르헬이 그들을 대표해 물어왔다.
“어디 가는 건데, 브라더?”
“트레이톤을 되살릴 것이다. 그자는 골렘이니……다시 살릴 수 있을 테지.”
“트레이톤? 그 녀석은 또 왜?”
“트레이톤은, 아를렘이 직접 창조한 골렘이니까.”
“……!”
그제서야 나를 뒤따르던 이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 아직 오르헬은 풀리지 않은 점이 한 가지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 브라더.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 골렘을 되살린다는 게……그렇게 막 쉽고 그런 건 또 아니거든? 특히 트레이톤은 물의 정령왕 직속이라……”
나는 그의 말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을 해주었다.
“잊었나 본데, 내가 바로……”
씨익.
“물의 정령왕이다.”
“……마, 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