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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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고비용 저효율.
그 충격은 꽤 강력한 수준이었지만 레어급의 부츠를 신고있는 강무한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수는 없었다. 하지만 잠시 균형을 흐트리는 정도의 힘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고 그 틈을 타서 휘둘러진 성훈의 검은 강무한의 볼에 얇은 자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성훈은 결코 급하게 몰아치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이 성공했음에도 뒤로 물러나면서 화탄과 전탄으로 강무한을 견제하고 있었다.
현란한 움직임으로 마치 날아드는 공격들을 전부 쳐내는 강무한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발목이 약간 시큰거리기는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갑자기 땅이 터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내가 모르는 마법인가? 아니면 함정?’
어느것이든 좋지 않았다.
땅을 폭발시키는 마법은 한번도 듣도보도 못했고 만약 이게 함정이라면 자신은 함부로 덤벼들수조차 없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잠시 물러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강무한은 역으로 웃으며 허리춤을 향해 손을 가져다댔다.
허리에서 정면으로 단창을 던지는데 사용된 신체부위는 고작해야 손목과 손가락뿐이었지만 성훈은 간신히 창을 쳐낼수 있었다.
“차앗!”
순간 공중으로 뛰어오른 강무한이 성훈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다수에게 포위되어 있다면 표적이 되어 죽기 딱 좋은 상황이었지만 일대일의 상황에서는 풍차처럼 휘둘러지는 창을 뛰어넘어서 공격할만한 특별한 수단이 없었다.
째앵!
엉겁결에 날린 단검이 창에 맞고 튕겨져나가는것을 바라보며 성훈이 이마를 찌푸렸다.
‘커브 샷이 제 위력을 발휘했더라면. 쯧.’
본래 위력의 3할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스킬. 마치 야구공의 커브처럼 날아가는 와중에 궤도가 휘는 커브샷이 제 역할을 발휘했더라면 어느정도 견제가 됐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떨어지는 와중에 강무한이 던져낸 창 한 자루가 성훈의 앞에 박혀들더니 그 창위에 착지하면서 성훈을 밀어낸것이다.
일련의 움직임이 보여준 행동은 하나를 의미했다. 바로 강무한이 성훈의 공격을 함정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4개의 잔상을 피하면서 책으로 간신히 찌르기를 막아내며 뒤로 물러난 성훈은 몇번 공방을 주고 받던 와중 이상한 점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강무한은 일정한 궤적에 따라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궤적은 간단했다. 성훈이 밟았던 장소를 따라 밟으면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 대처 능력이 대단하군!’
설마 이 급박한 전투와중에 상대방이 밟았던 부분만 밟아서 움직이는게 가능하다니!
물론 성훈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사람이 하는걸 보고 따라하는것과 생사가 오가는 전투 와중에 떠올려서 하는것과는 천지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무기의 상성도 좋지 않았다. 성훈은 검, 강무한은 창. 두 무기의 리치는 거의 2배의 차이가 날 정도였다.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안으로 파고 들어가야하는데 그건 저 창기가 넘실거리는 창을 받아내야 한다는것을 의미했다.
“계속해서 물러날수도 없고 들어가자니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거군요. 후후.”
이 사태가 지속되면 자신에게 승기는 없다. 안 그래도 리치에서 밀리는데 창기까지 더해져서 제대로 검도 부딪히지 못하고 피할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탭댄스로 순간적으로 상반신을 움직여 공격을 피한 성훈은 검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여러가지 안법(眼法)스킬과 가면의 효과로 주변의 모든 지형지물이 한 눈에 들어오고 자신이 설치한 함정도 머리속에 새기듯이 떠올랐다.
‘강무한. 너에 대한 정보와 대응방법까지, 수십, 수백번을 시뮬레이션했다. 이 정도야 생각하지 않았을것같냐?’
미리내같은 천재검사라면 정면으로 달라붙어서 강무한을 깨버렸을지도 몰랐다. 성훈의 스탯이 높았더라면 강무한을 압도할수 있었다. 하지만 성훈은 이도저도 아니었다.
분명히 능력치는 높지만 결코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었고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강무한을 정면에서 처부술수 있을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성훈이 할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예측하고 준비하고 사냥해야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전투가 벌어지고 나서 어떻게 상대해야할지 생각하는게 아니다. 싸우기전부터 성훈은 미리 준비를 해야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성훈은 강무한을 상대로 자신이 준비한것을 전부 풀어내기 시작했다.
뒤로 발을 뻗는순간 미미한 기계의 마찰이 발을 통해 느껴졌다.
찰칵.
소리가 들리기도전에 성훈은 이미 기화를 이용해 민첩을 극대화 시키고 무릎을 굽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쩌어엉!
“큭!”
성훈은 강무한의 간격안으로 파고들어가 있었다.
처음 생각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미리내와 처음 싸웠을때 성훈은 자신이 설치한 발목함정에 자신이 스스로 걸려서 이길수 있었다. 그 때는 그냥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격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걸 단순히 넘길게 아니라는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함정은 단순히 적을 공격하는 용도가 전부가 아니었다.
적을 공격해 약화시켜 승리를 거두는게 함정이라면 반대로 자신을 이롭게 만들어 이기도록 하는것 역시 함정의 범주에 포함시킬수 있지 않을까?
그 결과 만든것이 바로 방금전 성훈이 밟은 함정이었다.
“스킬인가? 아니 그보다 이건 검기?!”
빠른 움직임은 스킬로 인한거라고 생각하더라도 검에서 일렁이는 검기를 본 순간 강무한은 마검사라는 예측이 빗나간것을 알고 깜짝 놀랄수밖에 없었다.
비록 약화된 검기지만 룬 블레이드와 각종 스킬들의 상승효과를 받고 있는 지금은 최소한 강무한을 맞상대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철컥.
기계음이 다시 한번 들린순간 성훈의 스피드가 순간적으로 상승했다.
닿는 물체를 순간적으로 반발시켜 밀어내는 함정! 그러나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이렇게 추진력을 얻을수 있기도 하다.
깡! 까강! 챙!
성훈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바람과 같았다.
정면에서 검을 휘두르나 싶더니 어느새 옆으로 돌아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고 사방에서 마법이 날아와 강무한의 정신을 흩트려놓고 있었다.
“겨우 이겁니까? 풋.”
“아직 끝난게 아니다! 강격!”
전사 공통 스킬 중 하나인 배쉬!
무시무시한 거력이 담긴 창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지만 그 공격에 명중당할 성훈은 이미 뒤에서 책을 휘두르고 있었다.
빠악!
책과 뒤통수가 명중한순간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긴장을 풀고 있었더라면 이 일격에 기절할정도로 강력한 일격에 강무한은 두려운 눈으로 유령이 들고 있는 책을 바라보았다.
어째 마법보다 저 책으로 후려치는 더 강한것같은 느낌이다.
“그럼 이제 슬슬 끝내도록 하죠.”
성훈이 일검을 내지르더라도 그건 단순한 검사의 일검이 아니었다.
검사의 쾌속함, 도적의 은밀함, 전사의 위력이 깃들어져있었다. 마법이 시선을 흐리고 춤과 자진걸음이 하나로 녹여낸 움직임은 눈으로 보고서도 변화를 예측하는게 힘들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밟아서 속력을 상승시키거나 급제동을 거는 함정의 존재는 한층 더 대응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이럴수는 없어! 네놈이!”
강무한은 이를 갈면서 창을 휘둘렀다.
상대가 너무나 좋지 않았다고밖에 말할수 없었다. 하다못해 성훈과 몇번 싸워보거나 그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밀리지는 않았을것이다.
강무한이 밀리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는 성훈에 대해서 몰랐고 성훈은 강무한에 대해서 잘 알았다. 성훈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이도 필요없어. 나와 두세번만 싸워봤어도 승률은 반반, 정보를 수집하고 대비하면 내가 이길 가능성은 극히 적어진다.’
한번 당한 이상 앞으로 강무한이 이렇게 허무하게 밀린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어떤방식으로든 대응책을 찾아낼것이다. 잠깐 싸운것만으로도 창을 밟고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밟는 대처법을 생각해냈다.
단순히 강력한게 아니라 그 정도의 센스를 가지고 있기에 탑랭커인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최소한 지금만큼은 성훈이 우세를 거둘수 있다. 뒤로 물러나는 강무한을 바라보면서 성훈이 작게 중얼거렸다.
“아직 한발 남았습니다. 크큭.”
“이런 씨….”
발에서 전해져오는 미묘한 촉감에 강무한이 표정을 일그러트림과 동시에 그대로 땅이 터져나갔다.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