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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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성자.
“나는 상당히 체력이 상당히 낮아서 오랜시간동안 싸울수 없소. 두번째로 나온 강무한이라는 남자가 나와 비슷한것 같더군.”
물론 강무한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 강무한이 오로지 힘에 몰입한 스타일이라면 그는 힘과 민첩, 두개로 나뉘어서 스탯을 올려왔다. 순간적인 전투력만은 탑 클래스, 하지만 지구력이 따라오지 못한다.
“신부님이 옆에 있다면 이 약점을 극복할수 있으나 이 대결은 철저하게 1:1이니 어쩌겠소? 이쯤에서 만족해야지.”
“하, 하하하…, 허세였다 이 말이냐?”
“허세는 허세였지. 하지만 몇번 더 메이스를 휘두를만한 체력은 남아있었소. 차라리 방어를 풀고 조금이라도 더 체력을 깎아내는 방식으로 나왔다면 모를까 그 방어막 하나만을 붙잡고 있는 상황에서 당신의 승기는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였소.”
담담하게 사실만을 얘기했을뿐이지만 그 말을 들은 최철형의 마음은 분노로 차오르고 있었다.
‘각오가 부족했다.’
강무한은 양 팔과 다리 하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승리를 쟁취해냈다. 그러나 자신은 냉정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지레 겁먹어서 승부를 포기하고 말았다. 물론 방어를 포기하고 조금 더 장기전으로 갔어도 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승리할수 있다는 약간의 가능성은 있다. 그 가능성을 자신은 고통을 준다는 말에 너무나도 쉽게 포기해버렸다. 아주 사소한 차이다. 그러나 이 사소한차이야말로 바로 강무한과 최철형의 차이였다.
“씨발!!!!”
체내에 남아있는 혼돈력을 끌어모아서 아무것도 없는 평원에 날려보낸 최철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강무한보다 자신있게 강하다고 했던게 너무나 부끄러웠다. 물리적인 강함으로 강무한을 이길지는 몰라도 정신적으로 자신은 강무한보다 약하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말이다.
터덜터덜 걸어나오는 최철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들은 별로 원망하거나 타박하는 시선은 아니었다. 정확히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몰라도 상대방 역시 비틀거리면서 벗어나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무승부를 기록했으니 남들만큼은 한 셈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물론 절반 이상이 진행되도록 비등비등하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최철형은 미리내와 유령이 서있는곳을 한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 둘정도 되면 방금전에 일어난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수 있으리라. 이런 복잡한 기분으로는 도저히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었다.
“방금전의 싸움은 역시 근성이 없어서 생긴 결과겠지?”
“근성이라기보다는 검술을 하나도 연마하지 않았더군요.”
미리내가 극히 드물게 감정을 실어서 말했다.
“그럴만한 능력도 재능도 있으면서 검술 실력은 길드 내에서 특출난 아이들보다 더 떨어지는 지경입니다. 보아하니 마력을 이용한 기술을 주 기술로 삼을것 같은데 그럴거면 검을 왜 든겁니까? 차라리 마법사나 할것이지.”
“그, 그렇구나.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나도 그런거 아닐까?”
“경우가 다릅니다. 검술뿐만 아니라 체술도 경지에 이르셨고 거기에 더해서 마법과 여러가지 잡학도 익히고 계시죠. 저는 검술 하나만을 익히기도 벅차지만 성훈님은 검술 하나만으로는 결코 채워질수 없으니 말이죠.”
‘끄으으으으.’
검술뿐만 아니라 정신공격에도 일가견이 있는 미리내였다. 저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면서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양심을 찔러온다. 다른 사람과 달리 미리내의 믿음은 한 점의 의심도 없는 순수한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진실이 드러난다면 찾아올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도 가슴을 뛰게 하는 한 가지 요소였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조금의 두려움도 내보이지 않는 태도. 미리내는 포부도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좌검과 우검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걸어나온 미리내는 상대를 보고 잠시 침묵에 빠졌다.
‘뭐지?’
한 마디로 정의할수 있다. 상대방은 약하다.
스킬로 감지해낸것이 아니다. 걸음걸이, 자세, 들고 있는 무기, 눈빛, 기세로 추정해낸 자신의 본능이 내린 결과였다. 직접 전투에 나서서 싸우지 않는 마법사라도 수천번 마법을 사용해오면서 자연적으로 몸에 배인 자세가 있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런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저 사람의 목숨을 거두는것은 길에 피어있는 꽃 한송이를 따는것보다 훨씬 더 쉬운 일이다. 그러나 왠지 모를 불안감에 다가갈수 없었다. 이해할수 없는 불안감. 결국 미리내는 다가갈 생각을 하지 않고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아래로 내리그었다.
파직!
화려한 효과는 없었다.
미리내가 날린건 형태도 색깔도 없는 무형(無形)의 검기였으니 말이다. 길게 끌 생각은 없었다. 빨리빨리 끝내버리고 차라리 성훈과 대련을 하는게 훨씬 더 유익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자의 몸이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정확하게 두 조각으로 갈라져버렸다.
“뭐야?!”
“일격?”
“잠깐 지금 마검이 무슨 짓을 한거야? 그냥 검을 휘둘렀는데 쟤는 왜 죽은거야?”
“바보야! 그게 중요하냐? 지금 중요한건 저 쪽은 한명, 우리는 두명이 남았다는 사실이지! 이럴줄 알았다니까! 우리가 이긴다고 했지!”
너무나 순식간에 끝난 전투에 당황하는것도 잠시 곧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섰다는 생각에 사람들의 분위기가 대번에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리내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길 잃은 어린 양’ 스킬이 발동합니다.
-1시간동안 스킬이 유지됩니다.
‘뭐지 이 스킬은?’
방금전 남자가 죽은순간 걸린 스킬. 뭔가 해를 끼치는 스킬이 아닐까 싶었지만 여러가지 심법이나 스킬에도 전혀 이상반응을 보이지 않고 스탯이 떨어진것도 아니다. 찜찜했지만 일단 당장 몸에 이상이 없으니 뭘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상대와 대면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얕게 신음성을 내뱉었다.
-사도(使徒)와 마주칩니다.
-‘길 잃은 어린 양’이 걸려있는 당신은 사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체력과 마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어떤가? 마음에 드는가?”
“방금전의 그 남자. 뭐죠?”
“자네를 잡기 위해 특별히 자기 한 몸 희생한 착한 청년일세.”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저주의 매개체 같은것이군요.”
볼프의 자애로운 미소. 왠지 모르게 짜증을 유발하는 얼굴에 주먹을 한 방 꽂아넣고 싶었지만 미리내는 그런 충동을 억누르며 좌검과 우검을 걸친채 조용히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떨어진 능력치는 수치로 따지자면 대략 30% 가량.
온갖 스킬들로 최대한 떨어지는 수치를 최소화했는데도 이 지경이다. 아무리 기량으로 싸운다고 할지라도 이 수치는 크다.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옆으로 걸어나가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미리내를 바라보면서 볼프가 말했다.
“싸우기전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뮙니까?”
“그리 대단한것은 아니고 간단한 질문일세. 자네는 신을 믿는가 믿지 않는가?”
“단순히 신을 말하는것이라면 믿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곳에 떨어진것도 그 신들이 벌인 일 아니겠습니까?”
“아, 하하하. 이런, 질문을 잘못했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유일하신 하느님.
지저스 크라이스트(Jesus Christ)를 믿느냐는 질문이네.”
“거기에 대한 답은 믿지 않는다. 입니다만.”
믿지 않는다는 말에도 볼프는 별다른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홀로 중얼거릴뿐이었다.
“그렇군. 그 분을 믿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거 나중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포교를….”
저 멀리 떨어져있던 미리내는 어느틈엔가 볼프의 앞까지 파고들어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특이한것은 볼프의 앞에도, 저 멀리에도 미리내가 서 있다는 점이었다. 중국인들과 싸우면서 자기가 쾌왕(快王)이라고 말하는 왠 촐싹쟁이에게서 얻은 스킬이다.
딱히 속도가 빨라지는건 아니지만 분신을 남겨둔채로 상대방에게 은밀하게 접근할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까가가가강!
‘막았다!’
완벽한 빈틈에서 날린 자신의 검격이 막혔다. 슬쩍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새하얀 빛에 감싸인 작은 단검이 자신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막힌것은 좌검. 자동적으로 멀쩡한 우검의 궤도를 틀어서 볼프의 머리를 겨눈상태에서 검기만 키웠다.
검기를 의지대로 순식간에 일으키고 조정할수 있는 미리내만이 사용할수 있는 신기! 그러나 그 공격도 허무하게 빗나갈뿐이었다.
“빠르군.”
고개만 살짝 옆으로 비틀어 검기를 피하고 있었다. 검기를 채찍처럼 휘둘러서 아예 머리를 베어내려던순간 볼프는 단검을 강하게 휘둘러서 미리내를 뒤로 튕겨냈다. 흘려낼수도 없었다. 미리내의 힘이 줄어든 이유도 있었지만 그만큼 상대방의 힘이 강한탓도 있었다.
“아직도 내가 이길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 그러니 조금 더 진심을 내보려고 하네만 그래도 되겠지?”
“…….”
대화는 필요없다. 그동안 수없이 휘둘렀던대로 본능적으로 최적의 궤도를 따라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상대는 그 검마저도 막아버렸다. 단검으로 막은게 아니라 비어있는 왼손에서 만들어낸 방어막으로 막아낸것이다.
미리내의 검이 아무리 대단해도 아예 면 자체를 막아버리는 방어를 돌파할수는 없다. 최철형이 그랬던것처럼 방어막에 틀어박힌채로 볼프는 단검을 가슴팍에 붙인채로 진심을 내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킹, 퀵 스피드, 헤이스트, 홀리 아머, 홀리 웨폰, 디바인 마크, 충격 반탄….”
‘버프가 가능하다!’
번개가 떨어진듯 했다. 보통 전사라도 한 두개의 버프 스킬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자신의 검격을 막아내길래 전사계열인가 싶었더니 끊이지 않고 자기자신에게 버프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