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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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나는 놈
“너…너 그걸 어떻게….”
달맞이 동굴 조사는 가장 널리 알려진 C급 미션 중 하나고 그만큼 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미션이다. 즉 이미 완벽하게 공략이 끝난 던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학살자모드까지 끝마치는것으로 미션을 끝낸다.
가끔 이 월석에 적혀있는 문자를 해독해보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길드가 남아도는것도 아니고 언어학은 정말로 비주류의 스킬이었으니 익히는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그나마 자신은 하급 언어학으로 해석한걸 저 녀석은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별건 아니야. 나도 언어학을 익히고 있었을뿐이지.”
‘중급까지 익히고 있지만.’
“전사가 언어학 스킬을 익혔을줄이야. 돈이 남아도나보지?”
“그 말 그대로 너한테도 적용되는거 알지? 그리고 지금은 그런 소리를 나눌때가 아닐텐데? 응?”
스릉.
검을 뽑아든 성훈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일우는 이를 갈면서 문울프를 걷어찼다. 보스라고는 하지만 이미 대량의 출혈이 일어났고 독까지 퍼진 상태에서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듯 그저 갸르릉 거릴뿐이었고 일우는 한결 안심하며 인벤토리에서 긴 에스토크(estoc)를 뽑아들었다.
쉽게 볼수 없는 검을 치켜든 일우는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이제보니까 뭔가 이상하다 했어. 네 움직임은 틀림없는 랭커급이었거든.”
“그러는 너도 단검들고 설치지 않는걸보니 숨겨둔 한 수가 있는 모양인데 말이야.”
“그래. 숨겨둔 한 수가 있지. 너 같은건 바로 상대할수 있을정도로.”
“글쎄. 너무 자신만만한거 아닌가?”
유들거리는 성훈의 말에 일우는 검을 조용히 뒤로 당기며 앞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공세를 취하자 일단 잠시 방어를 하기로 생각한 성훈은 허리춤에 매인 혁대에 손이 가나 싶더니 순식간에 단검이 날아오는것을 볼수 있었다. 한손에는 검을 든채로 달리면서 던지는 단검이 명중할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적어도 하급 단검던지기로 가능한 묘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자세를 흐트릴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었고 일우 역시 애초에 그것을 노리고 던진것이었다.
챙!
“관월(貫月)!”
“읍?”
폭발적으로 찔러들어오는 검의 궤적에 살짝 얕보고 있던 성훈은 깜짝 놀랐고 고개를 틀어 간신히 찌르기를 피할수 있었다. 방금전의 공격은 민첩에 특화된 성훈이 아슬아슬하게 피할정도의 빠르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젠장! 한번만 맞아주면 어디가 덧나냐!”
“내 공격을 맞아주면 나도 공평하게 한방 맞아주기로 하지. 어때?”
“그거 좋군. 그럼 나 먼저 찌르지!”
일우가 들고 있는 검은 처음보지만 아무래도 찌르기가 주가 되는 검인것 같았다. 펼쳐내고 있는 검법 또한 찌르기에 특화된것같았는데 패시브계열이 아니라 액티브계열 무공인듯 순간순간 뿜어져 나오는 속도와 위력은 성훈도 놀랄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당할정도로 성훈이 어리숙한것은 아니었다.
성훈은 엄연한 전사고 일우는 도적이다. 정면으로 승부하면 일우가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대등하게 버틸수 있는건 일우가 예상외로 강한 탓도 있었고 성훈이 아직 스킬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건 그렇다치고 어떻게 할까.’
상대하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어떻게 처리할까 하는게 고민됐다. 만약 일우의 목숨이 하나뿐이라면 여기서는 망설임없이 모든 능력을 드러내 녀석을 상대해도 좋다.
그러나 만약 목숨이 두 개째라면 녀석이 되살아났을때 아무래도 조금 껄끄러운 감이 있다. 단순히 검술로는 끝이 나지 않을것 같아서 성훈은 검을 움켜잡고 몸을 약간 틀었다.
‘자진걸음.’
자진걸음의 움직임은 언제나 최고라고 할수 있다. 빈틈을 만들기 힘들어보이던 검의 궤적사이로 거짓말처럼 활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검을 찌르고 회수하기위해 뒤로 당긴순간 정확하게 성훈의 몸도 앞으로 전진했다.
퍽!
“큭!”
어깨에 그대로 가슴이 가격당하자 일우는 당황해하면서도 검을 좌우로 휘둘러 거리를 벌리려했다. 방금전의 움직임은 무술에 대해 별로 아는것이 없는 그마저도 차원이 다르다는게 어떤뜻인지 알려줄만큼 대단한 움직임이었다. 마치 신기루처럼 검을 피해가며 접근하는 성훈을 보고도 일우는 절망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견디면. 조금만 더 견디면.’
독이 효과를 발휘할것이다. 그럼 승리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 사실 하나만을 믿고 일우는 모든 체력과 마력을 쥐어짜내며 스킬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쉴틈없이 움직이자 금새 숨이 가빠오기는했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는지 성훈도 주춤거리면서 대치 상태를 만들어낼수 있었다.
맞을 가능성도 없는 단검을 던져 조금 더 거리를 벌린 일우는 고개를 들어 성훈을 노려보았다.
“훅, 후욱.”
‘지쳤다!’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조금씩 떨리는 팔과 방금전보다 살짝 둔해진것같은 움직임에 일우는 조소를 지으며 검을 뒤로 당겼다.
“뭐, 뭐야. 체력이 갑자기….”
“후, 멍청한 놈.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냐? 하여간 꽤나 놀랐다. 능력치만 번드래래한 놈인줄 알았는데 이거 실력이 장난이 아니잖아? 잘하면 진짜 랭커급에도 들수 있겠는데?”
“잠깐만! 내, 내가 잘못했어! 목숨만 살려줘!”
“아까 그런 소리를 지껄이던 녀석이 있었지. 그 녀석 곁으로 보내줄테니까 웃으라고.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저 녀석이 죽을것 같으니까 빨리 끝내자. 응?”
“제발….”
점점 힘이 떨어져가는지 검이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잖아? 만약 목숨이 하나 더 남아있으면 이 말을 기억해두라고.”
검끝이 땅으로 내려온걸 확인한 일우는 전력을 다해 검을 찔러들어갔다.
“관월!”
순간적인 공격력만큼은 전사의 공격보다 더 뛰어난감이 있는 일격이 성훈의 가슴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이걸로 끝이다. 그렇게 생각한 일우는 살짝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성훈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바퀴였다. 마치 춤을 추는것처럼 부드럽게 몸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일우가 내뻗은 검은 그대로 어깨를 스치며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뭔가 말하기도 전에 그의 목에 성훈이 휘두른 검이 박혔다.
“끄르르륵….”
더 미션의 세계는 이제 겨우 삼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에 있을적부터 무술을 하던 사람들이나 재능있는 자들, 이곳에 와서 뺀질나게 실전을 겪는 사람들이라도 그 수준이라는게 있는법이다.
지금의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 공수일체의 움직이 가능한 자진걸음은 사기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네가 뛰는 놈이고 내가 나는 놈 이겠지?”
귓가에 들려오는 성훈의 목소리에 일우는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했지만 애초에 목의 절반에 가깝게 검이 파고 든 시점에서 혼자서 살아남기란 무리가 있었다. 일반인보다는 월등한 능력치를 가진탓에 죽지는 않았지만 극심한 통증과 호흡곤란이 찾아와 쇼크상태에 빠진것이다.
“이런 이런. 아직 죽으면 안 되지. 응?”
일우가 했던것처럼 성훈은 그의 목덜미를 잡고 어디론가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툭!
“맛있게 먹어라. 멍멍아.”
“크르릉!”
“으음. 이런 장면은 언제나 볼때마다 속이 안좋단 말이야. 징그러워.”
사람을 먹이로 던져준 놈이 할 말은 아닌것 같았지만 성훈은 정말로 이런 장면을 보는게 싫었다. 물론 지금까지 문울프에게 먹이로 던져준 사람들만 두자리수에 달하는 지경이니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한다고 달라질건 없었지만 말이다.
한편 목줄기가 뜯겨져나가 확실히 죽은것으로 판단되자 일우의 몸이 환하게 빛나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이게 첫 번째 목숨이었나보군.’
동철이 죽은자리에는 아이템과 길드가 굴러다니고 있었지만 일우가 죽은 장소에는 아무것도 떨어져있지 않았다. 씁쓸한 표정으로 혀를 찬 성훈은 뒤에 쓰러져 있는 엘리와 아연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여기서 문울프에게 바칠 제물이 한 명 더 필요하다. 사실 원래 성훈은 한 사람은 제물로 던져주고 남은 한 명은 직접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쓸데없는 인정을 발휘하면 뒷처리가 곤란해진다.
그러나 성훈은 한 명을 살려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한명은 바로 엘리였다.
“인맥을 만들어놔야해.”
더 미션은 혼자서 해나갈수 있을만큼 만만하지 않다. 마검 미리내같은 극소수의 탑랭커들은 혼자서 고난이도 미션들을 갈아마시고 다니지만 다른 사람들은 파티플레이를 기본으로 한다.
당장 창왕 강무한만 보더라도 친위대라는것을 조직해서 이끌고 다니지 않는가? 아는 사람이 많으면 좋고 그 사람이 강자라면 더더욱 좋다.
특히 엘리는 성훈도 몇번 본적이 없는 강력한 힘을 지닌 마법사다. 이런 마법사와 인연을 맺는것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다행히 둘은 기절상태에 빠졌는지 의식을 잃은 상태. 이러면 둘러대는것도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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