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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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나는 놈
파이어볼은 확실히 강력한 마법이기는 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휩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은 아이스 랜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최대한의 위력을 뽑아내기위해 정신을 집중하던 아연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지쳐있어?’
동철의 체력은 자신이 잘 안다. 근력과 체력에 집중투자한 타입. 길게 이어진 전투로 다소 피로가 남아있을지도 몰랐지만 보스방에 입장하기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줬다. 그런데 싸운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헥헥거린단 말인가?
최소 1분가량은 묶어놓을수 있을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움직임이 둔해지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모습에 잡혔다.
배쉬와 파워스텝을 연달아서 쓴다고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아연은 문득 활이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시위를 잡고 팔은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고 물에 빠졌다가 나온것같이 축 늘어지는것만 같았다. 이곳이 전장만 아니었더라면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서 휴식을 취했을것이다.
혀를 깨물어서 자극을 가한 아연은 간신히 시위를 놓을수 있었다.
“파워샷!”
콰직!
웨어울프의 머리를 단숨에 꿰뚫어버릴만한 위력을 가진 파워샷은 아쉽게도 문울프에겐 완벽하게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가 아예 없는것만도 아니었다.허벅지를 완벽하게 관통한덕에 순식간에 기동성을 꺾어놓을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엘리의 마법이 직격했다.
“아이스 스피어!”
마력 강화까지 끝마친 아이스 스피어 세 개가 순식간에 문울프를 향해 날아갔다. 처음 두 발은 강력한 앞발에 닿자마자 산산이 바스러졌지만 남은 한발은 화살이 꽂힌 오른쪽 허벅지에 명중하면서 녀석을 완벽하게 쓰러트릴수 있었다.
“컹! 커엉!”
“헉, 헉! 이제 좀 죽어라!”
무릎을 꿇은 문울프를 상대로 장작을 패듯이 도끼를 휘두르자 녀석은 그대로 굴러서 공격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승패는 갈린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동성을 상실한 녀석따위는 이제 원거리에서 화살과 마법만 날려대도 충분히 잡을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소 불안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미션을 끝마쳤다며 안심한 아연은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쥐었다 피면서 다시 화살 한발을 꺼내들었다.
최후의 일격은 날려야 안심할수 있을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자기보다 뒤에 있던 엘리가 앞으로 쓰러졌다.
“무슨?!”
설마 후방에서도 적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여유를 부릴때가 아니다. 문울프를 향해 겨눴던 시위를 뒤로 겨눈 아연은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릴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옆구리에 강력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 일우.”
“원래 칼은 박은 다음에 한바퀴 돌려줘야하지만 너무 자극이 심하면 오히려 깰수도 있으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에 뭔가 걸린듯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참 이상한 느낌이었다. 고통은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정신은 마치 잠에서 막 깨어난듯한 비몽사몽한 상태로 바뀌고 있었다. 왜 이러는지 자신도 알수가 없었다. 결국 붕어처럼 입을 뻥긋거리던 아연은 그대로 눈을 감고 말았다.
“젠장. 혹시 못 잡을까봐 십년감수했네.”
동철이 스킬을 발휘하면서 문울프를 묶어두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난 일우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단검을 꺼냈다. 엘리와 아연이 쓰러져있기는 하지만 별로 목숨이 위험한건 아니다. 단지 독에 중독되어 의식을 잃었을뿐이었다. 전투의 피로와 미리 먹여둔 체력을 저하시키는 독이 겹치고 더불어서 다시 한번 독을 듬뿍 바른 단검에 맞고서는 제정신을 차릴수 없으리라.
아마 깨어나려면 한 나절은 걸리겠지.
‘자, 그럼 마무리를 해볼까요.’
동철은 금방이라도 문울프를 죽일수 있을것처럼 보였다.
팔 하나가 날아가고 다리에 중상을 입은 녀석은 방금전까지의 위압감은 어디다 내팽겨쳤는지 연신 도망치고있었고 동철은 신나하면서 그런 문울프를 쫒고있었다. 이대로 놓아둔다면 문울프는 동철의 손에 죽을것이다.
‘서로 양패구상하는것도 좋지만 아쉽게도 여기서는 문울프가 이겨줘야겠거든.’
던지기용 단검을 꺼낸 일우는 아주 편안한 자세로 단검을 던졌다. 그리고 그 단검은 동철의 허벅지에 그대로 명중했다.
푹!
“끄아아아아악!”
예상치못한 상황에서, 예상치못한 공격을 받은 동철은 모래성처럼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뭐, 뭐야! 일우 이 새끼!”
“거참. 처음 만났을때부터 느꼈는데 말이 너무 심하네. 안 그래?”
“미친놈아! 감히 네가 배신을 해! 이 개같은 새끼!”
배신은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었다.
특히 거대한 이득이 보장된다면 가족이나 절친한 친구사이에서도 배신을 하는데 만난지 얼마 안된 동료가 배신을 하는것이야 일상다반사였다. 그러나 더 미션에서는 목숨이 2개가 있다. 만약 배신을 해서 그 사람을 죽였는데 한개의 목숨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원한관계를 맺는다면?
그건 그야말로 최악의 일이다. 은혜는 잊어도 원한은 잊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설프게 배신을 했다가는 그 후환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배신은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자주 볼수 있는것도 아니었다. 특히 눈 앞의 이득을 가지고 싸움을 벌이거나 길드나 물건을 들고 도망치는 경우는 있어도 목숨을 빼앗는다는건 정말로 어지간한 강심장이라도 하지 않는다.
“너, 너 이 새끼! 내가 마을에서 되살아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는다. 찾아서 반드시 죽여버린다. 이 새끼야!”
“글쎄. 나를 찾을수 있을까? 그리고 허세는 좋지 않아.”
“무슨 헛소리야!”
“너 이게 마지막 목숨이잖아? 안 그래?”
순간 동철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뭐, 뭐지? 어떻게 안거지? 대체 어떻게?’
“다 알고 있다고. 박동철. 네 목숨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걸 말이야. 여기서 죽는다면 즉 더 이상 복수의 기회는 없다는거 아니겠어.”
“자, 잠깐. 혹시 누가 시킨거냐? 응?”
“아니? 전혀 안 시켰는데? 그냥 개인적으로 써먹을데가 있어서 너를 조금 조사했을뿐이지.”
“크르르릉!”
팔 하나를 잃은 문 울프가 침을 질질 흘리며 자신을 향해 기어오자 동철은 심장이 입에서 튀어나올것 같았다. 급하게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일우가 던진 단검이 다리에 명중하자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역시 전사는 체력이 높아서 독이 잘 안듣는다니깐. 귀찮게시리.”
“자, 잠깐! 나한테 원한관계가 있는게 아니라면 제발 한번만 나를 봐줘! 도시로 돌아가면 내가 모은 재산을 전부 줄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 죽으면 전부 떨구게 될텐데?”
“아니야! 도시에 몰래 숨겨놓은 물건이 있어! 날 죽이면 그건 얻을수 없을거야! 제발!”
“미안하지만 그 말은 믿을수가 없어. 이만 죽어달라구.”
이런데서 허무하게 죽을수는 없다. 아니 자기는 죽더라도 아연이는 살아야했다.
이 정체를 알수 없는곳에 떨어져 만난 사람이었지만 동철은 아연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었다.
“조, 좋아. 그럼 난 죽어도 상관없으니 아연이만은 살려줘. 제발 부탁한다. 아연이는 나랑 달리 목숨이 한개 남아있어. 죽여도 너한테 이득 되는게 없고 보상은 네가 다 가져가도되니까 제발 아연이만은….”
“미안한데 그 부탁도 들어줄수 없겠어. 너희들이 떨구는 유품이나 미션 보상따위는 어차피 전부 부수입에 불과하거든.”
콰직!
마침내 다가온 문울프의 이빨이 동철의 목줄기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노리는건 고작해야 유품따위가 아니지.’
랭커도 아니고 이런 노말들의 유품은 전부 합쳐도 랭커의 장비 하나 사지 못한다. 뭐 저기 있는 엘리라는 여자는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신이 이런 일을 저지른 이유는 하나였다.
문울프를 잡고 동굴 맨 끝에 있는 월석(月石)을 만지면 미션을 완수할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여기서 만족하고 전부 돌아가지만 일우는 이 월석에서 특이한 점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월석 위에 새겨진 정체를 알수 없는 언어.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큰 의미가 있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우는 달랐다. 일우는 그저 전투스킬만 몇개 익힌 도적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함정에 관련된 스킬은 물론이고 단검류 스킬부터 시작해 추리스킬과 언어학스킬까지 익혔다. 그리고 하급언어학 스킬은 월석에 적혀있는 문구를 어느정도 해석하는데 성공했다. 대충 웨어울프족의 역사와 같은건데 그 중 맨 마지막에 있는 글귀가 일우의 관심을 끌었다.
완벽한 해석이 불가능해 띄엄띄엄 해석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여기에 존재하는 웨어울프들중 최후의 후계자라고 불릴만한 녀석은 문울프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름만 봐도 ‘각성중인 문울프’다. 즉 이 문구는 세 명을 제물로 삼아 녀석의 각성을 완전하게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거기까지 해석하면 나머지는 일사천리였다.
즉 문울프가 각성을 완벽하게 끝마치면 보물을 얻는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크르르릉!”
사람을 먹자 조금은 힘을 되찾았는지 흉흉한 안광을 빛내고 있는 문울프를 향해 발차기를 날린 일우는 문울프를 축구공마냥 차대면서 웃기 시작했다. 이 녀석이 정상이라면 이렇게 여유롭게 행동할수 없을것이다.
그러나 이미 팔 하나가 잘려나가고 오른쪽 허벅지가 걸레짝이 된 지금 자신의 밥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방심할수는 없으니 독을 바른 비수를 살포시 찔러넣어준 일우는 인벤토리에서 꺼낸 밧줄을 목에 걸고 녀석을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자자, 화내지 말고 진정하렴. 아직 먹이가 남아있지 않니? 두 마리 더 먹어야지?”
“역시 배신하는군.”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일우는 놀랄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들어온 통로와 정반대쪽에서 성훈이 담담한 표정을 한채 다가오고 있었다.
“흥, 알고있었다는 말투는 그만두지 그래?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말이야.”
“내가? 내가 왜 너따위에게 죽는거지?”
“흥. 멍청한 놈.”
자신이 독에 중독된줄도 모르는 멍청한 녀석을 향해 조소를 지어준 일우는 단검을 꺼내들었다. 지금쯤이면 저 녀석의 몸에도 독이 한창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할것이다. 적당히 몇번 어울려주면 제풀에 지쳐서 쓰러지겠지.
그러나 이어지는 성훈의 말에 이번에는 일우가 놀랄수밖에 없었다.
“나를 죽여서 어디다 쓰게? 제물은 세 마리면 충분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