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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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뿌린대로 거둔다.
엘리와 미리내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는 성훈이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엘리는 일부러 가지고 있는 능력을 완벽하게 알려주지 않고 있고 미리내같은 경우에는 그녀가 기분이라도 상할까봐 지레 짐작하고 겁을 먹은 성훈이 물어보지 않은탓이다.
그래서 대충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두 사람들과는 다르게 사종원에 대해서는 모든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알고 있었다. 지나가는 어투로 대수롭지 않게 물은것뿐인데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속사포처럼 말해서 오히려 성훈이 당황했을정도였다.
일단 사종원은 능력치만 따지자면 상위랭커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세자리수의 랭커안에라도 들어간다는건 분명히 대단한 일이기는 하지만 성훈이 노는 물을 생각해볼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할수 있었다.
‘하지만 사종원의 직업은 연쇄 살인마(serial killer). 무시무시한 직업명만큼 스킬도 기상천외하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살인에 성공하거나 사람을 죽일수록 그만큼 능력치가 상승한다.
성훈이 사종원에게 사냥할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준것은 지휘체계를 무너트리고 약을 빼앗기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사종원의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최대한 올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물론 거 사람들을 전부 죽이지는 못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반만 죽였어도 현재 사종원의 능력치는 상위랭커에 능히 비견될 정도일것이다.
“종원아. 목표는 어느정도 처리했어?”
“전부요.”
“…전부?”
“예. 전부. 왜요?”
그것이 당연하다는듯이 되묻는 사종원을 바라보면서 성훈은 마른침을 삼켰다.
‘내가 얘를 너무 과소평가했나?’
스펙상으로만 판단했을때 사종원이 그 전부를 처리할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할수 없었는데 막상 판을 뒤집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버렸다. 사람을 죽인다는 사종원의 천부적인 재능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생긴 오해였다.
오히려 성훈은 이 녀석들이 워낙에 당나라 군대여서 가능했을거라고 알아서 납득해버렸다. 병사부터 간부까지 마약에 절어있고 주력까지 빠져나간 녀석들이니 제대로 경계조차 서지 않다가 당했을거라고 생각한것이다.
“…그 소년은 뭐냐?”
“내 동생이지. 꽤 똘똘한 녀석이지?”
“도, 동생!”
어째 카를로스보다 사종원이 더 놀란것만 같았다.
하긴 사종원이 생각할때는 놀랄만도 했다. 계속해서 형이라고 부르고 가까워지려고 여러모로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과의 관계는 대장과 부하, 혹은 동료정도로만 받아들여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훈의 입에서 처음으로 동생이라는 소리가 나왔으니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성훈과 자신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결속이 더욱 단단해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피를 나눈 가족이나 친족, 그 이상의 관계라고 할수 있었다.
‘미리내 누님은 왠지 모르게 차가운 느낌이고 엘리 누나는 나쁘진 않지만 자꾸 뭔가 이상한 약을 먹이려하고 같이 있으면 뭔가 끌려가는 기분이 들어서 둘만 있으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에 반해 성훈형은 같이 있으면 안심되고 평온해지는걸 느낄수 있단 말이야.’
사종원은 비록 모르게 실험했다지만 그래도 엘리와 같이 있을때마다 사소한 일로도 광기가 폭발하고 대놓고 장기말처럼 쓰는것을 느끼지 못할리가 없었다. 물론 사람을 말처럼 다루는것은 성훈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엘리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엘리는 약이나 정신계열 마법을 사용해서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기 때문에 단기간에 친밀감을 쌓을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간이 흐르고 찬찬히 생각해본다면 위화감을 느낄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성훈은 그 사람이 믿을수 있는 모습과 성격을 철저하게 연기해가면서 직접 믿게 만들기 때문에 더 깊게 친밀감을 쌓을수 있는것이다.
“자 그럼 어떻게 할까?”
“형은 뒤에서 보고 계셔도 되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아무리 그래도 동생에게 이런 위험한 일을 맡길수는 없지. 역시 여기서는 내가….”
“오히려 이런 자잘한일에 형이 나설 필요는 없어요. 제가 직접 나서서 처리할께요!”
사종원을 다루는 방법은 너무나 쉬워서 헛웃음이 나올정도다. 적당히 연기해주는것만으로도 동생을 위하는 배려심 깊은 형의 입장을 한껏 어필하고 일은 손쉽게 떠넘기는게 가능하다.
“네 말도 맞긴 하지.”
성훈은 ‘열성적인 동생을 배려해주는 착한 형’의 모습을 아낌없이 어필하면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럼 저건 너한테 맡기고 먼저 가도 되겠지?”
“아, 아뇨. 가면 안되죠! 저거 처리하는데는 잠깐이면 되요.”
졸지에 저거가 되어버린 카를로스는 이를 악물고 분노를 속으로 삭혔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다.’
살 생각은 버렸다. 바닥까지 추락한 남자에게도 자존심, 혹은 그와 비슷한것은 아직 남아있었다. 수많은 동료들이 눈 앞에서 죽어나간 마당에 여기서 자신 살아남을 생각은 없었다. 유령과 동귀어진할 가능성은 4할 5판 가량에서 3할, 아니 그보다 더욱 낮아졌다.
새롭게 난입한 저 소년은 자신의 공격을 당연하다는듯이 피해내면서 상처를 입혔다. 저 녀석 하나를 상대하는것만으로도 벅찬데 둘이서 합공을 했다가는 승패는 굳이 확인해볼것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건 저 소년쪽이 자신을 혼자서 처리한다고 나섰다는 것.
“으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집중될만큼 크게 고함을 내지른 카를로스는 소리를 지르는것을 멈추고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이 방금전보다 살짝 커진것같다고 느꼈을때 유령을 향해서 전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난 막무가내로 덤비는 사람을 사냥하는게 그렇게 재밌을수가 없던데.”
순진한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순진하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잔혹한 표정을 지은 사종원이 소드 브레이커를 움켜잡고 카를로스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쌍창이 만들어내는 폭풍은 무시무시했지만 사종원에게는 봄바람의 훈풍처럼 가볍기만 했다.
사람은 자신이 다칠수 있는 상황 앞에서는 무의식적으로 공포심을 느끼거나 행동에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이건 미리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도 상처가 입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는 아주 약간이나마 움츠려들고 고통에 위축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종원은 전투에 돌입하면 싸움에 대한 광기가 다른 모든것을 눌러버린다.
‘전력을 다해서, 죽인다!’
검이 바로 눈알에 박히기 직전까지도 조금도 움츠려들지 않고 항상 냉철하고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상황 판단을 내린다. 카를로스처럼 죽을 각오를 마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사종원은 항상 죽을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리내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사종원이 자신보다 앞설수 있다고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까드드드득!
소드 브레이커의 톱날 부분이 창극을 고정시키고 순식간에 궤도를 틀어버렸다.
“아저씨 약하네.”
씨익.
환하게 웃은 사종원이 다른 손에 들린 소드 브레이커를 휘둘러 휜히 드러난 카를로스의 이마를 향해 내리찍었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그대로 창의 궤도를 틀지않고 창대를 놓은후 손바닥으로 사종원의 소드브레이커를 받아냈다.
콰직!
손바닥을 관통한 소드 브레이커를 타고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카를로스는 몸을 약간 떨뿐 신음 한번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기세를 타고 손바닥을 휘둘러서 소드 브레이커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사종원을 뒤로 던져버렸다.
“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손잡이를 놓았지만 이미 사종원의 몸은 공중에 떠오르고 있었다. 손 하나를 희생한것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성과였지만 어쨌든 이걸로 유령을 향한 길이 열렸다.
‘기회다!’
앞으로 세 발자국 가량 파고 들때까지 유령은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도 아니고 날려보낸 소년도 아니고 전혀 다른곳으로 시선이 쏠려있었다. 전장에서 한 눈을 판 대가는 목숨으로 치뤄야한다.
“멈….”
뒤에서 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유령이 뒤늦게 자신을 알아차리고 검을 움켜쥐었다. 비록 적이라도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자세였다. 공방의 조화가 완벽하게 내포되어있는 완벽한 자세. 다른건 몰라도 유령이 정말로 뛰어난 전사라는것 하나만큼은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소용없다!’
동귀어진을 각오한 카를로스는 유령이 취하고 있는 자세의 흉흉함을 알면서도 망설임없이 돌진했다. 함정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쥐처럼 어리석은 행동이다. 정신이 들면 자신의 목은 날아가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괜찮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자신은 죽어도 자신의 창은 유령의 심장을 꿰뚫을테니 말이다.
‘썅!’
모든게 예상대로, 아니 예상 이상으로 잘 풀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고 했던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다가오는 카를로스를 바라본 성훈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했다. 자기도 모르게 정신이 팔린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난 미리내를 보았기 때문이다.
성훈은 사람들의 설득이 성공했을 경우에는 이대로 내분을 일으켜 본진을 아예 뒤엎어버릴 생각이었고 반대로 설득이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에는 미리내의 지원을 받아 탈출할 생각이었다. 그를 위해서 일부러 적진 근처에서 미리내를 맴돌게 만들고 안에서 전투의 조짐이 보이는순간 그곳을 향해서 달려오라고 미리 약속을 해둔것이다.
“멈….”
손을 들어서 가볍게 인사나 해줄겸 한 눈을 판 성훈은 미리내의 절박한 표정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이해할수 있었다. 이미 상대방은 자신의 세걸음 안까지 다가온 상황.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황에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취한것은 바로 허허실실의 자세였다.
강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확실하게 통하는 자세.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를로스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죽을 각오를 마친자에게는 그 어떤 위협적인 자세도 통하지 않기 마련이다.
‘좆됐다!’
두걸음.
그제서야 성훈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을수 있었다. 카를로스는 자신과 동귀어진할 각오다. 이런 놈에게는 그 어떤 위협이나 견제도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바로 자신의 상태다.
‘난 이 다음에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른다고!’
준비 자세는 100점이다. 하지만 그 다음의 연계동작을 성훈은 전혀 모른다. 차라리 어설프게 허허실실을 이용해 고수의 동작을 흉내내지 않았으면 댄싱 스킬과 자신의 전투 스타일을 이용한 반격을 펼칠수라도 있었을텐데 이 자세에서 바로 춤으로 움직임을 전환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춰어어어!”
뒤에서 그 모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미리내도 공중에 떠올라 있던 사종원도 최악의 상황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최소 동귀어진, 잘해도 목숨이 위급해지는 중상을 입는다. 그리고 심검을 펼쳐내기위해 정신을 집중하던 미리내와 소드 브레이커를 던져내기위한 사종원은 동시에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수밖에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성훈이 갑자기 뭔가의 깨달음을 얻은건 아니었다. 죽음의 각오를 마치고 움직인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가 한 일이라고는 그 자세에서 자신의 어설픈 동작으로 움직인것밖에 없었다. 100점짜리 자세에서 나온 50점, 아니 그 이하의 최악의 동작!
게다가 그 동작마저도 공격을 위한것이 아니고 어떻게든 살겠다고 공격을 회피하려는 어정쩡한 동작이었다. 그러나 그 최악의 동작이야말로 천재중의 천재인 미리내도, 브라질의 영웅이라 불리며 죽음을 각오한 카를로스마저 예상하지 못한 동작이었다.
서걱!
창날에 강력하게 응축되어 있는 오러 스피어가 화룡갑을 완벽하게 잘라냈다. 하지만 성훈은 그저 가슴팍에 약간 상처를 입은것으로 동귀어진의 일격을 피해낼수 있었다. 공격이 빗나간 카를로스도 놀랐고 공격을 피한 성훈은 더 놀랐다.
“이게 무슨?”
“헉?!”
퍽!
공격을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내자 위기는 바로 기회로 바뀌었다. 얼떨결에 내민 왼쪽 손바닥이 카를로스의 명치에 명중해 그를 뒤로 튕겨냈고 뒤늦게 사종원이 던져보낸 단검이 그의 등에 박혔다.
성훈을 바라보며 뭔가를 말하려는듯이 입을 달싹거리는 카를로스였지만 아무런 징조도 없이 그의 목은 깔끔하게 베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