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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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준비.
사실 성훈은 미리내를 상대로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독이 통하지 않는다. 마법도 쓸수 없다. 그리고 검술을 제외하고 유일하고 전투에 도움을 줄수 있는 스킬인 함정 스킬. 상단이 야영준비를 시작할때 성훈은 몰래 빠져나와 근처 숲에서 적당한 공터를 찾아 그곳에 함정을 설치한것이다. 처음 미리내가 싸우자고 한 공터에서 일부러 다른 공터로 자리를 옮기자고 한 이유는 바로 그 함정을 활용하기 위한것이었다.
그렇다고 무슨 거창한 함정을 설치한건 아니다. 그럴 시간도 없었고 성훈이 설치한건 아주 간단한 발목함정이었다. 발목위까지 파묻히도록 땅을 파내고 그 위에 낚시줄로 틀을 만들고 낙엽과 흙을 덮어놓는것이다. 간단하지만 아주 효과적인 함정이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면 이 함정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어내고 만다. 그렇게 생각한 성훈은 일부러 미리내와의 전투에서 조금씩 물러나면서 함정이 있는곳으로 그녀를 유인하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미리내의 실력이 너무나 뛰어난 나머지 성훈은 함정의 위치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다가 엉겁결에 자신이 판 함정에 자신이 빠지고 만것이다. 갑작스레 신체가 한뼘가까이 가라앉자 양 어깨를 노리고 쏘아져나간 미리내의 검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를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성훈의 행운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퍽!
균형을 잃었으니 당연히 균형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 칠수밖에 없다. 빠진 왼발과 반대로 엉겁결에 올라간 오른발이 미리내의 무릎을 가격한 것이다. 당연히 전력을 다해 찌르기를 행하고 있던 미리내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질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손사래를 치던 성훈의 손바닥이 아주 깔끔하게 앞을 향해 쓰러지던 미리내의 턱을 아래에서 위로 가격했다.
“무슨?!”
가격한 성훈조차 방금전에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하니 그 기술에 당한 미리내는 더더욱 어이가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우연이라고 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성훈의 민첩형 전사지만 랭커급답게 근력수준은 일반전사보다 훨씬 월등하다. 게다가 현재 익히고 있는 중급 격투술은 엉겁결에 내지른 성훈의 공격을 보정해줬고 공격이 명중한 위치는 치명적인 급소라고 할수 있는 턱이다.
게다가 미리내가 쓰러지고 있었기 때문에 카운터 효과까지 곁들여져 단 일격에 미리내는 정신을 잃고 기절한것이다. 한편 뒤로 밀리다가 함정에 걸려 꼴사납게 허우적거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리내를 쓰러트렸다는 황당한 상황에 성훈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과정이 어찌됐든 일단 내가 이겼다. 어떻게 하지? 젠장. 원래 예상은 그냥 적당한 수준으로 싸우려고 했던거였는데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크으….”
기절에 빠진것치고는 지나치게 빠른 기상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는듯이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던 미리내는 이내 기억이 되돌아오는듯 믿을수 없다는 시선으로 서있는 성훈과 엎드려 있는 자신을 번갈아서 바라보았다.
‘내가…졌어?’
언제나 굳게 쥐어진채로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던 쌍검은 꼴사납게 땅에 떨어져 흙범벅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것은 바로 자신이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졌다는것이다.
“괘, 괜찮습니까?”
당연히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우연과 행운이 겹쳐져 승리를 한 성훈은 주춤주춤 다가가면서 미리내에게 회복포션을 내밀었다. 말이야바른말이지 여기서 미리내가 빡 돌아서 칼질을 시작하면 답이 없다. 지금은 최대한 다정하게 다가가 그녀가 흥분하지 않도록 다독여줘야하는것이다.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저앉아있는 미리내에게 쌍검을 쥐어주자 그녀의 두 눈에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것같지만 그래도 제자리에서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한것이다. 그리고 잠시 성훈을 노려보던 미리내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권법도 배우셨습니까?”
“예? 권법이라고 말할만한건 배우지 않은…게 아니라 배우긴 배웠습니다만.”
중급 격투술을 익히고 있으니 권법을 배웠다고 할수는 있을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주먹질하는 놈들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말이다.
그런 성훈의 대답에 미리내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성훈을 응시했다. 방금전의 싸움이 그녀의 머리속에서 하나하나 재생되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자신이 유리하게 이끌어가고 있는 전투였다.
단순히 보법만을 사용하며 상대하는 모습에 성훈이 오만하다고 생각했고 잠깐 겨룬것만으로 최소 자신과 동등한 자의 움직임을 꿰뚫어보았다고 자신하며 움직였다. 검을 쳐내고 마지막 일격을 날릴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전부 착각이었다.
‘오만한건 그가 아니었어. 바로…나였어.’
어째서 그토록 쉽게 밀려났을까? 뭐가 좋다고 자신은 그렇게 쉽게 승리했다고 생각하고 성훈을 몰아쳤을까? 특히 마지막의 그 움직임을 생각하면 입이 백개라도 할말이 없었다.
빈틈을 잡았다고 확신하는 바람에 마지막에 긴장이 풀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성훈이 반격을 가해왔다.
허허실실(虛虛實實).
빈틈인줄 알고 찔렀으나 그게 아니었다. 아마 처음에 싸울때부터 이것까지 예측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았으면 뒤로 물러나는것같은 와중에 자연스럽게 무릎을 굽혀 자신의 검격을 피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테니까.
그리고 무릎을 가격해 순식간에 하체의 힘을 빼 넘어지게하고 턱을 가격해 기절시킨다.
부처님손바닥에서 뛰어놀던 손오공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서러움을 간신히 참아내고 미리내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패자주제에 염치없게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예. 뭐든지 물어보세요.”
“어째서 검이 아니라 권법으로 마무리를 지으신거죠?”
“검을 놓쳤으니까 권법을 사용한거죠. 그나저나 다치지 않고 깔끔하게 끝나서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성훈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대답이었다. 검을 놓쳤으니까 주먹을 쓴거고 다칠뻔한 상황에서 다행히 피를 보지 않고 끝냈으니 말이다. 그러나 미리내는 그 말을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검을 놓쳤으니까 권법을 사용했다. 검이나 권, 무엇을 사용해도 구애받지 않을정도로 두 개의 실력이 비등할정도로 익혔다는 소리다. 즉 검법으로 이길수도 있었지만 피를 보지 않기위해 일부러 권법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는 소리인가.’
뚝.
시야가 부옇게 흐려지며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지고나니 더 확실하게 깨달을수있다.
승부에 집착해서 막무가내로 덤벼들었던 자신을 상대로 성훈은 피를 보며 제압할 생각은커녕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계산해서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버렸다. 그에 반해 누가 더 강한지에나 집착하며 막무가내로 승부를 청하던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보이고 철없어 보였다.
‘하늘높은줄 모르고 날뛰더니 드디어 강자를 만나는구나 미리내.’
소매로 눈가를 닦은 미리내는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오늘은 제가 졌습니다.”
“아닙니다! 사실 미리내님이 이긴거나 다름없습니다!”
“더 이상 배려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까지 가르쳐주신것도 충분합니다. 본래 승자는 패자를 위해주지 않는법입니다.”
마음가짐에서도 밀리고 실력에서도 밀렸다. 너무나 깔끔하게 지고 인정하니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었다.
“지, 지금은 전혀 미치지 못하지만 오늘 얻은 가르침을 바탕으로 더더욱 성장하겠습니다. 오늘 일을 바탕으로 더더욱 성장할테니 부디 추후 다시 한번 저와 승부해주십시오.”
“…뭐 나중이라면.”
기약없는 약속따위야 언제든지 공수표로 남발할수 있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자신이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미리내가 언제 자신을 다시 만나겠는가?
그렇게 생각한 성훈은 대수롭지 않게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인것이다. 그 말을 들은 미리내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숲 너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면서 자꾸 얼굴로 손이 가는걸보니 눈물을 닦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혼자 남은 성훈은….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자신의 허우대에 쓰러지나 싶더니 몇마디 질문을 던지고 울먹이면서 사라진 미리내를 생각하면서 혹시 뭔가 잘못한게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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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참만 하려다가 1참 더해서 총 5참을 하게 되는군요.
아아~주인공 운수대통+착각계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조합이죠. 물론 여기서 착각계에 빠지는 인물은 거의 미리내가 유일할겁니다.
실력이라도 강하니 이런식으로 밸런스를 맞춰야죠(…먄)
선추코나 남겨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