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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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시간
갑자기 나타나자마자 망설임도 없이 사용한 헬파이어는 대응할틈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굴락의 몸을 태우기 시작했다. 똑같은 스킬이라도 아이템에 내장되있는 스킬은 시전 시간이나 별도의 마력없이 순식간에 발동되기 떄문에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라고 할수 있었다.
파란색의 불꽃과 검은색의 사기가 서로를 잡아먹으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지만 헬파이어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정통으로 명중한다는 가정하에서는 마왕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주는것이 가능한 스킬이니 오히려 쉽게 털어내는게 이상한 일이었다.
“아르벤! 지금 네가 사용할수있는 모든 스킬 다 써!”
“내 스킬은 전부 대인용….”
“지금은 뭘 감추거나 아낄때가 아니야! 네 검에 내장된 스킬!”
‘…역시!’
날개를 꺼낼때만 하더라도 혹시나 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빼도박도 못한다. 프라가라흐의 진정한 성능에 대해 알고있는 사람은 고작해야 열명도 채 안됐고 그 열명도 안되는 사람중 다른 도시의 사람은 자신이 아는한 단 한명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유령에게 다가가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동료 한명이 한눈을 팔다 죽은게 얼마전인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리가 없었다.
‘정면으로쏘면 벽 너머에 있는 사람이 맞을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래에서 위를 향하게끔 기울여서….’
무방비 상태인 굴락이었지만 헬파이어의 힘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라 가까이 다가가는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르벤은 신속하게 앞으로 굴러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검을 양손으로 단단히 움켜잡고 외쳤다.
“…윈드 캐논(wind cannon)!”
윈드 캐논은 헬파이어처럼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다던지, 허리케인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광범위한 영역을 불태우는 스킬은 아니었다. 시전하는 즉시 발동하고 또 즉시 사라지는 스킬. 그러나 순간적인 위력만큼은 앞의 두 스킬보다 아득히 앞서있었다.
콰직!
프라가라흐에서 일어난 파동이 적중하는순간 굴락의 왼상방신 30%가 먼지처럼 흩어지고 그 뒤에 있던 어둠의 벽도 순식간에 흩어져버린것이다. 물론 헬파이어에 의해서 미리 두르고 있던 실드가 사라진것도 있었지만 물체를 부순다는 수준이 아닌 가루단위로 분해해버리는 윈드 캐논의 힘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위력이 있었다.
“정면으로 쐈어야지!”
아르벤이 어설프게 아래에서 위를 향하는 사선으로 조준하지 않고 똑바로 정면을 조준했으면 이 일격에 전투가 끝날수도 있었다. 그러나 성훈의 질책에 아르벤은 살짝 이마를 찌푸릴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며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이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한 성과를 거뒀으니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차근차근 공략해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한편 성훈은 아르벤이 말을 따를 생각이 없다는것을 확인하자 똑같이 뒤로 물러나며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효과 좋은데?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쓰는건데.’
아이템에 내장되어있는 스킬은 분명히 상황을 한번에 뒤집을수 있는 일발역전의 힘을 가졌다. 그러나 오히려 그 강력한 힘 떄문에 함부로 사용할수 없었다. 고작해야 미션을 깨거나 쉽게 몬스터를 잡으려고 사용한후 쿨타임이 유지되는동안 어쩌면 이 스킬이 아니면 헤쳐나갈수없는 상황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렇기때문에 정말로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담을 감수하고 사용한 스킬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한편 굴락은 이제는 제대로 서있는것도 힘든 자신의 몸을 바라보더니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8클래스 마법을 즉시 발동 가능한 신기가 두개씩이나 있다니? 정말…정말 너무하는군.] “너무한건 그 두개를 정면으로 맞고도 아직 서있는 네가 더 너무한거지.”[흐흐흐흐. 그런가?]
굴락은 성훈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면서 은근슬쩍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자신을 삼면으로 포위하고 있는 세 명의 사람은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듯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않고 자신을 경계하고 있었고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해야할 엘더 데스 나이트는 얼마 안되는 사이에 금방이라도 소멸할듯이 쇠약해져 있었다.
적은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았고 철저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에서 전투에 임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데스 로드의 진정한 힘을 채 1할도 발휘할수 없는 상황에서 여기까지 싸움을 끌고 온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라고 할수 있었다. 어차피 육신의 소멸이 영원한 죽음을 뜻하지 않는 자신으로서는 이쯤에서 목을 내줘도 아쉬울건 없었지만 한쪽 다리를 떨면서 건들거리고 있는 성훈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저 녀석 떄문이라도 마지막까지 발악은 하고 가야겠어.’
갑자기 팔을 들고 도망친것부터 시작해서 예고도 없이 날린 헬파이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전투에 진지하게 임할 생각이 없다는듯이 가벼워보이는 태도가 굴락의 신경을 거스른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마법 하나만 발동하려고 해도 바로 방해가 들어올것이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즉시 발동이 가능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주는 마법이 있었다.
네크로맨시.
“뭔가 할 생각이야! 방해해!”
굴락이 손가락을 튕기려고하자 아르벤은 스킬이 완성되지 못하도록 앞으로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나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기위해 아르벤을 먼저 보내고 뒤에서 눈치를 보던 성훈은 굴락의 시선이 아르벤이나 자신이 아닌 그 뒤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치리고 본능적으로 방어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따악!
시체폭발(尸體爆發).
거창한 폭발음은 들리지 않았다. 굴락의 손가락이 튕겨지는 소리가 나자마자 데스 나이트의 몸이 무수한 파편으로 변해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사방으로 쏘아진것이다.
“이 ,이게 뭐…커흑?!”
“끄아아아악!”
“…….”
팔이나 다리가 꿰뚫려 비명이라도 지를수 있는 사람은 다행이었다. 바로 지근거리에서 쏘아진 육편 조각에 심장이 관통당한 사람은 비틀거리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진것이다.
“에반!”
“사, 살려야해요, 아니 살릴수 있어요!”
어떻게 손쓸틈도 없이 순식간에 죽은 두명과는 달리 에반은 아직 살릴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지금까지 후방에 있던 루시아는 다른 사람들이 말릴틈도 없이 앞으로 달려나오기 시작했지만 그것보다 한발 앞서서 에반을 향해서 성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간 그 장소에 있던 사람들은 유령이 그 빛나는 날개를 이용해서 에반을 데리고 루시아에게 데려가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성훈을, 유령이라는 인간을 너무나 몰랐다.
서걱!
성훈은 망설임없이 에반의 목을 잘라버리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듯이 화염을 일으켜서 시체마저도 순식간에 태워버린것이다.
“그, 그만둬!”
“안 돼애애애!”
“이, 이, 이 새끼! 무슨 짓이야!”
사람들이 성훈을 향해 경악성을 토해내는순간 아르벤과 미리내가 날린 검이 굴락의 목과 허리를 깔끔하게 베어냈고 모두의 눈앞에 미션 완료를 뜻하는 창이 떠올랐다.
[‘비탄의 무덤’ 미션을 완료하셨습니다] [공헌도가 낮아 최후의 초대장을 얻지 못하셨습니다]아마 처음부터 착실하게 공략에 참여하지 않고 마지막 보스 사냥에만 끼어들어서 초대장까지는 얻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원하던 목적은 달성했다는걸 확인한 성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광익을 펼쳐서 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계산을 끝마쳐놓은듯 순식간에 움직였기 때문에 무기를 겨누고 견제하던 사람들조차도 반응하지 못했고 성훈은 너무나도 쉽게 비탄에 찬 표정을 짓고있는 루시아를 잡을수있었다.
설명은 길었지만 이 모든게 아르벤이 굴락을 향해 달려들어 마무리를 짓고 착지할때까지 일어난 일이었다. 한편 죽을 고비를 넘기고 굴락을 처치한 아르벤은 멍한 표정으로 사람들과 검이 목에 닿은 루시아를 보고 자신이 생각할수있는 가장 그럴듯한 상황을 말했다.
“세뇌마법이라도 걸린거냐?”
그게 아니면 지금 유령이 이딴짓을 벌이는 이유를 설명할수 없었다.
“아쉽게도 틀렸어. 난 지금 아주 멀쩡한 상태라구.”
“멀쩡하다면 루시아를 놔줘. 대체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지?”
“아르벤! 그 자식, 그 자식이 에반을 죽였어! 에반도 죽였다고!”
“…유령.”
만약 루시아가 유령의 손에 잡혀있지 않았더라면 아르벤은 지금쯤 폭발했을것이다. 이마에 실핏줄이 떠오르고 움켜쥔 주먹에서는 피가 흘러내릴정도로 인내심을 발휘한 아르벤은 그저 낮은 목소리로 유령의 이름을 읆조릴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 상황이 화낼만하겠지만 오해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딱히 아무 이유없이 그 에반이라는 사람을 죽인건 아니거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증오라는 감정을 두눈에 확연히 담고 말하는 루시아는 평소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수없는 모습이었다. 물론 성훈은 이런 시선은 수백, 수천번은 받아왔기 때문에 가볍게 어깨를 들썩거리며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말했다.
“굴락은 언데드 몬스터를 매개체로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스킬을 쓸수 있었어. 나는 어디까지나 그 사람이 언데드로 되살아나서 폭발하는 연쇄작용이 일어날까 발빠르게 대처한것에 불과해.”
“살아있을수도 있었어요! 제가 살릴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요!”
“죽었을지도 모르지.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가정이기는 하지만 만약 바로 데스 나이트로 되살아나고 폭발해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셈이었지?”
“그, 그건.”
성훈의 절반의 사실만 말했다. 더 큰 피해를 막기위해 재빨리 움직일 생각도 있었지만 마음속 한구석으로 토론토의 탑랭커를 한명이라도 더 줄여놓아야한다는 조바심 떄문에 손을 쓴것이다.
“나보고 욕해도 뭐라고 할말은 없지만 나는 나름대로 댁들이 양심이니 우정이니 하는 이유로 못할 일을 대신해서 처리해준것에 불과해. 그러니까 너무 원망하지는 말아줬으면 하는데”
만약 할수있다면 지금 당장 달려들어서 저 입을 찢어놓고만 싶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으로만 그쳐야할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진짜로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그럼 루시아를 잡고 있는 이유는 뭐지?”
“뭐, 간단히 말하자면 보증이랄까? 미션을 공략하기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볼장 다본 시점에서 네가 아이템 하나를 무조건 넘겨준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나를 보내줄거라는 확신이 없어서. 이 여자는 네가 약속을 지키게 만들 담보라고 생각하면 돼.”
“나는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그러니까….”
“나도 널 믿고 싶어. 그런데 말이야.”
가면에 가려 드러나지는 않지만 명백한 비웃음을 지은 성훈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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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배신의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