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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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금상첨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강제 미션은 예상 이외로 빠른 시간에 끝을 맞이했고 여러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이 그 전처럼 여유로워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식주가 충족되자 일부 유저들을 제외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현실에 안주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강제미션이 치뤄지고 하위층의 유저들이 한번씩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이 일어나자 모두들 본격적으로 미션에 나서기 시작한것이다.
가장 피해가 없었던것은 의외로 던전에 진입했던 상위 랭커들이었다. 오히려 이들은 뛰어난 아이템까지 얻게 되서 전과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훨씬 강해질수 있었다.
그 밖의 변화로는 길드에 대해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던지 몇몇 탑 랭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것 없었다. 물론 피닉스의 깃털이나 레전드 아이템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유저들의 극렬한 항의가 있었고 곧 NPC들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미션 진행 도중 만나신 세레나는 NPC가 아닌 유저였습니다. 여기까지가 밝힐수 있는 유일한 정보입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상위 랭커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알수 없었다. 다짜고짜 피닉스의 깃털이 어쩌니, 보상이 없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내뱉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자세한 사정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들은 경악을 금할수 없었다.
부활이 가능한 아이템과 보상을 미끼로 내세워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고 당당하게 스틸을 자행했다. 물론 이런 행위는 더 미션을 전체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드문것만도 아니다.
어느정도 실력있는 사람들이 하위 유저들을 도와주는 대가로 금품이나 몸을 요구하는것은 흔한 일이었고 드랍된 고급 아이템을 차지하기 위해 칼부림이 벌어지는 일도 있다. 오히려 동료를 적극적으로 사지로 밀어넣는 일도 있다. 거짓정도로 사람들을 선동한것 정도야 그렇게 악독한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그 짓을 약자가 아닌 더 미션에서 개인으로든 집단으로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상위 랭커들에게 행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것처럼 이리저리 헤메면서 그 악당을 찾아내려했다. 굳이 어떻게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발견한다면 차마 말할수 없는 온갖 대가를 치르게 해줄것이라는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 악당은 유유자적하게 검을 휘두르면서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었다.
“끼익!”
신장만 3m가 넘어가는 웨어타이거의 공격은 매섭기 그지 없었다. 손톱 하나하나가 숏소드만해서 스치면 그 즉시 살점이 딸려나올것이다. 하지만 그런 괴물과 성훈은 정면으로 당당하게 검을 맞댄채 부딪히고 있었다. 웨어타이거는 상당히 강력한 몬스터였지만 성훈은 지금 완벽하게 웨어타이거를 몰아치고 있었다.
열개의 손톱은 성훈에게 아무런 해를 입히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성훈을 돋보여주려는듯이 보였다. 일반적인 전투는 보통 치열하거나 급박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명검을 든 뛰어난 전사라 할지라도 전투는 투박할뿐이다. 그러나 성훈의 전투는 달랐다.
‘리듬을 탄다.’
마치 리듬을 타는것처럼 상대방의 공격에 박자를 맞추며 몸을 움직인다.
‘막무가내로 공격하면 안된다. 타이밍을 맞춰야해.’
댄스를 본격적으로 전투에 활용하기 전에는 빈틈이 생기면 무작정 찌르는게 당연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런 행위는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막무가내로 움직이는건 훌륭한 춤에 대한 모독이다. 춤을 더 돋보일수 있게 하는 타이밍에만 슬쩍슬쩍 검을 휘두르고 공격을 가한다.
단지 그것만 했을뿐인데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면 몬스터가 쓰러져있었다.
-악마의 정체 미션을 클리하셨습니다.
온 몸이 난자되어 바닥에 쓰러져있는 웨어타이거를 잠시 바라보던 성훈은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제정신을 차린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거 진짜 장난이 아니잖아.”
황녀의 몸으로 있을당시에는 그저 막연하게 춤을 전투에 응용할수도 있구나…정도로 생각한게 다였다. 애초에 두세번밖에 사용해보지 않았고 본래의 몸과는 다른 부분도 많이 있어서 그 효용성을 제대로 깨달을수 없었던 것이다. 그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점점 재능있는 자들과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직접 사용해보니 도움이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수치로 표현할수는 없지만 굳이 말한다면 예전과 비해서 전투가 몇배는 쉬워진 느낌이 들었다.
함정과 독, 기습을 곁들여서 간신히 잡았던 몬스터가 지금은 정면으로 잡을수 있을정도. 혼자서 C급 미션을 문제없이 수행할수있었다.
‘이게 바로 랭커들의 세계인가.’
춤을 익힘으로써 성훈은 이제서야 간신히 상위 랭커들과 비슷한 출발점에 섰다고 생각했다. 성훈은 스탯상으로 보자면 21위의 랭커지만 순수한 실력은 훨씬 떨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점점 재능에 힘입어 실력이 늘어만간다. 그 성장폭은 성훈과 비교할수 없을정도다.
언젠가 그들의 실력이 자신을 초월하는 순간이 있을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춤이 있는 이상 그 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아직 숙련도가 E급에 불과한데 이 정도면 S급으로 성장한다면 더 강해질수 있을것이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채 미션을 끝마친 성훈은 곧 작게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룬 블레이드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가짜로 만든 세검을 꺼내 허리춤에 찼다.
왜 검을 바꿔차냐고? 그 이유는 바로 임무소 앞에서 눈을 부라리며 서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이상 없군. 통과.”
“다음!”
마치 당연하다는듯이 무기를 건네받고 정보를 확인하는 사람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때 용납받을수 없는 행동이었다. 작은 목소리로 궁시렁궁시렁 대는 사람도 있고 노골적으로 인상을 쓰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누구도 직접적으로 항의를 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저 사람들은 대형길드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간단했다. 미션이 끝나고 도시로 돌아오고나서 상위랭커들은 세레나라는 이름을 사용한 유저에 대해서 알아내려했다. 물론 필사적이지는 않았다. 이미 레전드나 엘리트 급의 무기를 얻은 상황이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렇게 쉽게 잡힐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한 명이 나서기 전까지는.
‘정령검사 최철형.’
풍문이지만 그는 그 세레나라는 자에게 엄청난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미션을 끝내고 얻은 물건은 고작해야 레어급 장신구 하나와 스킬 하나, 그리고 길드. 다른 탑 랭커들과 비교할수 없을만큼 손해를 본 최철형은 속된 말로 빡 돌아버렸다.
“그런 악당은 반드시 말살을 시켜야한다! 모든 길드에서 힘을 모아서 정체를 밝혀내고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해!”
최철형은 미션포인트가 남아돌아서 오백만길드라는 거금을 얻었다. 한 마디로 마왕을 잡고 얻은 포인트를 전혀 쓰지 못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자신이 평소에 모아둔 돈을 더해서 무려 천만길드의 거금을 만들어냈다.
그 천만길드는 정체를 알수 없는 악당의 현상금이었다. 물론 최철형이 단순히 정의감이 넘쳐나서 그 거금을 건것은 아니었다. 현상금을 걸고 그 뒤에 룬 블레이드를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원하는 가격에 매입하겠다고 광고를 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사태에 대한 성훈의 감상은 간단했다.
‘병신.’
문자 그대로 병신이라고 할수 있었다.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꺼내지 않으면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건 단순히 반감만을 살 뿐이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결정적으로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다음.”
성훈이 내미는 세검을 받아든 남자는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었다. 그 룬 블레이드라는건 세검이 아닌가? 게다가 모양도 똑같다. 그러나 곧 노말 상급의 검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가 되돌려준 검을 허리춤으로 되돌리면서 성훈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룬 블레이드와 똑같은 모양의 검을 가지고 있으면 어느정도 의심을 받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의심을 풀었다.
‘여자가 아니니까.’
미션 진행도중 육체를 부여받을때 본래의 성별과 다른 몸을 부여받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 얼굴이나 체격도 본래의 몸과 최대한 비슷하게 바뀌어 그다지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레나를 당연히 여자로, 그것도 금발의 백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인력이 남아도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람들의 감시는 얼마 없는 백인들에게 몰려들었고 성훈은 간단하게 의심에서 풀려날수 있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