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47
■ 746화. 목소리 (3) □ ᓚᘏᗢ
구름이 끼어있던 하늘에서 화사한 빛이 내려온다. 노스는 그 빛을 멍하니 올려다 봤다.
처음에는 신이 기어코 천벌을 내리는구나 싶어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것도 계획 중 하나였으니 상관없었다.
하지만 빛은 내려오기만 하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빛이 자신을 향해 비출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정말로 노스가······?”
노스조차 당황하고 있는데 군중들은 오죽할까. 그들은 빛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노스를 보며 수근거렸다.
심지어 모든 흉계를 꾸몄던 라오스조차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 저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저, 저기 봐! 따, 땅에 뭔가 올라온다!”
“뭐?”
어느 한 사람의 말을 시작으로, 군중들은 단상 밑의 땅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던 케이트도 마찬가지. 그녀는 눈을 천천히 뜨며 단상 아래를 바라봤다.
‘저기는······’
아이작이 히르트로부터 받은 씨앗을 기억하는가.
그 씨앗을 어디에 심을 지 고민한 결과, 광장 중앙에 심자는 결론이 나왔다.
알븐하임의 세계수는 거의 작은 도시 하나만한 크기를 자랑했지만, 그건 오랜 세월이 흘러서다.
마이샬 영지의 광장은 본래 작디 작았던 규모를 보완한 거라 한계가 명백하다. 그래서 후에 리모델링을 거칠 예정이었다.
‘······새싹?’
그리고 씨앗을 심었던 자리, 그것도 정확하게 단상 밑에서 작디 작은 새싹이 돋아나 있다.
이윽고 그 새싹은 눈에 띨 정도로 서서히 성장하더니 머지않아 단상을 뚫고 솟아났다.
과장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단상을 뚫어버렸다. 빨라도 너무 빠른 성장이다.
“저게 무슨······”
“오······ 오오······”
비현실적인 걸 넘어 초현실적인 광경에 케이트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새싹은 점점 성장해 나무 줄기로 변하고, 그 나무 줄기는 단상을 가득 메울 만큼 자라났다.
스스스스-
“······어?”
“나무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가 자라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틀렸다.
두텁게 성장하던 나무 줄기는 중간에 성장을 멈췄으며, 형상을 바꾸기 시작했으니까.
밑부분은 갈래가 두 개로 나뉘고, 중간 부분은 두께가 아주 약간 얇아졌으며, 상체는 조금씩 두꺼워지더니 양쪽에서 또다른 줄기가 돋아났다.
“······사람?”
누군가의 한 마디처럼 나무는 사람의 형상으로 서서히 변했다.
평범했던 나무 줄기는 뼈와 살를 대신했으며 풍성했던 잎사귀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으로 변화한다.
사람은 사람의 뱃속에서 태어나 그 존재를 갖게 되지만, 지금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아니다.
아이작의 딸, 그레이스가 빛을 뿜어내며 태어났듯이 앞의 사람도 ‘신화’적인 의미로 탄생하고 있었다.
“시, 실례합니다.”
“잠깐만······ 잠깐만 지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던 중 몇몇 여인들이 빼곡히 밀집된 군중들을 파고들어 맨 앞으로 나아갔다.
본래 저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마리와 아이작의 여인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보고 서둘러 밖으로 나선 것이다.
“저건······”
“······설마?”
한 그루의 나무가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여인들.
그러나 표정만큼은 달라도 그들의 마음 속에는 ‘기대’라는 감정이 품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확신으로 바뀌도록 만들었다.
“붉은색······ 머리카락······”
“아아. 붉은색이다. 붉은색이야!”
누군가 환호하듯이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카락이 서서히 붉은빛으로 물들었기 때문이다.
비단 머리카락뿐만 아니다. 아이작의 애인들 입장에서는 익숙하디 익숙한 외모였다.
“······진짜 사람 걱정시키네.”
“······흐윽.”
마리는 기가 찬다는 듯이 중얼거렸으며 세실리는 감정에 못 이겨 눈물을 흘렸다.
“흑······ 평범한 사람이라 해놓고서······ 뭐가 평범해······”
그러는 와중에도 복잡한 감정이 담긴 팩트를 꺼내는 세실리.
실제로 지금 사람들 앞에서 펼치지는 ‘기적’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리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세실리를 조용히 안아주면서 단상 쪽을 쳐다봤다.
피부까지 돋아나 완전한 사람이 된 나무. 다소 민망한 부분은 커다란 나뭇잎 한 장으로 가린 게 포인트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음심 같은 건 들지 않았다. 도리어 마음 속 한 구석에서 경건함이 들 뿐.
아이작이 돌아왔다. 역사를 넘어 신화로 기록될 정도로 화려하게 말이다.
“··· ···”
뒤이어 감겨있던 아이작의 눈이 서서히 떠지며 모두와 마주할 수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과 함께 마이샬 가문의 상징 중 하나인 황금색 눈동자. 그러나 그 밝기가 심상치 않다.
원래도 채도가 밝았던 눈동자였으나 정말로 눈에서 빛이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아······ 이건 정말로······ 기적······”
“기적이다······”
“내 앞에서······ 기적이······”
신화 속에서 나올 법한 기적이 눈 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저마다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아이작의 부활을 직감했던 케이트부터 시작해 성기사들, 더 나아가 근처의 사람들까지.
진실을 듣기 위해 광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홀린듯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딱 한 사람, 흉계를 꾸몄던 라오스만 제외한다면. 그의 표정은 정말 볼만했다.
‘좆됐다’라는 감정을 얼굴로만 표현했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라오스 입장에서는 모든 일이 꼬이다 못해 한 방에 역전된 셈이니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 일어서세요.”
아이작은 무릎을 꿇은 군중들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작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다.
그에 군중들은 고개를 들며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서 하늘의 빛은 아이작을 내려쬐고 있었다.
“노스 씨.”
“네, 네?”
“노스 씨도 일어나세요.”
“아······ 네, 네!”
다른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기적을 목격한 노스는 부리나케 일어났다.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을 보아하니 아직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노스 씨는 여기 계세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네, 네······”
무슨 할 일이 남아있다고 남겨두는 것일까. 노스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뒤이어 아이작은 부드러운 눈길로 좌중을 둘러봤다. 언제라도 아이작의 말을 듣기 위해 준비돼 있는 사람들.
이제 시작이다. 아이작은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다시 천천히 뜨더니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 저는 신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 ···”
“강제로 나서는 게 아닌, 저 스스로 그 분들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전하러 왔죠. 하지만 여기 있는 노스 씨는 아닙니다.”
아이작이 노스를 언급하며 말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한 쪽으로 몰렸다. 당연하게도 노스다.
노스는 수많은 사람들이 시선을 보내자 알 수 없는 압박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대로 몰매를 맞고 죽는 건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해도 목숨만큼은 살려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때까지 내가 한 짓을 보면······’
이래나저래나 결국 자신의 목숨은 없던 거다. 그리 생각하자 초연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에 노스가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드려던 찰나, 아이작이 예상 외의 발언을 꺼냈다.
“노스 씨는 강제적으로 이 자리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려고 했습니다. 전혀 원치 않았으나 목숨을 빌미로 협박을 당한 것이죠.”
“······제논······ 님?”
“저게 무슨 소리야?”
“목숨을 위협당했다고? 누구한테?”
아이작의 말에 술렁이기 시작한 광장. 노스는 자신을 변호해준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자신을 변호해준 것일까. 여태까지 그에게 피해를······ 준 건지 몰라도 건드린 적이 몇 번인데.
노스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쯤, 아이작은 괜찮다는 듯이 자비로운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목소리를 내세요, 노스 씨. 당신은 절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며, 제 신성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 ···”
“목소리는 두려움이 아니라 용기를 품고 내는 겁니다.”
“아아.”
이 얼마나 자비로운 마음씨란 말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갖고 있던 두려움이 모조리 사라지는 기분이다.
두려움을 극복한다면 남는 건 용기일 뿐. 노스는 그에게 무릎을 꿇기 전, 군중들에게 외쳤다.
“아, 악마 숭배자! 악마 숭배자입니다!”
피를 토하듯이 외친 노스.
뒤이어 그는 검지 손가락으로 한 쪽을 정확히 가리키며 외쳤다.
“악마 숭배자이자 테르스 왕국의 왕태자, 라오스가 저에게 협박했습니다! 거짓이나 다름없는 신들의 진실을 알리라고!”
“뭐?”
“내가 잘못 들은 거야?”
“라오스 왕태자님이 악마 숭배자?”
“말도 안돼.”
무려 한 나라의 왕자가 악마 숭배자라는 진실에 거대한 혼란이 닥쳐왔다.
그와 동시에 노스가 지목했던 라오스로부터 슬금슬금 멀어지는 사람들.
라오스는 주변을 힐긋거리다가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면서 앞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바크 추기경도······”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
“세상에. 악마 숭배자가 대체 어디까지 퍼진 거야?”
무엇보다 타락한 추기경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기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사실상 이미 끝난 게임. 라오스로서는 최대한 머리를 굴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아이작은 후련한 표정의 노스에게 말했다.
“거짓이나 다름없는 진실이라······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라면 믿겠습니까?”
“예, 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신들께서······”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오가 있는 법이죠. 설령 그것이 신일지라도.”
“··· ···”
노스는 입을 뻐끔거렸다. 그의 손에는 어느 한 종이가 굳게 쥐어져 있었다.
설마 이 종이에 적힌 것들이 전부 진실이라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더욱 꽁꽁 숨겨야 되지 않나.
오만가지 생각이 돌아다니고 있을 때, 아이작은 군중들을 향해 외쳤다.
“여러분! 앞으로 제가 말하는 바는 모두 진실임을 선언하겠습니다!”
마법을 쓰지 않아도 목소리의 울림 자체가 넓게 퍼져나갔다.
“신들께서 저에게 부탁하셨습니다! 목소리를 내어달라고! 자신들의 과오를 밝힐 기회를 달라고! 저희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멸망기사의 결말을 통해서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악신은, 현실의 신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신들께서는 머나먼 과거, 신들의 시대에서 큰 죄악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예측하는 것과 공인 아니, ‘성자’의 입에서 진실을 듣는 것은.
“바로 자식이 부모를 몰아내는 죄악 즉, 패륜입니다!”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