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turn a dimensionpover correctly RAW novel - Chapter 115
114화-형제와 이름 (04)
‘그나저나 닮았다라…….’
쿤은 저도 모르게 보보를 쳐다봤다.
불쑥 창고에서 본 얼굴이 생각났다. 웃는 것만 닮은 저희 형제와 달리 보보와 청년은 쌍둥이라 해도 믿을 만큼 똑 닮았다.
대체 그 청년의 정체는 뭐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빨리 알아내야 하는데 답을 아는 두 아이를 만날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등장한 제 형과 서른한 마리의 개까지.
뭐가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가는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쿤 씨?”
순간 보보가 쿤을 불러왔다.
그는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예? 왜 그러세요?”
“아뇨, 자꾸 절 쳐다보시기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쿤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러다 조용한 목소리로 슬쩍 물었다.
“티아문은 잘 지내고 있죠?”
제 질문이 그렇게 의외였던 걸까. 보보의 눈이 동그래졌다.
“네, 잘 지내고 있어요. 근데 그건 갑자기 왜요? 혹시 제 동생이 실수했나요?”
“아뇨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본 지 꽤 된 거 같아서요.”
“아…….”
“저희 형을 봐서 그런지 갑자기 티아문 생각이 났어요. 보보 씨네도 형제잖아요.”
제가 듣기에도 말 같지 않은 변명이었으나 다행히도 보보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평소랑 똑같죠. 학교 다니고 친구들하고 놀고, 뭐 그렇게요.”
“아…….”
역시 보보는 티아문이 오늘 학교에 빠진 걸 모르는구나.
대체 얘는 지 형한테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걸까.
“아, 맞다. 저번에 고기 맛있게 먹었다고 감사하대요.”
“정말요? 또 해줘야겠네요.”
보보의 얼굴이 환해졌다. 쿤은 반찬을 핑계 삼아 티아문네 집으로 쳐들어갈까 하는 궁리를 했다.
그때 보보가 물었다.
“근데 형님은 왜 오신 거예요?”
“예?”
“아니… 갑자기 오실 만한 분은 아닌 것 같아서요.”
사실 쿤도 그게 가장 궁금했다. 본인은 동생 얼굴을 보러 왔다고 하지만, 제 형이 얼마나 바쁜지는 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휴가도 쉽게 뺄 수 없었다. 오죽하면 서로를 1년 만에 봤다고 하겠는가.
‘편지도 달에 한 번 올까 말까였지.’
쿤이 판테테가 된 걸 여태까지 들키지 않을 수 있던 것도 형과 남매들의 연락이 그만큼 잦지 않아서였다.
그만큼 바쁜 사람이 대체 왜 온 걸까, 고민할 때 루가 불쑥 말을 꺼냈다.
“설마 너 데리러 온 거 아니야?”
목소리에 약간의 짜증과 불안이 섞여 있었다.
다른 단원들의 표정을 보니, 그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쿤은 팔짱을 끼며 침음을 삼켰다.
“사실 저도 그걸 걱정했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레이포드는 조모를 원망하는 만큼 판테테도 싫어했다.
쿤이 누나에게 제가 판테테가 된 걸 말하지 말라달라 했던 것도, 그가 화를 낼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런 쿤의 예상과 달리 그는 동생이 판테테 재킷을 입고 있는 걸 봤음에도 뭐라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러려니 했다.
“저희 형은 그렇다와 아니다가 분명한 사람이거든요. 근데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면 반대하는 건 아닐 거예요.”
거기다 잘 생각해 보면 레이포드는 다른 남매들처럼 쿤의 꿈을 무작정 반대하거나 막지 않았다. 다른 꿈을 꾸는 게 어떠냐는 말조차 시험에서 계속 낙방하는 걸 보고 나서야 한 말이었다.
어쩌면 형한테 제가 판테테가 되는 건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근데 그럼 왜 온 거지?’
저를 잡으러 온 것도 아닌데, 왜 없는 휴가까지 써서 왔는지 모르겠다.
‘설마 신문 기사 때문인가?’
쿤은 제가 봤던 기사 내용을 떠올렸다.
형이 한 인터뷰에 저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제가 엘리아노의 손자인 게 만천하에 밝혀진 지금, 특별 법관의 동생이란 사실 역시 함께 알려진 거나 다름없다.
혹시 그게 염려돼서 온 건가? 기자나 사람들이 와서 절 괴롭힐 수 있으니까?
근데 그런 거면 굳이 휴가니 뭐니 하면서 변명할 필요 없지 않나?
‘…모르겠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 집구석인지. 하여간 시원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니까.
“뭐, 중요한 거면 본인이 먼저 말을 꺼내겠죠.”
쿤은 제 쪽으로 다가온 개 두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형의 일보다 차원이동자 돌보기와 티아문의 일을 밝혀내는 데 더 신경쓰기로 마음먹었다.
* * *
쿤은 제 형이 뭘 하든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했으나 그러기엔 지나치게 화려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레이포드의 존재는 그가 오즈벨에 온 지 채 세 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에게 알려졌다.
가뜩이나 엘리아노의 일 때문에 죽치고 있던 타지 기자들은 레이포드를 발견하자마자 그쪽으로 몰려들었다.
오즈벨의 기자들도 취재에 열을 올렸다.
의외인 건 그가 이를 하나도 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기자들의 취재 열기를 즐기는 사람처럼 친히 인터뷰 대기권까지 만들어 뽑아주었다. 덕분에 기자들이 쿤에게 달려들고 숙소 주변에 진을 치는 일은 사라졌다.
“혹시 이걸 노린 건가?”
확실히 할머니 때보다 훨씬 편하긴 했다. 간간이 오는 기자들도 무시할 수 있었고 말이다.
거기다 여론의 관심이 ‘엘리아노 vs 레이포드’로 바뀌면서 쿤이 사람들 가십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물론 오즈벨 지부는 여전히 바빴다. 다른 지부에서 혜성에게 ‘너 이것도 알고 있었냐? 그래서 스카우트한 거냐?’라면서 수시로 추궁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제가 편해진 건 확실했다.
“응? 가만있어 봐. 옳지.”
쿤은 움직이는 개를 달랜 뒤, 목줄을 채웠다. 총 네 마리의 개가 산책하러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레이포드의 일로 정신없는 혜성과 달리 다른 판테테들은 착실하게 차원이동자를 돌봤다.
서른한 마리의 개는 루와 녹턴이 담당을 맡게 되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녹턴은 쿤이 본 이래 처음으로 숙소에서 머물렀다. 전에는 담당을 맡아서 잠만큼은 집에서 잤는데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한 관심을 보였다. 먹이는 어떻고, 장난감은 어때야 하는지까지 꼼꼼하게 관리했다.
지금의 산책 역시 ‘개한테 산책은 필수다’라는 녹턴의 주장에 시행된 거였다.
반면 루는 그 어느 차원이동자를 돌볼 때보다 힘들어했다. 표정만 보자면 한국인인 호수 때보다도 더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개들 전부를 돌보기엔 무리가 있었기에 쿤과 은, 그리고 부용은 수시로 이를 도왔다.
보보는 자연스레 부르지 않게 되었다. 그가 오면 가뜩이나 바쁜 개 돌보기에 청소까지 더해지기 때문이었다.
“다 됐다.”
쿤은 개들의 목줄을 다 채운 뒤,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누군가가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응?”
쿤은 뒤를 돌아봤다. 북청 사자 두 마리가 개 목줄을 입에 문 채 서 있었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너희가 이걸 왜 갖고 와.”
『#^&$-!』
북청 사자 두 마리가 열심히 뭔가를 옹알거렸다. 대충 들어보니, 자신들도 같이 가자는 것 같았다.
원래는 그러면 안 되지만, 개 차원이동자도 나가는데 이번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좋아. 같이 나가자. 대신 너희는 목줄 말고 주머니에 들어가자.”
두 아이는 목줄을 못 하는 게 못내 아쉬운 듯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집 크기를 줄였다. 그리고 쿤의 주머니에 들어가 얼굴만 쏙 내밀었다.
“좋아.”
쿤은 양손에 목줄을 두 개씩 잡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울한 목소리가 들린 건 그다음이었다.
“나도 가고 싶다…….”
쿤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나무 뒤에 숨어서 애처로운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사강이 보였다.
보좌관님을 찾으면서 사강의 레이포드 모시기는 강제로 종료되었다. 동시에 차원이동자 돌보기에서도 배제되었다. 그가 극심한 털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나만 아무것도 못 해…….”
사강이 눈물을 머금었다. 진짜 슬퍼서 우는 것은 아니었고, 알레르기 때문에 눈물과 콧물이 나는 거였다.
“약 안 드셨어요?”
“먹었는데 소용없어. 쿤, 내 알레르기 가져갈래?”
“미쳤어요?”
왜 남의 질병을 나한테 주는 건데. 아니, 그전에 알레르기도 옮길 수 있는 거야? 여러모로 대단한 마법이네.
“그냥 좀 쉬세요. 언제는 노는 게 제일 좋다면서요.”
“그건 내가 놀고 싶을 때 이야기지! 나도 개 산책시킬 줄 안다고! 특별 법관님도 산책시킬 수 있다고!”
“우리 형 개 취급하지 마요!”
이 인간이 미쳤나, 지금 누구를 산책시킨다는 거야.
쿤이 빠드득 이를 갈며 씨근덕거리자 사강이 한층 더 울먹이며 코를 먹었다.
“크흡. 말실수했어. 산책이 아니라 관광. 어르신 때처럼 관광시켜 주려고 했단 말이야.”
“그건 관광이 아니라 놀리는 거였잖아요.”
“아니야. 진짜 관광 맞아.”
사강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하게 접힌 종이를 꺼내 펼쳤다.
뭔가 싶어 보니 관광 계획표였다. 이제 보니 형을 모시는 데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대체 뭔 짓을 저지른 거예요.”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기에 우리 형한테 이리도 잘 보이려는 걸까.
쿤은 사강이 조금 무서워졌다.
“큽. 형한테 말 좀 잘해줘. 내가 이만큼 형님을 존경한다고.”
“네네.”
“평생 형님으로 모신다고도 전해 드려라. 아니다. 아예 나도 너희 집으로 들어갈래. 이 기회에 6남매가 되는 건 어때?”
“그건 제가 거절할게요.”
제 형과 누나는 넷만으로도 충분하다. 거기다 사강 같은 형이 있다면 제 명에 못 살지도 모른다.
“어쨌든 저 산책시키고 올 테니까, 집 잘 보고 계세요.”
사강이 애처로운 눈으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꼭 전쟁터에 가는 남편을 떠나보내는 아내 같았다.
쿤은 이를 뒤로한 채, 네 마리의 개와 북청 사자 두 마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개들은 낯선 환경이 신기한지 신나게 달리기보단 곳곳을 구경하고 냄새를 맡았다. 북청 사자 두 마리 역시 바닷바람을 즐겼다.
화창한 날만큼이나 평화로운 산책이었다.
따로 산책 코스를 정해두지 않았기에 쿤은 개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따라 걸었다.
개들은 해안 도로를 지나 인가 쪽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이를 차원이동자로 여기기보단 평범한 반려견 산책 정도로 여겼다.
‘녹턴 씨가 두 시간은 산책하는 게 좋다고 했으니까, 대충 요 안까지 돌다 가면 되겠다.’
쿤은 시간을 확인하며 슬슬 돌아갈 길을 생각했다.
순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최근에 이 길을 걸은 듯한 느낌이었다.
쿤은 곧장 앞을 확인했다. 왜 그러나 싶었더니 개들이 5구역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헤라를 목격했던 그 길로 말이다.
‘…….’
갑자기 창고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왜 생각이 돌고 돌아서 다시 티아문인 거냐고…….’
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음 한켠이 답답해졌다.
형과 차원이동자, 티아문.
동시에 터진 세 가지 일 중 이 일이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조금도 진척이 없는 데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형이나 차원이동자 일은 제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될 일들이었다.
하지만 티아문의 일은 제가 건들지 않으면 이대로 영영 묻힐 것 같았다.
이걸 들추는 게 옳은 건지, 아닌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쿤은 이 내막을 알아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가볼까?’
쿤은 목줄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개들을 끌고 티아문으로 추정되는 청년과 만났던 창고로 향했다.